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하늘은 금방 그 차디찬 눈물을 쏟아냈다. 오늘 처음으로 레이스에 나선 우마무스메들은 굳은 표정으로 비를 받으며 게이트 안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pre-op 경기라고 하기에는 경기장 관객석은 꽤나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은 메지로 가문의 아가씨가 처음으로 데뷔하는 날이었다. 메지로 맥퀸. 데뷔 전부터 이야기가 들려오는 메지로 가문의 아가씨. 관객석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객이 아닌 트레이너와 관계자들이었다.


 담배를 물고, 쌍안경을 쥐고 있는 이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오늘 이자리에서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갈 말의 첫발자국이 떼어지는 자리일 지도 몰랐다.


 누군가는 그녀의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누군가는 강력한 경쟁상대를 분석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저 메지로 가문이라는 이름에 모여 이 자리에는 서 있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의 관심을 받는 것은 오직 단 한 사람. 7번 게이트에서 자세를 잡고 있는 은보라빛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는  우마무스메였다.


 -탕.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열린 게이트 너머로 우마무스메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7번 게이트에서 메지로 맥퀸이 출발했다. 여유인 것일까. 관객석을 벌써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2000m 중거리 레이스. 


이제 막 주니어가 된 우마무스메들에게는 충분히 버거울만한 거리였다.


 메지로 맥퀸은 늦은 출발의 패널티를 상쇄하겠다는 듯이, 제 1코너에서 마군 옆으로 움직이며 선행 무리 옆까지 따라붙었다.


 발목에 무리가 갔을 법한 움직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 유연성. 순간적인 판단과 몸을 크게 낮추며 코너에서 보여주는 스텝에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1000m 지점.  비가 더욱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쌍안경의 시야가 불안정할 정도로 비가 퍼붓고 있었다.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이었다면 경기 시간이 뒤로 밀리거나 취소 될 수도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작되었다.


 즉, 데뷔 우마무스메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경기장에서, 최악의 형태로, 최장 거리를 달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600m. 이제는 완전히 물기를 머금은 흙과 잔디 사이로 우마무스메들의 발이 빠져 들어가는 게 보였다. 앞으로 걸음을 내밀 때마다, 발에 잔뜩 엉킨 진흙더미와 물보라가 일어났다.


 400m. 우마무스메들의 다리가 허벅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 발이 푹푹 빠지는 잔디 경기장. pre op, 데뷔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니어급을 시작하는 우마무스메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날씨라고 할 수 있었다.

 

 강철 편자가 잔디를 파고들고 그 안에 흙을 짓누르는 게 보일정도로 발이 빠져든다. 


 200m. 주니어급의 체력으로는 이곳이 한계였다.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쌍안경의 시야 사이로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리는 우마무스메들의 얼굴이 보였다.


 결승을 향해. 그 강렬한 일념. 그 생각하나만으로 우마무스메들은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클레식이나 시니어에서도 이런 날씨의 2000m라면 대부분의 우마무스메들이라 할지라도 제 기량을 내기 힘든 날씨였다.


  진정한 현역 그리고 백전노장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 또한 그럴지인데, 이번 처음 데뷔전을 치루는 우마무스메들에게는 어떤 지옥같은 레이스일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100m. 눈에 보일정도로  우마무스메들의 속도가 죽었다. 그 절망적인 행군은 결승점이 아닌, 모든 것을 끝내는 종착점으로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50m. 선입 무리를 뚫고 보랏빛 바람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우마무스메와 부딪히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었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그렇게 터져나올 것 같은 목소리를 막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선행 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메지로 맥퀸.


 그 망설임 없는 보랏빛 바람에 트레이너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나아가는 우마무스메.


 『힘껏 달리지만,맥퀸! 못 뻗는다!』


 순간적인 가속도, 그리고 감탄이 나올만한 포지셔닝 센스. 다만, 스태미너가 그녀의 재능을 받쳐주지 못했다.


앞을 가로막은 절망적인 마군에 막힌 바람은 그저 허무하게  흩어졌다.


 -하지만 소문의 그 아가씨쪽은 음… 생각보다 못 뻗었네.


 옆에서 들리는 냉정한 평가에 맥퀸을 지켜보던 트레이너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치 자신이 패배한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메지로 맥퀸은 7 착으로 결승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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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치료 중인 말붕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