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다음 목표는 개선문입니다. 홈 어드밴티지라는 변명을 못 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인터뷰에서 뱉은 말이 누구한테 하는 향하는 것인지는 그 곳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재팬컵에서의 접전을 벌였던 유럽의 강자에게 하는 말이었다.

동생이 처음으로 결승선에서 등 뒤도 아니고 바로 옆을 허용한 레이스였다.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오빠인 나로서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저, 그럼 이후 야스다 기념이나 타카라즈카 기념, 가을의 텐노상 등을 모조리 건너 뛰실 건가요?"

"다 이겨봤으니까요."

"그렇다하더라도 재전을 바라는 상대가 있지 않을까요?"

"단거리가 아니라면 위협적인 상대가 없어서 그닥 흥미롭지는 않네요."

"아, 네..."


쟤는 정말이지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한다.


"정 원한다면 드림트로피에서 보는 것도 방법이죠. 물론 그곳에 올 수 있다면?"


기자들은 그 말을 다시 확인을 받기 위해 마이크들을 들고 달려들었지만 동생은 태연히 인터뷰 회장을 빠져나갔다.

드림트로피는 트윙클을 끝낸 우마무스메들 중에서도 최상위의, 거의 그 세대 최강들이 발을 들여놓는 곳이다.

트윙클에서 걸출한 성적을 낸 우마무스메들은 주로 레이스와 관련된 진로로 향하는 경우가 잦다.

직접 몸으로 싸우는 드림트로피에 콜업되거나, 혹은 동체시력과 레이서로서의 감각을 살려 모터스포츠로 향하거나, 사이클링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연 동생도 그런 흐름으로 갈 것이다라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트윙클 자체가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쉽게 꺼내지 못 하던 이야기었다.

그리고 동생이 인터뷰 회장에서 던진 마지막 한 마디는 바로 그 여론이 궁금해하고 기자들의 목구멍은 간지럽히던 떡밥이었다.

앞선 인터뷰 내용들은 모조리 뒷전으로 만들어버린 대형 폭탄이었다.

아무튼 동생은 진로를 이미 정한 것이었다.

나는 어떡하지?



동생은 학교생활과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평일이어도 자주 집에 들렸고 주말에 와서 자고가는 날도 늘었다.

덕분에 초등학생 때 이후로 오랜만에 동생이랑 부대끼며 지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트윙클에 들어서곤 방학이라 할 것도 없었고 집에 오는 날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겨울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이 다시 슬금슬금 올라올 것 같았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나름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어서 그런지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집이라고 해도 그러고 다니면 안 춥냐?"


쇼파에 앉아있는 동생은 자기 혼자 여름이었다.

동생은 끈나시에 돌핀 팬츠, 그래도 부모님이 있을 땐 후드나 가디건을 걸치긴 하는데 기본적으론 엄청 가볍게 입고 집에서 돌아다닌다.


"기숙사에선 안 되니까."

"여자들끼리니까 오히려 거기서 하고 집에서 자제해야 되는 게 맞지 않아?"

"사감님이 안 된대."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너무 자극적이다.

다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키가 좀 과하게 크지만 그럼에도 동생의 몸매는 대단했다.

엉덩이는 엉덩이대로, 허리는 허리대로, 가슴은 가슴대로, 눈을 둘 곳이 없었다.

특히나 가끔씩 끈나시 어깨끈이 끊어질 것 같았다.

출렁댄다는 말보단 너울친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저걸 달고 어떻게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건지 신기했다.

아, 그래서 하네스로 묶었지...


"만질래, 오빠?"

"뭔소리야 갑자기!"

"그냥 계속 보길래."


정신차리자.

나도 모르게 계속 보면서 멍하니 있었나보다.

만져보고 싶긴 하지만, 궁금하긴 하지만, 여동생한테 호기심을 해소하는 건 아니지.

아니 물론 웬만한 쿠션이나 베개보단 부드럽지 않을까 생각은 들지만서도...

...베개?


"아, 맞다. 내 베개!"


난 동생에게 물었다.


"내 베개 어떻게 했어?"

"잘 썼어."

"과거형이네?"

"지금도 잘 쓰고 있고."


내 베개는 꽤 오래 썼던 것이라 부피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동생은 낮은 베개가 필요하다며 말도 없이 내 베개를 가져갔다.

엄마한테는 말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본인한테 허락은 받았어야지.


"오빤 내 베개 안 썼어?"

"내가 네 베개를 왜 쓰냐?"

"그럼 새 걸 안 샀어?"

"샀는데 너무 높아."


그냥 난 내 베개가 쓰고 싶다.

애착물건일지도 모르겠다.

동생한테 내 물건을 넘기는 것도 싫었다.

떼쓰고 고집부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내 물건이니까 좀 그럴 수도 있지 않나?


"그럼 여기 누워."


동생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또 뭔..."

"서비스로 귀청소도 해줄게."

"필요 없는데?"

"내가 궁금해."

"뭐가?"

"사람 귀."

"너희 트레이너한테나 해줘."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

"그럼 나는?"

"오빠는 오빠니까."


조금 짜증이 날 뻔 했다.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