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미미인사이드, 줄여서 히토인사이드.


먼 옛날, 우마인사이드는 히토미미와 트레이너가 사이좋게 잘 지내는 커뮤니티였다고 한다.


하지만 으레 커뮤니티가 그렇듯, 잼민이, 유입, 분탕, 고닉도킹,할12카스 등등 여러 갈등이 생기다보니, 옛 우마인사이드는 히토인사이드와 현재의 우마인사이드로 갈라지게 되었다.





결국, 둘은 같은 ~인사이드 계열의 커뮤니티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유동이 사진을 올리는 것 외에는 모두 자유로운 우마갤과 다르게, 히토갤은 유동에게 어떠한 권한도 허용하지 않는다. 글을 보는 것 조차도.


한 마디로 유동이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고닉이나 반고닉이라는 것인데, 이들은 모두 다 주딱에게 인증을 받은 트레이너 출신이다.


주딱이 뭐하는 사람이길래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키카와 야요이 이사장과 꽤 가까운 사람이 주딱으로 있다...고만 해두겠다.


여하튼 새로운 유입의 승인만 주딱이 처리하고 파딱들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고 있다.





계속해서, 히토인사이드는 ~인사이드 계열의 커뮤니티이지만, 사실상 분위기는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배경 + 트레이너들끼리의 정보 공유, 가 주된 주제다.


게다가 트레센에선, 나이가 많은 트레이너들끼리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후배들을 견제하다보니, 트레센의 청년들이 단합하며 이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지방에 있는 다른 트레센 학원(예:카사마츠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들도 얻는 정보가 없다보니, 이 커뮤니티를 잘 이용하는 편이기도 하다. 인구 비율은 중앙 쪽이 높지만.






...대충, 히토인사이드의 배경은 이렇다.


지금 당장도 일반탭에서 기쎈 말딸의 천연 인자봉 신세가 되어 한탄하고 있는 트레이너나.


닉이 가려지고 기록이 남지 않는 대나무숲 탭에서, 상사를 존나게 까거나, 말딸에 대한 추잡한 욕망을 드러내거나.


토론탭에서 올바른 트레이닝 방법이나 각주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보탭에서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공략을 써주는 등, 아주 건전한 커뮤니티가 히토인사이드다.


...그런 히토인사이드에서, 이 말순이는 지금, 트레이너를 찾겠다고 하는 셈이다.


이 말을 들은 룸메이트 양은,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말했다.





“넌 히토인사이드에 접속도 못하잖아.”


“....아.”


“너, 어지간히 급하면 머리가 굳는구나. 레이스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


“....미안, 왠지 너라면 방법을 알 것 같아서...”





...저렇게 말하면, 내가 도와줄 수 밖에 없지.


있단 말이지, 방법이.


나는 서랍에 올려진 노트북을 가져오며 말했다.





“방법이 없다고는 안 했는데?”


“?”


“나, 있어. 히토인사이드에서 인증 받은 고닉.”


“?????”





‘이 녀석, 얼굴 망가지는게 꽤 귀엽네.’



노트북을 키고 히토인사이드에 로그인을 하면서, 룸메이트 양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도 문제를 일으켜서 같은 문제아끼리 이 방에 배정되었을 때, 이 녀석은 시체라도 보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기가 돌아온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예전에는 친구들이 꽤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뭐, 흔한 말순이처럼 보였지만.


그런 녀석은, 놀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어, 어떻게? 네가 말한대로면 트레이너가 아닌 이상...”


“예전에 트레이너가 쓰던 고닉이야, 내가 그 사람인 척 하고 있어.”


“....들키는 거 아니야? 아니면 같이 쓰기로 약속이라도...”


“그 사람 죽었거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마 학원 기록도 살아 있는 걸로 남았을거야.”


“...”


“그래서 내가 사진도 위조해가며 근황 보고를 하면서, 살아 있는 척 연기를 하고 있어.”


“.....”


“히토인사이드에서는 아마, 나는 고향에 내려가서 후배들에게 가끔 훈수를 두는 아저씨.. 정도의 이미지로 있을거야.”


“...뭔가, 미안.”


“미안할 것까지야, 예전 일인데, 그리고 넘어와서 앉아.”


“앗.. 응, 실례할게...”




기껏해야 가까이 앉아서 노트북을 보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네.


흥미진진한 눈으로 노트북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촌동생 같다.


...기껏해야 다른 갤을 구경하는 것 뿐이지만.




“..자, 들어왔네.”


“닉네임이... ‘해질녘진바닷가’네.”


“원래 아저씨 같은 닉을 짓는게 보통이야, 유동닉도 많지만.”


“...왜 그렇게 됐는데?”


