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제4회, ‘95로부터 트레이너를 구하는 법’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출석 확인을 하겠습니다. ..먼저는 저, 1번 회원 ‘우마돌다이스키’ 출석했습니다.”





스마트 팔콘.. 으로 보이는 엄숙한 표정의 우마무스메가 그렇게 말했다.


이교도들의 회의를 보는 듯한 이 장에서, 명확하게 이 우마무스메가 누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점은 하나.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우마무스메들은 하나같이 트레이너에 진심인 자들뿐이었다.





“2번 회원, ‘거유죽었으면’ 출석했사와요.”


“3번 회원, ‘파란고슴도치는시체가아니야’ 출석했어요.”





원탁에 모여 있는 건, 이 세 우마무스메가 전부였다.


자리가 비어 있는 걸 눈치챈 1번 회원, ‘우마돌다이스키’가 입을 열었다.





“...4번 ‘절대최강제왕’ 님과 5번 ‘최속의기능미’ 님은?”


“테이...아니, ‘절대최강제왕’ 님은 학생회실에 용무가 있다고 했사와요.”


“마찬가지로 ‘최속의기능미’ 님은 오늘 오시는 길에 스페 선배님께 붙잡히셨다고..”


“이런 중요한 시기에 두 분이시나... 큿...”





‘우마돌다이스키’는 통탄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7명이 있었던 이 원탁이, 이제는 3명까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주적은 아직도 굳건했다. 그 점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라고 주먹으로 손바닥을 톡 내리친 ‘파란고슴도치’가 말했다.





“6번 회원, ‘나이스하고나있으’ 회원님도 이런 식으로 없어지셨죠.”


“그렇사와요, 7번 회원이셨던 ‘엔카는국민가요’ 회원님은 오늘도 스피드 트레이닝에서 무지개를 띄우시느라 바쁘시다고..”


“어머,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할 때입니까!”





‘파란고슴도치’의 낙관적인 말에, ‘거유죽었으면’이 화가 난 것처럼 행동했다.


이 사이좋아 보이는 대화를 오래 들을 수 없었던 ‘우마돌다이스키’가 원탁을 내려쳤다.






“그런 대화보다는 회의를 시작합시다. 우리의 트레이너를 지키기 위해서, 저 간악한 95의 행보를 막아야 합니다!”


“분명 라이트 하로.. 아니, 95 씨와 놀이공원에 가셨다고..?”


“그래요! 지난번에는 아이돌 콘서트, 그 다음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그 다음다음에는 미술관, 이제는 놀이공원이라고요?! 바보 커플 레벨이라고요?!”


“이거는 위험하군요.. 이다음에는 온천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와요...”





호시탐탐 트레이너와 스위츠뾰이를 노리고 있는 ‘거유죽었으면’답게, 라이트 하로와 트레이너의 발전 속도를 눈치챈 그녀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라고는 해도, 이교도와 같은 복장 때문에 보이기에는 손을 턱에 올리는 것으로 그치고 있었다.


‘거유죽었으면’의 지극히 객관적인 분석에, ‘우마돌다이스키’가 이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막아야 합니다! 이대로는 우리의 트레이너가 ‘크으윽, 이 가슴 죽이는데, 다른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어버렷..!’이 되고 말 겁니다!”


“끼야아아악!”


“ ‘거유죽었으면’님?!”




그 광경을 상상이라도 했는지, ‘거유죽었으면’ 회원이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옆에서 효과음이 나올 정도로, 벌벌 떨고 있었다.


벌벌 떨던 그녀가, 안타까운 소리를 하며 말했다.




“..겨우 테이오와의 협업으로 빈유 취향으로 교정해드렸건만..!”


“잠깐만요 맥퀸 선배, 그거는 저랑 키타짱에게 알려주시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어쩐지 자신의 육탄공격에도 넘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한 ‘파란고슴도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로 떨던 몸이, 한기로 떨리기 시작한 ‘거유죽었으면’이 흠칫, 몸을 멈추었다.





“그..그거는 나중이와요! 우선은 토레나를 라이트 하로 씨로부터 떨어뜨려야만 한답니다!”


“...부분적으로 동의할게요. 선.배.님.”


“···.”





‘제가 알고 있던 귀여운 후배님은 어디에..’ 라고 작게 말하며 의기소침해진 ‘거유죽었으면’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정돈되었음을 느낀 ‘우마돌다이스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 ‘우마돌다이스키’가 가슴 괴물 95를 막을 계획을 짜왔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에, 다른 두 우마무스메가 ‘오오’ 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드물게 확신에 차 있는 ‘우마돌다이스키’의 목소리에, 두 명이 침묵을 지키며 기대를 모으자...






