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베르편







“오늘,네 집에서 자고 갈꺼야.”



갑자기 오늘, 골드 시티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점심 시간의 트레이닝 실에서, 의자에 기대어 눕고 있던 나는 잠이 확 깨어 대답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래 시티?”


“딱히 이유는 없어, 그냥 그러고 싶은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뭐야, 내가 보면 안 되는거라도 있어?”


“아니 뭐, 뭔가 있기보다는 아무 것도 없어서 재미 없지 않을까...”


“그럼 가도 된다는거지? 알겠어, 수업 끝나고 네 차 타고 같이 가자.”





갑작스러운 돌발 발언에, 당황할 틈도 없이 척척 진행되는 이야기.


이대로라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녀에게 휘둘릴 것 같아서, 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고생이 성인 남성의 집에서 자고 가는게...!”




그러자 시티는 나에게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매니저님과 나눈 라인 메세지들이 보인다.


내일 있을 일정에 대한 이야기고, 드물게 골드 시티가 열의를 가지고 쓴 메세지가 있었다.




“자, 이거. 매니저가 알려준 내일 일정. 촬영지가 네 집이랑 가깝지?”


“....그러네?”


“그러니까 신세 좀 질게, 나 까다로운거 알잖아. 오피스텔 빌려준다는 느낌으로 생각해, 게다가 내일은 꽤나 바빠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해, 당신의 협조가 필요해. 해줄거지?”


“어..응... 아니, 그래도....”


“감시인이라도 데려가자고? 너무 많이 데려가는 것도 실례잖아. 내가 쓸 방도 하나라면서. 그리고 너, 설마 밤에 나를 덮칠 생각이야?”


“.....아니, 절대 안 그러지.”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네, 에이에이~ 잘 부탁~.”


“...어, 잘 부탁해.”





변명 거리를 생각할 틈새도 없이,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고 말았다.


할 말은 다 한 시티가,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간다.


...그렇게 시티는 우리 집에 찾아오게 되었다.


평소에 그렇게 딱딱한 애들이, 갑작스럽게 이렇게 다가오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오후였다.






***





내가 몸 담고 있는 팀의 분위기는, 상당히 이색적이다.


팀의 구성원은 나, 메지로 도베르, 어드마이어 베가.


...보통은 팀 멤버끼리 어느 정도는 친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트레이너와도 거리감이 가까운 편이 아니였다.


단적으로 말하지면, 모두가 굳이 트레이너와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은 매일 있는 미팅 자리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긴 쇼파 두 개와 그 사이의 테이블을 두고 팀 회의를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때 그 누구도 트레이너 옆에 앉지 않는다.


두 쇼파의 크기도 같고 앉는이의 눈높이도 같지만,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트레이너의 반대편에 앉는다. 심지어 우리들끼리도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세 명이서 쇼파에 앉아 두 사람은 너끈히 들어갈 거리를 유지하면서, 트레이너의 지시를 듣는다. 그가 대답을 요구해도 ‘응’, ‘알겠어’, 혹은 고개를 끄덕이는게 전부.


나는 나름대로 트레이너가 마음에 들었지만, 남은 두 사람의 태도가 이렇다보니, 나 또한 그렇게 대하고 만다. 지금까지는 이래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응? 도베르, 여기에 앉게?”


“....별,별로 상관없잖아.”


“....어,응.”




그런데 어제, 갑자기 메지로 도베르가 그의 옆에 앉았다.


옆이라고 해도 여전히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옆에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당황한 트레이너가 하나하나 스케줄표를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는 걸,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듣고 있었다.


그녀가 머리를 넘기거나 할 때마다 트레이너가 힐끗힐끗 그녀를 훔쳐보는 걸, 나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헤에..?’



나는 나름대로 팀의 선배에 대한 전관 예우를 해주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녀가 먼저 나설 줄은 몰랐다.


트레이너의 시선을 만끽하던 메지로 도베르는, 트레이너 몰래 조금씩 미소를 지었다.


이 모습을 보고 뭔가 있겠거니 싶어서 뒷조사를 조금 했더니, 둘이서 같이 잤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아, 어디까지나 사전적인 의미로. 한 지붕 아래에서 자긴 했잖아?


