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욱...! 후욱!"


내쉬는 숨이 거칠다.


"후욱-!"


다리가 무겁다.


"....!"


바람을 가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닌, 바람을 맞으면서 가까스로 저항하며 나아가는 기분. 

땅을 박차고 나아갈 발과 다리는 무겁고, 바람을 세차게 가르고 나아가야 할 몸은 오히려 바람에 흔들린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힘들고 불안하며. 속도를 내기는커녕, 갈수록 느려지는 것을 억지로 붙잡듯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앞을 바라보려는 눈은 점차 흐려진다. 

마치, '예전의 아리마기념 때에 났던 상처, 그 상처가 또 다시 터지고 피가 흘러 내 눈을 가로막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젠장할...!"


숨을 들이마시기도 벅찬 입으로 욕지기를 내뱉는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인해서 더 힘들어질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분한 마음이라도 풀어내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아서-


"....!"


그러나, 다시금 이를 악물고, 숨을 내쉬며 달리는 것에 열중한다.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앞에 보이는 것.


키는 멀대 같이 크고,

잔디와 흙먼지가 흩날리는 트랙에서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정장,

장식 없어도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안경을 낀 채,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내가 달려오기를 기다리는 트레이너가 보이니까.


마치, 트레이너와 그 옆에 있는 울타리 넘어 펄롱봉의 사이를 잇는 가상의 선이 보이고, 그 가상의 선이 하나의 결승선처럼 보이기에, 나는 그 선을 몇 초라도 빠르게 넘어서길 바라며, 그렇게 달린다.


하지만-


"....아아아아악!"


괴성을 질러봐도,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채찍질을 해 봐도, 그 선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느리고 둔해서.


아무리 힘을 줘서 달려보아도, 그 다리에 속도는 붙지 않는다. 

결승선이 가까워지기는커녕, 내가 달려가는 만큼 멀어지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의 착각은 어디까지나 착각이라는 듯. 

흐리게 보이던 트레이너의 안경 쓴 얼굴이 점차 또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윽고, 악을 쓰면서 무겁고 둔한 다리로 달려온 몸은 트레이너와 펄롱봉을 잇는 가상의 선을 넘는다.


/ 띠익- /


그리고, 그것을 작게나마 들리는, 트레이너가 들고 있던 스톱워치의 소리가 다시 확인해준다.


"크으..!"


선을 넘어 나아갔던 몸은 점차 속도를 줄이고, 이내 손으로 땅을 듯이 넘어져 주저앉는다.


"흐읍-... 흐으읍-..."


폐가 아프다. 자신을 왜 이리도 무리하게 학대하냐는 듯이 제 주인에게 성을 내듯이, 마치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으로 답한다.

터질듯한 가슴을 손으로 짓누르며 그 고통을 참아보려고 하지만, 그 손은 늘어난 살덩이가 가로막아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나는 그저 주저앉아 고개 숙인 채로 거친 숨만을 내쉬며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다.


"흐읍- 흐으우...."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숨을 억지로 진정하려 하고, 느껴지는 고통은 온전히 감내하며 참는다.

그 고통에, 그리고 분한 마음에, 눈가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와 흐른다.


그렇게 주저앉은 채. 나의 귓가에 들리는 것은 나를 방해하고, 그리고 이젠 비웃는 듯한 바람 소리. 

그리고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 그 발걸음 소리는 내가 거칠게 숨을 내쉴 때마다 가까워지고, 커진.


이윽고 점차 발걸음 소리는 내 앞에 멈추어, 그 발걸음의 주인에게 햇빛이 가려져, 눈을 감은 채로도 느껴질 정도의 그림자를 내게 드리워 그 존재를 알린다.


"....."


내 숨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조용하고 정돈된 숨소리. 

마치, 내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겠다는 듯이 그림자만 드리운 채로, 그 그림자의 주인인 트레이너는 그저 내 옆에 서 있을 뿐이다.


그러기를 한참, 아니 몇분이나 되었을까.


"후우-"


나의 거칠던 숨과 터질듯한 가슴, 날뛰던 심장은 점차 평안을 되찾아가고, 이에 다시금 뜬 눈은 그림자가 드리운 잔디를 내려다보다가-


-잔디에 드리운 그림자의 주인 얼굴이 자리하고 있을, 그 위를 올려다본다. 


"괜찮으십니까?"


무심하게 묻는 듯한 말소리, 마찬가지로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과 시선.

하지만, 내 억지에 동참하고 도와주는, 무심(無心)하지 않은 마음에-


"...괜찮아 보이냐고..."


