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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이사장실로 끌려갔다.

그리고 녹색 옷을 입은 여자와, 자그마한 여자 한명과 만났다.


"이사장님, 역시 이 사람 꺼림칙해요."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작은 여자가 말을 시작했다.


"경악!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다니!"

"그게, 나도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뭐어, 각설! 자네! 트레이너로서 일 해 볼 생각 없는가?"

"이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신원 불명의 사람한테요?"


녹색 옷을 입고 묘하게 귀 달린 여자들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 입을 열었다.


"타즈나! 트레센은 늘 일손이 부족하지 않나! 언제나 싱싱한 노예 아니 인재는 필요한 법이라네!"


뭔가 이상한 말을 들었지만 넘어가자. 도서관에 처음 갔던 그 때 보단 훨씬 나은 대접이다.

녹색 여자의 이름은 타즈나...인 듯 싶고, 요상한 부채를 가진 키가 작은 저 여자는 이사장...이 되는 듯 싶다.

이곳의 실세 같은 느낌이 팍팍 들고 있다.


"난 상관은 없는데, 트레이너? 그건 선생님 비슷한건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군!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부탁은 고마운데, 내가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서 말이야.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줄 수 있겠나?"


노예 아니 트레센의 귀중한 자원이 굴러들어 온 것에 이사장은 어쩃든 좋은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찰나의 순간에 득실 관계를 따져나갔다.

아마도 여기는 도서관 밖이고, 자신이 알고 지낸 도시와도 다른 곳이다-말귀가 달린 여자들이 정상적인 세계인 모양이다-. 다시 관장님이 무슨 수를 써서 라도 자신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도서관으로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였다. 먹고 잘 곳은 없었기에, 이곳에 있는 것은 나쁠 것이 없었다.


"깨달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현장에서 굴릴 순 없겠다!"


다시 요상한 부채에 깨 닫 다 라는 글자가 써지고, 이사장이 외쳤다.


"그렇지! 드디어 머리라는 것을 쓰기 시작하는군요!"

"그게 무슨 말인가 타즈나양."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이사장님. 역시 외부인을 트레이너로 쓴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 의도는 아니였네! 자네는 어디서 일하다 왔는가?"


남자는 잠깐 고민을 했다. '사무소에서 일했다고 하면 좀 거창하니까, 도서관이 낫겠다' 로 결론을 지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일했지."

"도서관이라! 그럼 자네는 일단 도서관에서 일하게나! 말딸과 트레이닝에 관한 책도 좀 읽어두고!"


다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건가, 감회가 새로웠다.


"뭐,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하죠. 감사합니다!"

"타즈나! 이 남자에게 트레센 구경을 좀 시켜주게! 가는 길에 기숙사 열쇠도 하나 챙겨 주고!"


타즈나씨는 웃고 있었으나, 자그마하게 '지가 하던가 비서한테  짬 때리네...'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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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당신 이름도 모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정적이 흐르는 복도에서 타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롤랑, 롤랑이라고 해."

"롤랑? 특이한 이름이네요. 본명, 맞는 건가요?"

"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서 내 이름을 몰랐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불리고 있더라고."

"그런줄은 몰랐네요."

"에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그러는 그쪽은, 타즈나. 맞나?"

"맞죠."

"아니, '본명' 쪽 이야기야."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흐응... 알았어, 뭐."


거짓말이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참에 궁금한 점을 다 물어보자.


"그럼 다음 질문. 타즈나...씨도 귀 달린 여자들? 그쪽 과 인가?"

"귀 달린 여자가 아니라 우마무스메에요. 너무 길면 말딸 이라고 부르시면 되요. 그리고 전 말딸이 아니에요."


그래, 말딸 이구나. 이상한 건 워낙 많이 봐서 이젠 웬만한 걸로는 놀라지 않게 되었다. 살아있는 기계부터 흡혈귀까지 다 봤는데 뭐가 놀랍겠는가. 그리고 말딸이 아니라는 것도 거짓말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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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이정도면 대충 소개는 다 된 것 같네요. 그보다 지치지는 않으셨나요?"

"응. 완전 멀쩡한데."

"체력이 좋으신가봐요."

"내가 좀."

"허세는. 여기 트레이너 기숙사 열쇠에요. 그리고 학생 기숙사에는 들어가면 안되요?"

"허허. 그럴 생각 없으니 걱정마세요, 타즈나씨?"

"트레센에선 그런 일이 빈번하다고요."

"이래 뵈도 저 아내 있었어요. 능력 있는 남자라고요?"

"... 왜 과거형이죠?"


이번에는 롤랑쪽에서 말을 아꼈다.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타즈나는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사연이 있어서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타즈나는 알았다. 활기찬 웃음 속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남자는 기숙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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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카씨! 좋은 아침,,, 에에? 옆에 그 분은?"

"오. 반가워? 말딸 아가씨?"


스즈카의 옆에는 어제 그 검은 양복 아저씨가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눈빛을 한껏 즐기며, 식빵을 먹고 있었다.


"아와와와, 아저씨 왜 여기 계세요?"

"아무래도 이분, 여기서 일하게 되셨나봐."

"넵!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이네요. 아저씨! 이름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어허! 아직 오빠야."


"상했잔아..." 누군가가 말했다. 롤랑은 애써 무시했다.

스페가 썩은 표정으로 있자, 이내 웃으면서 이름을 알려줬다.


"와아. 특이한 이름이네요."

"그거, 소설에서 나오는 이름, 아닌가요?"

"음? 난 모르겠네? 그럼 그쪽도 이름을 좀 알려 주실까?"

"저는 스페셜 위크 라고 해요! 잘 부탁 해요!"

"전, 사일런스 스즈카. 잘 부탁 드립니다."

"너희도 만만치 않게 신기한 이름인데 뭘. 심심하면 도서관에 놀러와. 떠들지는 말고."


음식도 많이 있었고, 맛있었다. 도시라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해서 놀랐다. 여기는 평화롭구나.

그럼, 일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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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옮겨 주시고, 정리만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넵!"


여기의 도서관장은 지긋한 말딸 분 이셨다. 어디의 파랑머리 관장님하고는 다르게 차분하고, 분위기가 있었다. 


"혹시라도 책이 너무 많아서 무거우시면, 절 불러주시면 되요. 이래 뵈도 말딸이니까요?"

"에이, 저도 아직 젊어요."

"후훗.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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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할 것이 없으면 독서를 하게 된다. 도시에서는 거의 읽지 않다 싶이 했고, 도서관이 외곽으로 축출된 뒤 할 일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말딸의 역사와 말딸의 기초 지식, 트레이닝 학개론을 읽고 있다.


"말딸의 시초는... 이클립스다."

"그녀는 가장 강한 말딸이였다."

"뭣. 누, 누구?"


무심코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었는데, 뒤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앗... 책 읽는데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그건 됐고, 누구야?"


고개를 돌리자 내 뒤에는 귀가 크고 안경을 썼고, 키가 작고 미드는 큰, 한 말딸이 있었다.


"젠노, 젠노 롭 로이라고 합니다."


야 괴문서쓰기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