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링크: https://www.pixiv.net/artworks/96455739  

1편 링크:https://arca.live/b/umamusume/59701127?category=%EC%B0%BD%EC%9E%91%2F%ED%95%AB%EC%82%B0&p=1
2편 링크:https://arca.live/b/umamusume/59902890
2.5편 링크:https://arca.live/b/umamusume/59998501






“트레이너씨.”

 

갑자기 들린 키타의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았다. 내 뒤에는 키타뿐만 아니라 큰 덩치를 가진 사람들이 키타의 좌우로 서있었다.

 

“키타, 나는 다 이해해줄 수 있어. 일단 진정해.”

 

키타는 뒷짐을 진 채로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트레이너씨,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키타는 내 여자친구에게 다가갔다.

 

“이런 쓰레기만 없었더라도 이렇게까진 힘들지 않았을 텐데.”

 

키타는 내 여자친구의 머리를 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키타, 그만해줘.”

 

키타의 뒤에 서있던 남자는 나에게 어떤 자루를 씌웠다. 그리고 무언가 얇은 팔을 가진 사람이 나를 집어 올렸다.

 

 

 

 

 

 

“으헉.”

누군가가 내 얼굴에 양동이로 물을 부었다.

 

“트레이너씨, 이제 눈 뜨셔도 돼요.”

 

키타는 내 머리에 씌워진 자루를 벗겨주었다.

 

“키타,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뭐든지 할 테니까.”

 

키타는 내 앞으로 걸어와서 살포시 앉았다.

 

“제가 사랑하는 트레이너씨를 해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키타는 덜덜 떨고 있는 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줬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그…그럼 내 여자친구는 어디 있어?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키타의 말에 잠시라도 안심했지만, 키타는 어떤 드럼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설마.”

 

나는 힘든 몸을 끌고 드럼통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 여자친구가 있었다.

 

“자기야!”

 

분명 한국말로 말해서 못 알아들었을 텐데, 키타가 갑자기 내 입 안에 손을 집어넣고 손가락으로 혀를 찍어 눌렀다.

 

“윽.”

 

“트레이너씨, 저도 트레이너씨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한국말을 좀 공부했는데, 그건 연인끼리나 쓰는 말이 아닌가요?”

 

키타의 손가락에 힘이 조금씩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다간 혀가 관통될 것 같다.

 

“그런 호칭은 제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쓰지 않으실 거라고 약속해주세요.”

 

나는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제서야 키타는 손가락을 빼주었다.

 

“그럼 저런 걸레는 버리시고 저랑 사귀시는 건 어떠신가요?”

 

“걸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저번에 감히 트레이너씨랑 사랑을 나누길래 그런 게 좋으면 실컷 하라는 의미로 노숙자들에게 던져줬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키타,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니잖아. 늘 밝은 미소로 주변에 누가 곤란하든 항상 도와주려고 하는 그런 우마무스메였잖아.

 

“너답지 않게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런 것보단 제가 더 젊고 예쁘고, 무엇보다 트레이너씨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니. 제가 트레이너씨의 완벽한 짝이에요.”

 

키타는 내 손에 라이터를 쥐어주었다.

 

“트레이너씨도 저를 사랑한다는 증거로 저 여자를 불태워주세요.”

 

“나는 못해..”

 

키타는 못한다는 떨리는 내 손을 잡고 불을 키도록 하였다.

 

“금방이면 되는 거라고요?”

 

“키타, 제발 이러지마.”

 

키타는 내 손을 강제로 끌고 가서 드럼통에 라이터를 던지도록 하였다.

 

“역시 해내실 줄 알았어요.”

 

드럼통 안에는 휘발유라도 있었는지 불길이 크게 솟아올랐다.

 

“트레이너씨, 저거 보세요. 마치 불축제에 쓰이는 모닥불 같지 않나요?”

 

키타는 신난 아이처럼 불을 보며 행복한 듯이 웃고 있었고, 나는 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키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트레이너씨는 저를 다 알지 못하고 계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떤 우마무스메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갑자기 다른 우마무스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니. 이런 상황에서 무슨 목적이야.

