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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류인 아오이는 유서 깊은 트레이너 명가의 영애였다.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으로 다져진 그녀는 가문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트레센에 취직한 그녀였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무패의 트레이너를 꿈꿨던 그녀의 계획은 시작과 동시에 박살났다.


“제가 차석? 그럼 도대체 수석은 누가……?”


수소문 끝에 발견한 것은 첫날부터 동기들을 데리고 술 마시러 갔다는 경박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알코올은 하루 만에 몸속에서 다 분해되지 않는다.

후각이 예민한 우마무스메라면 술 냄새를 모를 수가 없는 것.

그녀는 당장 내일부터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질 판에 저렇게 술이나 마시고 있는 남자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누가 진짜 1등인지 실력으로 증명하겠어.”


*


“해피 미크가 저기서 왜 튀어나와?”


방심하고 있던 나는 해피 미크가 튀어나오자마자 샴페인을 발사해버렸다.

뽕!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마개는 이내 툭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 마개를 주워든 것은 나도 잘 아는 네임드 트레이너.


“키류인…….”


나의 동기, -철-이었다.


“평소에 같이 술 마시던 애들끼리 잡은 모의 레이스인데 어떻게 알고 끼어든 거야?”

“신입 트레이너끼리의 레이스라니, 재미있는 기획 같아서요. 동기들끼리 절차탁마하는 자리라니. 이런 일에 빠질 순 없잖아요?”

‘얘 지금 동기들이 자기만 빼놓고 놀았다고 시위하는 건가?’


솔직히 그거 외에는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뭐, 그거야 상관없는 일인데. 쟤는 왜 도주를 하고 있는 거냐?”


8명이 달리는 경기에서 도주에 나선 것은 해피 미크와 야요이 뿐.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해피 미크의 적성은 선행과 선입.

거리고 경기장이고 다 A인 와중에 도주와 추입은 F에 불과했다.

굳이 도주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무리 그래도 명문가 출신인 그녀가 3달간 이러한 적성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기본 체급으로 다 때려잡겠다는 작전이냐? 그런 거라면 확실히 도주가 유리하긴 하지만…….”


게임에서의 육성에도 차라리 무지성 도주가 유리한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나 고작 8명짜리, 하물며 메이크 데뷰 이전이라 스탯들도 처참한 이런 경기에서까지 굳이 도주를 할 필요는 없었다.

현실의 우마무스메는 게임이랑 달라서 적성 말고도 ‘익숙함’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결국 선행으로 키울 거라면 괜히 도주를 시켜서 감을 잃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승부에 유리한 판단을 했을 뿐이에요.”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나는 지금 야요이와 내기를 걸어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해피 미크의 참전은 아무리 나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아니 쟤는 3달 동안 무슨 훈련을 했기에 미크 깡스탯이 저래?’


미크의 스탯은 한마디로 말해 압도적.

당장 호프풀에서도 상위 인기를 차지할 수 있는 체급으로 미승리전 수준의 레이스에 나오자 순식간에 다른 우마무스메들과 거리가 벌어졌다.

야요이는 그럭저럭 따라가는 듯 보였으나 미크가 몸싸움을 시도하자 아무것도 못하고 밀려나고 말았다.


‘끄응, 몸싸움은 다른 우마무스메랑 같이 뛰어봐야 느는 거니 지금 상태로는 쨉도 안 되나. 하필 이 녀석은 시위를 내기가 걸린 판에 해서는.’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의도적으로 키류인을 피하고 있었다.

생각해봐라. 인간의 몸으로 우마무스메 뺨치는 피지컬을 발휘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이랑 술을 마셨다가 인사불성이 되기라도 하면 그걸 누가 감당한단 말인가?


‘타즈나 씨는 항상 단둘이서만 마시자고 하고. 그게 불편해서 동기들이랑 마실 때는 일부러 얘 빼고 다녔는데.’


아무래도 쌓인 게 많은 모양이었다.

앞으로는 좀 잘해줘야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 허당끼 가득한 신입 트레이너에게 조언을 좀 해주기로 했다.


“남의 육성법에 트집 잡을 생각은 없지만 너 미크에게 저래도 되겠어?”

“…… 무슨 말씀이시죠? 같은 도주로 싸워도 미크가 압도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내가 저 녀석한테 도주를 주문한 건 어차피 저 녀석이 어차피 페이스 조절을 못할 테니까 야.”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명감독이 명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야요이를 훈련시키며 그녀의 레이스 지식을 일단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최선을 다해 마음대로 뛰라고 했다. 아예 시작부터 끝까지 전력을 다해 대도주라도 해보라고 했어.”


사람은 보통 편한 대로 하라고 하면 알아서 자기 적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야요이는 괜히 우마무스메까지 불려온 명마 출신 아니랄까봐 훈련이 안 되어있을지언정 타고난 자질은 좋았다.


‘종마로 유명한 녀석 아니랄까봐 시작부터 높은 깡스탯, 거기에 ‘그것’까지.’


1400m라면 그냥 대도주를 때려 박아도 될 스태미너가 있었으므로 나는 그녀에게 별다른 작전을 주문하지 않았다.


“대도주요? 그런 것치곤 벌써 미크에게 1위를 내어주고 앞이 틀어 막혔는데요?”

“하지만 저걸 막겠다고 미크 또한 맞지도 않는 도주를 택했지?”


그 순간.

호흡을 가다듬은 야요이가 한 줄기 질풍이 되어 미크를 제치고 선두로 나아갔다.


“저게 무슨……!”


누가 이사장 아니랄까봐 육성 시작부터 기본으로 달고 있던 두 개의 금딱스킬.


한줄기 질풍(ハヤテ一文字)

호전일식(好転一息)


아무리 쓰레기 스킬이라 비난받아도 이만한 실력대에서 금딱 둘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강철따리 강철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거야!’


그러나 잘 대해주기로 결심한지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본심을 숨기며 말했다.


“변칙적인 작전? 몸싸움? 다 좋다 이거야. 지기 위해 달리는 녀석이 어디 있겠어. 모든 우마무스메가 승리를 노리는 이상 트레이너는 그에 부응할 의무가 있지.”

“그래서 저도……!”

“하지만 잊으면 안 되지. 트레이너는 어디까지나 저 녀석들이 더 잘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지 저 녀석들을 이용해 승리를 얻어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


그와 동시에 야요이가 1착으로 결승선을 지나쳤다.


“미크가 평범하게 자기 적성에 따라 선행책을 들고 나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걸.”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앞으로는 선행으로 나온다고 해도 강철따리 허접한텐 절대 져줄 생각 없었지만.

2착으로 결승선을 지나친 미크는 어느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서 미크랑 잘 얘기해봐라. 나는 내 애마나 보러갈란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따버린 샴페인의 병나발을 불었다.

얼른 가서 축하해줘야지.

축하도 잘못하면 체력 더 떨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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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카와(秋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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