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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친구에요 모두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아키…… 아니, 오스스메 야요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그녀의 비서, 타즈나의 배신은 야요이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3개월 남짓 본 남자의 꾐에 넘어가 자신을 팔아먹다니!


‘타즈나아아아! 믿었는데!! 믿고 있었는데!!!’


자신의 인사를 받은 학생들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일부는 묘한 눈빛으로 야요이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지금 평소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모자와 고양이, 부채를 모두 두고 온 상태.

긴가민가 하는 이들도 확신은 못하고 그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충격! 이것만으로 알아보지 못하다니!’


항상 달고 다니던 삼신기를 두고 오니 왠지 알몸으로 밖에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으으, 나는 학생들을 지키고 보살펴야 할 학원의 이사장인데 모두를 속이고 이런 짓…….’


알몸이 된 것 같은 착각, 거기에 학생들을 속인다는 죄책감이 더해지자 그녀는 가슴 한 구석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기분이 좋은…… 아! 안 돼!’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감정.

그렇게 오스스메 야요이의 학창생활이 시작되었다.


*


수업과 훈련, 거기에 이사장 업무를 병행한다는 일정은 상당히 가혹한 것이었다.

다행히 공부 자체는 프랑스에서 진작 마친 덕분에 수업은 어렵지 않았다.

이사장 업무는 타즈나가 보조해준 덕분에 어떻게든 가능했다.

그러나 문제는 훈련.


“크윽, 수업에 나가기만 해도 매 턴마다 능지훈련이 병행된다고? 미쳤다 미쳤어…….”


그녀의 트레이너는 이번에도 알지 못할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훈련을 감독하고 있었다.


‘성격은 좀 괴팍해도 훈련 매뉴얼 자체는 기본기가 탄탄한 정석적인 방식. 수석은 허투루 딴 게 아니라는 뜻.’


그녀의 트레이너는 뭔가 신뢰가 가지 않는 이상한 언행을 일삼았으나, 실력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비록 등 떠밀리듯 학생이 되어버린 그녀였으나 그녀도 엄연히 우마무스메.

솔직히 이렇게 땀 흘리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타즈나까지 끌어들여 나를 담당마로 만든 그 계획은 단순히 장난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던 거다.’


그녀의 트레이너는 정확히 우마무스메 아키카와 야요이를 원한다고 못을 박았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심지어 야요이 본인조차 생각해본 적 없던 일.

우마무스메가 달리기 위해 태어난 생명이라면, 그녀에게도 달릴 권리가 있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우마무스메들이 모여드는 트레센 학원.

이곳에서 그녀의 트레이너는 그 어떤 우마무스메에게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정확히 그녀를 지명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선 조금 기뻤다.

다른 사람이, 그것도 트레센에 수석으로 뽑힐 정도로 능력있는 트레이너가 자신을 인정해준 것이었으니까.


“…… 자네가 진심이라면 나도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이론만이라면 베테랑 트레이너 못지않게 빠삭한 그녀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달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평소 레이스 연습을 하며 지낸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녀는 따로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기본적인 몸을 만드는 것조차 뒤쳐져있으니 데뷔전은 최대한 미루고 기본적인 몸 만들기부터 들어가야 했다.


“트레이너도 그런 생각으로 기본기 트레이닝을 시킨 거겠지. 실제로 경기를 뛰는 건 한참 뒤라고 생각해야…….”

“야요이! 내일 오후에 모의 레이스 잡아 놨다! 점심은 내가 준비할 테니까 따로 먹지 마!”

“으겍!”


그녀는 곧장 운동장 바닥을 굴렀다.


“으악! 왜 그래! 괜찮아? 어디 다친 건 아니지?”

“아고고,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만…… 그보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자네는!”

“갑자기라니? 말 했잖아? 레이스 넣겠다고.”

“규탄! 넣을게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금의 내 훈련 상태로 무슨 모의 레이스란 말인가!”

“걱정 마. 신입 트레이너 동기들끼리 처음 담당한 1학년들을 데리고 하는 거니까. 너라면 1등 아니면 1등이겠지.”


밑도 끝도 없는 믿음.

조금은 신뢰가 생기려던 야요이는 단박에 그냥 자신의 트레이너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1등이라니, 제대로 된 훈련이라곤 일주일도 받지 않은 내가 어떻게 일등을 한단 말인가.”

“그럼 내기할래?”


트레이너는 그 말에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테이터스 창이 보여서 알 수 있다고 할 순 없었으니까.


‘이걸로 지면 그게 병신인데.’


이 스탯으로 억까당할 것이 걱정된다면 교통사고가 걱정되어 집에서 나가지도 못해야했다.


“이번에 1등 못하면 계약해제든 뭐든 다해줄게. 대신 전력으로 뛰어야 해.”

“우문! 전력으로 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출주한 다른 학생들에게도 면목이 없으니.”

“대신 내 말대로 1등하면 앞으로 내가 시키는 훈련은 군말 없이 받는다. 콜?”

“콜!”


*


학원 지정 체육복(부르마) 차림으로 스타팅 게이트에 선 야요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양옆을 돌아보았다.

왼쪽에는 핫 다이너마이트.

오른쪽에는 민트 드롭.

평소 이사장으로서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그녀였다.

야요이는 모의 레이스에 참가한 학생 전원을 알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무지하게 자신을 힐끔대고 있는 현 상황이 괴로웠다.


‘뭔가 닮지 않았어?’

‘편입생이라던데, 친척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당사자인 야요이는 뒤늦게 내기를 받아들인 사실을 후회하고 있었다.


‘실책! 아무리 신입생 모의 레이스라고 해도 이런 실력으로 출주하는 건 폐가 될 텐데…….’


트레이너의 존재는 우마무스메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 제 2의 본격화라고 부를 정도.

그러니 이번 모의 레이스에 출주한 우마무스메들의 실력은 잘 쳐줘도 원석에 불과하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단 월등히 뛰어나리라.

이사장 업무만 보던 자신과는 달리 이들은 계속해서 레이스를 연습해왔으니까.

정작 그녀의 트레이너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멀리서 부채에 벌써 ‘축하!’라고 써놓고 샴페인을 흔들어대고 있었지만 말이다.


‘의문! 지시사항은 전부 기억하고 있지만 정말 그렇게 달려도 되는 건가?’


그녀는 중앙 트레센 학원의 이사장이었다.

당연하게도 자기 자신의 훈련은 안 되어있어도 레이스의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웬만한 베테랑 트레이너 못지않게 빠삭했다.

그녀의 비서인 타즈나 또한 이러한 부분에선 그녀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

트레이너가 들었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이론이 타즈나 미만이면 그게 교직원이냐? 토쟁이지?’같은 소리를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생각을 알 방법은 없었다.


‘으음, 아무리 믿음직스럽지 못해도 그를 트레이너로 학원에 고용한 것은 바로 나! 일단은 지시대로 성실히 달리는 것이 같이 달릴 아이들에게도 폐가 되지 않겠지!’


목표는 1400m 단거리 스프린트.

스타트 자세를 잡은 야요이는 게이트 오픈과 동시에 뛰쳐나갔고,


[시작과 동시에 두 우마무스메가 치고 나옵니다! 도주를 선택한 걸까요? 오스스메 야요이와……!]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그녀는 자신보다 앞서나가는 새하얀 우마무스메를 알아볼 수 있었다.


[…… 해피 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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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URA 시나리오 근본 라이벌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