 

“꽤 큰 규모의 야쿠자집단의 두목인 검은 머리를 지닌 우마무스메가 있었어요. 그 우마무스메는 어느 날 어떤 엔카가수에게 첫 눈에 사랑에 빠졌고, 그를 배후에서 몰래 지원하며 짝사랑을 이어나갔어요. 그리고 그 엔카가수는 유명해졌고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죠.”

 

키타는 이전과 같이 나의 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엔카가수와 그의 여자친구를 납치하고, 여자는 살해한 뒤 엔카가수는 자신과 강제로 결혼시켰어요.”

 

유명한 엔카가수, 검은 머리의 우마무스메. 설마…

 

“키타, 혹시 너희 부모님의 이야기야?”

 

키타는 피식 웃었다.

 

“맞아요. 트레이너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일본에선 부부끼리 성을 같은 걸 쓰거든요. 저희 집은 다른 곳이랑 다르게 어머니 쪽을 따라갔지만요.”

 

“키타, 혹시 그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야?”

 

“트레이너씨도 곧 ‘키타산’이라는 이름을 쓰시게 될 거라는걸 말씀 드리는 거에요.”

 

“그럼 키타는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키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타, 아직은 네가 중등부니까 법적으로도 혼인이 불가능해. 그러니 나중에 키타가 성인이 된다면 내가 바로 청혼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키타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안돼요. 괜히 기다리다가는 이번처럼 괜히 다른 쓰레기가 꼬일 수 있잖아요. 트레이너씨는 안전하게 저희 집 안에서만 지내시면 되요.”

 

키타의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신 이유를 이제야 이해했다. 나도 곧 그분처럼 되겠구나.

 

“키타. 잠시 눈 좀 감아줄래?”

 

“눈은 갑자기 왜요?”

 

키타는 의심하는 기색조차 없이 바로 눈을 감았다. 이때 몰래 도망가야지.

 

“그냥 연인이 된 기념으로 키스를 하고 싶은데, 눈 뜨고 하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출구 쪽으로 걸어나갔다.

 

“트레이너씨,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뒤를 돌아봤을 때 키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우마무스메의 청력은 인간보다 더 예민해요. 몰래 도망가시려는 건 아니죠?”

 

들켰다. 어쩔 수 없이 전력질주로 도망가야지.

 

“달리기로는 못 이기는 걸 당연히 아실 텐데.”

 

키타는 전속력으로 달려와 내 다리를 잡아 끌었다.

 

“자꾸 도망가시니까 어쩔 수 없네요.”

 

키타의 오른손에 반짝이고 날카로워 보이는 무언가가 내 왼쪽 발목으로 향해있었다.

 

“키타, 안돼.”

 

그 순간 날카로운 고통이 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렸다.

 

 

 

 

 

 

순간적인 고통에 기절해버리고 내가 깨어난 곳은 일본식으로 지어진 정체불명의 방이었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붉은색 기모노를 입은 키타를 발견했다.

 

“키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붉은 기모노를 입은 우마무스메가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그녀가 키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가워. 네가 내 딸아이의 트레이너구나.”

 

“혹시 키타의 어머니신가요?”

 

“알고 있구나. 그 아이는 나보다 무언가를 사랑할 때 그것을 독점하려는 마음이 더 강하거든.”

 

키타의 어머니는 방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한 마디를 했다.

 

“그럼 행운을 빌어주마.”

 

키타의 어머니가 나가자마자 키타가 승부복을 입은 채 방 안으로 들어왔다.

 

“트레이너씨, 있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제 꿈을 찾지 못한 채 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트레이너씨를 만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면서 꿈이 생겼어요.”

 

키타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제 꿈은 바로 트레이너씨와의 아이를 낳는 거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국에 있을 걸’이라는 후회를 하면서 나는 내 운명을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트레이너씨, 사랑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컴퓨터가 죽어서 포멧하고 오느라 좀 늦어서 미안하다.

다들 재밌게 봐줘서 고맙고 다음에 괴문서로 쓸 우마무스메 좀 추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