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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살던 내가 하루아침에 트레센의 토레나=상으로 전직해버린 그날.

이제 와서 일본어부터 다시 공부해야하나 걱정하던 나는 몇 가지 치트능력이 주어져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통번역 능력.

이곳에서 나는 일본어는 물론 영어, 불어, 아랍어, 하다못해 이누이트 소수민족 언어까지 통달한 상태였다.

심지어 인류가 해석하지 못한 고대어까지 그냥 읽혔으므로, 이세계에 떨어진 신세이면서도 밥 벌어먹는덴 문제가 없겠다 안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바로 스테이터스 능력.

말 그대로 현실의 우마무스메들을 보고 인게임 스테이터스처럼 상태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 능력으로 바라본 현실의 우마무스메들이 가진 스탯은…….

 

“생각보다 약하네?”

 

허접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 속에서는 클래식 3관이고, 황제의 7관이고 조금만 신중히 육성한다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반면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현실은 게임과 다르다 이건가? 리트라이도 안 되고, 연습을 한다고 정해진 만큼 스탯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게임처럼 스테이터스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 최상위 스타들이 아닌 이상 게임이라면 바로 도축각이었을 수준에 그친다 이거네.”

 

당장 온갖 첨단장비로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현대 야구를 봐라.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그 세계에서도 아직 근성론을 들먹이는 늙은이나, 괴담에 가까운 미신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대놓고 여신상을 박아놓고 기도로 우마소울을 계승하는 이 세상의 육성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주먹구구식이었다.

 

“아닌가? 친구나 시라오키 같은 게 돌아다니는 세상이면 이게 맞나?”

 

중간에 좀 의문이 들긴 했는데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애초에 육성에서 중요한 건 서포트 카드잖아. 이거 훈련보다 친목질이 더 중요한 게 아닌지……?”

 

막말로 몇 달씩 기다릴 거 없이 타즈나 데리고 4일 연속으로 외출하고 오면 컨센트레이션 아님?

까짓것 1년 휴학하고 오키나와에서 살다오면 합숙효과를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거 아닌가?

키타산이랑 친구 못한 찐따는 레이스에서 도태되는 끔찍한 세상일 가능성도 있었다.

 

“키타산 없으면 스피드는 누가 올려줘? 비코? 걔가 친구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비코의 친구라는 존재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명실상부 트레센의 도움반인 카노푸스 친구들이라면 친해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럴 바엔 그냥 무지성 육성 후, 사표 내고 말지.

만일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키타산이랑 친한 게 누구였더라? 다이아, 테이오…… 스윕? 얘는 그냥 넘어가도 되겠군.”

 

농담이 아니었다.

다른 세계까지 넘어와서 어린애 땡깡이나 받아주고 있을 정도로 나는 인격자가 아니다.

심지어 그 땡깡이 잘못 맞으면 골로 갈 우마무스메의 땡깡이라면?

여기까지 와서 사고사로 생을 마감?

그 정도면 진짜로 죽은 후에 신이 나타나서 ‘웁스, 나의 실수.’ 이 지랄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쓰레기 스토리다.

설마 내 인생이 그런 폐기물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믿는다.

 

“무조건 예쁘고, 돈 많고, 얌전한 애. 예쁜 거야 똥말딸조차 미모로는 뒤지지 않지만 뒤에 둘은 반드시다.”

 

사랑으로 가난을 극복?

할 수야 있겠지. 근데 돈이 많으면 그냥 마음 놓고 사랑만 하면 되는데?

그리하여 내가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이 세계에도 소닉이 존재하는가와, 사토노 다이아몬드에게 담당 트레이너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소닉 대신 푸른 갈기를 가진 바람돌이 우마무스메가 존재했으며, 더블 제트가 그 우마무스메를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었고, 다이아에겐 이미 트레이너가 있는 듯 했다.

 

“그럼 그 외엔? 어디 돈 많은 친구가…….”

 

게임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열심히 학생부를 뒤져본 나는 이내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해야했다.

 

“메이저한 애들은 죄다 트레이너가 있잖아?”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라도 누가 재능이 있는지 따위는 명확했으니까.

오히려 키우는 능력이 떨어지니 처음부터 재능 있는 우마무스메를 찾아야만 G1에 도전할 수 있다.

덕분에 눈에 띄는 우마무스메들에겐 다 이미 트레이너가 있었다.

 

“아니 이세계 전생까지 해놓고 똥말딸 키우기라고? 진짜로? 설마 내 인생은 킹든갓택과 함께하는 폭풍전야였던 거냐?”

 

그러나 학생부에서 힘들게 찾아낸 킹든갓택에게도 이미 트레이너가 있었다.

아무렴.

킹의 이름을 가진 일류에게 이미 트레이너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이대로 똥말달과 함께하는 유쾌한 반란 루트로 들어가는 건가? 현실에서 하던 일 다 내버리고 와서는 여기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그건 싫었다.

고생도 젊었을 때나 사서 하는 거지 두 번째 인생까지 그러고 싶진 않았다.

감탄고토!

사람이 쓴 것보다 단 걸 좋아하는 건 음양의 조화와 대자연의 순환처럼 자연스러운 일.

나는 어떻게든 예쁘고 돈 많은 우마무스메를 붙잡아 꿀을 빨겠다는 일념 하에 방법을 찾아 나섰고,

늘 그렇듯 방법을 찾아냈다.

 

“타즈나 씨? 좋은 이야기 전하러 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트레이너 씨? 갑자기 좋은 이야기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받아라 토키노 미노루!

부상으로 레이스를 은퇴해야했던 네 과거사를 이용한 감성팔이 어택이다!

 

“우마무스메가 진심으로 달릴 수 있는 시기는 살면서 한번 뿐…….”

“타즈나 씨, 저와 함께 이사장의 청춘을 지켜주지 않겠습니까?”

 

원작에서도 쉬운 여자였던 타즈나는 내 현란한 말빨에 결국 함락되고 말았다.

마! 내가 와꾸가 딸려서 그렇지 말빨은 살아있거든?

그렇게 아키카와 야요이.

아니, 이사장이 대놓고 레이스에 나가면 온갖 논란이 생길 테니 가명으로 편입한 오스스메 야요이는 나의 담당마가 되었다.

 

“의문!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이 되는 건가?”

“훗, 너희 같은 내지인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물에 독을 탔다고나 할까.”

“혼란! 자네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리하여 강압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 야요이였으나 그녀도 마냥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대충 사회적인 시선을 신경 써서 솔직하게 좋다고는 못하고 눈빛만 흔들리는 느낌?

담당마가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면 그 기대에 응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나는 다소 무리를 해서 동기의 신입 트레이너들을 불러 모았고,

 

“야, 야요이.”

“불안! 자네는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가?”

“넣을게.”

“잠깐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오스스메 야요이의 모의 레이스 출주등록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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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목표는 야요이짱이랑 URA 우승후 우마뾰이(중의적)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