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umamusume/72000136 

2편 : https://arca.live/b/umamusume/72072743 

3편 : https://arca.live/b/umamusume/72095298 

4편 : https://arca.live/b/umamusume/7214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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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이 펼쳐진 별의 바다.


비록 투영기로 빚어낸 가짜에 불과한 풍경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운 그 모습에 가슴이 포근해진다.


누워있던 몸을 살짝 뒤척이자 내 머리를 받쳐주고 있던 트레이너의 팔이 살포시 날 감싸온다.


약간은 단단하면서도 푹신푹신한 그 감촉에 굳이 저항하지 않자, 나는 자연스레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따뜻한 체온과 뇌까지 스며드는 것 같은 남자의 향기.


동생의 목숨을 바쳐 살아난 나이기에 영원히 혼자이고, 또 혼자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고 있노라면, 아무리 그런 나라도 조금의 욕심은 부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버리고 만다...


눈가가 흐릿해지면서 눈물이 나려 하는데, 트레이너는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아야베."


"트레이너..."



분명 위로를 받았는데, 참으려던 울음은 어째선지 더 터져만 나왔다.


결국 플라네타리움의 상영 시간 내내, 나는 그의 품에 안겨서 흐느끼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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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끼릭-


수도꼭지를 돌려 세면대의 물을 멎게 하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본다.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던 눈물 자국들이야 깨끗히 씻겨 나갔지만, 눈가는 여전히 부어있어서 이상해 보였다.


카렌 양의 도움을 받아, 그와 기껏 나올 수 있었던 외출에서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서 난 항상 이렇게 어리숙한걸까 싶어서 괜히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더 이상 마냥 그를 기다리게만 할 수는 없어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트레이너는 여자 화장실의 입구 옆에서 내 가방을 손에 든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 나왔구나. 아야베."


"응. 고마워 트레이너."


"별 말씀을. 조금 진정됐어?"


"응... 이제 괜찮아."



다행이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트레이너.


부끄러워져서 그의 손에 들려있던 내 가방을 빼앗듯이 돌려받은 다음에 휙 등을 돌렸다.



"하하, 미안해. 아야베."


"...딱히 그런거 아냐. 그보다 식사나 하러 가자. 배고파졌어."


"응. 기대해, 오늘 괜찮은 곳을 미리 알아보고 왔거든."



트레이너와 함께 손 잡고 건물을 빠져나와 차를 타고서 도착한 곳은 조금 외딴곳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건물 디자인부터 딱 봐도 꽤나 가격대가 있어 보이는 모양새라 조금은 걱정스런 눈길로 그를 쳐다본다.



"저기, 괜찮겠어? 이런 곳... 엄청 비싸지 않아? 그냥 적당한데 가서 먹어도..."


"정말, 아야베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트레이너는 거리낌없이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나도 결국 순순히 그를 따라갔다.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에게 트레이너가 이름을 대자 그가 우리를 예약된 자리로 안내해줬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여러 포크와 나이프 등의 식기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우리가 앉자 마자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따뜻하게 데운 식전빵이 나왔다.


빵을 조금 나눠서 그에게 건네려 하였는데, 트레이너는 웨이터로부터 메뉴판을 건네 받은 뒤 능숙하게 음식들을 주문하기 바빴다.


주문을 마치자 웨이터가 와인 페어링을 추천해 주었지만, 그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 정중하게 사양하고 대신 내게 마시고 싶은게 있냐고 묻기에 당근 주스만을 주문했다.


주스로 입가심을 하고 있으니 차례대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뮤즈 부쉬, 앙트레, 포타주, 프아송, 데셰르...


부끄럽지만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이런 장소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솔직히 웨이터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일들에 익숙해보이는 트레이너가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혹시 옛날에 다른 여자와 이런 곳에 자주 다녀보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금 질투가 나기도 했고.


트레이너는 내 모습을 보며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웨이터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내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엄청 공부하고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에 나도 풋 하고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식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자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


여름인데도 조금은 쌀쌀한 공기가 느껴져서 곧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이너는 그런 내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주었고, 잠시 뒤 발레 파킹을 하는 직원이 차를 가져다주어 함께 차에 오른 뒤 출발했다.


내일은 월요일.


수업과 트레이닝을 생각하면 일찍 돌아가는게 맞고, 그게 아니어도 지켜야 할 기숙사 통금 시간이 있다.


그게 옳다는 사실은 알지만...



"...저기 트레이너."


"응? 왜 그래 아야베?"



나는 기어봉에 얹어져 있는 그의 오른손을 살짝 붙잡으며 말했다.



"조금 쉬었다 가지 않을래?"



===



내 제안에 트레이너는 중간에 차를 돌려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그의 집으로 가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나도 트레이너도,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삐익-



"응... 츄읍..."



