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오는 몹시 흐린 날이었다. 해가 지기도 전인데 벌써 밤이 된 것만 같은 거리를 투덜대면서 걷던 리틀 코콘은 전화기에 대고 빽 소리쳤다.
“아니, 씨발! 그걸 지금 나한테 시키는 거야?”
“그럼 어떡해. 남은 게 없는데.”
교제 상대인 모 트레이너의 뻔뻔한 목소리가 되돌아온다. 인자 커버가 떨어졌으니 오는 길에 사오라는 것, 애초에 커버는 남자 쪽에서 준비해야 하는 뾰이 준비물인게 상식 아닌가? 코콘이 걸쭉하게 욕을 뽑아대며 길길이 날뛰었다. 새로 산 신발이 젖어도 아랑곳않는다.
“네가 쓰는 건데 네가 샀어야 할거 아냐!”
“쓰는 건 나지만 씌워주는 건 너잖아. 애초에 우리가 쓰는 거지 나만 쓰나?”
“그냥 나가 뒤져.”
“알았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한 번만 써 보고 죽자. 응? 부탁이야. 마지막 소원.”
“하아. 씨발.”
전화를 끊은 코콘이 한숨을 푹푹 쉰다. 어쩔 수 없다. 몇 안되는 귀중한 꽁냥꽁냥 시간을 이런 식으로 투닥거리느라 보내고 싶지 않다. 장래를 위해서 아직 아무 도구도 없이 하는 건 좀 그렇다. 대충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하나 사 가기로 했다.
“어서옵쇼.”
문을 열고 들어오니 어쩐지 귀에 익은 하이톤 목소리가 반겨준다. 편의점에서 뭔 어서옵쇼여 하고 쳐다보니 카운터에는 온통 새카만 원피스 위에 직원용 조끼를 입은 라이스 샤워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제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제일 마주치기 싫은 년과.
우산꽂이에 우산을 털어 넣으면서 코콘의 머리가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 비가 오는 쓰레기같은 날에 다른 편의점에 가자니 짜증난다. 번화가에서 외따로 조금 떨어진 이 편의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꽤 걸어야 한다. 그렇다고 라이스 샤워에게 커버 계산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이런 날에 이런 곳까지 찾아오고, 뭔가 할 일이 딱 하나 있는 걸까? 코콘 씨?”
인사 뒤 즉시 날아오는 비아냥거림에 코콘의 이마에 핏대가 선다.
“여기서 일하냐?”
“그럼, 카운터에서 돈이라도 훔치겠어? 세상은 정직한 사람이 더 많아.”
“너 정도 되는 우마무스메가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좀 놀랐거든.”
“으응. 라이스는 누구 씨처럼 헤픈 여자가 아니니까.”
“뭐?”
라이스 샤워는 빙긋 눈웃음을 치면서 즉각 정정한다.
“씀씀이가 헤픈 여자가 아니니까. 여기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
속으로 몇 번이나 라이스를 쥐어 패면서, 코콘은 이제 됐고 빨리 용무나 끝내자 생각하고 인자 커버가 진열된 곳으로 걸어갔다. 과자 코너와, 빵 코너와, 컵라면 코너를 지나던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컵라면 앞에 멈춰선 그녀가 전화를 걸었다.
“야, 나 밥 먹고 가니까 좀만 기다려.”
“오냐.”
문득 생각해보니 자신은 손님이고 라이스 샤워는 직원이 아닌가. 이건 둘도 없는 인성질의 찬스라 여긴 그녀는 기름 소스가 들어간 컵라면 중에 국물이 제일 빨간 것을 집어들어 계산한다.
“헤에......”
라이스 샤워는 바코드를 찍으면서 길게 미묘한 소리를 냈다. 리틀 코콘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너도 이거 좋아하냐?”
“그런 건 아니고. 코콘 씨는 어쩐지 순한맛 먹을 것 같은 인상이었거든. 그 있잖아. 민트 초코랑 하와이안 피자 좋아하고......”
“무슨 뜻?”
“그냥, 그런 음식을 좋아한다고. 300엔이야.”
