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퀸은 달렸다. 잘 나아가지 않는 다리에 그녀는 더욱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발을 내딛었다. 체력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다리가 나아가지 않았다. 2500m, 중거리의 끝. 그 지점까지 달린 맥퀸은 뻗어나가는 다리를 억지로 멈춰섰다.


 체력은 그럭저럭 남아 있었지만, 라스트 퍼스트를 할 수 있는 다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우마무스메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경기장 외곽으로 빠져나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집을 나와 트레센에 온 이후부터 종아리에 쌓인 피로가 풀릴 생각을 하지않았다. 매일매일 마사지사가 눌러준 경로를 정확하게 기억하며 따라해 피로를 풀어내려고 했지만, 다리는 족쇄를 찬 것처럼 무겁게 느껴질 뿐이었다.


 “다리가…”

 “무슨 문제라도 있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맥퀸은 깜짝 놀란 듯 벌떡 일어섰다.


 “트, 트레이너… 오, 오셨나요…!”

 “응, 수속이 조금 늦었거든. 이사장이 말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그래서 맥퀸의 오늘 트레이닝은 여기서 끝인거야?”


 맥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스마사지를 위해 걷어올린 체육복 바지를 곧장 발목까지 내렸다.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 같았는데?”

 “어제처럼 다리 상태가 안 좋네요. 본가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트레센에 오고나서부터 점점 근피로도가 나아지질 않아서, 영양제는 꼬박꼬박 먹고 스트레칭도 충분히하고… 트레이너씨?”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체육복 바지를 걷어올리는 트레이너의 행동에 맥퀸은 놀란 듯이 뒤로 물러섰다.


 “아아, 미안. 다리 상태를 좀 보고 싶어서. 말 없이 갑자기 그래서 놀랐나보네. 미안해. 일단, 다시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런 건 말씀해주시고 보세요.”


 맥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벽에 기대어 한 쪽 다리를 트레이너를 향해 내밀었다. 


 “미안, 미안… 그나저나… 이건… 근육 상태가… 탄력이 없을 정도인데… 얼마나 트레이닝을 한 거야?”

 “네? 뭐, 본가에 있을 때처럼 똑같이 했습니다만…?”

 “본가에서는 트레이너가 항상 옆에 있었을 테고, 마사지사, 의사, 영양사도 있었고?”

 “...무척이나 잘 아시는 것 같네요. 네, 학원에까지 그분들을 부를 수 없으니. 중요한 이야기는 전부 기억속에 담아두고 왔답니다.”

 

 맥퀸의 말에 트레이너는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어떤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내가 생각하기에는 엉망진창으로 틀려먹은 것 같은데.”

 “네, 넷?! 트, 틀렸다구요? 저,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 노트까지 적어서 매일매일 보고 있다구요!”

 

맥퀸은 화가난 듯이 트레이너의 말에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그래, 다 기억하고 있겠지. 적었을 때, 다른 분들도 전부 참고하라며 이것저것 적어줬을 테고 말이야. 다만, 그분들은 맥퀸의 상태를 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회복과 식사를 도와줬겠지만…. 사람은 언제나 같을 수는 없잖아?”


 트레이너는 무척이나 다정하게 맥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닝이 같다고 본인이 여겨도 실제 측정하면 다를 것이고, 피드백 없이 그렇게 무작정 트레인을 계속 해왔으니 근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랐을 거다. 그런데도 다리가 안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간단히 요약하는 것을 보면 그저 어처구니 없다.


 아, 물론 마지막 말은 목구멍 안으로 꾹 삼켜냈다. 나무라는 듯한 말에 맥퀸은 입술을 앙다물고 부끄럽다는 듯이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랬… 더군요.”

 “뭐, 트레이너가 없었으니까 말이야. 지금부터 잘하면 되지. 걱정하지마. 식단도 꼼꼼하게 짜줄 수 있으니까. 영양 관련 자격증도 있다고?”

 “...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 그러면 일단 무엇을 해야할까요?”


 자존심 강한 아가씨처럼 보였지만, 고집을 부리지 않는 맥퀸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작게 웃고는 그녀가 해야만 했던 일을 당연하듯이 이야기 해주었다.


 “일단, 오늘은 쉬도록!”

 “... 네, 알겠습니다.”

 “스트레칭도 충분히 했으니, 오늘은 그냥 푹 쉬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내일 피로도를 체크하고 이후 일정을 잡도록 하자. 푹 쉬어야해. 알겠지? 푹!”

 “네, 알겠어요, 트레이너.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이해했답니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강조하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맥퀸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연상의 트레이너였지만, 이상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잠들기 전까지 침대에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맥퀸은 운동자에 돌아오자마자 그 답답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2500m. 체감상으로는 어제와 비슷했지만, 기록은 확실하게 나아졌다.


 “다리는 어때? 훨씬 괜찮아졌지?”

 “네, 확실히 좋아졌네요. 조금 무겁….”

 “무거워? 아직도? 잠시만… 아, 다리 만져봐도 될까?”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고 체육복 바지를 끌어올린 뒤에 허락을 받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맥퀸은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먼저 허락을 받고 올리시지요, 트레이너. 올린 뒤 허락을 받는다니… 다른 우마무스메들이었다면 분명 걷어찼을 거라구요.”

 “미안, 미안…. 어제보다 근육이 훨씬 부드러지긴 했는데… 맥퀸은 스테이어가 목적이 아니었어? 단거리부터 가볍게 이름을 알리고 시작하게?”

 “예? 단거리라니요. 재미있는 농담이네요, 트레이너. 2000m도 거리가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일 이하는 생각이 없답니다. 천황상 3200m에서 우승. 그게 제 꿈이랍니다.”

 

 맥퀸은 무슨 소리를 하냐며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종아리를 이리저리 만지며 인상을 찌푸리는 트레이너에게 명확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지금 이 다리는…. 오늘도 휴식이야, 맥퀸.”

 “예? 어째서… 오늘은 어제보다.”

 “어제보다는 좋아졌지, 하지만 본가에 있을 때보다는 좋지 않았지?”

 “...잘 알고 계시네요.”


 트레이너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센에 왔을 때부터 계속 매일같이 그렇게 트레이닝했을테고. 근육이 다치지 않고 이정도까지 버텨준 것은 기본적인 체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강한 저항력 때문일 거야. 자자, 오늘 트레이닝은 이것으로 끝! 식단표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보자고.”


 트레이너는 그의 어깨 뒤를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 손으로 가리켰다. 그 끝은 운동장이 밖으로 나가는 길이 위치해 있었다.


 “일단 식단표부터 이야기하자.”

 “넷, 듣고 있어요!”

 “어, 어… 그래….”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의자를 밀고 일어나 자신이 짜온 식단표에 들여다보는 맥퀸읜 모습에 트레이너는 당황한 듯이 말을 더듬어 버렸다. 이렇게 적극적인 아이였던가. 보라색 머리카락이 스르륵 흘러내리고, 테이블 위로 쏟아지듯이 내려 앉았다.

 


 “일단… 당분이 너무 많아. 일단 간식류를 전….”

 “전부, 전부… 빼셨네요.”


 말을 끊고 자신을 바라보는 맥퀸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무엇인가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단 탄수화물의 경우 스테이어에게 필수적이긴 하지만, 근피로도 회복을 위해서 당분간은 단백질과 식유 섬유를 중점적으로…”

 “그, 그렇군요….”


 자신의 말을 집중하지 못하는 듯 맥퀸은 얼빠진 표정으로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며 식단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야기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가 했지만 맥퀸은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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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치료 중인 말붕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