“어르신일수록 이런 닉을 쓰고, 젊을수록 바깥에서 내놓고 부끄럽거나 유동닉을 쓰지.”


“...저기 있네, ‘농농마유통쭙쭙빨고싶...’”


“읽지마.”





기본적으로 우마무스메가 좋아해서 트레이너가 된거니까.


그래서인지 대나무숲 탭에도,우마무스메를 욕하는 내용은 어지간하면 없다.


우마무스메가 트레이너를 비정상적으로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반대로 트레이너 또한, 우마무스메를 비정상적으로 좋아한다.


자기 혈연이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 애호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평소대로 변함없는 전체글을 지나, 개념글로 지나간다.


개념글 리스트를 쭈욱 읽어본다.




‘솔직히 대머리 새끼 쳐 맞은거 시원하면 개추 ㅋㅋㅋㅋㅋ’




대머리 새끼면, 아마 이 녀석의 전 트레이너..


..잠깐.




“...저기, 내 마우스 뺏지마.”


“...핫, 나도 모르게 누를 뻔했어.”


“갤질하려고 여기 들어온게 아니잖아. 분위기만 봐, 분위기만.”




그리고, 1 페이지에 있는 념글들을 천천히 눈으로 흝었다.




‘7월 전반 레이스 결과 모음’


‘전에 타카라즈카 기념 뛰었다는 트레이너다, 담당이 온천 가자는데 가야하냐?’


‘^^ㅣ발 솔직히 얘들 젖 만지라고 내놓고 다니는거 아니냐고’


‘우리 담당 임신했다.. 씨발 어떻게하냐...’


‘존나 못생겨서 담당에게 대쉬 받을 일 없으면 개추’





평소대로네,


이 녀석의 전 트레이너에 관한 떡밥은, 대략 5시간 정도 전에 식은 것 같다.


지금은 평소대로, 예비 유부남 및 범죄자들의 고백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개념글을 몇개 눌러보며 같이 읽던 녀석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 것 같아. 착해보이기는 하는데, 다 음습해.”


“그래, 이런 커뮤니티야. 여기서 트레이너를 찾겠다고?”


“....아니, 뭐, 아니면 다른 수가...”


“없지.”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야? 다른 수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럼 또 내일까지 기다려줄까? 급해지는 건 너야.”


“...아니야, 됐어. 네 말에 따를게.”





자포자기라도 한 걸까.


얘는 죽은 눈으로 히토인사이드의 념글을 읽고 있었다.


아무리 지쳐도 갤은 하는 걸 보면, 진정 말순이네.


몇 고닉을 작은 목소리로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녀석에게. 나는 말했다.





“사실, 봐둔 사람이 몇 명 있어.”


“...?”


“내가 트레이너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말했잖아? 그러면서 몇 번 질문을 받거나 해준 고닉이 있어.”


“...그래?”


“그 중에서 적당히 추려서 추천해줄게, 네가 알아서 찾아가.”


“....그래도 상관없어? 이거 도킹 아니야?”


“알빠야? 안 들키면 그만이지.”


“...”


“존나 맞는 말이지?”


“.......그래, 그런 것 같네.”


“그럼, 찾기 전에 몇 가지 물어볼게, 목적이 일치하는 사람끼리 만나야지.”


“어, 응.”




그리고, 나는 그대로 면접을 시작했다.


둘 다 잠옷을 입고 있고, 한 침대에 같이 앉아서 하는 면접이었지만.





“거리 적성은?”


“..마일과 중거리만 뛰어봤어, 단거리는 고향에서 소질이 없다고 들었고, 장거리는 안 뛰어봤어.”


“선호하는 주법은?”


“선행이나 선입. 예전부터 그렇게 뛰는게 편했어.”


“롤 모델인 우마무스메는?”


“...오구리 캡.”


“지방 말딸들 대다수가 그렇지, 마지막으로... G1에서 이기고 싶어?”


“...”





이 질문은, 꽤나 중요하다.


우마무스메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대다수가, 처음에는 G1 우승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점점 현실감이 들고, 벽에 부딪치면서, 이 꿈은 옅어져만간다.


이윽고는 G2 입상이 꿈인 우마무스메들도 생긴다. 재능이 없는 이라면, 미승리전 탈출이나 G3 입상이 꿈이 되기도 한다.


이 녀석도, 지난 주까지만 해도 G1 우승이라는 건 꿈도 못 꾸는 우마무스메였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만약 노리지 않는다고 하면, 적당한 베테랑 트레이너를 소개시켜주고,


혹시, 혹시라도 노린다고 한다면...





‘그때는, 경력없는 신입을 붙여야지.”





