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ㄴ남친생겼음?

  ㄴ트레이너는 여자던데?

ㄴ몬가 냄새가 남.

  ㄴ그거 님 인중냄새임.

  ㄴ좀 씻어라 오타쿠.


동생이 레이스 이외의 가십거리가 생긴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나도 궁금하긴 했지만 이런 주제가 조금 거북하다.

내가 연애를 못 해본 것도 있어서 더더욱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가족의 연애사에 대해선 그리 알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 두 분이 알콩달콩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가끔씩 부모님을 보면 두 분은 어떻게든 결혼을 했을 것 같았다.

속도위반이나 사랑의 도피 등으로, 결국 절연이라는 방법으로 결혼을 하시긴 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아빠가 출근할 때 엄마는 뽀뽀를 잊지 않는다.

어렸을때부터 아빠가 엄마한테 화내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두 분은 참 사이가 좋다.

아직도 연애를 하는 기분이 있으신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작년에 수학여행을 다녀오고나서 있던 일 때문에 특히 더 그런 이야기들이 어색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도 마침 집에 없어서 기념품이나 미리 드릴 겸 안방에 들어갔다가 다쓴 콘돔x3을 휴지통에서 발견해버렸던 기억이 나름 충격이었다.


'...두 분 아직도 정정하시군요.'


아직 그때의 잔향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다.



얼마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오빠분 맞으시죠?"


나를 오빠분이라고 여자는 한 명 밖에 없었다.


"아, 트레이너님이시군요."

"네, 잘 지내셨죠?"


새삼 목소리도 예쁘고 청량하다.


"동생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다른게 아니고 요즘 좀 매스컴에서 잡음이 있어서요. 미리 알려드려야 될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매스컴이요?"

"일단 가족분들께 기자들이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에 관해선 학교나 저희랑 협의된 건이 없으니까 들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 네."

"혹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엔 학교 측에서도 전력으로 대응할 거라 확답을 받았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근데, 어... 그래서 결국 무슨 일인가요?"


동생과 관련된 스캔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 트레이너의 설명이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보여준 묘한 표정 때문인 것 같은데 건수가 없으니 이전에 촬영한 광고 모델들 하고 엮이는 중이었다.

건수는 보였지만 그 외의 단서가 없으니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것이었다.


"아마 금방 잠잠해지긴 하겠지만 일부러 불을 지피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족분들도 주의해주세요. 그냥 과감하게 무시해주세요."


트레이너는 단호히 말했다.

내 동생이 여자들에겐 인기가 없는 편이니 대충 어떤 흐름인지 예상은 된다.

그래도 중앙 트레센 소속의 우마무스메한테도 그러는 건 무슨 배짱인지 묻고 싶다.


"네, 고생하시네요. 동생 때문에..."


동정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상 사과는 해야될 것 같았다.


"아니에요, 그 아인 잘 하고 있어요. 저도 나름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일 담당하고 나선 따라가기 바쁜걸요? 덕분에 누가보면 매니저로만 보일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지만요."


괜히 뜨끔했다.


"일단 오빠 분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딱히 남자친구가 생겼다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으니까."

"아니 뭐, 사귈수도 있죠 뭘..."

"네?"

"에?"


왜 놀란걸까?


"...혹시 여자친구 지금 있으신가요?"

"아뇨?"


스피커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한숨이면 안도의 의미인가, 답답하단 의미인가, 그걸 고민할 새도 없었다.


"아무튼 저희도 빠르게 정리할 예정이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에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하곤 전화를 끊었다.

짧은 잡담이 있긴 했어도 중요내용은 그냥 일방적인 통보 같은 느낌이었다.

딱히 이쪽에서 연계할 것도 없이 그냥 주의만 하면 될 일이니까 통보여도 상관 없는 상황은 맞았다.

즉, 지금 내가 찝집한 기분이 드는 건 통보성 내용 전달 때문이 아닌 것이다.

방금 그 한숨의 의미가 궁금한 것이다.

가망이 있는 것인가?

혹시 그린라이트인가,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건가, 싶어 동생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야.]

[왜, 오빠?]

[트레이너 누나 혹시 남자친구 있어?]

[남편은 있는데?]


동생의 답장은 자비없는 속도로 날아왔고 난 순식간에 실연당했다.

그린라이트는 얼어죽을.



그 연락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은 빠르게 일단락되었다.

악성루머를 퍼뜨리던 몇몇이 명예훼손으로 법적조치를 받게 되었다.

학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협회까지 움직여서 상황을 정리했다.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일단 속도와 마무리에는 감탄했다.


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