지갑에서 1000엔 지폐를 꺼내 내밀면서, 코콘은 또 다른 번뜩임을 느끼고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지금은 기세등등하지만, 조만간에 라이스의 그 면상에서 웃음기를 사라지게 해주마고, 그녀는 정수기를 향해 가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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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맵고, 생각보다 기름졌다. 몇 번이나 인상을 구기면서 면과 일부 건더기를 건져먹은 코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국물 위에 둥둥 뜬 기름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남은 것을 버리러 가던 중에, 그녀의 중심이 기우뚱한다.
“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컵라면이 바닥에 떨어졌다. 팍, 하고 떨어진 임팩트의 순간 사방팔방으로 국물이 튀어버린다. 너무 놀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리틀 코콘, 어떻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라면 컵이 땅바닥을 구르며 내용물을 바닥에 질질 흘려버린다.
“미안, 라이스! 실수로 국물을 조금 쏟아버렸어!”
리틀 코콘이 말했지만, 진실된 단어는 라이스, 국물을, 쏟아버렸어, 이 셋 뿐이다. 황급히 달려온 라이스 샤워가 컵을 집어들었지만, 남은 것은 바닥에 고인 양념 덩어리 응어리진 약간의 국물 뿐이다. 잔여물을 털어버리고,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라이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괜찮습니다. 손님. 제가 치울테니 신경쓰지 마세요.”
의외로 순순히, 그리고 정중한 응대를 보이며 라이스는 화장실에서 대걸레를 가지고 나와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코콘이 신경써서 고른 보람이 있어서, 당연히 한 두번의 걸레질로는 바닥이 제대로 닦이지 않는다. 미묘하게 남은 주홍색 얼룩을 보면서 코콘의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찼다. 그녀가 신발과 옷 - 물론 신경써서 실수했으므로 무사했다 - 을 확인하는 척 하면서 물었다.
“화장실 써도 되지?”
“응. 물론이야.”
라이스 샤워가 흔쾌히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다.
“라이스도 마침 걸레 씨를 데리고 가려고 했어.”
걸레 씨, 에 묘하게 힘을 주면서 라이스 샤워가 돌아섰다. 코콘을 안내하듯이 앞장서면서 대걸레를 향해 말을 걸었다.
“어서 가자, 걸레 씨.”
화장실에서 입가를 가볍게 닦고, 입을 헹구고, 혹시 모르는 옷매무새나 신발을 점검하는 동안 라이스가 걸레를 빠는 소리가 들렸다. 촥, 촥, 하고 걸레를 땅에 비비더니 꽉 발로 밟는다.
“걸레 씨, 라면 국물 맛은 어땠어?”
라이스가 걸레를 밟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이나 행동에 이상한 점은 없다. 하지만 묘하게 혼잣말 소리가 커서 코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렇게 매운 라면을 잔뜩 먹었는데도 걸레 냄새가 나네.”
라이스가 다시 물을 틀어 걸레를 빨면서 투덜거렸다. 물기를 쭉 짜내고 그녀가 다시 화장실을 나서면서 말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인가 봐.”
화장실에서 나온 리틀 코콘은 과자와 콜라, 캔커피 따위를 고르고 그 사이에 숨기듯 인자 커버를 집어다 두었다. 꽤 천천히 했는데도 그녀가 카운터에 도착할 때까지 라이스 샤워는 돌아오지 않았다. 작업에 시간이 좀 걸린 모양이었다. 몇 가지 거슬리는 발언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라이스에게 소소한 복수는 한 것이라 흡족해하면서 리틀 코콘은 팔짱을 끼고 웃었다.
바코드 스캐너를 집어든 라이스 샤워가 상품을 끌어오면서 미리 양해를 구한다.
“라이스, 여기서 일한 지 얼마 안돼서, 바코드 찍는 게 서툴러.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
정중한 발언, 생각해보면 그녀가 정중하게 말한 뒤에는 뭔가가 항상 있다. 하지만 안된다고 할 수도 없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라이스 샤워가 콜라와 과자 사이에서 인자 커버를 집어들었다.
“헤에......하긴.”
바코드를 찾는 척 하면서 내는 미묘한 소리, 리틀 코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무슨 문제라도?”
