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야구나 축구 경기를 아나운서가 중계하듯 일본의 경마 또한 아나운서가 중계한다.

아나운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경기 양상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영상 녹화와 유튜브가 발달된 요즘에는 아나운서의 중계 또한 영상으로 남는다.

아나운서가 멋진 대사를 치거나, 경기 자체가 아주 치열했을 때의 중계는 이른바 "명중계"로 기록되기도 한다.

(그러한 명중계들은 우마무스메 내에서도 "특수중계"로 우마무스메마다 하나씩 이스터에그로 숨겨져 있다.)


그런 가운데 여기 "거리 적성 1200m", "중장거리 적성 G"라 불리는 한 아나운서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아오시마 타츠야. 후지TV 소속의 고참 아나운서이다.



아나운서 활동 자체는 1988년부터 시작했고, 경마 중계는 1990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중계 특징은 "높은 목소리와 동반되는 초 하이텐션" 그리고 "말이 아주 빠르다는 것"이다.


90년~00년까지 그의 중계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사일런스 스즈카의 마이니치 왕관.

중계가 더욱 주목받게 된 것 자체는 나중의 일이지만, 이미 당시에도 "어디까지든 도망쳐주겠다!"라는 중계로 나름의 명중계를 만들어냈다.

(보러 갈 사람은 이쪽으로)


이때까지는 그저 텐션 높은 경마 중계진 중 하나였고, 전설로 남은 몇몇 아나운서와는 다르게 아직 이렇다할 명중계라 할 것도 많이 없었다.

그런 그가 경마 해설로써 사람들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00년 즈음.

지금은 전설로 남았다는 어떤 한 경기의 중계가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2000년 11월 12일 열린, 더트 1400m의 G3 경기인 네기시 스테이크스.

여기서 승리한 브로드 어필은 본래도 추입 각질을 사용하는 더트마였지만,

이 경기에서는 앞뒤간 간격이 너무 벌어져 그대로 침몰할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영상 58초부터) 하지만 정말 귀신같은 라스트 스퍼트에 보는 사람들이 모두 끓어올랐고

거기다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하이텐션 중계까지 얹어지니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아오시마 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59초부터) 바깥쪽에서 뛰어든다, 브로드 어필! 바깥쪽에서 브로드 어필, 주황색 모자가 뛰어들었다!

허나 선두와는 아직 5~6마신 떨어져 있다! 200m를 통과했다! 선두인 에이신 생 루이스 치고 나간다! 2순위는...

(하던 말을 끊고) 엄청난 뒷심, 브로드 어필! 3순위! 2순위! 앞쪽에! 닿을 것인가! 닿을 것인가! 닿을 것인가! 닿을 것인가!

닿았다! 닿았다! 스퍼트로 제쳐 이겼다! 엄청난 뒷심이다! 브로드 어필, 더트 3전 3승의 쾌승!"

단 20초만에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다.


아오시마 본인의 신념은 "경마 중계를 할 때는 모든 말의 이름을 적어도 한 번씩 부르려고 합니다. 모든 말에게는 각자의 팬이 있을 것이고,

어릴 적 저 또한 팬으로써 아나운서가 응원하는 것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뜨거워지는 것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라고.


하지만 그런 동시에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중계에는 비판 또한 있었다.

최종 직선에서 선두로 달려나오는 말들을 중계해야 할 판국에 방금 말한 "신념" 때문에 뒤쪽에 있는 인기 낮은 말의 이름을 뜬금없이 소리쳐 팬들을 "엥?"하고 깜짝 놀라게 한다던지, 말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탓에 중장거리 중계에서는 한 마디 하고 침묵하고, 한 마디 하고 침묵하는 식의 중계를 한다던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발음이 뭉개져 이상한 단어로 들린다던지, 집중력이 떨어져 이 2m짜리 언덕을 200m짜리로 만들어버린다던지, 어떻게든 오디오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뜬금없는 멘트를 집어넣는다던지, 말을 할 때 끊어말할 타이밍을 놓쳐 "1번 인기인 키즈나, 딥(딥 임팩트) 산구. (타고 있는 건) 타케 유타카."라고 말해야 할 걸 "1번 인기인 키즈나.      딥 산구 타케 유타카." 라고 말해 졸지에 타케 유타카 기수를 딥 임팩트의 아들로 만들어버린다던지.


이러한 문제점이 집약되었던 것이 2013년 일본 더비였다.



