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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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그럴리 없어요.'


믿을 수 없었다.

트레이너씨가 중상을 입어 의식불명에다 현재 위독하다는 소식.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을거에요.'


애써 침착하게 마음을 잡아보려는 다이아.

그러나 택시를 잡는 그녀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다.


한달음에 달려간 병원 응급실.

그곳에서 트레이너와 마주한 다이아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소중한 트레이너씨가, 사랑하는 남편이, 평생을 함께하기로 서약한 동반자가 참담한 몰골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다.

피에 젖은 와이셔츠와 처참하게 찢긴 정장.

다이아의 URA 기념으로 함께 맞춘 정장이었다.

분명 눈 앞에 저 사람은 트레이너씨가 맞는데

믿겨지지 않는다.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좌절도 잠시

요동치는 심전도 파형과 함께 의사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맥박 떨어집니다!"


"CPR 실시!"


두번째 심정지였다.


"아 안돼.."


"아.. 안돼요..! 제발... 이렇게 가면 안돼요 제발.."


"제 남편좀 살려주세요..!! 제가 뭐든 할게요.. 돈이든 뭐든 다 드릴게요 살려주세요 제발.."


그녀는 의사들을 붙잡고 빌기 시작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눈 앞을 가린다.

이곳에 더 이상 드높은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제발 살려달라 울부짖는 한명의 가엾은 여인만 있을뿐.


그렇게 1분.. 2분... 5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이 실시된지도 10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심정지 상태에서 1분이 경과할때마다 생존률은 10%씩 떨어진다고 한다.

즉, 10분이 지나면 사망률은 99% 이상이다.


"제발요.. 안돼요 트레이너씨 정신좀 차려보세요..!"


"절 두고 가지 말아요.. 제발.. 절 두고 먼저 떠나지 말아요 제발요.."


그녀의 절규가 병원 응급실에 울려퍼진다.

그 간절한 외침이 닿았던 것일까.


"후우.. 심박 돌아옵니다"


요동치던 심전도 파형이 정상범주로 돌아왔다.


"으아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

의사들에게 하나하나 감사를 표하는 다이아.

그녀의 얼굴은 이미 퉁퉁 불어있었다.


한 차례 위기를 넘기고

트레이너는 즉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15시간이 넘게 소요된 대수술.

그녀는 수술이 끝날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의사에게 전해들은 트레이너씨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


교통사고로 차량이 전복되고 차량의 상단부터 내려 꽂히며 천장이 으스러졌다.

그 으스러지고 구겨진 천장은 트레이너의 머리를 강타했고 이는 그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

언제 깨어날지는 커녕 깨어날 수는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의사들의 소견을 들은 그녀가 수 차례 물었지만 의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을뿐이었다. 


"저희도 더 이상 해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네.."


트레이너씨가 깨어날 때까지 그를 간호하기 위해 당분간 거처를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다이아. 

간단히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이아는 내심 이 모든 것이 그저 꿈이길 바랬다.

집에 들어서면 트레이너씨가 맞이해주길 바랬다.


집의 공기는 싸늘했다.

식탁에는 아직 입도 대지 못한 음식들이 차갑게 식어버린 채 차려져 있었다.

마주해버린 잔혹한 현실에 다이아는 괴롭다는 듯 몸부림쳤다.


"아얏!"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치우지 못한 깨진 와인병 조작에 발을 베여버렸다.

그러나 다이아에겐 유리 조각에 베인 자상보다 이 현실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동행한 사토노 그룹의 수행원들에게 간단한 청소와 음식의 처리를 부탁한 뒤 짐을 챙겨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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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아가씨?"


"아 그 부탁드린건 입수하셨나요?


"네 여기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사토노 그룹의 수행원들을 시켜 한 발 빠르게 트레이너의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다이아.

아무리 보아도 그의 사고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멀쩡히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전복이 될 리는 없을터.

