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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멈추셔도 좋습니다. 기프트 씨.”

“흐억.. 헉.. 후.. 어땠나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만, 가장 시급한 것은 오른쪽 발을 디딜 때 힘을 과도하게 싣는다는 점입니다.”

달릴 때 한쪽 발에 힘이 과도하게 실리면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고로, 다른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이 습관만은 빠르게 고쳐야 기프트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해질 터.

자그마한 모래 알갱이가 쌓이고 쌓여 커다란 모래성이 되듯, 문제를 간과한 사이에 쌓이고 쌓여 커다란 부상이 되는 것이다.

“당분간은 트레이닝에 앞서, 습관 교정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앞서 말했던 문제를 제하고도 팔의 움직임, 호흡법, 무게 중심 등 고쳐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각오를 단단히 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풀이 죽어 잔디 위에 널브러져 있는 기프트를 일으켜 세운 뒤, 차갑게 식힌 수건과 물을 건넸다.

“오늘 훈련 수고하셨습니다. 씻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신 뒤 부실로 오시면 됩니다.”

“네! 트레이너도 고생하셨어요!”


하늘을 보니 마치 태풍의 눈 안에 들어온 듯, 여름임에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마치 태풍의 칼바람같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트랙을 떠나는 기프트를 배웅한 뒤, 코앞으로 다가온 재앙을 어떻게 넘길지 고민하며 부실로 향했다. 


**


부실 앞에서 문 손잡이를 잡고 망설이기를 10분째.

기프트가 오기 전에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쳐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히고 문고리를 돌렸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퍼뜩 안 드가고 여 있나?”

“아, 타마모..”

“금마들 지금 니를 쎄빠지게 기다리고 있을긴디, 거서 뭐 그리 수줍다고 쭈뼛거리고 있노?”

“팀원들 의견도 듣지 않고 계약했으니, 너희들을 볼 낯이 없어서.”

“아이고.. 이 문디 자슥아. 니가 누고? 트레이너 아이가. 팀을 이끄는건 트레이너, 바로 니다. 우린 그저 따를 뿐인 기라.”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그니까, 루돌프 금마한테 그만 좀 휘둘리라. 니가 갸한테 죽고 못 사는 거 알고 있는디, 갸는 니를 쥐고 흔들라고 한데이.”

타마모는 속이 답답한지, 한숨을 푹 쉬고는 부실의 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트레이너. 잊지 말그레이, 니가 이 팀을 만든기다. 니가 중심이라꼬.”

“하아.. 첨 만났을 때 그 반짝반짝하던 얼라는 어데 가고 이 답답하고 미련한 머스마만 남아있노..”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한탄하던 타마모는 부실 문을 활짝 열었다.

타마모의 등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이후의 일들이 수월해진다. 이 모든 것은 루돌프, 너와 기프트의 꿈을 위해.

“퍼뜩 안 들어오고 뭐하나! 이 문디 자슥아!”


**


“오셨습니까. 마스터.”

“안녕 부르봉. 어제 트레이닝 중 특이사항은 없었고?” 

“예.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스트레칭 후에 온수욕은?”

“지시하신 대로 미지근한 온도에서 장시간 시행했습니다.”

“좋아.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보고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어서 오게 모르모트 군. 아까 건네줬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약의 효능은 어땠나?”

“평범하게 몸이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몸이 조금 뜨거워지는 거 말고는 별일 없었어, 아직은.”

“그거 아쉽군. 약효가 나타나고도 남을 시간이건만, 배합이 문제인 건가?”

“미스터 트레이너, 나도 있다고?”

“안녕 시비. 오늘도 건강해 보이네.”

“응. 오늘도 좋은 바람이야. 이따가 같이 달릴래?”

“좋지. 회의 끝나고 트랙에서 보자.”

“응!”

“안녕 루돌프.”

“..그래. 트레이너.”


인사를 받아주는 루돌프였지만 귀가 뒤로 누워있는 거로 보아 아직 화가 다 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에게도 납득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루돌프와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기프트가 오기 전에 팀원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녀들의 협조를 얻어 기프트의 성장을 가속 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 

부차적인 목표는 그녀들이 기프트의 방파제가 되어주는 것.

딜라이트라는 ‘소수정예’ 팀에 아직 증명한 것이 없는 ‘디어리스트 기프트’가 입부함으로써 필연적으로 향할 시기와 질투, 압박감.

그녀가 받을 스트레스를 가늠할 수조차 없기에, 팀원들이 기프트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며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뗐다.


“떠도는 이야기로 들어서 알겠지만, 디어리스트 기프트라는 우마무스메가 우리 ‘팀 딜라이트’에 들어왔어.”

“다들 의문을 품고 있겠지, 당연하게도.”  

“모두가 ‘재능이 없다. 다른 진로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라고 평가하는 디어리스트 기프트인데.  그녀보다 더 나은 사쿠라 바쿠신 오라는 우수한 자원이 있었음에도 왜, 어째서, 하필, 디어리스트 기프트인가.”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있다. 

저마다의 생각과 고찰을 담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들이 ‘너의 생각을 들어는 보마’라고 말하는 듯하다. 

목이 탄다. 옆에 있던 물병을 열고 물을 마신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감각이 느껴진다.

정신 차려야 해. 기프트가 오기 전 내 결정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지는 물 덕분에 조금 맑아진 정신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맞아. 기프트는 재능이 없지.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그리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선 한눈팔지 않고 눈앞의 목표에 전념할 수 있는 집념을 가진 기프트, 그녀여야만 해.”

“예전에 너희들에게 말했던 나의 꿈, 기억해?”

타키온이 의뭉스러운 미소를 띠며 내 질문에 화답했다.

“아아, 기억하고 있네. 분명 모든 우마무스메의 행복이었을 테지.”

“정답이야. 미련하고 오만한 꿈이지.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달리는 행복’은 우마무스메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행복이야. 그것을 재능의 벽이라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존재 하나만으로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찾고 있는.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스스로 시듦을 택한 아이들.”

“꿈을 좇아 재능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들에겐, 불씨가 필요해. 그 불씨는 너희같이 재능에게 사랑받는, 시대의 총아가 아닌. 평범한 우마무스메여야해.”

“시들어버린 아이들에겐 다시 피어날 계기를,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는 지향점을.”

“재능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하나의 상징, 그것이 기프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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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합니다..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다음 화도 최대한 빨리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