“제가 제 팬을 통한 극비 정보로! 가슴 괴물과 트레이너 님이 다음주 주말에 피크닉에 간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키랏-하고 익숙한 포즈를 취한 그녀 앞에서, 다른 두 회원이 속닥속닥 말했다.





“...저기, 이거 비밀회의 맞죠?”


“이제는 라이트 하로씨도 이름도 없이 단순한 가슴 괴물이와요. 달관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실명 언급을 시작한 건 맥퀸 선배님아닌가요?”


“따지고 보면 시작은 스즈카 씨가 있는 걸 모르고 뒷담화를 해버린 테이오가 문제입니다.”






맥퀸은 전에, 스즈카랑 라이트 하로랑 같이 있는 걸 보고 솔직히 조금 비웃었다. 라고 테이오가 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그만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테이오가 언제나 스즈카에게 설설 기며 하찌미를 바쳤던 걸 생각하면, 도대체 뒤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던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둘의 시시콜콜한 수다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은 스마트 팔콘이, 결론을 내리듯이 말했다.


수다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팬들과의 이야기를 떠든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 오후1시! 같이 데이트를 방해할 인원을 모집합니다! 희망자는 거수!”






그리고 동시에, ‘우마돌다이스키’만이 손을 들었다.






“....에?”



“...죄송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조금 힘들어와요.”


“저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약속이 생겨버렸어요.”




‘거유죽어’와 ‘파란고슴도치’가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평소의 두 사람과 다른, 수상할 정도로 침울한 모습에 ‘우마돌다이스키’가 말을 걸었다.




“아니, ‘거유죽어’님! 지난번에 놀이공원 데이트 때 스위츠 데이트를 뺏겼다고 잔뜩 화를 내셨으면서!”


“....사실은, 2주 전에, 라이트 하로 씨로부터 ‘전 세계 스위츠 박람회’의 예약 티켓을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2주 전..!”


 


설마, 가슴 괴물은 지금 이 순간을 대비해서..!


그렇게 생각한 ‘우마돌다이스키’가 ‘파란고슴도치’를 바라보았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는 3주 전, 아버님으로부터 ‘이번 일은 반드시 오거라, 도대체 얼마나 아비의 얼굴에 먹칠할 생각이냐..’ 라고 들어서요..”


“아니, ‘파란고슴도치’님의 아버님은 딸바보이실 텐데 어떻게..!”


“사토노 그룹에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 애정 행위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시는 모양이에요. 이번 일만큼은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마돌다이스키’ 아니, 스마트 팔콘은 그 순간 라이트 하로의 책상 위에 있던 수많은 서류와 엽서를 떠올렸다.


모두 하나같이 다른 이름, 다른 주소로 어떤 한 건물을 향해 보내지는 편지였다.


...이렇게 생각에 미치자, 스마트 팔콘은 피가 마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주먹을 불끈 쥐자, 팔콘의 주머니 안쪽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주머니를 확인하자, 안에서는 그녀의 핸드폰이 나왔다.


마침 자정이 지나 날짜가 바뀌었을 시간에 울릴 진동은 하나뿐이었다.





‘이번주 토요일은 나카야마 레이스장♡ 우마돌 힘내자!’





이번달 딱 하나만 있는 팬들의 성원에 답하는 경기.


스마트 팔콘은 이 진동 소리와 함께 울리는, 매주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하는 알람 소리에 핏기가 가셨다.


이번달, 그 누구도 둘의 데이트를 막을 수 없다.






“....이, 이렇게 된 이상 나머지 회원분들의 협력을..!”


“테이오는 학생회를 따라갈 일이 있다고 3일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계셨고..”


“사일런스 스즈카 선배님은 마치카네 후쿠키타루 선배님과 신사에 가신다고 하셨지요.”





가슴 괴물, 아니 95, 아니 라이트 하로.


이 여자, 아니 가시나는 설마..!




“...나이스 네이처 씨는 트윈 터보 일행들과 유원지에 가신다고 하셨죠.”


“아! 그러고보니까 키타짱도 오랜만에 고향에 간다고 했어요!”





우리의 스케줄을 모두 알고 있기에, 이번 주 주말을 고른건가...!


이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가, 스마트 팔콘은 혀를 차며 확정시된 미래에 절망했다.


침울해진 그녀의 모습에, 나머지 두 사람이 위로하기 시작했다.






“걱정마시와요. 아무리 그래도 피크닉을 간 정도로 우마뾰이하지는 않는다고요?”


“그래요, 엇나가면 트레이너님을 납치하면 된다고요.”


“설마 이번 외출 이후로 불꽃놀이를 보고 해돋이를 보면서 라이트 하로씨의 어머님을 뵙고 금색 스킬을 받겠어요? 아무런 걱정마시와요.”


