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가 박살나라고 앵무새처럼 외쳐대는 사람들 볼 때마다 솔직히 좀 냉소적으로 생각함. 



게임주야 허구헌날 박살나지. 지금 전 세계가 긴축 모드인데, IT기업 주가는 영혼까지 털리는 게 원래 정상임. 



근데 이번 카겜 마차 사태는 좀 결이 다른 거 같음. 





내가 예전에, 엔씨를 사랑하고 엔씨에 전문적으로 관심 가지는 장기투자자가 주식 던졌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음. 



엔씨소프트가 50만원 70만원 90만원 돌파하고 100만원 고지까지 오르내리던 고밸류 상황에서도, 


정말 끝까지 안 버리고, 더 오를 수 있다고 버티는 분이었는데, 



그 분이 언제 던졌을 거 같아? 그게 리니지 문양 사태 때였음. 




엔씨소프트의 현금창출능력은 거의 전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서 나오는데, 


리니지 문양 사태로 충성심에 금이 가니까 현금흐름도 박살날 수밖에 없는 거거든. 



리니지 외의 대안이 없었으면 또 모르겠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카겜에서 오딘을 내놓으면서 대탈주가 일어났어. 




회사 눈치 볼 필요 없는 큰손들(고객 큰손들이나 주주 큰손들이나)이 손 떼고 떠나기 시작하니까,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더라. 



예전에야 IT업계 관련 주식쟁이들에게 엔씨소프트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카겜도 있겠다 데브시스터즈도 있겠다 크래프톤이니 넵튠이니 온갖 공룡 게임회사들이 즐비해서, 


과감하게 엔씨소프트를 탑픽에서 빼버리고 목표주가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거임. 




물론 그래서 엔씨가 완전히 뒤졌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님. 


하지만 그 장기투자자 분께서 엔씨를 던지게 된 아주 심플한 이유가 생각보다 큰 교훈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함. 






어떤 회사든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 소비자가 기업에게 뿔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야. 


나도 인간이니까 항상 실수하고 잘못하고 사과하고 해결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함. 



그래서 회사가 무슨 리콜을 하네, 사고가 나서 몇 명이 죽었네 해도, 


사과하고, 책임지고, 지출하고, 사람 몇 명 물갈이해서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주주 입장에서 너무 일찍 흔들려서는 안돼. 


당장의 감정 때문에 주가 다 부러져라 주주들 다 망해라 고사 지내고 해도, 올라갈 기업은 결국 돌아간다. 



주주 입장에선, 찻집에 서식하던 쉴더들처럼 생각하는 게 맞아. 


"어쨌든 잘 해결하겠죠.""한 번만 믿어보죠.""경거망동하지 맙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태도가 맞는 거야. 




그런데 카겜 마차 사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 


페그오 리니지 메이플 줄줄이 난리 나더라도, 디렉터가 책임지고 사퇴하거나 해서 물갈이하면 해결될 수도 있어. 다들 봤잖아. 



그런데 말딸 디렉터는 대체 누구냐? 너희들 중에 말딸 책임자 이름 댈 수 있는 사람 있어? 



몰?루는 김용하를 욕할 수라도 있지, 말딸 시위하려니까 나오는 이름이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라는 게 정상적인 상황일까? 


조계현 대표가 말딸이랑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 



회사 최고위 이사진 이름이 거론될 때도 있지만, 그건 그 게임과 그 인물이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 때 가능한 거임. 



가령 원신에서 류웨이 불려나오고, 프리코네에서 키무라 호출되는 것처럼, 


리니지에서는 택진이형 나오고, 라오에서 복씨 끌어내는 것처럼, 


워썬더에서 안톤 애미 후려패고, 벽람에서 임서인 페도 새끼라고 욕해대는 것처럼, 


조계현 대표가 게임 개발 및 운영 과정에 깊이 있게 관여한 것이 아니잖아. 



그런데도 조계현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건, 조계현 발 밑에 누가 있는지가 완전히 베일 속에 있어서 그런 거야. 




지금까지 갤챈 념글들 대충 훑어본 사람이면 알 수 있겠지만, 


카겜은 직원 수가 427명밖에 안되는데 퍼블리싱하는 게임 수가 120개가 넘음(카카오게임즈 공식 홈페이지에 나열된 것만 직접 세어봄). 


