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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핫산은 월루하면서 해야 제맛인듯






🌕월 ✕일 맑음. 마장 : 양호

오늘은 트레센 학원의 입학식.

입학식에서는 이사장님의 환영사부터 시작해서 학생회장님의 환영사, 학원 소개 영상 등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입생 대표로서 전교생 앞에서 선서식을 치렀습니다.

메지로 가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어요.

오후에는 각 반으로 이동해서 자세한 시간표나 담당 트레이너에 대해 안내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트윙클 시리즈에 나가기 위해서는 트레이너의 존재가 필수라는군요.

제 목표인 봄의 텐노상 제패를 위해 함께 걸어가 주실 최고의 파트너를 찾아내야겠어요...



〇월 △일 맑음. 마장 : 양호

드디어 모의 레이스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2,500m 장거리 부문에 출주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7착...

너무나도 한심한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카우트를 목적으로 찾아오신 많은 트레이너가 낙담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 뒤로 같은 메지로 가문인 라이언으로부터 선발 레이스 후의 트레이닝을 제지당했지만,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트레이닝에 더 힘을 쏟아야겠지요.



〇월 ☆일 맑음. 마장 : 다소 축축함

전날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트레이닝에 힘쓰려 하고 있습니다만, 생각처럼 힘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자, 한 트레이너님께서 제게 말을 걸어 주셨습니다.

무척이나 영광스러웠지만 왜 저 같은 것한테...?

그런 생각이 얼굴로 드러났는지, 그 분께서는


"강한 의지가 매력적이었으니까."


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메지로 가문으로서 몸과 마음을 함께 갈고닦아 오면서, 레이스에서는 '몸'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설마 '마음'을 높이 사 주시다니요...

하지만, 혹시라도 이대로 이 트레이너님께 스카웃되더라도 저는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그 분의 눈 앞에서 메지로 가문으로서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게 된다면

그 때 다시 한 번 스카우트해주셨으면 좋겠네요.



〇월 ▢일 맑음. 마장 : 양호

전날에 이어 왠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눈을 떠 보니 양호실에 와 있었습니다.

몸을 일으키자, 그 곳에는 전날 만나뵌 트레이너님이 계셨습니다.

한심한 모습을 보여드려 부끄러워진 나머지, 다시 트레이닝을 하러 가려 하자

타이밍 나쁘게도 그 때 배꼽시계가 울리고 말았습니다.

트레이너님께서는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셨습니다만,

그거야 물론! 메지로 가문으로서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고 있...다고 해야 했지만

식단을 너무 제한하는 거 아니냐, 라고 재차 추궁당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제가 체질적으로 다소 살찌기 쉬운 편이라는 사실을 자백하고 말았습니다.

레이스의 결과뿐만 아니라 우아함을 유지해야만 하는 메지로 가문으로서는 무덤 속까지 가져가고 싶은 비밀이었습니다만,

왠지 모르게 이 분께는 순순히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저 때문에 아직 정식 트레이너도 아니신 분께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

앞으로는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도록 스스로 메뉴를 정해 연구할 필요가 있겠어요.



〇월 🔽일 맑음. 마장 : 양호

방과후 연습을 하고 있자, 그 분께서 뭔가 한 권의 노트를 들고 오셨습니다.

뭔지 궁금해서 그 노트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자,

그곳에는 살이 찌지 않는 요리나 제한된 칼로리 내에서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들이 빽빽히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역시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 분은 본인이 담당하시지도 않는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정성을 다해 주시는구나.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찡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다해 주신 이상, 결과로 답례해 드리지 않으면 메지로 가문의 이름에도 먹칠을 하는 셈이 되겠죠.

1주일 뒤에 있을 트레이닝에서 반드시 멋진 주행을 보여드리겠어요!



〇월 ◆일 맑음. 마장 : 좋음

그 분과 약속한 1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전해받은 식단표 덕분에 컨디션은 최상, 전날부터 실시한 합동 트레이닝에서의 기록도 아주 좋습니다.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그 분을 기다리고 있자, 그 분께서 찾아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와 같은 트레이닝 메뉴를 실시,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몸놀림을 보여드렸습니다.

그 분께서는


"최고의 주행이었어!"


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칭찬이라면 지금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받아 왔습니다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 분에게 칭찬받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져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긍정적인 기분이 되네요.

그런 그 분에게 제 목표인 봄의 텐노상 제패, 그리고 메지로 가문의 트레이너로서의 자각을 여쭙자

'있어',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 믿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조금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드디어 저와 그 분, 아니 트레이너님과 봄의 텐노상 제패, 그리고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할 수 있게 됐어요!



☆월 〇일 흐림. 마장 : 다소 축축함

봄의 텐노상이 드디어 내일입니다.

이 날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휴일에 트레이너님과 갑작스레 마주쳐 함께 노래방에 갔었죠.

그 때는 그 장면, 그 분위기에 취해 무심코 응원가를 불러버렸습니다만,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추억이어요...

하지만, 트레이너님과 단 둘이 비밀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기쁩니다♪

여름 합숙에서는 밤의 축제에 가서 트레이너님과 함께 미아가 됐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메지로 가문으로서 우아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제해 왔지만,

트레이너님의 앞에서 조금씩 마음이 늘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트레이너님께서는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설령 제가 뭔가를 먹으며 걸어간다고 해도, 축제에서 신나서 떠들썩하게 굴어도 전부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그리 하면, 트레이너님에 대한 이 마음도 언젠가는 받아주시게 되겠죠...