“맞아요. 만약 그런다면 다시는 햇빛을 못보게 지하실에 감금시키면 된다고요.”


“잠깐만요 사토노 씨, 그 방식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에? 그럴리가요. 사랑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된다고요.”


“트레이너 님이 당신을 그 정도로 사랑하시나요..?”


“제가 그 정도로 사랑하니까 되는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거유죽어’, 아니 마꾸잉의 전력을 다한 츳코미에 정말로 몰랐다는 듯이 답하는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끝으로, 제 4회 ‘95로부터 트레이너를 구하는 법’의 회의를 마쳤다.


언제나처럼, 어떤 유효한 결말도 나오지 못한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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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어두운 지하실과 반대로, 라이트 하로가 지내고 있는 오피스텔.


라이트하로는 핑크색 앞치마를 하며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즐겁다는듯한 콧소리와 노래에 맞춰 흔들거리는 몸짓은, 누가보아도 신혼 아내와 같았다.




‘트레이너 씨는 약간 짭짤한 계란말이를 좋아하시고, 의외로 문어 소시지도 좋아하셨지..’


‘그리고 너무 신 요리는 잘 안 드시니까, 베니쇼가는 살짝 연하게..’






한국에서 왔다는 트레이너의 입맛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그녀는, 사뿐사뿐 그가 좋아할 만한 반찬만을 도시락에 담기 시작했다.


남기지 말고 먹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먹지는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양을 배분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보드마카가 잔뜩 칠해진 달력이 있었다.


트레이너가 담당하고 있는 8 명의 우마무스메의 스케줄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녀의 스케줄표였다.


참고로 8명째의 담당은 골드 쉽 양이었다.


이 모든 정보의 출처이기도 한 골드 쉽은 지금, 라이트 하로와 철저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후후, 스마트 팔콘 양, 사토노 다이아몬드 양, 메지로 맥퀸 양...’




나머지 4명은,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양보’해주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건 이 3명이었다. 그리고 라이트 하로, 그녀에게는 완벽한 플랜이 있었다.


반대로, 그녀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 점들이 있었다.






메지로 맥퀸은, 아직 모르고 있다.


트레이너는 지금, 그녀를 동등한 이성보다는 딸을 보듯이 보고 있다고.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그 빈약한 몸매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걸, 그녀는 모르고 있다고.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아직 얕보고 있다.


바람으로는 여행자의 옷을 벗길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스한 햇볕을 찾아 다시 떠날 뿐이다.


아무리 구속해보려고해도, 마음을 빼앗긴 기사님은 결국 공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스마트 팔콘은.


‘어른의 연애’를. 얕보고 있다.






‘저는 보고 말았답니다. 스마트 팔콘양.’


다소곳하게 문어 소시지를 모두 담은 그녀가, 아직도 행복에 겨워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취한 저를 보고, 어쩔 수 없이 흥분해버린 트레이너님의 몸을 말이죠.’


‘저번의 모텔에서는 팔콘양의 전화로 무마되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답니다.’





책임감 넘치는 트레이너니까, 다다음번의 외출로 확실하게 정해질거다.


어머니와의 회의도 모두 마쳤으니까, 불꽃놀이가 끝나면 교통편이 모두 끊기고 자신의 본가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애주가인 트레이너 눈앞에, 그리운 고향의 술을 가지고 자신이 찾아온다면...







꿀꺽.


“...주책맞게 침을 다 흘렸네.”







이래도 괜찮겠지, 라고 작게 말하며 트레이너가 먹을 밥에 자신의 타액이 섞인 걸 아무렇지 않게 담은 그녀가, 도시락의 포장을 마치고는 핸드폰으로 손을 옮겼다.







“트레이너 씨? 네네, 저번에 상담해주셨던 건에 관해서 말인데요...”





남자를 함락시키는 건, 밤새 잠자리에 들기까지 도란도란 통화를 하면 된다.


학생들은 볼 수 없는 어른의 시선으로, 트레이닝에 진지한 그에게 말을 걸어주기만 하면.


누구보다 확실히, ‘트레이너’인 그가 아닌 ‘남자’인 그에게 다가갈 수 있다.





‘주말이 기대되네요.’



라이트 하로는 기쁜 듯이 웃었다.


누구보다도 그에게 가깝다고 확신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웃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후일, 라이트 하로 씨의 입술 맛은 밥알 맛이 났다는 트레이너의 증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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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섭가서 잘 살고 있습니다.


라이트 하로의 외출 이벤트는 (https://arca.live/b/umamusume/59399328?target=all&keyword=%EB%82%A0%EB%A6%BC&p=1) 를 참고했습니다.


하나 확인하고 싶은게 야설 괴문서는 받아줍니까..?


제 기준에서는 막 올리기 창피한 것들이라 좀 부끄럽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