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릅니다, 빠릅니다! 스페셜 위크 1착으로 골인!"


져버렸다. 처참하게 져버렸다.


사츠키상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졌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도 못했다.


14착, 참담한 성적표.


"오~호호호! 오늘은 실수가 있었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승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와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물이었지만, 애써 지은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


"킹, 오늘은 정말 아쉬웠어. 아무래도 내 레이스 전략이 문제인 것 같으니 다음에 노력해보자"


"그리고 오늘 경기 후 인터뷰는 나 혼자 갈테니까, 오늘은 푹 쉬고있어"


트레이너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조용해진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응, 승부복 갈아입을테니 잠시만 나가줄래?"


그는 고개를 까딱, 한번 끄덕이고는 문을 조심히 열고 나갔다


"흑.. 흐윽.."


눈물을 최대한 참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프라이드를 지탱해주던 트레이너마저 사라지자


그녀의 갈색이 은은한 눈에서는 무너진 둑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부웅- 부웅-)


그런 정적을 깬 것은 그녀의 스마트폰 진동소리였다


(달칵-)


"..여보세요?, 어머님?"


"킹, 더 이상 세간에 추태를 그만 보여주고 이젠 돌아오렴"


"그치만.."


"그치만? 너는 스페셜 위크양의 발끝마저 따라가지 못했어, 너는 아름다운 레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그저 그런 우마무스메일 뿐이란다"


입을 떼고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말이 화나기보단, 오히려 내 실력이 모자름에 분했다


"그만두고 돌아오렴, 너같이 재능 없는 아이는 중앙의 트레이너분께 민폐란다. 너로인해 담당 트레이너가 없어 중앙에서 떠난 우마무스메들을 생각해서라도-"


(툭-)


그 이상 들었다간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에 억지로 그 소리를 다물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가슴 한쪽이 쓰라려 왔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그가 나를 믿어주고 있으니까..


대기실 한 켠에 놓여진, G3 마일에서 우승했을 때 트레이너와 단 둘이 우승컵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이에게는 우라라와는 다른 방면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면 킹의 이름에 먹칠이니까.. 그이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야지!"


───────────────────────────────────


트레센에 돌아올 때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이 비가 잔뜩 내렸다


기숙사에선 후지 키세키씨가 비 맞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오늘 고생했어 킹, 아! 우라라는 지방 출주 일정때문에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거야. 쓸쓸하겠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아! 그리고-"


"죄송한데.. 너무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봐도 괜찮을까요?"


"어- 응.. 그래 푹 쉬렴. 힘내고!"


평소에도 다정한 후지 선배였지만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다정했다


'그만큼 풀 죽어 보인다는 얘기겠지..'


매번, 매일같이 똑같은 기숙사의 계단을 올랐지만 오늘 만큼은 더 기나긴 심연같았고


내 발걸음은 무게 추를 달아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


'킹! 축하해! 오늘도 열심히 완주한거네!'


방문을 열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반색했지만 역시나 환청이었다


"우라라씨가 계셨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라라씨가 없는 어두컴컴한 방은 나를 우울감의 바다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트레이너가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면, 그녀는 나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칠흑같은 방의 어둠을 불빛으로 거두어내었지만 절부조인 나에게는 위안이 될 수 없었다


'트레이너한테 전화나 해볼까..'


도피처도 없는 나에게 마지막 의지할 곳은 그것 뿐이었다


스마트폰을 열자 무음모드라 몰랐던 메시지들이 잔뜩 와 있었다


[킹쨩, 인터뷰 봤어 괜찮아?]


[괜찮은거지? 킹, 걱정하고있어 연락해]


'레이스에서 진 것 뿐인데, 저는 친구 운이 상당한 것 같군요..'


레이스에 진 것 가지고 이 정도로 걱정해 줄 필요까지는 없었을 터인데..


난 그녀들이 보내온 과분할 정도의 걱정을 보며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도 오래가지 못했다


더비 우승마 -스페셜 위크-에 관한 얘기가 올라와 있어야 할 말딸 뉴스 1면에는 다른 얘기가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 우마무스메 굿바이 헤일로 후계 킹 헤일로 담당 트레이너, 실책을 인정하며 사임'


가슴이 답답해졌다. 눈 앞이 캄캄해져 왔다. 주먹을 세게 내리친 탓에 액자가 떨어졌다


스마트폰을 놓쳐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지만 관심이 없었다. 아니 상관이 없었다


입술에선 피 맛이 났다. 눈물은 이미 말라 더 이상 흐를 눈물이 없었다


'내가 일류 트레이너야!'


그가 그런 말을 했던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졌다


'모두 저의 실책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재능은 일류가 확실합니다'


트레이너의 잘못이 아닌데, 나의 나약함 때문인데..


그는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 했다고 한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와 피가 났지만 마음의 상처에 비교할 것은 아니었다


'돌아오렴' '너는 재능이 없어'


애증의 목소리가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불안해, 답답해, 숨을 못쉬겠어, 도와줘 트레이너..'


미쳐버릴 것 같은 와중 액자가 떨어져 반쯤 깨진 트레이너와의 사진을 보고 그가 과거에 해준 말을 떠올렸다


'싫다면 도망쳐도 좋아,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괜찮아, 거기엔 내가 항상-'


그래 도망치자. 이 모든 악몽에서 도망치자. 도망치면, 악몽이 끝나겠지


힘겹게 몸을 이끌고 올라온 비가 내리는 기숙사 옥상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아슬아슬한 난간에 걸터앉아 마지막이 될 비바람을 느꼈다. 차디찬 바람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혈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나비 한마리가..'


───────────────────────────────────


첨 글썻는데 너무 개판으로 썼네 킹 스토리보고 괴롭히고 싶어서 원본마 행적 참고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