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거실에는 힘찬 환호성이 뿜어지듯 TV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티비를 벗어나 마치 거실이 관중석인듯 지둥이 일어나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분비시키기엔 충분했다.

"막상막하! 라스트 스퍼뜨! 전 마지막 네번째 코너! 과연 뿜어져 나올 우마무스메가 과연 누굴ㅈ." 

티비에는 중앙 트레센 소속 경기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아버지는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서둘러 티비를 끄고 귀가한 그녀를 맞이했다.



"오늘도 힘들었지? 아빠가 밥 해놓았다. 얼렁 씻고 먹자꾸나."

"응!"

해맑게 대답한 그레이스도 사실 티비 속 인물과 같은 우마무스메였다.

인간과 같지만, 특이한 귀와 꼬리가 달린 인간보다 몇백배 강한 힘을 지닌 우마무스메.

그녀의 가문은 강감찬 장군의 측근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어린 그녀마저 꿈을 포기한 체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그녀의 집안은 넉넉치못했다.

"나도 트레센에 입학했으면..."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리며, 무심코 뱉은 말이었다.

"앗!"

"하하.. 마차에 붙일 게 있어서 잠시 밖에 다녀왔다." 

바깥에 세워놓은 마차에 볼일이 있던 아버지와 마주친 것이다.

아버지는 목에 걸던 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



그레이스는 KRA, 일명 한국 트레센에 입학하고 싶어했다.

대부분의 우마무스메가 그러하듯 트레센에 입학해 3관에 도전하는 게 그녀의 꿈이었다.

그녀의 부모님도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로 처음 인연이 닿았다.

2관을 지닌 그녀의 어머니는 마일이 특기인 우마무스메였다.

"더 좋은 트레이너를 만났더라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회상할 때 마다 자주 이런 말을 내뱉곤 했다.

어머니를 3관 우마무스메로 이끌어주지 못했던.

부상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일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러 그녀 스스로의 욕심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한동안은 둘은 서로를 만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무지가 패배의 원인이라며 선도국이었던 일본으로 유학을 나섰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무런 소식없이 갑작스레 끊어져버린 만남을 관철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 쉴 새 없이 쏟아내네." 

골목길 모퉁이에 위치한 편의점을 빠져나온 그는 폭설로 인기척없는 거리로 뚫으며 맨션으로 향했다.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현관에 추운 지 온몸을 베베 꼰 우마무스메가 서있었다.

폭설임에도 그녀가 누군지 몇년을 함께한 그는 알 수 있었다.

들고있던 봉투가 내던지고 그녀를 향해 달려가  품에 앉았다.

"헤에. 이럴거면 뭐하러 도망친거냐구, 트레이너"

"슬픈 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어.." 

남자는 멘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자 우마무스메는 포옹을 풀곤 남자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내밀었다.

"자! 직접 봐봐. 내가 슬퍼보여?" 

우마무스메 볼이 살짝 불그스레 번지며 환한 미소와 위로 쫑긋 세워진 귀와 꼬리는 트레이너를 반겼다.

"슬픈 건 트레이너 아냐? 나 보는 게 울 일이야?"

"...눈이 녹았을 뿐이야."



그날 부모님은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가 아닌 연인으로서 둘도 없는 유대감을 느낀 밤을 보냈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는 곧바로 프로포즈를 하였다.

둘 사이에는 귀여운 딸 그레이스도 생겼고, 그들 앞에는 꽃밭이 가득할거라 믿었다.

어머니의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을 느낀 의사는 서둘러 둘에게 조직검사가 필요해 보인다는 소견을 비췄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선 최선을 다했지만, 가세는 기울고 그녀의 병은 진전 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낸 강한 우마무스메도 암은 이겨내지 못하였고 결국 삶을 달리했고야 말았다.

어머니를 끝으로 은퇴를 한 아버지는 다시금 트레이너로 활동했지만.

오랜 동반자를 잃은 후유증은 그를 압박해왔고 수많은 약들이 그 증거였다.

이사장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에게 휴직을 권고했고 이는 퇴직과 다름없었다.


"미안합니다. 사정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자선단체는 아니지 않습니까.

트레이너께서 맡고있는 우마무스메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넉넉찮은 퇴직금과 일당을 전전하던 그에게 그레이스만이 그의 가느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 그를 위해 그레이스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차 중개소를 열기로 마음 먹었다.



밥을 먹는 동안 어색한 침묵이 밥상을 맴돌았다. 

'아빠가 들으신걸까..' 

그레이스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에 아버지가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이 되어 밥이 어딜 통해 들어오는 지 모를 정도였다.


"그.. 내일은 말야. 판교로 가면 될 거 같구나."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결국 일 얘기였다.


"판교요? 근처에 볼만한 코스가 있나요?"


"그게 이번 의뢰가 조금 특이해서 말이지. 건물 주위를 천천히 돌기만 하면 될 거 같아."

그녀는 들고있던 숟가락을 내려놓며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마차에 사람도 없을 거라고 하더라고 속도가 산책하듯 천천히 부탁드린다면서."

아버지는 심호흡 한 번하신 뒤,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분들이 돈도 꽤나 주셔서.. 이번 일만 하고 우리 트레센 입학설명회 한번 가자꾸나."


"네!? 의뢰비가 얼마나 한다고.."

아버지는 당황한 그레이스의 두손을 감싸곤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레이스는 당혹스러웠지만, 미쳐 흐르지 못하고 맺혀있는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이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버지의 얼굴에는 마른 눈물 자국만이 남았다. 두 부녀와 다르게 차갑게 식어버린 밥을 마저 해치웠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지만, 그레이스는 새벽부터 일어나 판교로 가야했기에 잠자리에 들어섰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녀의 생일날 사다준 색바랜 주황 곰인형을 품에 껴 앉은 체  티비 속 우마무스메가 되어 1착을 향해 달리는 꿈을 꾸었다.



그녀가 이번 일로 받을 의뢰비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 체로





->디시 글 보고 꼴려서 써봤어 레포트말고 글 안쓴지 몇년이 되서 이상할 순 있어도 양해바람


그냥 아래글 보는 게 더 뽕 좋을듯 문제되면 도게자박고 삭제할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umamusu&no=700754


쓰다보니 그레이스보단 그레이스 부모님 얘기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