-나는 그저, 속을 털어내는 듯한 볼멘소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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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트랙 옆, 지붕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물 좀 드시겠습니까?"


"...고마워."


트레이너가 건네주는 물통을 입구를 따고 들이마신다. 

물통에서 입으로 넘어오는 차가운 물의 냉기가 몸에 퍼져나가는 듯해서, 달리기로 뜨겁게 달궈졌던 몸은 그 냉기를 반갑게 받아들인다.



트레이너는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제 손에 들린 패드를 유심히 보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트레이너가 보고 있는 그 패드에 떠있는 숫자들을 나도 어깨너머로 본다.


그 패드에 떠있는 숫자들은, 내 타임 기록들이다.

패드의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타임 기록들은 너무나 형편없어서, 현역은커녕 데뷔전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우마무스메의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내 기록이다.

방금 전까지 내가 달리고, 트레이너가 기록해준, 나의 타임 기록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자마자, 그것이 나의 기록이라는 것에 화가 나서- 


-새로 나오고 있는 이가 으스러질 듯이 악문다. 


/ 끄득- /


"...?"


그 소리를 들은 듯, 트레이너는 나를 향해 등을 돌리어 마주쳐온다.


"딕터씨?"


"....."


어느새, 나는 마시던 물통은 어느새 바닥에 떨어트린 채로, 그 물통을 쥐고 있던 손은 주먹을 쥔 채로 떨고 있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 너무 한심해서...


"하..."


한탄과도 같은 한숨이 입으로 나온다.


아까 전에 달리고 난 직후에 느꼈던 감정이 뜨거운 분함과 울분이었다면, 지금 느껴지는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절망과 무력감이다.


"딕ㅌ-"


"트레이너-"


트레이너가 나를 부르려던 말을 끊어버리고, 나의 말을 이어간다.


"-어떻게 생각해?"


상대의 말을 끊어버리고, 내가 하는 것은 묻는 것이다.

내가, 다시금 레이스에 복귀할 수 있는가.


스스로도 낙담했으면서, 그러면서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서 억지를 부리면서.


그렇게 한심하게 달렸으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판단을 다른 이에게 맡기듯이, 나는 그 판단을 내 트레이너에게 맡기고 있다.


트레이너는, 나를 버리지 않고 응원해주는 이니까. 


나의 억지로, 트레이너를 움직이는 주제에.


트레이너가 나를 억지로 달리게 하는 것처럼, 트레이너가 나에게 가짜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처럼 굴면서, 그것을 이어나가고 싶은 이기주의로.


나는 그렇게, 그런 이기주의로 트레이너에게 묻고 있다.


"대답해줘."


내가 그렇게 묻고 나면, 트레이너가 답해주는 말은- 


"...될 겁니다."


일견 무심해 보이는 표정과는 다르게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긍정의 말이다.


"....그래."


그 말은, 분명 내가 원한 대답이다. 


내가 썩은 지푸라기로 된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는 것처럼 굴고자 하는 것과 같이.

그 동아줄이라도 놓아버리면, 그저 바닥이 없는 나락에 떨어져 구렁텅이에 잠길 듯하니까. 


나는 그렇게 트레이너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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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기념 때, 스타트 미스로 게이트에 부딪혔었다.


통증이 조금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달렸다. 

레이스가 시작되었고, 그저 조금 아프다고 포기할 것은 아니었으니까.


....조금 달리고 나서야, 머리가 어지럽고 이내 피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내 앞에 달리고 있는 등을 뒤쫓아야 했으니까. 그 등을 넘어서야 했으니까.


그 회색빛의 등을.


부상이 뭐 어쨌다는 거냐. 피가 흐르는 게 뭐 어쨌다는 거냐. 


길은 열렸고,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 등을 넘어갈 수 있는데.


나의 정신은 그렇게 열망하는 고동을 느끼며 달렸으나, 그 정신과는 반대로 몸은 따라가지 못하고 느려졌고, 결과는 그 회색빛의 등을 넘지 못한 채로 4위.


...어느 한 명이 강착되어 최종 결과는 3위였으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회색을 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다시금 재전을 바라는 말을 그 회색에게 건네고, 나는 부상의 치료를 위해 멈춰 섰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그 회색과 맞붙어서 달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부상은 분명히 다 나았다. 

빠졌던 이빨은 다시 나오고 있고, 까졌던 이마는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멈춰있던 동안, 나의 몸은 변했다. 


