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트레센 학원 기숙사, 어느 소녀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머리에 달린 커다란 리본과 그 옆에 쫑긋거리는 말귀, 그리고 살랑거리는 꼬리는 그녀가 우마무스메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흐흐흐흐, 배터리는 충분해요.”

 

그 우마무스메는 눈을 반짝이며 카메라 전원을 켰다.

 

그럼, 디지땅! 오늘은 주말에 쉬며 노니는 고귀한 우마무스메짱들의 모습을 이 카메라에 담아야지!”

 

그녀는 디지땅, 아그네스 디지털이었다. 그녀는 입에서 흐르는 침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흐. 힘내라, 디지쨩! 힘내라, !”

 

그녀는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가 한 팔은 반만, 다른 팔을 완전히 뻗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나오던 라이스 샤워와 눈이 마주쳤다.

 

, 어라? 그건?”

 

라이스는 당황했는지 뒷걸음질 쳤다.

 

, 뜨악!”

 

디지털 또한 취한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어째서 디지털씨가 저랑 같은. , 아니. 라이스 같은 게.”

, 아니! , 라이스씨! 이 이건.”

 

디지털이 뭐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라이스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미안해요오오!”

 

그러고는 다시 기숙사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라이스씨! 기다려요!”

 

디지털은 라이스를 향해 손을 뻗고 소리쳤지만, 이미 라이스는 모습을 감췄다.

 

흐으, 나는 그저 라이스씨랑 똑같은 동작은 취함으로써 힘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는 눈가에 그렁그렁해진 눈물을 훔치며 푸념했다.

 

난 바보야. 감히 나 같은 게 존귀한 우마무스메짱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다니. 으엑!”

 

자책하는 그녀는 누군가에게 부딪혀서 넘어지고 말았다.

 

어라?! 디지땅 설마 우마무스메짱과 접촉해버리고 만 거야? 그것도 이렇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끄아아아아! 덕후 실격이야!”

 

디지털은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이봐? 괜찮아?”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테이오씨의 트레이너?”

. 맞아.”

 

테이오의 트레이너는 손을 살짝 더 내밀었다.

 

그 친절에 압도적 감사인 것입니다.”

 

디지털은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우마무스메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 괜찮아요! 트레이너씨는 괜찮으신 건가요? 제가 폐를 끼친 건 아니겠죠?!”

아니야. 내가 실수로 부딪친 거야. 사과해야 할 건 나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역시 이 학원에 몇 안 되는 정상인다웠다.

 

그 테이오씨가 푹 빠질 만하군요.’

 

디지털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내 카메라!”

 

디지털은 두리번거리다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카메라를 발견했다.

 

끄아아악! 아직 백업 안한 우마무스메쨩들의 사진이 담겨있고 앞으로도 찍어야 할 카메라가!!”

 

그녀는 절규하며 서둘러 카메라를 주워들어 살펴봤다. 다행히 액정포함 모든 것이 멀쩡했다.

 

다행이다아.”

 

그녀는 카메라를 가슴에 껴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망가지지 않았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갈게. 다시 한번, 미안했어.”

아뇨, 아뇨! 한 곳에 가만히 서 있던 제 잘못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다음 정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흐흐흥~. 오늘은 어떤 우마무스메짱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너무 기대되잖아!”

 

그러다가, 시선이 느껴졌다.

 

누가 날 보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디지털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렇지만, 건물 밖에 사람이라고는 점점 멀어져가는 토카이 테이오의 트레이너 밖에 없었다.

 

? 잘 못 느낀 건가?”

 

그녀는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끄아아아악! 오늘은 결국 헛발질이었던 건가!”

 

그녀는 땀범벅이 된 채로 하늘을 바라봤다.

 

강렬한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지금의 날씨는 폭염특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날씨가 더워서 아무도 안 나왔나 봐. 디지쨩, 이 바보! 그걸 생각 못하다니!”

 

그녀의 말대로, 지금 건물 밖에 서 있는 건 오직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목에 매고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하지만! 바깥에서 쉬는 우마무스메짱들이 보고 싶었는걸!”

 

한숨을 쉬고 기숙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숙사에 가면 우마무스메짱들을 볼 수 있어! 헤헤헤헤.”

저기, !”

 

그때, 귀여운 하이톤 소녀의 목소리가 디지털의 뒤에서 들렸다.

 

이 목소리는!”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토카이 테이오가 뒷짐을 지고 미소를 지으며 디지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효오오! , 테이오씨가 나한테 말을 거셨어!”

 

디지털은 얼굴을 붉히며 얼굴을 가렸다.

 

태양보다 더 눈부셔요! 정말! 정말로요! , 아니지! 계속 이러는 건 실례지! 무슨 일이신가요?”