있는거라고는 패기와 열정 밖에 없는, 그 사람들이라면.


이 녀석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고, 기적을 불러일으킬수도 있을테니까.


내 마지막 질문을 받은 녀석은, 한참을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녀석이, 겨우 입을 떼고,


작지만,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고 싶어.”


“...”


“나가서 이기고 싶어.”


“...그래?”


“...이것 밖에 말 못하겠어, 많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는데, 이것밖에 입에서 나오지 않아.”


“그래, 그거면 됐어.”





눈이 꽤 보기 좋네.


내 예전 트레이너도 그랬었지.


...혼자 멋대로 무리하다가, 나를 이렇게 두고 가버렸지만.





“그럼, 이 사람 밖에 없네, 자. 여기 이 사람의 갤로그야.”


“....단순한 유동닉이네.”


“맞아, 그런데 단 댓글을 봐.”






‘ㅠㅠㅠ 감사합니다’


‘아하!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맞아요, 솔직히 저도 이 경기를 보고....’





몇 개를 눈으로 읽던 녀석이,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뭔가, 찐따같은데.”


“정확하네, 그래서 추천하는거야.”


“...에?”


“너, 트레이너가 완전 유능한 사람이 아닌 이상 스스로 계획을 짤 생각이었잖아?”


“...윽.”


“그럴바에 차라리, 네가 메인으로 스케줄을 짜고, 트레이너는 보조만 하게 해.”


“...그래도 상관없어?”


“상관없을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경력 있는 베테랑 트레이너를 소개해줬으면, 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다 할거 아니야?”


“...그렇겠지.”


“근데 그런 사람은, 너를 결코 G1에 내보내지 않을거야. 그 시간에 G2를 더 돌라고 하겠지.”


“...”


“그러니까, 찐따 같은 트레이너를 만나서, 네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바로 G1에 나가자고 할거야. 그런 사람들이니까.”


“오... 일리 있네.”


“그리고 걔는 남이 말하는 거 주워 듣는 걸 좋아해. 내가 갤로 몇 번 이야기 좀 나누면, 곧장 내 말에 따를거야.”





그러니까, 이 사람이 최적의 인선.


말하는 것도 쑥맥 같아 보이니까, 음침한 것 빼면 괜찮게 생긴 얘가 말 좀 걸면 넘어오겠지.


한참 내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녀석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기 많았을 것 같은 타입이네.





“ ...고마워.”


“고맙긴 뭘,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궁금하니까.”


“...?”


“아무것도 아니야. 그 사람의 신상이야, 역추적은 이미 다 해놨어.”





그리고, 핸드폰으로 저 트레이너가 사는 기숙사와, 사진 없는 신상을 보여주고는,


곧장, 이 녀석의 핸드폰으로 전송해주었다.


깜짝 놀란 녀석이, 핸드폰으로 신상을 읽어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너, 뭐하는 우마무스메야?”


“평범한, 출석일수 최소로 채우고 취직할 생각 만만인, ‘뛰지 않는’ 우마무스메지.”


“...그래. 그런걸로 할게.”




자세히 묻지 말라는 분위기를 내니, 그냥 곱게 넘어가 주었다.


아마 이대로 둘이 만나면.... 뭐 둘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괜찮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





“자, 이제 꺼져, 그리고 불 꺼.”


“앗, 잠..잠깐..!”


“잠깐이고 뭐고, 빨리 자. 밤샘 습관 걸리면 안되니까, 폰도 이리 주고.”


“앗..!”


“어차피 실컷 자서 잠 안 올 거 아니야? 그 시간에 갤질하다가 밤새지 말고, 이리 내놔.”


“....알았어.”






그리고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설마 내일 둘이 만나자마자, 이 녀석이 나에게 전송한 문자가....




‘야, 좆댄거 같아.’


‘이게 어딜봐서, 쑥맥 찐따 트레이너야 ㅡㅡ’




그리고, 전송된 사진에 비춰지는 건,


...싸늘하디 싸늘하게 보이는, 장신의 트레이너였다.


옆에서는 잔뜩 긴장한 녀석의 옆 얼굴이 보였다.


..문자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 새끼 나랑 말 한 마디도 안한다.’


‘이게 맞냐????’




...대충, 사진 하나와 메세지 몇개로 단박에 분위기를 읽은 나는.


문자 메세지로, ‘알빠노’ 하나를 보내고, 자던 낮잠을 마저 잤다.


대충 알아서 해결하겠지, 나는 할만큼 했다. 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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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성별 미정임


둘 다 장발에 차가운 성격이고 내성적인 편이라 '보지년아' 내뱉는거 좋아함


그래도 여성이 끌리기는 하는데 의견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