“코콘 씨, 작은 동물 좋아하면서 이쪽은 우락부락한 걸 좋아하네, 라는 느낌이랄까. 헤헤.”
“네가 신경쓸 일 아니잖아? 빨리 바코드나 찍지?”
지나가는 말처럼 쓰레기 발언을 하는 라이스 샤워를 향해 코콘이 쏘아붙였다. 라이스는 가볍게 사과하면서 바코드를 찾아 입력했다. 그리고 아주아주 작은 소리로, 그러나 우마무스메라면 못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스즈카 쪽이 게이트가 더 넓습니Daaa.......”
“뭐?”
“응? 아냐. 아냐. 갑자기 생각나서. 헤헤.”
콜라로 손을 뻗으면서 라이스 샤워가 수줍게 미소지었다.
“근데 참 이상하지. 보통 큰 게 들어가는 게이트가 더 넓어지지 않나?”
그제서야 코콘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올려붙이고 머리채를 잡고 싶지만 오늘은 귀중한 데이트날이다. 괜히 얽혔다가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지고 싶지도 않다.
“헤, 잘 아네. 게이트 인을 아주 많이 해봤나봐?”
“응. 코콘 씨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두 손을 모아 겸손하게 대답하면서 라이스 샤워가 웃었다. 이젠 선이랄 것도 없다. 리틀 코콘의 입이 제멋대로 나불대기 시작했다.
“하긴, 그런 음침한 곳에는 아무도 들어가기 싫겠지.”
“꼭 창문이 있는 것처럼 바깥 불빛이 새어들어오는 어디랑 다르게 말야.”
“거미줄 정리 해야되는 거 아니야?”
“찔러도 피도 눈물도 안나온대. 다른 것도 안나오고.”
서로에게 소득 없는 타격을 입혀가면서, 두 우마무스메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버석버석대며 봉투에 물건이 담기고, 리틀 코콘이 동전 지갑을 꺼냈다.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한 움큼 동전을 꺼내, 카운터에 패대기 치듯 쏟아버렸다.
“......미안. 실수로 조금 쏟았네.”
“헤헤. 코콘 씨, 괜찮아. 라이스는 안은 넓은데 속은 좁은 누구랑 달라서 다 이해할 수 있거든. 그나저나 오늘따라 실수가 잦고......헐렁대네.”
덤벙댄다는 걸 실수로 잘못 말했다고 사과하면서, 라이스는 동전을 하나하나 세어 가며 줍는다.
“이러다가 다른 것도 실수로 쏟아버리는 거 아닌지 몰라.”
“무슨 뜻?”
“라이스가 들었는데, 완벽한 피임도구는 없대. 혹시라도 말야. 이득보는 사람도 없고 양쪽 모두 불행해지는 길이지.”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 라이스 샤워가 기침을 했다.
“코코혼! 코코혼!”
“......이 씨발년이.”
리틀 코콘이 라이스 샤워의 멱살을 잡았다. 파란 장미 브로치가 땅에 떨어졌다.
“불행한 일을 아주 많이 겪어보셨나봐? 응? 듣자듣자 하니까 진짜. 뒤질래?”
“히, 히에! 미안해, 코콘 씨. 라이스 그런 게 아니라......”
“너같은 년이랑 다르다고. 축복도 없고 사랑도 없는 그런 거 아니라고.”
그녀가 거칠게 인자 커버를 봉투에서 빼냈다. 취소처리하라고 윽박지르고, 거스름돈을 받아 챙기고서야 라이스를 떠밀듯이 놓아주었다. 진짜로 기침을 하는 라이스 샤워를 보면서 리틀 코콘은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안전한 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저 미친년이 하는 말이 거슬려서라도 오늘은 안전한 날이어야 했다. 새로운 해금의 날로 삼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씩씩대며 돌아나가는 코콘에게 공손하게 고개숙여 인사하면서, 라이스 샤워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이, 뷰지 씨가 목마르다잖아.”
리틀 코콘과 라이스 샤워는 경찰서에서 각자의 트레이너에게 인도되었고, 4주의 사회봉사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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