 

그러자, 테이오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디지털에게 말했다.

 

, 그게 너랑 단둘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지친 디지털에게 있어 마치 여름철 하찌미와 청량음료 같은 그 목소리와 말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우효오오오옷! 테이오씨께서 내게 하실 말씀이 있다구요? , 그것도 단둘이?”

! 단둘이!”

 

우효오오오오오오옷! 제가 정말 멋진 우마무스메짱인 테이오씨와 단둘이 대화를 나눠도 되는 건가요?”

! 따라와.”

!”

 

디지털은 마치 마치카네 탄호이저처럼 흐르는 코피를 닦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웃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디지털은 테이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직 그녀의 뒤를 따라서 말이다. 디지털은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테이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꾸밈없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그들은 그렇게 말없이 계속 걸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람의 발길이 안 닿은 지 오래된 낡은 창고였다.

 

디지땅을 이렇게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신 이유가 뭐지?’

 

디지털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설마! 디지땅에게 하실 말씀이라는 게.”

 

테이오랑 관련된 망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녀는 몸을 격하게 흔들었다.

 

하아아아아! , 아니! 안 돼! 테이오씨를 디지땅과 엮어 불경한 상상을 하다니, 디지땅 완전 최악! 만 번 죽어 마땅해!”

 

하찌미, 하찌미, 하찌미~.”

 

테이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우마무스메 오타쿠는 앞을 봤다.

 

호옷! , 이건!”

 

그녀의 바로 앞에서 테이오는 그녀의 상징인 테이오 스텝을 밟고 있었다. 그것도 하찌미송과 함께 말이다.

 

그 부드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고 탄력 있는 제자리 뛰기에 디지털은 숨을 삼켰다.

 

우효오오오옷! 테이오 스텝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되다니! 너무 고귀해요! 이건 설마?! 오직 디지땅만을 위한 테이오 스텝인가요?”

 

행복함에 취한 그녀의 눈에 테이오의 팬티가 보였다.

 

 

 

 

 

으음.”

 

아그네스 디지털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신이 눈을 떴음에도 주변이 어둡다는 걸 자각했다.

 

으읍?! !?”

 

그녀는 입에서 공기가 자연스럽게 안 빠져나가는 걸 느끼고 정신을 완전히 차렸다.

 

, 이건 뭔가요?!’

 

그녀는 자기 입에 붙은 무언가를 때려고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

 

자기 팔이 뒤로 묶여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공포에 질렸다. 느낌으로 추측해본 결과, 자신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

 

산더미처럼 쌓인 매트 더미 뒤에서 무언가 형광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체육 창고였다. 오래된 체육용품과 곰팡내는 이곳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설마?’

 

디지털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었다.

 

우마무스메짱들이 야외에서 쉬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던 자신.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눈앞에 나타난 테이오.

 

그리고 오래된 체육 창고 앞에서 본 그녀의 테이오 스텝.

 

그리고 팬티.

 

순백의 하얀 팬티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여기에 묶여있었다.

 

, 일어났어?”

?”

 

산더미 같은 매트 무더기 뒤에서 테이오의 목소리와 무언가를 바닥에 끄는 소리가 들렸다.

 

형광빛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매트 더미 뒤에서 테이오가 무언가를 끌고 나왔다.

 

온몸이 형광빛으로 빛나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였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으읍?!”

 

테이오는 여전히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 디지트?”

 

디지털은 자신의 이름은 디지털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 인사는 못 하겠네. 내가 입에 테이프를 붙였으니까.”

! 읍읍읍읍읍!”

 

디지털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테이오에게 물으려고 했다.

 

그녀는 아무리 중증 우마무스메 오타쿠라고 해도 상식은 있는 소녀였다.

 

그녀의 눈에 비친 테이오의 미소는 평소랑 마찬가지로 천진난만한 소녀의 것이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있잖아.”

 

테이오는 이렇게 말하며 뒷짐을 졌다.

 

난 내 또레나가 좋아.”

 

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그녀는 눈을 반쯤 떴다. 그녀는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으며 우수에 찬 것처럼 보였다.

 

정말 좋아.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 회장님도 좋지만, 회장님은 내 선망의 대상이자 꿈이야.”

 

.”

하지만 내 또레나는 내 사랑의 대상이야. 오직 나만의 것으로 삼고 싶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타키온의 트레이너에게로 옮겼다.

 

그렇지만, 요즘 내 또레나에게 너무 많은 사람이 들이대는 거 있지?”

 

그녀가 디지털을 바라봤다. 평소의 표정이었지만 위압감이 느껴져 디지털은 시선을 피했다.

 

다들. 다들. 다들. 다들. 내 또레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있지? 나도 알아. 나의 또레나는 멋진 사람이라는 걸.”

으음.”