그래서 나도 그러기로 했다. 왜냐고? 그야 내 마음이니까.


그래도 나름 트레이너가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 관계인데, 다른 사람에게 더 꼬리를 흔드는 걸 보니 기분이 나빠져버렸다.


덕분에 오랜만에 그의 차에 타서, 처음 가는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앞좌석에서 차를 몰고 있는 그가 보인다.


거울로 보이는 그는, 어딜 보아도 수수한 타입의 남자다. 키는 나름대로 큰 편이지만.


오지랖도 넓고 지나치게 바보 같고, 눈치도 없는 그런 남자가 내 트레이너다.





‘그래도, 그런 녀석이니까 내 트레이너인거겠지.’





다시 생각해도 그런 바보 같은 설득은 처음 들었었지.


그러니까 내주기 싫다. 서먹하더라도 곁에 두고 싶다.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드는 귀여운 강아지지만, 나를 제일 먼저 보고 흔들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우열을 가리지 않고 흔들어서 신경쓰지 않았지만, 메지로 도베르 때문에 순서가 바뀌어버렸다.


이렇게 되버리면,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지. 응.


내가 보고 있는 걸 눈치챈 그는, 슬쩍 나를 곁눈질하고는 말했다.





“...시티?”


“...”


“시티, 거의 다 왔어. 이제 내려.”


“알겠어.”


“...”


“...”


“왜 알겠다고 하고 안 내려?”


“조금만 더 있다가 내리자, 비 좀 멎고.”


“...어, 많이 내리네.”






트레이너가 어색하게 핸들을 매만진다. 귀엽네.


서로 반대편에 앉아서, 트레이너는 내 눈치를 보고 나는 바깥을 계속 바라본다.


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든다. 그와 단 둘이 있으면 늘 이런 식이다. 내 눈치를 보는 그가 귀엽다.


슬슬 불안해하는 애완견(트레이너)의 모습을 보고, 비가 멎을때까지 기다리는 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 최근 어때?”


“최근 어떠냐니..?”


“말 그대로야, 요즘 잘 지내고 있냐고.”





‘어...’ 라고 말을 흘리며, 그가 뜸을 들인다.


특이한 일은 없는 것 같네, 아마도.


뜸을 너무 오래 들이는데다가, 진짜로 생각을 쥐어짜느라 말을 못하는 모습이었다.


잠깐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핸들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냥, 평소대로인데.. 평일에는 너희들 스케줄 짜고, 주말에는 친구들 만나고...”


“헤에, 여전히 밤마다 헌팅할 여자를 찾아다니는거야?”


“...그러니까, 나는 그런 짓 안 한다고.”


“밤마다 원나잇하고 다니는 건 좋은데, 여성 편력은 좋은 편이 앞으로 일에 영향이....”


“안 그런다니까! 왜 자꾸 그렇게 놀리는건데!”





그야, 동정에다가 연애 경험은 전무한 트레이너를 놀리는 편이 재밌으니까.


역시, 그랑 있으면 재밌다니까.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좋을텐데.


내가 웃고 있는 걸 본 그는, 아무래도 마음에 놓였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풀린 분위기 속에, 나는 너스레 떨듯이 그에게 질문했다.





“그 여자랑은 어때?”


“...그 여자라니?”


“뻔하잖아, 팀의 최고참인 그 여자.”


“도베르? 도베르는 왜?”


“오늘 둘이서 다정하게 있었잖아? 역시 짐승답게 담당 우마무스메도 가리지 않고 여자라면...”


“안 그랬다니까! ...아무 일도 없었어.”


“헤에, 정말로?”


“...정말이야.”





뭔가 있었네,


말을 흐리는 모습을 보면, 역시 저 집에서 둘이 뭔가 있었다.


그러니까,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마침 비도 그치니까, 이제 가야겠지.





“내리자.”


“어? 응.”


“빨리 앞장 서, 빨리 확인하고 싶네.”


“..어디 호텔 온거야?”


“응? 나는 그런 줄 알고 온건데?”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아가씨.”