필연적으로 업무가 중복될 것이고, 외주 하청업체에게도 보내고, 온갖 병목현상이 생기겠지.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만약 내가 카겜 직원인데, 말딸 담당+전함제국 담당+메가폴리스 담당이고, 각기 다른 세 하청업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면? 


목요일에 말딸 버그를 인지했는데, 당장 전함제국 공지를 써야 하고, 메가폴리스 업데이트가 내일 예정이라면? 


그러면 나는 불가항력으로 전함제국 공지를 쓰고, 메가폴리스 업뎃 준비를 한 다음에야(=기계획된 업무를 먼저 처리한 뒤에야), 


금요일 되어서 말딸 버그 수정 공지를 올리고, 어떻게 고칠지에 대한 해결책은 금요일 오후에 나오면, 


결국 우마무스메 긴급 업뎃은 월요일까지 한도 끝도 없이 밀리는 거야. 목금토일월 5일 동안 유저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해. 



이게 톱니바퀴처럼 견고하게 돌아가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르겠는데, 어딘가에서 일이 동시에 꼬이기 시작하면, 


당장 사옥 바깥에서는 카카오 더비에 한국총대장이 달리고 김성회가 뒤처져서 헥헥대는데, 


나는 혼자 천수관음 빙의해서 1000개의 눈과 1000개의 손으로 담당 게임들 다 둘러보고 있어야 함. 


온갖 업무가 중복되어 있으니 깔끔한 업무분담도 안되어 있을 거임. 책임소재가 애매한 조별과제 모드란 얘기야. 



심지어 카카오게임즈 사내복지로 놀금도 보장되어 있고 재택근무도 있음. 아예 낮잠 구역도 따로 설치해놨더라. 


이거 반납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돈을 줄까 승진을 시켜줄까? 그냥 최대한 다 챙겨먹어야지. 


워라밸도 좋지만, 일단 대체인력이 확보된 뒤에 워라밸 보장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면 이건 사람 몇 명의 문제가 아니고, 따라서 사람을 물갈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소리임. 



이건 철저하게 기업 구조 그 자체의 문제야. 업무 분장 과정에서 어떤 체계성 같은 걸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일 게 거의 확실해. 


구조가 문제면, 이제 물갈이 따위가 아니라 아예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뜻인 거고. 




말딸이 개씹듣보잡 게임이라 우선순위 먹이사슬 최하위라서 이 지랄이 났으면 말은 되겠지. 



그런데 오딘을 개발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마저도, 카겜 산하에 있던 것이 곧 분할상장한다잖아. 


오딘이 떨어져나가면 카겜에게 남아있는 사실상 최후의 캐시카우는 우마무스메밖에 없어. 



시장금리 개떡상해서 자금조달 난이도가 이 지경으로까지 올랐는데, 


현금흐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일매출 최고 150억을 쏘면서 리니지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려준 소방수가 말딸인데, 


한국총대장 그레이스가 피규어화되는 이 시점까지도 대책을 못 세우고 있는 기업이, 너희 눈에 투자적격대상으로 보이냐?? 



직원 400명이서 100개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기업에, 너의 피 같은 돈을 투자하고 싶은 거임?? 


나라면 애미씨발 똥 밟았구나 외치면서 다 던졌음. 




물론 이건 카겜과 아무 관련도 없고 주주도 아닌 순수 100% 외부인이 뇌피셜로 굴려본 결과물이라서, 


실제 내부 사정하고 얼마나 들어맞느냐 하는 것은 보장할 수 없음. 나도 내부인의 정보유출이 궁금한 입장이고. 



하지만 고작 400명 인력으로 100개 넘는 게임을 유통하는 시점에서부터 이건 뭔가 아니다 싶고, 


(엔씨는 4500명, 크래프톤은 1600명, 펄어비스는 800명 규모다)



책임자의 이름조차 아직도 거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 사내복지가 과도하게 빵빵해서 악용하기 너무 좋은 구조라는 점, 


책임자가 존재라도 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공지사항 수정'까지 저질러버릴 정도로 내부사정이 개판이라는 점, 



이러쿵저러쿵 따져보면 이 회사는 근본적인 구조조정 개혁이 필수불가결한 쓰레기 아마추어 동인 동아리 집단임. 


총인원 4명 있는 밀레니엄 학원 게임개발부도 이딴 식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키타산 때 결제 버튼은 누르면서 주식매수 버튼은 안 누른 과거의 내가 대견하다. 


결제목록은 환불이라도 가능하지 매수한 주식은 환불도 안되잖아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