 

타키온의 트레이너가 움직이자, 테이오는 테이오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하찌미, 하찌미, 하찌미~.”


그리고, 그녀는 흥겨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으윽, 뭐가 어떻게 된.”

 

서서히 일어나는 타키온의 트레이너에게 테이오의 발차기가 꽂혔다.

 

얼굴을 정확히 맞은 그는 매트의 산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무너진 매트 더미에 그가 파묻히며 창고 안이 어두워졌다.

 

으읍?”

 

우마무스메의 각력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다. 그런 존재가 온 힘을 다해서 찬 발차기를 평범한 인간이 맞는다면?

 

그 순간, 디지털은 의식을 잃기 전에 봤던 팬티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것은 테이오의 팬티였다.

 

그녀가 디지털의 머리를 발로 찰 때 보였던 팬티.

 

우효오오옷! 테이오씨의 팬티였단 말이야?!’

 

그녀의 표정은 행복감에 도취되어 풀어졌다가 다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굳었다.

 

디지털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지만, 매트 더미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테이오의 목소리와 동시에 다시 형광빛이 체육 창고를 채웠다. 그녀는 타키온 트레이너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 들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손에 잡힌 남자는 얼굴에 멍이 있는 것 말고는 멀쩡했다.

 

그녀는 타키온 트레이너를 옆에 던지고 아그네스 디지털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 여기까지 얘기했지? 다들 내 또레나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

 

디지털은 여전히 웃고 있는 테이오가 예쁘지만 미쳤다고 생각했다.

 

다들 내 또레나에게 꼬리 치는 거야. 다른 우마무스메들도, 또레나들도, 키류인도, 이사장도, 타즈나도, 길거리 사람들도.”

 

테이오의 독점력에 놀란 디지털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또레나가 나한테 소홀해진 거야. 다른 년들 때문에.”

 

미쳤다, 디지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이 빛나는 사람이 내 또레나에게 찝적대는 거야. 심지어 같이 술을 마시자니. 아직 나도 또레나랑 같이 해보지 않은 행동을 하려고 하잖아. 술 다음은 뭐겠어?”

으읍?”

당연히 우마뾰이란 말야! 그때 난 다짐했어.”

 

테이오의 눈에 생기가 사라졌다.

 

또레나를 넘보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겠다고.”

으읍?!”

 

그제야 디지털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독점력을 각성해 얀데레가 된 테이오가 아침에 그녀의 트레이너와 디지털이 대화를 나눈 걸 목격했다.

 

그리고, 테이오는 디지털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으으으읍?!”

, 그럼.”

 

테이오가 테이오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흥겨운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하찌미.

 

하찌미.

 

하찌미.

 

죽음이라는 단어가 디지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거 알아? 내 또레나를 넘보는 사람들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웃음이 멈추질 않는 거?”

 

이제 곧 테이오 스텝과 이어지는 발차기가 디지털의 머리에 꽂힐 것이다.

 

으읍! ! 으으읍!”

 

디지털은 몸부림쳤지만, 속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죽는 건 싫어요! 아직 저의 우마무스메짱 덕질은 끝나지 않았단 말이에요!’

 

디지털은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격하게 몸부림쳤다.

 

아아,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결국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테이오씨.”

 

특이하고 배려심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디지털은 눈을 떴다. 테이오는 스탭을 밟으며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문 닫힌 창고 입구에 녹색 여인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테이오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타즈나.”

 

이름을 불린 이사장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저예요.”

 

청아한 목소리가 체육 창고에 울려 퍼지자, 테이오에게서 살의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력에 디지털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일이 쉬워졌잖아!”

 

테이오는 살의와 희열이 담긴 외침을 내뱉으며 타즈나에게 달려들었다. 우마무스메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이사장 비서에게 쇄도한 테이오는 혼신의 힘을 실어 발을 뻗었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 그리고 타즈나의 머리를 노린 엄청난 힘의 돌려차기. 하지만.

 

타즈나는 그것을 너무나도 쉽게 막아버렸다.

 

, 에에에에에에?!”

 

타즈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당황한 테이오를 쳐다봤다.

 

그리고, 테이오의 돌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테이오의 양쪽 관자놀이와 명치를 건드렸다.

 

그러자, 테이오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타즈나는 물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무너져가는 테이오를 부축했다.

 

으으읍.”

 

굉장해. 디지털은 그렇게 말했다. 타즈나는 타키온 트레이너를 빈 어깨에 부축하듯 짊어졌다.

 

그녀가 디지털에게 다가가자, 매니아 우마무스메는 형광빛에 눈을 찌푸렸다.

 

고생 많으셨어요.”

 

타즈나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였다. 디지털은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이제부터 테이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며 콧숨 한숨-을 내쉬었다.