여기서만 해도 "혼파망 중계"라 불리는 멘트가 벌써 7개나 등장한다.

44초 "승부의 1코너" (경마에서는 승부를 4코너에서 본다)

55초 "딥 산구, 타케 유타카"

1분 12초 "더비 첫 기승, 로고 타입" (로고 타입은 말 이름이지 기수 이름이 아니다.)

 1분 37초 "크리스찬 데무로 사츠키상 우승마" (크리스찬 데무로는 기수 이름이지 말 이름이 아니다.)

2분 28초 "고저차 200m의 언덕! 시련의 언덕! 그 너머에 무엇이 보이는가!"

2분 43초 "한가운데에... 개가!"

2분 47초 "인연 커터 (키즈나 cutter)"


물론 이 중에는 팬들이 웃자고 발음 뭉개진 거나 끊어 말하기를 잘못한 걸 가지고 놀리는 게 있다.

하지만 '승부의 1코너', '고저차 200m의 언덕'은 명백한 실수라고 아오시마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로 중계 미스가 많았던 경기.


단거리 경기에서는 아까 위의 네기시 스테이크스 처럼 빠른 말투와 높은 텐션 때문에 엄청나게 끓어오르는 중계이지만,

중장거리에서는 중간중간 침묵이 생긴다던지 쓸 데 없는 말이 들어가거나 말실수를 종종 해버리는 아오시마 아나운서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일명 "아오시마 바쿠신 오"이다.


바쿠신 오의 원본마는 1400m 이하의 단거리에서는 귀신같이 1착을 따냈던 반면 1400m를 넘으면 스태미너 문제로 1착을 따낸 적이 없다는 것에서, 아오시마 아나운서도 단거리 마일 중계까지는 스태미너가 버티지만 중장거리만 가면 혼파망 중계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붙은 별명이다. 물론 비난하려고 붙이는 게아니라 반쯤은 애정, 반쯤은 놀리려고 붙인 별명.


이러한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밈 중 일부는 우마무스메에도 반영되었다.

한섭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1~4착 우마무스메가 전부 코, 목 등 아주 근소한 차이로 골을 통과했을 때 "대접전 후 골(大接戦のゴール)"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다이셋센노 고-루"가 아니라 "다이셋센 도고-온"으로 들린다. 이는 아오시마 아나운서가 중계했던 2008년 텐노상(가을) 중계에서 따온 것이다. 3착 딥 스카이에 1착과 2착이 정말 몇 cm 차이도 안나는 채 보드카 1착, 다이와 스칼렛 2착이었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는데, 아오시마 아나운서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마지막 골을 통과할 때 "대접전 후 골"이 아니라 "대접전 도곤"으로 들릴만큼 발음이 뭉개지게 중계를 했었다. 이것이 경마팬들 사이에서 드립이 되었고 우마무스메에서도 똑같이 들어왔다.


또, 아직 한섭에는 없지만 반주년 때 추가되는 시나리오인 "아오하루 배"시나리오에서는 팀을 구성해 치루는 경기가 몇 개 있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팀 중에 "사카오노보루(サカヲノボル)"라는 팀이 있다. 일본어로 언덕을 오른다 라는 뜻인데, 이는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단골 멘트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서로 다른 네 경기에서 나온 "언덕을 오른다!" 멘트 타이밍만 맞춘 영상이 있을 정도.



(영상 2분 12초 지점)


심지어 우마무스메 게임에도 애니에도 쓰인 곡 "꿈을 걸어! (원제 ユメヲカケル, 유메오카케루)"를 패러디한 "언덕을 넘어! (サカヲノボル, 사카오노보루)"마저 존재할 정도. 다만 이 영상은 아오시마 아나운서와는 관련이 없고, 기수가 말 위에 타는 것이 아니라 말이 끄는 썰매에 타 경주를 펼치는 '반에이 경마' 홍보 영상이다. 다만 제목만큼은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패러디가 맞다고.


아오시마 아나운서는 경마 중계만 올해로 33년차 되는 초 베테랑이기도 하다 보니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침묵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그 엄청난 성량 때문에 다른 중계에서 아오시마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잡히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경마 팬들은 아오시마 아나운서를 좋아하고, 우리나라의 일부 우마무스메 팬들에게도 "고오오오루도싶뿌 쯔요오오이!!!!!!" 라던가 "엪프포오오오오오오오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등등 몇몇 소리치는 중계가 인기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