“뭐야 그거, ...풋.”





나는 안내를 받으면서,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락나락거렸을 방으로 들어왔다. 그에게는 잠시 옷을 갈아 입는다고 하고 손님방으로 들어왔다. 지금쯤 TV나 보고 있겠지.


뭐, 내가 이 집에서 관심 있는 건 여기 뿐이다. 가장 타인의 흔적이 짙게 베이는 곳.


교우 관계가 넓디 넓은 내 트레이너는, 평소에도 여러 사람과 연락하고 다닌다.


헬리오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뭐, 헬리오스보다는 교우 관계가 좁고 깊은 타입이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천성이 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관계를 즐기는 타입이니까.


물론 딱히 그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선을 넘는 건 곤란하지.


이렇게 흔적을 남겨두는 건 말이야.






찾은 건 두 개.


하나는 서랍 구석에 있는 립클로즈.


이건 누구 것일지 뻔했다. 나름 모델이라 이쪽 분야에는 빠삭하니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남성용 피임기구.


게다가 사용한 흔적이 있다. 두 어개는 비어 있으니까. 혹시 정말로..?





...사실, 이 물건은 트레이너의 친구가. 까먹고 두고 간 물건이고,


도베르나 트레이너와는 일체 관련 없었지만.


골드 시티는 점점 이상한 상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둘이 뾰이를 했다고? 그렇다기에는 아직 메지로 도베르는 쑥맥인데?’


‘...응, 확실히 알 수 있어. 메지로 도베르는 아직 처녀야. 하지만 여기에 콘돔이 있는데..?’


‘그럼 남는 건 트레이너뿐... 그렇다는 건 혹시...?’





골드 시티의 눈에 들어오는 건, 도베르가 썼다고 확신한 립클로즈.


혹시 도베르의 화장 취향이 ‘이 여자’와 겹쳤을 뿐이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골드 시티의 표정이 점점 썩어갔다.


드는 상상은, 그가 또 멍청하게 꼬리를 흔들다가 꽃뱀에게 물린 상상.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정황 증거가 그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연애 경력이라고는 전무한 시티는, 그 상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샌가 골드 시티는, 그가 누군가와 뾰이를 했다는 망상을 확신하기에 이르었다.


사랑에 빠지다보니 시야가 극도로 좁아졌던걸까. 시티는 드물게 평정을 잃었다.





‘...마음에 안 드네.’




당장이라도 그를 찾아가 멱살을 잡고 누구인지 실토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할지도 모르니까, 나서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에.





‘마음에 안 든다고.’


'나도, 그 꽃뱀도. 다.'



골드 시티는, 립클로즈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 정도로 자신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 다는 걸, 이 꽃뱀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대신에 골드 시티는 옷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갈아 입기 전의 옷들을 걸어놨다. ...게다가 속옷까지 같이.


골드 시티의 사복과, 안에 숨겨져 있는 속옷은, 꽃뱀에게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트레이너가 방을 청소하기 전에 들킨다면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된다면 최대한 되찾는 걸 미뤄서 그가 가지고 있도록 하자.


누구랑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는대로 방해해주겠어. 헤어질 때까지.






정작 트레이너를 웟나잇을 매일 하고 다니는 알파 메일인 것처럼 놀렸지만.


그가 원나잇 같은 행위를 할 남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골드 시티인만큼, 그런 생각을 결코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생각난 건, 단 하나.




“...어, 골드 시티 다 갈아 입었어?”


“어.”


“....기분 나빠 보이네,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니, 안 그런 것 같은데.”


“당신.”





저 얼빠진 면상을,





“..시티? 잠깐, TV가 안 보여. 지금이 하아리이트인데..”




내가 독차지하고 싶다.




“...어라?”




골드 시티는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그의 허벅지 위에 비스듬히 앉았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조용히 쓰다듬는다.


타인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실내복으로 갈아 입은 시티가, 어딘가 불만이 있으면서, 또 서운한 표정으로 조용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딘가 사연 있어 보이는 시티의 표정에, TV를 보던 트레이너의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시티의 시선을 마주하려던 순간...