 

후훗.”

 

타즈나는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그네스 디지털은 천천히 눈을 떴다. 뜨거운 아침 햇살이 창문 밖에서 그녀에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녀는 눈부심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곱을 뗐다.

 

하아아! 오늘은 휴일을 즐기는 우마무스메쨩들의 고귀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날이구나!”

 

그러면서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에에엣? , 토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라니!”

, 일어났는가?”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우마무스메쨩, 아그네스 타키온이 책상에 앉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우효오오옷! 아침에 깨어난 날 바라봐주는 타키온씨는 언제봐도 너무 고귀해요옷!”

하핫! 여전히 재미있군, 자네.”

 

디지털은 타키온의 모습에 마음 속 고민이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디지털군. 자네 어제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자던데 괜찮나?”

? 하루 내내요?”

그렇다만?”

 

디지털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타키온이 눈을 반쯤 뜨고 그녀에게 질문 공세를 날렸다.

 

배 고프지 않나? 소변이 매우 마렵지 않나? 목마르지 않은가? 어떤가, 자네?”

괜찮아요.”

흐흐, 자네는 정말 특이하군. 다음에 실험해도 되겠나?”

, 영광임닷!”

 

타키온과 오랫동안 대화하는 영광을 누린 디지털은 행복에 겨워하며 카메라를 들고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기숙사 건물에서 나온 디지털은 입꼬리를 올렸다.

 

흐흐흐흐, 배터리는 충분해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카메라 전원을 켰다.

 

그럼, 디지땅! 오늘은 주말에 쉬며 노니는 고귀한 우마무스메짱들의 모습을 이 카메라에 담아야지!”

 

그녀는 입에서 흐르는 침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흐. 힘내라, 디지쨩! 힘내라, !”

 

그녀는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가 한 팔은 반만, 다른 팔을 완전히 뻗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나오던 라이스 샤워와 눈이 마주쳤다.

 

, 어라? 그건?”

 

라이스는 당황했는지 뒷걸음질 쳤다.

 

, 뜨악!”

 

디지털 또한 취한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어째서 디지털씨가 저랑 같은. , 아니. 라이스 같은 게.”

, 아니! , 라이스씨! 이 이건.”

 

디지털이 뭐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라이스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미안해요오오!”

 

그러고는 다시 기숙사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라이스씨! 기다려요!”

 

디지털은 라이스를 향해 손을 뻗고 소리쳤지만, 이미 라이스는 모습을 감췄다.

 

흐으, 나는 그저 라이스씨랑 똑같은 동작은 취함으로써 힘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는 눈가에 그렁그렁해진 눈물을 훔치며 푸념했다.

 

난 바보야. 감히 나 같은 게 존귀한 우마무스메짱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다니. 으엑!”

 

자책하는 그녀는 누군가에게 부딪혀서 넘어지고 말았다.

 

어라?! 디지땅 설마 우마무스메짱과 접촉해버리고 만 거야? 그것도 이렇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끄아아아아! 덕후 실격이야!”

 

디지털은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이봐? 괜찮아?”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테이오씨의 트레이너?”

. 맞아.”

 

테이오의 트레이너는 손을 살짝 더 내밀었다.

 

그 친절에 압도적 감사인 것입니다.”

 

디지털은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우마무스메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 괜찮아요! 트레이너씨는 괜찮으신 건가요? 제가 폐를 끼친 건 아니겠죠?!”

아니야. 내가 실수로 부딪친 거야. 사과해야 할 건 나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역시 이 학원에 몇 안 되는 정상인다웠다.

 

그 테이오씨가 푹 빠질 만하군요.’

 

그런데, 오늘도 부딪치다니, 특이한 인연이네.”

 

테이오 트레이너의 말에 디지털은 의문이 들었다.

 

디지땅, 저분이랑 부딪친 적이 있었나?’

 

왜 그래? 정말 괜찮아?”

 

테이오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디지털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 . 정말 괜찮아요.”

 

그때, 골드 쉽이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우오오오오오! 오늘은 멸치를 장어로 키워버리겠어!!”

 

그 모습을 본 디지털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그녀를 찍었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힘이 넘치는 골드 쉽씨 정말 최고예요!!”

 

그녀의 머리에서 고민은 날아가 버렸다.

 

그럼, 난 이만 갈게.”

 

테이오 트레이너는 디지털에게 인사를 건네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선객이 찾아와 있었다.

 

타즈나씨?”

트레이너씨, 좋은 아침이에요.”

 

후훗, 타즈나는 웃음을 흘리며 트레이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시끄러운 매미 울음이 트레센 학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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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1편 써서 올렸었는데 6달이나 지나서 안 나눠서 올림.


말붕이들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음.


오타 확인 안 해서 많음. 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