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의 출전명단이 공개되고 난 동생이 지었던 표정의 의미를 알았다.

작년 여름합숙 때 보내준 사진에서 같이 놀던 친구의 얼굴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나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난 엄마한테 명단을 보여주며 말했다.


"엄마, 얘 그때 걔 아니야?"

"누구?"

"왜, 그 동생이 작년에 보내준 사진에서 바다로 날아간 애."

"아~, 그 던져진 그 친구?"


날아가는 장면이 찍혔을 때 짓고있던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

아마도 각각 양쪽에서 팔과 다리를 잡고 바다로 던진 느낌었는데 마침 사진에 찍혔을 때의 높이나 거리가 거의 대포로 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여자아이의 표정도 표정이지만 허우적대는 포즈도 가관이었다.

거기에 펄럭이는 분홍머리가 더해져 마치 벚꽃을 표현한 행위예술가 같았다.

그만큼 우스꽝스럽고 강렬한 장면을 잊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신났나 했더니 친구들이랑 뛰게 돼서였구나."


그랬나 봅니다.



타카마츠노미야는 동생이 겪은 두 번째 접전이었다.

대도주로 시원하게 뛰쳐나간 동생은 2월에 벌어진 대참사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마일과 단거리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여러 마일러들과 스프린터들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했었다.

패브러리S 때와 달리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착실하게 페이스를 따라간 것이었다.

특히나 종반에서 동생의 친구(이하 분홍이)는 굉장한 스퍼트를 보여줬다.

선행라인에서 박차고 나와 그대로 동생의 바로 뒤까지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동생도 속도를 올렸지만 결승선에선 결국 따라잡혔다.

판독결과는 동생의 승리였지만 다른 변수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결과는 모를 일이었다.

난 동생이 재팬컵에서 분함을 삭히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목표가 높은 건 좋다지만 그래도 승자가 그런 상태면 현장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이도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동생은 그날 밤, 친구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냈다.

트로피를 같이 들고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후 인터뷰에서 둘은 같은 말을 했다.


"한 번은 붙어보고 싶었다."


만약 동생이 주니어의 마지막을 호프풀이 아니라 아사히배로 틀었더라면 두 사람은 라이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더라도 동생의 트윙클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처럼 좀 더 자연스러운 웃음을 많이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했다.

그냥 내 앞에서 잘 안 보여주는 걸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표정의 동생을 좀 더 자주 보고싶다고 느꼈다.



동생의 다음 목표는 봄의 텐노상이었다.

마일러들을 박살내고 스프린터들을 제쳤으니 다음은 스테이어, 어떻게 보면 당연한 흐름 같으면서도 기상천외한 선택이었다.

더트 마일을 뛰고 다음 달은 단거리 최강자전, 그 다음 달엔 스테이어 최강자전, 뒤죽박죽이나 우당탕탕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억척스러운 기행이었다.

그렇다, 기행.

누구도 못 할 기행.

동생은 공전절후(空前絶後), 유일무이(唯一無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게 이런 뜻일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결국 억지같은 목표를 꿋꿋하게 해내는 것이 대단했다.

이젠 무섭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 같다.

아마 경이롭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