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우마무스메라면 꿈꾸는것이 뭘까?


당연하지않은가.


다른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트레센이라면 그거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힘차게 달리기 위해.


강해지는것.




중앙 트레센.


타키온이 한손에는 사과를 들고는 아작아작 그것을 씹어먹어가며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연구실에만 처박혀있는 그 타키온이 나왔다고?" 라는 반응으로 한가득.


벌써 한달째 운동다운 운동은 안했지만.


헐거운 교복에 가려진 몸은 가닐었지만


주변에 있던 우마무스메들은 곧 깨달았다.


사실 이놈...



엄청나게 훈련한거 아니야!?





트레센의 식당이였다.


식당은 먹는것을 좋아하는 우마무스메들 답게 학생들로 한가득.


그렇지만 이곳에...


그래 이곳에 너무나도 잘 눈에 띄는 한명.


하나야마 카오루.



다른 우마무스메들의 몇배나 되는 우락부락한 덩치. 흉터 가득한 얼굴이다.



만.



성인이 된지 얼마 안됬다. 저래뵈도.




타키온은 거침없이 그앞에 앉았다.


"우리 구면이지 트레이너군?"


"너는...


타키온?"


"맞네. 귀신소동 이후로 기억하고 있었군.


골드 쉽이나 맥퀸은? 항상 같이 다니지 않던가"


"잠깐 자리를 비웠어."


"그렇군... 운이 좋아! 이런건 계산에 없었는데 말이지."


"전부 계산대로 흘러가진 않으니까."


"하하... 트레이너군. 맞는말을 듣는군."




타키온은 옷소매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피식 웃어버렸다.


"뭐 둘만 있는 상황이니 그렇기에 본론부터 꺼내도록 하지.


트레이너군. 나와 한판 붙어주게나."



"...?"



"이런말은 무례가 심하겠지만 익숙하지 않은가?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안그런가?"



"그건...


어떻게 알았지."


"하하하! 트레이너군. 나도 자네에 대해서 잘 알고있네. 자네는 트레센의 유명인이야! 어쩌면 우마무스메보다 더할지도?


그러다보니... 뒷조사를 조금 했지...


그리고 세상에는 굳이 분석해보지 않아도 보이는것이 있네.


자네.



터무니없이 강해."



"..."


"그.렇.지.만.


나도 강한걸로 어디에서 밀리진 않을세.


약속이 있다거나... 골드 쉽과 잠시 시간을 보내야한다면 어쩔수없지.


하지만 끝나는데로 트레센 구석에 있는 철거구역으로 와주게.


맨손 싸움에 그정도로 어울리는 장소는 없지 않나."



"확실히 지금은 못가지."


"오? 확실히 담당 우마무스메와 시간을 보내야하니 그런건가? 참으로 좋은 자세일세! 트레이너... 아니 나의 모르모트였다면 참 좋을탠데 말이지."


"확실히 그것도 있긴하지...


그렇긴한데..."




그때였다.


구내식당의 입구에서 무언가 상당한 인파가 몰려들며 오고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상당한 크기의 탱크에 밀크쉐이크가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저거봐!! 저것만해도 몇백리터는 넘겠어!!"


"무, 무슨!?"


"내가 지금은 약속이 있어서 말이지.


돌아가주면 좋겠군 타키온."


"약...속...이라니 무슨..."


"토레~이나! 공룡 트레이너~!"



"이 목소리는...!"



"아앗...! 이렇게 좋은 밀크 쉐이크가 한가득인데 한순간에 사라진다니...!!! 하, 한모금만 마시면 안되겠사와요...!?"



"무슨 소리야 바보맥퀸! 이건 공룡 트레이너랑 오구리의 결투잖아!"



"아앗...!"



"참아줘 맥퀸...



트레이너!



하나야마 카오루!!!"





정말 뻔한것이 아니겠는가.



트레센에서 이런일을 벌일놈.



골드쉽이 수많은 인파를 뚫고 거대한 탱크에 밀크쉐이크를 담아 가지고 오고 있었으며 그 앞에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맥퀸과 승부욕으로 불타는 오구리가 있었다.



하나야마가 말했다.


"골드쉽의 권유로 밀크쉐이크 마시기 대결을 하기로 했거든.


시간이 조금 걸릴거야."


"...허!"




타키온은 어처구니 없다는듯 말했다.


"계속 이런일을 했던것인가? 골드 쉽의 트레이너로써?"


"...그야.


골드 쉽 이잖아.



맥퀸이기도하고.



오구리잖아."



"..."




정말로 단순하지만 간략하고 명확한 답변.