시티는 조용히 그를 껴안았다.


그녀의 눈을 보려고 했던 트레이너는, 시티의 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대신에 그를 꼭 껴안은 시티의 뒷통수만이 보였다.


시티는 그와 떨어지기 싫었는지, 꽉 껴안은 손을 놓지 않았다.




“...뭐뭐뭐뭐 뭔데, 시티..?”


“.......당신, 나 안 버릴거지?”


“잠..잠깐, 나 지금 상황을 잘 모르겠는데...?”


“대답해. 나 안 버릴거지?”


“안, 안 버릴거야.”


“...그래, 말뿐이라도 그걸 듣고 싶었어.”





하지만 시티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트레이너와 어떤 여성과 자버렸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트레이너는 그녀를 우선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시티는 그에게서 애정을 받고 싶었다.


비록 말뿐이어도, 금방 끝날지라도.






“....시티? 무슨 일이 있던건지는 모르겠는데...”




트레이너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인지 결코 알지 못했다.


애초에 그에게는 여자가 생긴 적이 없고, 도베르와도 그럴듯한 만남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 시티가 음울해진 것은,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 없다.


아마 자신에게 험담을 하는 글을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트레이너는, 급하게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어, 나는 항상 네 편이고, 너를 응원해. 내가 트레이너라서 그런게 아니야.”


“...”


“내가 너를 담당한 이유도 그거야, 나는 두 분야 모두 포기하지 않으려는 너를 존경해. 그리고 그랬던 사람도 알고 있고.”


“...”


“그러니까.. 어, ....미안, 위로에는 소질이 없어서, 음....”


“...”




아무 말 없는 시티가, 점점 분위기를 무겁게하려던 순간.


트레이너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조용히 벽을 바라보며 눈이 죽어가던 시티가,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모르겠다. 이대로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




서로 상반된 생각을 하면서, 잠깐의 시간이 지났다.


시끄러운 Tv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은 습한 방에서.


둘은 물방울이 합쳐진 것처럼 붙어 있다가... 떨어졌다.


시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표정하게 일어나 뒷걸음질 치고, 그에게 말했다.





“됐어.”


“...어, 응?”


“이걸로 됐어. 잘자.”


“에?! 잠깐?!”


“내일 이야기하자. 안녕.”





그대로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채, 시티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의 트레이너는, 홀로 거실에 남았다.


여전히, 시티는 속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역시.’



시티는,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다리의 힘이 풀린채 주저 앉앗다.



‘넘겨 주기 싫단 말이지.’


내일부터는, 자기도 반대편에 앉자고 다짐한 시티였다.





***





요즘 들어 담당들이 이상하다.


골드 시티와 메지로 도베르, 둘 다 거리감이 지나치게 가까워졌다.


미팅 자리에서 늘 멀찍히 앉던 둘이, 나와 같이 앉게 되었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다가, 어느 날부터 시티가 조금 가까워지더니, 그런 시티를 보고 불안해하던 도베르도 거리가 줄어든다.


결국, 공간이 넉넉하던 쇼파도 좁게 느껴지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





그리고 개인적인 연락도 늘었다.


주말이나 빈 시간에 집에서 쉬거나 친구들끼리 놀 계획을 짜고 있으면, 그녀들이 연락을 해온다.


주로 여자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누구랑 있어?’ ‘여자야?’


‘주말에 뭐해?’ ‘여자 만나?’ 이런 식이다.


조금씩이지만 지쳐간다. 하지만 적응해야지. 원래 이런 애들이니까.


오늘도 질문과 육탄 공세에 지친 몸을 끌고 방에 돌아와 문을 열자...







“늦었네, 트레이너.”


“...에?”


“ ‘에’는 뭐야.”




어드마이어 베가가, 내 집에 있었다.


본 적 없는 스웨터를 입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어딜 보아도 영락없는, 유부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불, 푹신푹신하게 만들었어, 들어가서 좀 누워 있어.”


“....에?”


“밥, 해줄 수 있는데. ...간단한 요리뿐이지만.”




혼란한 머리 속이, 더 혼란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