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대의 흐름이란 거겠죠?"


나와 메지로 브라이트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는 부쩍 혼자서 운동장을 쳐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억울하진 않아?"


"억울하다기보단 뭐랄까...분하네요."


"그런가..."


메지로가 또한 메지로 브라이트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그 찬란하던 이름은

점점 빛을 바래가고 있었다.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

너만 원한다면,내가 당장이라도 출주 가능한..."


"전 괜찮아요,언젠가 다시 제 주법이 주류가 되는

날이 온다면,저도 자연스레 달리고 싶어질 지도

모르잖아요?"


"만약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그래도 상관 없어요,아직 메지로가도 건재하고,

당신이 있잖아요? 그거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브라이트..."


하지만 난 알고있다.

세상은 이제 스테이어를 원치 않는다는 것쯤.

그녀도 아마 짐작은 하고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메지로 라이언에게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 그녀는 무겁게 입을 떼었다.


...심장마비가 왔었다고 한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냐며 따져묻자 그게 그녀의

뜻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행히 의식을 회복하고 요양에 전념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을 하지만,

나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떼를 부리다시피하며 브라이트를

찾아 메지로 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각오는 되셨나요?"


"...그래."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나는 아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 눈으로 직접 보기전엔 믿을 수 없다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에는...메지로 브라이트의 묘가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그녀의 묘비를 껴안고

나는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세상이 그녀를 버린것만 같아서 원망스러웠고.

이뤄지지 못한 그녀의 소망이 불쌍해서 더 울었다.

그저 우는것 밖에,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메지로 라이언도,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는 저녁이 될때까지,

통곡은 이어졌다.


"...브라이트가 마지막으로 보고싶어했던건...

당신이었어요. 트레이너씨."


"...왜 말 안했어...왜..."


"말했잖아요,그녀의 뜻이었다고. 저도 몇번이나

알려드리고 싶었는지 몰라요.

...오늘은 늦었으니 저희 집에서 쉬었다 가세요.

...그녀의 방에도 한번 들러주시면 좋고요."


나는 그 말에 따라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엔 그녀가 여태껏 따낸 트로피와,

나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

내가 뽑아다 준 인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녀의 흔적이 남은 방에 덩그러니 누워서,

나는 탄식을 뱉었다.

"차라리 내가 심장마비에 걸릴걸...내가..."

수면제를 한껏 털어놓자,눈이 점점 감겼다.

나는 한번만 더 그녀를 볼 수있다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리라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따르르르르르르릉!


시계소리에 눈을 뜨자 눈앞엔...

분명 죽었을 터인 메지로 브라이트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 트레이너씨!? 살아계셨...그보다 어떻게 여길..."


"...무슨 말이야? 죽었던건 너잖아...?

뭐가 어떻게 된거야...?"


브라이트가 해준 말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얼마 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친족도 가족도 없던 날 위해 

메지로 가에서 직접 장례를 치러주었다고 한다.

나만 죽은 걸 빼면,모든 것이 일치했다.

설마...난 내가 죽은 세계로 건너 온 건가?


꽈악!

브라이트는 날 다시는 놓지 않으려는 듯

세게 내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꿈 아니죠? 정말...트레이너씨 맞는거죠?"


"그래...나 맞아 브라이트...놀라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녀가 내 눈앞에 살아있다.

원래 세계에서 어떤 난리가 나든,

난 지금 이곳에 서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다.


황혼이 내려앉은 하늘아래.

우리는 산책을 나왔다.


"트레이너씨,저 다시 달려볼까 해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후후,트레이너씨가 살아 돌아온걸 보고 조금

용기가 났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데

질것 같지가 않아서요~"


"기적이라...그래,기적이겠네."

이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죽었던 네가 살아있는 이 세계가 내겐 너무나

소중하다.

"브라이트,있잖아..."


나는 품에 늘 간직했던 반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끼워주며 말했다.

"나와 사귀어줄래?"


"네...?"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후후,싫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응?"


"사귀는 것 뿐만이 아니에요,결혼을 전제로...

시작하는 거라구요? 당신~?"


"뭐...뭐?!"

대범하기 짝이 없는 대답,역시 내가 알던 그녀 답다.

우리는 그렇게 연인이 되었고,학원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돌아 올 수 있었다.

"경사! 정말 환영하네 트레이너!"


"네,고맙습니다."

이런 날이...쭉 이어진다니...

이런 행복은,어디에도 없겠지.


"...트레이너씨...결국..."


메지로 라이언은 트레이너였던 싸늘한 시체를

보고 탄식을 뱉었다. 그의 머리맡에는

텅 빈 수면제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부디,저 하늘에선 행복하시길..."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병원에 연락을 넣었다.

혹시라도 그가 살아날 수 있길 바라며,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황혼이 내리앉은 하늘아래,

둘은 그렇게 떠나갔다.



갑자기 진지한게 쓰고 싶었다

필력이 아직은 딸려서 이게 최선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