그 답변에 타키온은 피식 웃어버렸다.


항상 이래왔던것이구나. 하나야마라는 남자.


골드 쉽에게 나름 진심인걸까.


"하하... 그렇군. 하긴 골드 쉽은 장난을 좋아하니 자네랑 함께라면 골드 쉽도 쉴틈이 없겠지."


"준비는 됬겠지 공룡 트레이너! 이걸 위해 오구리가 밥도 조금 굶었다고!"



"그럼 나는 잠시 실례. 약속 지키게나."


"...알겠어."




골드 쉽이 가까워지자 타키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떠났다.


하나야마는 잠시 그걸 지켜보다가 이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스타일을 정리하고는 오구리와 골드 쉽 그리고 맥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해가 이미 저물어버린 트레센 한구석의 철거구역.


옛날에 학원이 지어진 초창기에 있었던 건물로 지금은 쓰지않아 철거 예정으로 둔 장소였다.


어둡고 침침하고 시멘트로 가득했으며 무엇보다...


다소 넓었다.


하나야마는 약속을 지키기위해 나와있었다. 시간은 대략 10시. 약속시간을 따로 잡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을까 싶어 온것이였고 만약 기다려봐도 없다면 다시 돌아가 내일을 기약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서오게 하나야마!"


"안녕하세요 트레이너님."


"!"




그때 구석진곳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한명은 타키온. 한명은...


"...저기...


옆에 그쪽은... 누구지?"


"앗. 미안하네 말을 하지 않았군.


스칼렛양일세. 훌륭한 우마무스메지 내가 개인적으로 아끼기도하고 말이야."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만나는건 처음이네요 하나야마님."




그녀가 작은 손으로 악수를 청하자 그는 말없이 손을 받았다.


"이쪽은 그래서...


무슨일로...?"


"증인으로써 왔습니다."


"...?"


"증인일세 트레이너. 증인말이야.


내 실험에 대한 증인말이지.


물증이 없으면 심증을 증명할수는 없는법! 우리 둘끼리만 투닥거리고 끝나면 뭐하겠는가 목격자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뭐 스칼렛양은 싸움에 참가하진 않을태지만."


"..."



그러고나서 타키온이 잠시 실험가운을 벗어 스칼렛에게 건내주었다.


그러자 보인것은.


놀라운것이였다.


"내가 요즘에는 운동을 안했지만... 이미 완성되었고 테스트만 겪으면 되다보니...


이렇게 되었군."




그 니트로도 가려지지 않는...


타키온의 멋진... 근육...



상당히 훈련했다는 뜻이였다.



"하하하 트레이너군. 자네의 근육에 비하자면 보잘것 없겠지만.


나도 나대로 상당히 "훈련"했지.


재밌는거 하나 보여줄까 트레이너군?"


"...?"




타키온은 이내 마치 보란듯이 니트도 올려 복근을 보였으며


곧 마술 같은일이 벌어졌다.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움직여 마치 이송용 튜브에서 물건이 움직이듯.



근육이 점차 밑으로 내려가 다리에 모였다.



"타키온씨... 그건 대체...!?"


"..."


"하하하! 놀랐나보군 스칼렛양. 그래 놀랄만도 하지. 이런것이 가능한게 어디 한두명이겠나."


"타키온...


약을 쓴다는건 알지만...


대체 무슨 신약을... 만든거지."


"약?"




하나야마의 물음에 어처구니없다는듯 타키온은 말했다.


"아닐세. 이건 단지... 뭐랄까.


식이요법.


끝없는 훈련.


그리고 약간의... '특제 건강 보조제'로써 만든걸세.


과학으로 극강의 육체를 완성시킨다... 멋지지 않나?



트레이너군. 이자리니까 말하지만 나는 원래 몸은 괜찮게 태어났지만 뼈가 약했네... 각력은 좋지만 언제 다리가 부러져도 이상할게 없었지. 엔진은 좋지만 기체가 허약하달까...?


하지만 이런 나라도 방법을 찻지 못한것은 아닐세.


뼈가 약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물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선천적인 갑옷...



근육을 강화시키면 되지 않겠는가!



허벅지 하나당 32인치!(81cm) 뼈를 보호하면서도 극강의 운동능력을 발휘할수있는 아슬아슬한 사이즈일세!"



"...!!"





이런놈도 있구나.


하나야마는 생각했다.


아니.


이런놈은 이미 봤다.



타키온이 말했다.


"알겠나 트레이너군? 내가 왜 자네를 불러냈는지 말이야. 자네는 말이야. 내 궁극의 육체에 대한... 실험재료야!