☆월 Ж일 맑음. 마장 : 양호

봄의 텐노상.

트레이너님께서 쭉 제 곁에서 저를 조정해 주신 덕분에, 오늘 아침도 최고의 컨디션이었습니다.

이 날을 위해 준비한 새 승부복도 완벽합니다.

혹시 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그토록 바라던 1착을 따냈습니다!

골인하기 직전, 트레이너님의 응원에 힘입어 마지막 경합에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골인 직후 저도 모르게 울어버렸습니다만, 저보다도 먼저 울고 계신 트레이너를 보며 무심코 웃어버렸습니다.

이걸로 메지로 가문의 비원도 드디어 달성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리고 트레이너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초대 URA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트레이너님의 마음을...



✕월 〇일 흐림. 마장 : 다소 축축함

트레이너님은 완전히 유명인이 다 되셨습니다.

담당 우마무스메을 G1 승리로 이끄셨으니 그야 당연한 거지만요.

오늘도 여기저기서 여러 우마무스메들로부터 트레이닝의 비결이나 연습 메뉴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트레이너님께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받아 저 역시 자랑스러운데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저와 둘이 지내는 시간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조금 외로워요.



✕월 〇일 흐림. 마장 : 양호

오늘은 트레이너님과 함께 이사장실에 불려갔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트레이너님께 담당 우마무스메의 수를 늘릴 것과,

제게도 그것을 허락해 줬으면 하신다는 부탁을 전해주셨습니다.

트레이너님께서는 이를 망설이며 제 눈치를 살피셨지만, 물론 저는 허락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트레이너님께서 아무리 담당 우마무스메가 늘어난다 한들 저를 최우선으로 삼아 주실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와 트레이너님은 일심동체를 맹세한 사이, 다른 우마무스메들과는 친밀도가 다르니까요.

틀림없이 괜찮을 거예요.



△월 ✕일 비. 마장 : 중마장

오늘도 연습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지금까지는 방과후 미팅 룸에 가면 제 트레이닝 메뉴를 화이트보드에 써주셨는데.

신경이 쓰여 찾아보니, 트레이너님께서는 미팅 룸에 계셨습니다.

살짝 엿보니 쓰여 있는 메뉴는 아무래도 제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너님께서는 제가 아닌 다른 우마무스메와 이야기하며 즐거운 듯 웃고 계셨습니다.

어째서죠? 어째서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웃어주시는 건가요?

이전에 느꼈던 가슴의 통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느꼈습니다.



△월 ✕일 뇌우. 마장 : 중마장

벌써 1주일 가까이 그 분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역시 저도 더 견딜 수 없어 미팅 룸으로 갔더니...

다른 우마년이 그 분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트레이너님의 표정은 당혹스러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기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이제사 알았습니다.

이건 미칠 정도의 애정으로부터 오는 질투였던 거군요.



△월 ※일 뇌우. 마장 : 중마장

트레이너님을 불러내, 전날 우마년과의 관계, 그리고 그 동안의 울분을 토해내듯 추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메지로 가문으로서, 언제나 우아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제 스스로는 지극히 냉정함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아무래도 트레이너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생물학 시간에 배운 적이 있습니다.

인간과 우마무스메는 서로 닮았지만 전혀 다른 존재이며, 특히 우마무스메가 지닌, 겉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은 때로는 흉기가 될 수 있다고.

당시엔 인간에게 힘을 휘두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제 공부가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식으로 트레이너님의 움직임을 일방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니...

그런 트레이너님께서는 끝까지 '그 애랑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셨습니다.

트레이너님께서 제게 거짓말을 하실 리는 없습니다.

역시 그 우마년이 일방적으로 트레이너님을 유혹해서 제게서 트레이너님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겠죠.

그런 결론에 다다르자, 갑작스레 트레이너님이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얼마나 가엾으신 트레이너님이신지요.

이제부터는 제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어요.



△월 ☆일 호우. 마장 : 중마장

오늘은 휴일을 맞아 메지로 가문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사랑스러운 트레이너님과 함께...

전날 메지로 가문에 함께 가 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만, 좀처럼 승낙해 주시지 않는 통에 다소 거친 방법을 취하고 말았습니다.

트레이너님께는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라면 트레이너님을 어디 굴러먹던 뼈다귀인지도 모를 년들로부터 지켜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내일은 트레이너님의 목에 메지로의 문양을 지져 새겨드릴 거예요♪

그렇게 한다면 한 눈에 봐도 누구의 트레이너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트레이너님께서도 메지로 가문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지금보다 더욱 깊이 가지실 수 있겠죠!

그렇지만, 아직도 저를 거부하신다면...



🔽월 〇일 쾌청. 마장 : 양호

평소대로 준비 운동을 하고 있자 트레이너님께서 와주셨습니다!

평소같은 웃는 얼굴, 늘 같은 시간, 그리고 늘 보이는 목의 낙인...

그 날 이후, 예전처럼 두 사람만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바뀐 점이 있다면, 저와 트레이너님의 관계라고 할까요.

지금은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주신답니다!

다른 우마년들의 트레이닝을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더니 담당을 그만두시고,

휴일에는 저와 함께 외출을 하고, 그 다음엔 메지로 가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다음 주에는 URA 파이널이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이긴다면 현역 최강의 우마무스메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할머님께서도 이미 차기 메지로 가문 당주에 저를 지명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파트너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오늘의 트레이닝이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은 함께 디저트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었죠.

실은 저, 예전처럼 디저트에 집착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당신이라는 최고의 디저트를 평생 독점할 수 있으니까요.



사랑해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