이 블랙박스와 메모리카드가 사고의 전말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블랙박스는 사고의 충격으로 손상되어 비디오가 날아가 오디오만 녹음되어 있었다.


"하아.. 이제 어쩌죠..?"


중요한 단서인 블랙박스의 손상으로 낙담하고 있던 그 때


블랙박스)

"어이 형씨! 차가 아주 쌔끈한데 함 달려볼텨?"


"어라?"


블랙박스)

"푸핫! 겁쟁이새끼. 쫄?"


"부랄 두쪽달린 싸나이가 말이야 계집년들마냥 그래서 되겠어? 하하하하"


"알바 없고 갈길 가쇼."


블랙박스에는 트레이너씨가 누군가와 실랑이 하는 것이 분명하게 녹음되어 있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사고.


'시비가 걸린걸까?'


'혹시.. 보복운전?'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그녀는 곧바로 수행원들과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얼핏 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로워 보이는 도로.

그러나 손상된 가드레일과 아스팔트, 그리고 널부러진 작은 파편들과 선명히 그어진 스키드마크가 이 곳이 사고 현장임을 가늠케 했다.


"..스키드마크!"



다이아는 어릴적 보았던 과학수사 드라마에서 스키드마크로 차량을 추적하는 것을 본 것이 떠올랐다.

사토노 그룹의 스페셜리스트들이라면 스키드마크로 차량을 알아내는 것 쯤이야 쉽게 할 수 있을터.


곧바로 전문가들을 불러 분석을 부탁했다.


"이쪽 스키드마크가 길게 늘어지며 꺾이는걸로 보아 급히 끼어들며 급정거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편분은 아마 급히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변을 당하신 것 같네요."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끼어드는 차량을 그냥 들이받았더라면 이런 사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어있다.

설령 피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그럼 혹시 저 스키드마크로 가해 차량도 알아낼 수 있을까요?


"흠.."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아가씨."


분석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넓은 것의 폭은 285mm, 좁은 것은 255mm네요."


"타이어 파편과 성분을 분석한 결과 *쉐린 사의 PILOT SPORT 4 S 타이어 입니다. 상태로 봐선 교체한지 얼마 안된 타이어로 보이네요"


이런저런 분석이 오고 간 끝에 

가해 차량은 285/35ZR20 규격의 *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임을 알아내었다.

곧장 해당 타이어를 취급하는 인근의 모든 정비소와 대리점의 최근 1개월 내의 타이어 교체 기록을 전부 입수해 살펴본 결과

단 한 곳의 대리점에서 해당 타이어가 판매된 사실을 찾아냈다.


"네? 아 네 저희 매장에서 판매된 타이어가 맞습니다."


"차종이요? 어.. 글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 매장 CCTV에 녹화되어 있네요. 회백색 *산 GT-R 입니다. 요란하게 튜닝이 되어있었는데 워낙 시끄러워서 말이죠. 년식은 20년식으로 보이네요."


"번호판이요? 번호판은.. 찍혀있지가 않네요 그 부분이 딱 사각지대라 허허"


"아 그건 그렇고 타고 오신 차 타이어가 좀 된 것 같은데 타이어 교체받으실 생각 없으세요? 요즘 이 타이어가 그렇게 잘나가는데 아 사양말고 일단 들어보세요 이게 말이죠~"


친절한 타이어 대리점 직원의 도움으로 최종적으로 차종까지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번호판까지 알아내는데엔 실패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이제 수사망은 크게 좁혀졌다.

곧바로 사고지역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로 20년식 회백색 GT-R 차량의 수배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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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응급식에서 저거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되게 슬프더라. 워낙 어릴때라 기억이 잘 안날법도 한데 지금도 꽤 선명하게 기억나네. 

스키드마크로 차종 추적하는건 현실에서도 가능한 얘기래. 물론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어.

저거 수배령을 내렸다는건 공권력의 힘을 빌렸다는 뜻이 아니야. 사토노 그룹 네트워크에 수배를 올렸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