트레... 아니... 이제부터 모르모트군이라고 부르겠네...!"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대치시간이라고 해야할까. 상대방을 파악하고 전황을 확인하는 순간 말이다.


그순간.


선빵은 타키온이였다.



"뻐억!"



"!!"



"뭘 그리 멍하게 있나 이사람아~!!!



링 위에 오르는자가 가운을 벗었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하하하!!



테스트!



시자아아악!!!"





무자비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타키온은 하나야마를 끝업이 몰아붙히며 공격했다. 발차기. 옆차리. 날아차기. 돌려차기 내려찍기.


기뻣다.


타키온은 엄청난 지능의 축복을 타고 태어난봐. 너무 뛰어난 능력에 지금껏 단 한번도 진심을 내본적이 없다.


내가 진심을 내면.



위험하니까.



하지만 이 남자.



내 두뇌보다 이 육신이 더 강하다.



두뇌에 걸맞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려왔다. 꿈이 이루어졌어!!




타키온은 이제는 날아다닐 지경이였다. 옆에서 보는 스칼렛은 타키온에게 이런 잔혹한면이 있었던것인가 혼동이 올만큼이나 당황했지만 그 싸움에 차마 끼어들수는 없었다.


당연한일이였다.


지금 저 싸움은 허리케인이나 다름없는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끼어들겠나!!!




이 상황을 스칼렛은 이렇게 증언했다.



"말도 말라고...! 트레센의 우마무스메야 달리는걸 중시하다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야한다지만... 그래도 각력이 중요하지!


그런데 타키온씨는 말이야. 뼈는 좀... 안좋아도 각력은 정말로 뛰어나! 어쩌면 루돌프 회장과 비견될만큼!


그런 타키온이 한층 더 강화된 각력으로... 누군가를 두들겨팬다니...!!!! 중간에 헛발질도 몇번 있었는데 말이지 그때...!


콘트리트 기둥이... 충격 때문에 조금씩 박살났어...! 타키온씨도 수없이 발차기를 날리느라 사실상 공중에 날았다고...!



이게 격투기였다면 챔피언 밸트감일껄...!?


...뭐?


승부가 났냐고?


하나야마가... 그렇게 맞았으니까...?


...하하.


이거 참.


너희들. 하나야마 카오루를 정말 모르는구나?



그게 말이지... 하나야마씨가 말이야. 팔을 이렇게 높게 들고... 다리를 넓게 벌리고는 말이지.


정자세로 조금씩 충격으로 밀려날지언정 그대로 다 맞아줬는데 말이지...


그순간...


하하...


괴물 같았달까.



터진 석류꼴이 되버렸을껄~?"





타키온의 연속되는 연타에 그 남자 하나야마 카오루는 방어 따위 생각치도 않고.


그저 순수하게...


당당하게 버티고 서있었다.


그리고.


"철썩!"



"컥!"



"타, 타키온... 씨...!!!"



"쿵!!!!"





주먹은 쓰지 않았다...


만.


다른놈도 아니고 트레센의 트레이너로 있는봐.


야쿠자에서는 조금 떨어진 삶을 살기위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골드 쉽을 위해서라도...!



타키온에게 명예와 긍지를 담아!!



한손으로는 뒷목과 뒷통수를.



한손으로는 얼굴을 감싸고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그럼에도 충격은.



터무니 없었다.



우마무스메가 아니였다면 사망이였다.



아니. 그걸 떠나 평범하게 맞았으면 우마무스메여도 사망이였다.





잠시후 기절해있던 타키온이 가장 먼저 본것은 스칼렛의 걱정 어린 얼굴이였다.


"핫!"


"타키온씨! 정신이 드시나요!?"


"스칼...렛?


나는...대체...?"


"승패가 났어요.


하나야마씨가 이겼어요."


"그럴수가...!"




충격적인 결과.


저 한쪽에는 당당하게 서있는 하나야마가 있을뿐.


그가 말했다.


"계속하겠나?"



"...하하.



기브업.



충분히 경험했네. 모르모트군."





스칼렛의 품속에 안겨서는 꼴사나운 모습이였지만.


어쩔수없었다.


그 말에 하나야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서서 뒷주머니에 넣어둔 와일드 터키를 마셔가며 떠났다.


떠나기전 타키온이 말했다.


"모르...아니 하나야마군!"


"...?"


"멋대로 신청해서 멋대로 때려패고 요구한거 미안할세.


자네 정말 상냥하군. 덩치나... 흉터에는 맞지않게."


"...약속이니까."


"...하!


끝까지 멋진척이군."




그런 남자였다.


구두약속이라도 지킨다.


맡아준다.


그것이 협객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