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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타이밍에 핫산 괴문서 올리면 눈새인가





트레이너실, 오늘은 테이오와 만날 예정도 없고 일하는 도중에 살짝 늘어진 채로 내 스마트폰을 살짝 봐보았다.

나는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2개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개인용 스마트폰이 꽤 낡아서 슬슬 바꿀 때가 됐다 싶었다.


"그러고보면 이런 건 선배가 잘 알고 있으니 자기한테 상담해 달라고 했었지. 지금이라면 시간 괜찮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선배에게 연락을 취해봤다.




"실례합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여어, 마침 한가하던 참이야! 스마트폰 바꾸는 것땜에 전화한 거지?"

"맞아요. 지난번에 말해주셨던 대로 통신사도 바꾸는 게 좋을까요?"

"그게 훨씬 이득이지. 그러려면 지금 통신사랑은 계약을 해지해야 하고."

"계약 해지 말이죠......"



"하찌미~♪ 하찌미~♪ 하찌미~♪ 오늘은 용건도 없지만 트레이너를 만나러 가야지!"


나는 지금 정말정말 좋아하는 트레이너에게 가고 있다.

요즘엔 조금 바빠서 그런가 잘 봐주질 않아서 쬐끔 외로워.


"오늘은 마음껏 응석부려야지~♪"


트레이너실 앞까지 도착했다.

그러자 뭔가 이야기하는 듯한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 얘긴가 궁금해서 귀를 기울여 보았다.




"계약 해지 말이죠......"


에? 계약 해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설마......... 나?


상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 전화로 이야기하는 거겠지.


(뭐 너 거기 가입한지 오래 됐잖아. 쉽게 바꾸긴 좀 그런가?)

"글쎄요.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 조금은 마음이 걸리긴 하네요......"


조금이라고?! 이렇게나 오래 함께 했었는데...... 조금 마음이 걸리는 걸로 끝난다고?


(농담으로 한 말인데...... 통신사 바꾸는 데 뭐 마음 걸릴 게 있냐......)

"그건 그렇죠. 뭐 생각해보니 마음 걸리고 말 것도 없겠네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까요."


귀를 의심했다.

지금 그 말은 정말로 트레이너가 한 말일까?

트레이너는 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야?

레이스에서 이겼을 땐 그렇게나 기뻐해 줬는데......?

같이 외출할 때도 즐거운 듯이 웃어줬는데......?


(스마트폰 요새 좋은 거 많다~? 조작하는 게 쫌 귀찮긴 하지만 말이지......)

"으, 귀찮은 건 딱 질색이에요. 지금도 아주 성가셔 죽겠던데요......"


성가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확실히 난 트레이너가 너무 좋아서 자주 엉겨붙긴 했었어.

그래도 항상 웃어 주었고, 툴툴댈 때도 얼굴은 틀림없이 웃고 있었는데.

그래서 트레이너가 날 싫어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

......그래도 사실은, 날 짜증나게 여기고 있었던 거구나.


(그래, 뭐 따로 원하는 기종은 없냐? 기왕이면 마음에 드는 걸로 바꾸는 게 좋지 않겠어?)

"딱히 아무 거나 상관 없네요. 어차피 결국엔...... 도구잖아요."


마음 속에서 뭔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음 속에서 정말 좋아하는 트레이너의 이미지가 사라져간다.

'테이오는 내 자랑이야. 무엇보다도 소중한 내 파트너야.'


눈물이 흘러넘쳐 멈추지 않는다.

그건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날 적당히 추켜세워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거야?


난 지금까지 대체 무엇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온 걸까............

이젠 모든 게 다 의미없어졌어...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흐음, 역시 아는 게 없으니 뭘로 바꿀지 잘 모르겠네...... 솔직히 큰 상관은 없지만.'


뭔가 마실 거라도 사오자......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자......


"테이오?! 이런 곳에 주저앉아서 뭐하는 거야?!"


그곳에는 테이오가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눈으로부터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한 줄기 빛도 없었다.




"이제......... 살아갈 의미가 없어........."




뭐가 뭔지는 몰라도 아무튼 상태가 위험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는 테이오가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얘기를 해줘."

"......트레이너 대단하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우리같은 도구 따위한테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런 식으로......? 우리같은 도구 따위한테도......?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혹시......




".........테이오, 혹시 아까 이야기 다 들은 거니?"


테이오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세로로 흔들었다.


"그런 거였군. 그래서 오해를 한 거구나."


"............에......?"




그러고 나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테이오를 안아 들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방금 나눈 이야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게 됐다. 내가 널 그딴 식으로 여길 리가 없잖니."

"...에윽......으흑......훌쩍......"



내 이야기를 들은 테이오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불안하고 슬펐던 거겠지.

나는 테이오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의는 아닐진댄 이렇게까지 테이오를 슬프게 만들 줄이야......



"......나......나...... 너무 슬펐어.

난 트레이너가 너무너무 좋은데, 그런데 트레이너가 해준 말은 전부 거짓말이고......

나같은 건 도구로밖에 안 보는구나, 하고 생각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내게 있어서 테이오 넌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야. 거짓말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그 말을 들은 테이오는 내게 꼭 안겨 왔다.

코알라도 아니고......... 손발을 감싼 채 내게 꼭 달라붙었다.



".........날 울린 벌이야......"

"그래, 진정될 때까지 이렇게 있어줄게."



조금은 갑갑하지만 문제 없다.

테이오가 이렇게나 나를 신뢰해 줘서 기쁠 따름이다.










"............테이오? 나 슬슬 힘든데? 이제 그만......."

"............싫어......"



그로부터 조금도 떨어지려 들지 않는다.

떼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안고 싶은 만큼 안아도 된다고 했잖아..."



내가 그런 말을 했었던가?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튼 기숙사장에게 연락이라도 넣어볼까.

뭐 그래도 나중에 야단이야 맞겠지만 내 잘못이니까 할 수 없지............

...............어? 이거 내가 잘못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