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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5일.

나는 중앙 트레센 학원에 있었다.

화면 너머로 보는 것이 아닌.

내 두 눈으로, 내 두 발로 선 이곳.

사실 이미 이곳에서 3달이나 지낸지라 이러한 광경도 새삼스러운 것이었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노답!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시위라도 하는 건가 자네는!”

 

이사장은 자신의 비서에게 붙잡혀서 끌려와놓고 한 치의 부끄럼도 없이 당당하다는 듯 구는 눈앞의 골칫덩이를 향해 일갈했다.

 

“보조 트레이너로서 수습 딱지를 뗄 때까진 멀쩡히 일해 놓고선, 심지어 사수와 그의 담당이었던 우마무스메들에게서 평가도 좋은데! 왜 아무도 담당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사장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부채를 쭉 뻗었다.

과장된 동작에 본의 아니게 코끝을 얻어맞은 나는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켕!”

“본 학원은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간의 매칭을 완전 자율에 맡겨두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담당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전국의 우마무스메들이 모여드는 이곳은 항상 우마무스메에 비해 트레이너의 숫자가 부족했다.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러나 아예 시작점에조차 서지 못하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책임! 자네도 한 사람의 트레이너라면 트레이너로서의 책임을 다해라!”

 

슬슬 타이밍이었으므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제가 원치도 않는 아이의 트레이닝을 맡아 건성으로 임한다면 그 아이에게도 상처가 될 뿐 아니겠습니까.”

“정론! 그러나 자네는 아예 담당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지 않나!”

“실은 저도 어떤 아이를 담당하고 싶다고 이미 정해놨습니다. 다만 그 아이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문제였지요.”

“흐음? 거절당한 건가? 신인이라고 해도 수석이었던 자네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일 텐데…….”

“그렇게 되었으니 이사장님이 좀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자네가 자네만의 원석을 발견했다면 돕지 않을 이유가 없지!”

“그럼 여기에 싸인을.”

“담당신청서? 내 서명을 먼저 받아가려는 건가. 이런 거라면 얼마든지.”

 

이사장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가 내민 신청서에 서명했다.

 

“자, 그러면 잘 부탁한다 야요이.”

“뭣이?”

“이사장 업무 때문에 일정이 빡빡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밀린 훈련은 주말에 벌충할 거니까.”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야요이는 황급히 내 손에 들려있던 신청서를 빼앗아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경악! 어, 어, 어째서 내 이름이 담당마 란에 적혀있는 건가?”

“그야 내가 원한 건 오직 너뿐이니까.”

“심쿵! 그럴싸한 발언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않나!”

 

여기까지 오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타즈나 씨도 전면에 나섰다.

 

“이사장님.”

“으응? 타즈나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건가?”

“올해도 이사장님의 나이도 □■세죠. 학원의 중등부 학생들과 같은 나이입니다.”

“그, 그건 그렇다만?”

“선대에게 물려받으신 이 학원을 잘 운영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교육을 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교육을 받는 것이랍니다.”

“하지만 이 몸은 해외에서 교육자로서 필요한 모든 교육을 이수하고…….”

“대신 국내의 의무교육은 이수하지 않으셨잖아요?”

“정곡!”

 

경악하여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사장에게 타즈나 씨가 쐐기를 박았다.

 

“이사장님도 학교에서 청춘을 보낼 필요가 있다. 트레이너 씨가 강렬히 주장하신 그 내용에는 저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답니다.”

 

타즈나 씨는 또 한 장의 서류를 꺼내들어 이사장에게 보였다.

 

“학생 명부……?”

“비서의 권한을 이용해 제가 살짝 손을 본 결과, 이사장님은 현재 트레센 중등부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신분이랍니다.”

“충격! 이 무슨 폭거!”

 

나는 야요이에게 다가가 그 손에 들린 신청서의 서명란에 적힌 내용을 손수 짚어주었다.

 

“트레이너의 서명, 우마무스메의 서명, 이사장의 서명. 모두 모여 캡틴플래닛이다.”

“섬망! 무슨 해괴한 소리를…….”

“뭐긴 뭐야, 이제부터 너도 평범한 학생들처럼 수업에 나가고, 담당 트레이너의 훈련을 받아야한다는 거지.”

 

야요이는 구해달라는 듯이 타즈나를 돌아보았으나 그녀는 이미 내게 설득당한 뒤였다.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수양에도 도움이 될 거랍니다.”

“아, 안 돼!”

“돼!”

 

이것으로 3달에 걸친 내 음모도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아키카와 야요이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트윙클 시리즈 도전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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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섭갤에 올리던거 생각해보니 19금 장면 업로드할 곳이 없어 여기도 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