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며 트레센 학원의 새 학기의 시작을 축복하는 4월, 그 중에서도 바로 어제, 도토는 최고의 하루를 맞았다.


"하우우우웃~~@#*"

삼 여신상 앞에서 온 몸을 감싸며 올라오는 황홀한 고양감 앞에 도토는 아찔함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 했으나, 도토의 옆에 만면의 미소로 도토의 무너지는 몸을 받아주는 트레이너가 있었다.


도토의 희망.

아무 데도 쓸 데가 없던 도토를 스카웃 해주고, 본인보다도 도토를 더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눈을, 무심코 가슴에 안겨 뜨거워진 얼굴을 감추고자 게슴츠레 올려다 보았다.


"트레이너 씨이.. 저, 엄청나게 빨라진 기분이 들어요오~" 

"...잘 됐구나."


"제 몸도, 마음도 완전히 준비됐어요오! 오페라 오 씨라고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오!"

"...그렇구나."


올려다 본 트레이너 씨의 얼굴이, 정오의 뜨거운 햇살의 역광에 감싸안겨 보이지 않았으나, 도토는 트레이너가 자기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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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트레이너 씨와 모두가 만나는 약속의 장소.


"죄송해요오오오~~~ 오늘은 훈련장에 오다가, 메토가 제 리본을 낚아채 가 버려서..  그래서 따라갔는데..  전부 찢어져 버려서.. 리본을 고칠려고 바느질을 하다가 하다가아.. 우우.."

헥헥대며 서둘러 와 자초지종을 설명 해 보지만, 본인의 서투름이 원인인 걸 알기에 한층 더 자책감으로 괴로워 하는 도토.


"트레이너 씨!, 늦었지만..훈련복도 다 더러워 졌지만.. 오늘의 트레이닝을 하고 싶어요오! .. 에에~?"

드디어 진정이 되어 주변이 보이게 되었지만, 그 풍경에는 어떤 사람도 비치지 않았다.


"에에.. 트레이너 씨이?, 팀 블룸즈 여러부운...?"

분명 훈련 장소 변경의 공지를 놓쳤으리라 생각한 도토는 트레이너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우.. 분명 이 번호였던 것 같아요오.."

휴대폰의 1번에 저장되어있는 트레이너의 번호. 능숙하게 전화를 걸어 발신음을 기다린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므로............"

도토의 귀에 들리는 싸늘한 음성은, 해당 번호가 존재하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을 도토에게 이해시키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오.. 트레이너 씨, 저 모르겠어요.."


힘차게 훈련 트랙을 돌아주는 키타산 씨와 비코 씨,


항상 상냥하게 타이어 끌기를 도와주는 라이스 씨,


종종 견학을 와서 훈련의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리코 씨,


친절하게 공부를 도와주는 파인 씨와 네이쳐 씨,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우마무스메는 앞으로 단 한명.


오페라 오 씨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도토는 알수 없는 불안감에 온몸을 떨었다.


"제발... 제바아알.. 받아주세요오.. 우..흑," 



"오우! 메이쇼 도토, 나의 영원한 라이벌이 아닌가!"

"오페라 오 씨.. 오페라 오 씨이... 흐윽.."


"아니잇! 나를 더욱 빛나게 해줄 우마무스메여, 어째서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가!"

"트레이너 씨가 사라졌어요오!!!~~~~~~~~~~~~~~~~~~~~~~~~~~~~~~~~~~~"


"...도토여, 자네에게 트레이너라는 우수한 조연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군! 어쩐지, 작년 아리마 기념에서의 그 압도적인 달리기는 그의 덕분이었어!"


"....후에에?, 오페라 오 씨..? 제 트레이너 씨.. oo씨.. 본적 있으시지 않으셨나요오..?"


"그렇지 않다네 도토. 항상 혼자서 훈련하고 있지 않았나? 그 꺾이지 않는 마음은 패왕인 나조차도 따라하기 힘든 물건이야!"


"에에..."


"..도토?, 혹시 도와줘야 할 것이 있는가? 도토? ....도토!?"


인지부조화로 머릿속에 패닉이 된 도토, 핸드폰이 떨어진 줄도 모른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번엔 그 무너지는 몸을 받아줄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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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트레이너 님, 저 천황상 봄에 출주하고 싶어요오.."


이주일만에 기운을 차린 도토. 오페라 오가 황급히 훈련장에 가 쓰러져 있는 도토를 찾아, 본인의 팀에서 돌봐주었다.

눈을 뜨자마자 신문과 TV, 교내에서 "그"의 흔적을 찾으려 했으나, 그의 존재를 아는 이는 메이쇼 도토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 천황상 봄에 라이스 샤워가 출주한다는 얘기를 듣고, 커진 눈으로 힘없이 주장하는 도토.


"분명 네 실력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괜찮겠어?"


"네.. 라이스 샤워씨와 경기해 보고, 얘기해 보고 싶어요오.."

"그래, 얼마 남지 않았지만, 푹 쉬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달릴 수 있도록."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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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교토 경기장.


라이스 샤워를 3마신차로 이긴 도토였으나, 그녀의 얼굴에선 기쁨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우승도 노릴 수 있었던 기대주 라이스 샤워였으나, 허무하게 따라잡힌 그녀는 자신을 계속 바라보았던 도토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에..그러니까, 메이쇼 도토 님, 좋은 경기였던 것 같아요! 라이스도 힘내서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할게요!"

하늘을 보고 있다 슬로우 모션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트레이닝 메이트였던 그녀를 돌아본 그녀는, 나지막히 그녀에게 내뱉었다.


"라이스 샤워 씨.. 같이 훈련했던 때보다 더 빨라지신 것 같네요오.."

혹시나 그녀가 그를 기억할 까 일말의 희망을 갖고, 그녀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대사를 골라, 밤을 새워 생각해냈던 문장.


"엣..? 라이스, 도토 씨하고 언제 같이 훈련헀는지 잘 모르겠어요."


순수할수록 잔인한 라이스의 내뱉은 말에


도토는 머리의 무언가가 끊어진 소리가 들린 듯 했다.



"우..우... 흐윽.. 흑..!"


"에..? 도토 씨..?"


"우우.. 으... 우..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녀는 수만의 관중과 한 명의 우마무스메가 내리는 솔직한 축복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세상이 무너진 듯 오열하며 길 잃은 미아와 같이 레이스장을 퇴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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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겨울, URA 결승 후.


"... 트레이너 씨, 저같은 우마무스메도 결국 쓸 수 있는 데가 있었어요오.."

"정말 강한 우마무스메들과 같이 경주할 수 있었어요오.."

"오페라 오 씨가 있어서, 정말 강해질 수 있었어요오.."



"하지만, 가슴을 쭉 펴고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오.."


"트레이너 씨, oo 씨, 저는 당신을 잊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우우..흑"

"어라..? 기쁜데에.. 모두에게 꿈을 보여줄 수 있는 우마무스메가 됐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에.."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오.. 왜냐면, 저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장점인 우마무스메니까요..!"




막짤 보고 생각나서 써봤음

본 이야기는 일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