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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 뒷이야기

엉겁결에 하루 동안 트레이너네 아들을 돌보게 된 사토노
사토노는 트레이너님이랑 같이 있고 싶었는데! 하고 툴툴대면서도
한숨을 폭 쉬면서 길 잃지 않게 손 꼭 잡아요, 하고 같이 트레센을 산책함


여기저기를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토노와 아들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사토노보다 세 살 아래
그리고 우마무스메 트레이너인 아버지를 존경하며 자신 또한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음
그리고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견학하러 레이스장에 왔다가
힘차게 달리는 사토노의 모습에 그녀에게 반했다고 말함


사토노는 아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칭찬받아 쑥스러우면서도 내심 기뻤음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하지만 전 그 레이스에서 2착을 했는데요? 1착은 제 친구 키타쨩이었다고요, 라고 대꾸하는 사토노에게
그치만 사토노 누나는 마지막까지 포기 안 했잖아, 라고 대답하는 아들


사토노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아들을 돌아보자
아들은 입고 있던 셔츠를 걷어올려 가슴의 수술자국을 보여줌
사실 아들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수술을 통해 간신히 연명하는 처지였고
다음 수술이 실패하면 아무리 길어도 올해를 넘기기 힘든 상태였음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학원 개방행사에 어떻게든 따라와서 사토노를 만나보고 싶었던 것


나 살고 싶어, 살아서 사토노 누나 위닝라이브도 보고 싶고 같이 유원지도 놀러 가고 싶고 사토노 누나가 뛰는 것도 보고 싶어, 하면서 우는 아들
사토노는 말문이 막힌 채 아들을 바라보며 그저 눈물만 글썽이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더욱 포기할 수 없어지잖아요, 하고
다음 레이스에서는 꼭 1착 따낼 테니까 아들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키타쨩도, 맥퀸 선배도, 테이오 선배도, 모두 앞질러 보이겠어요, 하고 다짐함
덤으로 아들이 입고 있던 셔츠 등짝에 큼지막하게 싸인까지 해줌


그리고 찾아온 다음 레이스
공교롭게도 레이스는 아들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던 그 수술과 같은 날이었음
게다가 키타산, 맥퀸, 테이오 셋 다 이번 레이스에 출주하게 됨
인기는 예상대로 이들의 뒤를 이은 4번 인기
준비 다 됐냐고 묻는 트레이너에게
사토노는 제 승리를 믿고 있는 사람을 위해 빛날 준비는 다 됐어요, 라고 대답하며 패덕으로 걸어감


골까지 남은 거리는 400m
다른 우마무스메와는 일찌감치 거리를 벌린 채
마지막 스퍼트에 나서는 넷
사토노는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기어이 맥퀸과 테이오를 제치고 키타산의 등 뒤까지 따라붙음


숨이 차오른다
키타쨩의 등이 보인다
가슴이 뛴다
키타쨩의 머리카락이 보인다
혼자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들을 떠올린다
키타쨩의 눈이 보인다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앞에는 아무도 없다


온 힘을 다해 내지른 마지막 한 발짝으로
마침내 키타산을 제치고 1착을 따낸 사토노
하지만 사토노는 자신을 향한 관객들의 함성,
분해하면서도 축하를 건네는 키타산도 마다한 채
서둘러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감


시간이 흘러 트레센을 졸업하고 사토노 그룹을 물려받은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그룹의 경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마치 레이스에 나서던 시절을 잊으려는 것처럼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토노
그 때 사토노의 집무실 문을 열고 한 젊은 남자가 들어옴


어울리지도 않게 웬 정장이냐, 라며 짓궂게 웃는 남자에게
트레이너 배지 거꾸로 끼운 사람이 말은 잘 하네요, 하며 픽 웃는 사토노
남자는 그런 사토노에게 누나 나한테 너무 차가운 거 아냐? 아직도 우리 아버지에게 미련이라도 있는 거야? ㅋㅋㅋ 하고 아버지가 선물로 보내준 당근 세트를 집무실 한 켠에 내려놓음
사토노는 그런 남자에게 하여간 이 부자는 우마무스메를 사정없이 들었다 놨다 한다니까, 농을 하며
잠시 산책이나 하러 갈까요, 하고 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감


사토노의 집무실 책상 한 켠에는
자신이 트레센을 졸업하는 날 자기 중학교 졸업식도 내팽개치고 달려와서 눈물콧물 범벅으로 자기를 끌어안는 아들과
살다살다 담당 우마무스메가 며느리가 되게 생겼구만, 하고 허허 웃는 트레이너의 사진이 놓여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