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린 시절에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갇혀서 자유롭게 날지 못하면서도 그것에 만족하면서 산다는 것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때로는 부러웠었다. 나처럼 잘하는 거 하나 없이 방황하는 것보단 형편이 더 좋을 테니까.

 

“나 이렇게 살아서 대학을 갈 수 있으려나.”

 

그 날도 여느 때처럼 푸념만을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냥 보내주세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으슥한 골목길에서 들렸고, 나는 호기심 때문인지 그쪽으로 향했다.

 

“고작 성인 남성 두 명이서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요?”

 

어린 우마무스메를 위협하던 불량배들은 잠시 주춤했으나 어린 우마무스메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다시 어린 우마무스메를 위협했다.

 

“나 옛날부터 궁금했는데. 우마무스메는 인간보다 성장이 빠르다며?”

 

불량배 중에 한 명이 어린 우마무스메의 몸에 손을 대려했다.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 무시하는 게 맞았겠지만 나는 어째선지 몸부터 움직였다.

 

“손 때, 이 새끼들아!”

 

나는 내 가방을 집어 던지고 불량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전문적으로 싸움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 

 

“이 주변은 이제 얼씬거리지도 마.”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린 우마무스메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서 싸웠다.

 

“더럽게 아프네.”

 

“저 혹시 괜찮으세요?”

 

내가 구해준 어린 우마무스메가 말을 걸었다. 앞머리에 흰색으로 다이아몬드가 그려진 신기한 아이였다.

 

“구해주신 건 정말 감사 드려요. 보상을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옷만 봐도 딱 잘사는 집 아이 같았는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보상 같은 건 됐어. 그런 거 바래서 싸운 것도 아냐.”

 

“그래도 뭐라도 해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어린 애한테 뭔가 받기도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럼 미래에 최강의 우마무스메가 돼. 그 다음에 최고의 레이스를 보여줘. 그거면 돼.”

 

나는 어린 우마무스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그걸로 되나요?”

 

나는 살짝 웃어 보이며 자리를 떴다.

 

 

 

 

그러고 나는 다음날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 하지만 평소랑은 달랐다. 담임이 말하기를 어떤 돈 많은 양반이 나를 명문인 학교 전학 시켰다고 했다.  나는 철 지난 만우절 장난인줄 알았으나 진실이었고 인생에 목표 없이 살던 나에게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유망적이라며 그것을 목표하라고 했다.

 

나는 누군지 모를 후원자의 뜻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교에 합격했고 그대로 트레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직도 담당 우마무스메가 없다. 열심히 달려서 중앙의 트레이너가 된지 1년이 지났는데 그 어떤 우마무스메도 담당하지 못하다니. 

 

“오늘 모의레이스에선 우마무스메를 스카우트할 수 있겠지.”

 

 

 

“1착은 사토노 다이아몬드! 2착인 키타산 블랙과 코 차이로 1착을 따냅니다!”

 

1착을 따낸 ‘사토노 다이아몬드’라는 우마무스메는 앞머리에 하얀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저 앞머리는 설마 그때.”

 

내가 구해줬던 우마무스메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흐른 건가.

 

“저 아이라면 스카우트할 수 있겠지.”

 

사토노 다이아몬드에게 스카우트를 제의하려 했지만 그녀의 레이스를 본 많은 트레이너들이 모여 이미 군집을 이루었다.

 

“이정도 인파면 말 걸기도 힘들겠는걸...”

 

나는 인파가 빠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트레이너 분인가요?”

 

“어. 맞긴 한데. 누구시죠?”

 

“전 키타산 블랙이에요! 다이아짱의 레이스 정말 대단했죠?”

 

“키타산?”

 

자신을 ‘키타산 블랙’이라고 소개한 아이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친구였다. 사이가 정말 좋은지 사토노 다이아몬드 자랑을 장황하게 해주었다. 사토노라는 아이에 대한 것을 잘 알게 되었지만 덕분에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인파와 함께 사라졌다.

 

“벌써 가버렸네. 말 한마디도 못 나눠봤는데 아쉽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트레이너를 트레이너 트라이얼이라는 것으로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원 해보고는 싶었지만…

 

“내가 지원하기에는 나는 너무 부족하지.”

 

라는 이유로 면접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있으면 이곳에 온지도 1년하고도 반년이네. 그냥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갈까.”

 

정말로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밤길을 걷고 있었다.

 

“저기 트레이너님?”

 

나를 부른 건 다름 아닌 사토노 다이아몬드였다.

 

“사토노 다이아몬드? 무슨 일인가요?”

 

“왜 당신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죠?”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많은 트레이너들이 나를 스카우트하려고 찾아왔어요. 이번에 트레이너 트라이얼에도 많은 사람이 지원했고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찾아오지도, 면접을 지원하지도 않았어요. 이유가 뭐죠?”

 

“딱히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거 제가 당신에 비해서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을 뿐이죠.”

 

“흥미롭네요.”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앞머리의 하얀 다이아몬드가 자꾸 그때의 어린 우마무스메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 건가요?”

 

“별거 아닙니다. 그저 당신을 볼수록 학창시절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요.”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의아하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제가 어릴 때 골목에서 어떤 어린 우마무스메가 좋지 못한 일을 당할 뻔 했죠. 그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불량배들을 때려눕혔습니다. 근데 그때 구해준 어린 우마무스메의 앞머리에 당신과 같은 하얀 다이아몬드가 있었거든요..”

 

나는 주먹을 쥐며 과거에 있던 일을 말했다.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앗, 죄송합니다. 당신 같이 귀한 분에게 제가 너무 무례한 얘기를 했군요.”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이야기에 나오는 게 사실은 저거든요.”

 

놀랍다. 내가 그때 구해준 어린 우마무스메가 엄청난 유망주인 사토노 다이아몬드였다니.

 

“그때 당신이 내게 말했죠. ‘최강의 우마무스메가 되어라.’라고. 그래서 당신을 찾아왔어요.”

 

설마 나를 역으로 스카우트하겠다는 건가?

 

“저의 트레이너가 되어주세요.”

 

“하지만 당신의 트레이너는 트라이얼로 뽑는 게 아닌가요…?”

 

“그런 건 징크스에 불과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징크스를 깨는 것을 좋아하고요.”

 

“그렇다면 잘 부탁 드립니다.”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웃음을 지었다.

 

“저도요. 그리고 이제 존댓말은 하지 마세요. 그것도 징크스라구요?”

 

나는 그렇게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트레이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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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안되거나 설정붕괴된거, 오타지적은 댓글로 달아주라.

다들 잘 봐줘서 고맙다.

2편은 가능하면 빨리 가져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