카드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와, 다시 방문이 닫히기 전에 서로를 껴안고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트레이너의 손길은 이미 내 치마를 들춰내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그의 허리에 살짝 한 다리를 걸치자 그는 그대로 날 들어올린 채 침대까지 데려가 그 위로 내던졌다.


내 몸 곳곳을 그의 손길이 유린하고, 내 몸 가장 깊숙한 곳으로 그의 살점이 파고들 때 마다 머릿 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짜릿함이 터져나온다.


나는 마치 트랜스 상태에 빠진 연주자의 손길에 몸을 맡긴 악기처럼 끝없이 교성을 내지르기만 했다.


방 안에 들이닥쳤던 한바탕 열락의 폭풍이 잠시 사그라든 후, 나는 조금 전 플라네타리움에서  그러했듯이 그의 품안에 안겨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저기, 오늘 나랑 함께해서 즐거웠어. 트레이너?"



내 질문에 트레이너는 말 없이 내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


비록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충만함이 내 영혼 속에서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의 눈속에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왠지 나까지 슬퍼져서 트레이너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응?"


"당신 왠지 슬퍼보이는걸."


"..."



내 질문에 트레이너는 그저 말 없이 날 꼭 껴안기만 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당장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느껴졌기에 그저 그를 내버려두었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서로 체온을 나눈 이후에야 트레센으로 돌아갔다.



===



아야베를 트레센에 내려준 뒤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관 앞에 누군가의 인영이 보였다.



"저건..."



집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는지 그녀는 이미 내 앞으로 달려와 있었다.



"탑로드 양..."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씨."



그 인영의 정체는 아야베와 마찬가지로 트레센 학원의 학생인 나리타 탑 로드 양.


딱히 내 담당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아야베의 친구이고, 최근 들어서는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아 급격히 친밀해진 관계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저기, 오늘은 무슨 일이야?"



탑로드 양은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냥, 트레이너 씨를 보고 싶었다는 걸로는 안 될까요?"


"..."



얼마 전 난 술에 취해 탑로드 양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다행히 선을 넘기 직전에 정신을 차려 간신히 멈출 수 있었지만... 다시 며칠 뒤 그녀가 날 찾아와 자신도 날 사랑했기에 거절하지 않은 거였다며, 자신을 거절하기 전에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면 안 되느냐는 부탁에 결국 거절하지 못 했다.


아야베에게는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결국 본능에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고 있었는데, 또 다시 이렇게...



"...곧 통금 시간이잖아. 모범생이 돌아오지 않으니 모두 걱정하고 있을거야."


"외박계는 제출하고 나왔어요."



그 얘기에 뭐라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데, 탑로드 양이 내 손을 감싸쥐더니,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풍만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하다.


그리고 그 끝에서는 조그만 딱딱한 돌기가 느껴졌다.



"...탑로드 양 혹시."


"저, 이렇게나 두근두근하고 있어요. 트레이너 씨는 어떠신가요?"


"..."


"...참고로 밑에도 마찬가지니까요. 지금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결국 나는 오늘 밤에도 본능에 패배하려는 모양이다.


난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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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시간.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트레이너 씨는 이미 자리를 비우신지 오래였습니다.


혹시나 제게 무언가 연락을 남기시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책상 위도 체크해보고 핸드폰도 열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네요.


그 사실에 조금 외로워져 머리를 말리는 것도 잠시 잊고 트레이너 씨의 체온이 남아있는 침대 위에 몸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등교도 해야 하니 이대로 마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죠.


헤어 드라이기를 찾아 머리를 말리고 어젯 밤 벗어던졌던 교복도 다시 몸에 걸칩니다.


속옷이야 가방에 미리 입지 않은 새것을 챙겨왔던 터라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교복은 이거 하나 밖에 없는데 여기저기 주름 자국이 잡혀있어 솔직히 조금 엉망이었습니다.


이걸 입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트레이너 씨 흥분해 주시려나요?


또다시 떠오르는 못된 생각에 쿡쿡 웃다보니, 침대 옆에 위치한 탁상에 눕혀져 있는 액자가 보였습니다.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들자 드러난 것은, 트레이너 씨와 트로피를 든 승부복 차림의 아야베 씨가 함께 행복하고 웃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가슴 속에 번지기 시작한 어두운 감정에 입술을 짓씹으며, 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쁜 짓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는걸요.



"...죄송해요, 아야베 씨."



저는 작은 속삭임과 함께 두 분의 집을 떠나 트레센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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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 트레이너 이야기 적느라 쓰는거 깜빡했던 탑로드 불륜물


분량 또 쓸데없이 늘어나긴 했는데 2편 안에는 완결 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