나는 고개 숙여 내 몸을 내려다본다. 


그렇게 내리는 시선에, 다리는 보이지도 않고, 다리가 보여야 할 곳은 살이 붙어 불어난 가슴이 대신하여 그 시선을 가로막는다.

그렇게 시선을 막는 불어난 가슴을 피해서, 시선을 돌려 그 아래에 가려진 하반신을 내려다보면, 그나마 보이는 것도 근육이 아닌 살이 붙은 허벅지만 보일 뿐이다.


우마무스메의 본격화가 끝나갈 때쯤.

신체적 균형의 변경으로 체형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것이 이렇게 극심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부상의 치료 및 뒤처리를 위해 트레이닝을 아주 잠시 동안 쉬고 있는 동안 다리의 근육은 극심하게 빠지며 대신 살이 차오르고, 가벼웠던 가슴은 달릴 때의 균형을 크게 망가트릴 정도로 불어났다.


원래대로 몸을 되돌리기 위해서. 다시금 근육을 붙이고 살을 빼기 위해 트레이닝에 열중하고, 불어난 가슴은 어찌할 방법이 없어 속옷으로 고정해보려 했었다.


그러나, 몸에 붙은 살은 좀처럼 빠지지도 않고, 가슴을 고정해주는 속옷은 숨이 답답해질 정도로 조여도 그 흔들림을 막아주지 못했다.


그렇게 흉하기 짝이 없는 몸으로 달려서 내는 기록은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커녕 점점 망가져가고 있을 뿐이다.


"...하.. 정말...."


나의 탄식이 담긴 한숨과 트레이너의 침묵이, 나의 귀를 간지럽히며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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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숨이 끝나고 잠시 동안의 침묵. 


그 침묵을 깨버린 것은 트레이너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오늘은 이만하시죠. 더는 무리일 겁니다."


트레이너는 그 입을 열어 나를 달래듯이 말하며, 제 손을 뻗어 나의 손을 잡는다.


"읏..."


큼지막하고 투박한, 하지만 따듯한 손이 내 손을 붙잡자. 마치 그 손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나는 순간 옅은 신음을 흘리었다.

작고 옅지만 신음이지만, 내 손을 잡아줄 만큼 가까이 있는 트레이너에게도 분명히 들렸을 것만 같은, 그런 신음성.


"딕터 씨?"


하지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그저 나를 부르며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해올 뿐이다.


"..알았어."


나는 그렇게 답하면서도,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며. 그 시선을 따로 떼어 놓지 못한다. 

마치, 그곳에 내가 바라는 것이 있는 듯이. 


달리던 때보다도 심장은 크고 거칠게 뛰고, 거칠어지려는 숨을 버티어 입밖으로 내쉬지 않고 코로 간신히 내쉰다.


얼굴에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트레이너에게 그 얼굴을 보일까, 고개를 차차 숙여간다.

트레이너의 시선은 나보다 높은 곳에 있으니,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내 얼굴을 보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무슨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것이 부끄럽다.


내가 변한 것은 단순히 몸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트레이너....


아니.


.


에게 나는 부끄럽고 이상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도 말하기 부끄럽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마음.


들키고 싶지 않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


가슴속에서 뛰는 고동과 같이, 마치 호적수를 쫓고 있는 듯한 마음.


그저, 에게 의지하고 싶고, 안기고 싶어지는 마음.


본격화의 끝물에 도달하며 요동치는 마음이라기에는, 심상치 않은 그런 마음.


한줄기 이성을 놓아버리면, 그대로 빠져버릴 듯한 마음.


그것이, 내가 에게 품고 있는, 그리고 느끼고 있는 마음이었다.


----


"딕터 씨?"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나는 트레이너가 잡고 있던, 아니 내가 잡고 있던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보고 있었다.


"..읏. 미안해. 계속 잡고 있었구만."


트레이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나마도 한 박자 늦게 놓아준, 내가 잡고 있던 트레이너의 손은 핏기가 살짝 가시었기에 내가 얼마나 꽉 붙잡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하여 부끄러웠다.


그나마도, 제 주인의 허리춤으로 돌아가는 그 손을 쫓으려는 나의 시선이었으나, 고개를 숙인 채로 버티었기에 그 시선은 그저 바닥을 향했을 뿐이었다.


"...너무 낙담하지 마십시오. 꼭 복귀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심해 보이는 표정에서 나오는 자상한 응원의 말. 


나는 그런 말을 건네주는 그를 안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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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 거지?


이상한 부분 있으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