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https://arca.live/b/umamusume/5864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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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지만 떠오른 기억으로 나는 직감적으로 기억이 끊긴 순간부터 내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은 물증이 필요하겠어.”

 

타키온의 성격상이라면 연구자료를 자신의 손길이 닿는 곳에 뒀을 게 당연히 하기 때문에 집에 그때의 자료가 어느 정도라면 남아있을게 분명하다

 

 

 

“오후 3시, 지금쯤이면 타키온은 딸을 데리러 갔겠지?”

 

타키온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나는 평소엔 잠겨있던 타키온의 서재로 향했다. 잠겨있기는 하지만 타키온의 성격상 열쇠를 문 주변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 어딘가에 그때의 기록 같은 게 있긴 하겠지?”

 

과거의 대한 무언가의 유무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며 타키온의 연구기록들을 뒤지다가 유독 낡아 보이는 먼지 쌓인 상자를 발견했다.

 

“적어도 한 10년은 된 것 같아 보이네.”

 

먼지로 뒤덮인 상자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누가 봐도 수상한 문서가 있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무수히 많은 내 사진들이 끼워진 상태로 날려 쓴듯한 내 이름으로 가득 채워진 페이지가 나왔다.

 

“타키온 성격상 연구자료를 이렇게 두지는 않는데…”

 

의문만을 품은 채로 나는 두 번째 장을 넘겼다. 오랫동안 방치되었기 때문인지 글자들이 일부 훼손되어있었다.

 

[…결국 모르모트군에게 그 약을 투약해버리고 말았다.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거였지만 모르모트군이 나를 버리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드디어 모르모트군을 나만의 노예로 만드는 약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실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의 천재적인 두뇌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완벽하겠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약을 투약할수록 모르모트군의 건강과 상태가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었다. 모르모트군, 죽지 말아줘. 모르모트군, 죽지 말아줘. 모르모트군, 죽지 말아줘. 모르모트군, 죽지 말아줘…..]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야...”

 

꺼림칙한 내용만이 적혀있는 문서들 맨 뒤로 새로이 쓴 것 같은 깨끗한 종이 한 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쓴 건가?

 

[모르모트군과의 아이를 얻은 지 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육아로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여 과거에 쓰던 약을 다시 써서 그런지 모르모트군의 자아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아마 이 상태라면 얼마 안 가서 약효가 다시는 통하지 않겠지. 이 연구는 당분간 동결한다.]

 

최근 몇 년 내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연구일지에는 약효가 떨어지면서 내가 자아를 되찾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구역질이 난다. 타키온은 제멋대로에, 어리광을 자주 부리곤 했지만 나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약을 강제로 투약하고, 자아를 빼앗고, 노예로 만들었다.

 

“타키온은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야.”

 

나는 곧바로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전화했다. 타키온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저기 모르모트군.”

 

갑자기 내 손에서 내 핸드폰이 사라졌다.

 

“지금 뭐 하려는 것인지 물어도 괜찮겠는가?”

 

타키온이 내 핸드폰을 흔들면서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옛날 사진앨범 같은 거라도 있는지 찾아보려고.”

 

“옛날 앨범이라. 그거라면 안방에 있을 거야.”

 

내가 헤집어 놓은 타키온의 연구일지를 대충 정리하고 나는 방에서 나왔다.

 

“모르모트군, 그런데.”

 

설마 들킨 건가?

 

“갑자기 앨범은 왜 필요하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대충 얼버무렸지만 타키온은 대충 알아들은 눈치였다.

 

“그런데, 모르모트군,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군.”

 

설마 눈치챘나?

 

“옛날 생각이라, 기억나지 않을 텐데 그게 무슨 말인가. 모르모트군.”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할 수 없다고? 아까 연구일지에 적혀있던 약을 말하는 건가?

 

“나를 속이려는 건가? 모르모트군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군. 하지만 오답이야. 이미 전부 봐버렸거든.”

 

“그럼 그냥 솔직하게 물어볼게. 나한테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당연한걸 왜 물어보는 거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나지 않는가? 그때 약속했었지 않았나. ‘모르모트군은 나 타키온의 그 어떤 실험에도 거부할 권리가 없다.’ 아, 설마 이 기억도 같이 지워진 것인가?”

 

타키온은 내가 우습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내 인생을 빼앗은 거야?”

 

“자네가 나를 버리려고 했을 때, 그거 때문이라네. 나는 자네밖에 없는데 자네는 오히려 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우마무스메를 담당하려 했었지 않는가?”

 

“그건 오해야. 타키온. 내가 너를 버릴 리가 없잖아.”

 

타키온은 내 양쪽 뺨에 손을 올리고 내 얼굴을 지긋이 응시하며 말했다.

 

“모르모트군, 넌 내 거야.”

 

타키온이 원망스럽다. 질투심으로 사람 한 명의 인생을 빼앗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긴 하는 거야?

 

“타키온,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도 나는 너를 사랑했을 거야.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거야...?”

 

“과연 그랬을까? 모르모트군. 자네는 그전에도 이미 많은 여성들과 만나오지 않았나. 내가 어찌 자네를 믿겠는가.”

 

타키온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어떤 알약을 꺼내서 나에게 들이밀었다. 

 

“모르모트군, 이번에는 선택할 기회를 주겠어.”

 

“이게 뭔데?”

 

먹으면 또 저번처럼 기억을 잃는 건가?

 

“이건 내 마지막 작품이라네. 이 약을 먹는다면 이전처럼 기억과 자아를 잃고 나만의 것이 되는 거야. 하지만 먹지 않는다면 자유의 몸이 되는 거지. 그렇게 된다면 나를 떠나도 좋다네.”

 

자유를 원했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으려 했지만 딸아이의 얼굴이 내 머리 속을 스쳐갔다.

만약 내가 이 약을 먹고 자유가 돼서 타키온을 떠난다면 내 딸은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아빠 없이 자라게 되겠지. 

 

“우리 딸한테 아버지가 없다는 고통을 안겨주고 싶진 않아…”

 

“자, 어서 선택하라고 모르모트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돼서 참을 수 없으니까.”

 

“나는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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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투표결과에 따라 결말을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한쪽이 선택되면 다른쪽은 나만 아는채로 영원히 공개 안할 거니까 신중하게 골라라. 늘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