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몸에서 열기와 땀을 흘리며 거친 호흡을 내쉬는 소녀가 있다.


"오늘의 영광은 모두 네 거야, 라이스 샤워."


모두에게 미움받던 소녀가 있다.


단지 열과 성을 다해 달렸지만 환영받지 못하고 미움받은 소녀는 마음이 무너져 내릴듯이 아파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지해주며 이끌어준 단 한사람, 그녀의 트레이너가 있었다.


"응, 오라버니..."


야유와 비난이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개의치 않은 것 처럼 웃어보였다.


그저 자신을 기다려주고 바라봐주고 있던 한 남자, 라이스 샤워의 모든 시선은 그 남자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온전히 자신을 꿰뚫어보며, 언제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리고 말없이 웃어주는 남자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가슴이 시큰거리는 통증에 눈물을 참으며 라이스 샤워는 애써 미소지었고, 트레이너의 팔짱을 잡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경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관중의 야유가 더이상 들리지 않고, 어두워진 길을 걸어가던 라이스 샤워는 그 자리에서 멈춰 뚝뚝, 눈물 방울을 그렁이며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사람들은.. 부르봉이 3관을 달성하는 것을 바랐던것 같아."


시간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어두운 동굴속에 있는 것처럼 그녀의 암울한 목소리는 깊이 울려 가슴이 먹먹해졌고, 라이스 샤워의 트레이너는 그녀의 말에 함구했다.


"야유는... 역시 아프네."


고개를 돌린 트레이너가 본것은, 안타까운 눈짓을 하며 고개를 푹 떨군체 말하는 라이스 샤워. 그녀는 눈물이 묻은 손을 가슴에 얹었다.


생기를 잃고 마른 입술로 입을 열자 목소리가 떨리고, 결국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언제든지 감정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을 띄었다.


"사실 나같은건.. 뛰지 않는게..."


"그만."


트레이너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또 다시 그녀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걱정되어 어느 지점까지 자기비하가 심해지면 트레이너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잘라서라도 그녀의 과몰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꺾을 생각은 없었기에 트레이너는 몸을 돌려 라이스 샤워를 끌어안았다.


"라이스 샤워, 수 많은 관중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다른 집단의 핀잔과 시기 또한 있다는 거야, 그것이 승자의 책임이고, 승자의 권리야.. 그런 가벼운 미움에 무너지지마, 넌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내 파트너니까.


"으, 응.. 알겠어 오라버니."


과거 자신같은 못난 아이는 포기해도 된다며 울고 불던 것을 생각하자면 지금도 충분히 멘탈적으로 성장했지만, 트레이너는 그녀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착하는 상대를 반드시 이기겠노라고 마음먹은 만큼 소강상태 또한 심해, 주위의 핀잔에 과하게 겁먹고 상처받는 라이스 샤워의 모습을 안쓰러워 한 것 또한 있었다.


한 걸음 물러난 라이스 샤워의 미소 끝에는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밖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라이스 샤워의 유일한 연약함, 그 누구보다 감수성 짙고 상냥하고 상처입기 쉬운 소녀를 그저 경기중의 이미지로, 자신의 원망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한 미움을 표하는 것이 트레이너로선 허심탄회하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트레이너는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오래 함께할 수 없었기에 감정에 솔직한 면이 서서히 타인에게도 풀려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우려 했지만, 유독 라이스 샤워는 트레이너에게만 자신의 마음을 내비췄고, 타인에게는 한 없이 냉정하고 무서운 사이코 암살자 같은 이미지로 박혀버렸다.


그저 승리에 기뻐하고 야유에 슬퍼하며 파르르 어깨를 떠는 연약한 소녀인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라이스 샤워, 오늘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았어, 혹시 하고 싶은거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퉁퉁 부은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밝은 미소와는 대조되는 어두운 아우라가 라이스 샤워의 주위를 감싸는게 피부로 느껴지던 트레이너는 차마 이대로 그녀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트레이너는 아쉬운듯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이 공간에 계속 있다 훌리건같은 사람이라도 만났다간 어찌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그녀가 상처받을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발을 움직이기 무섭게, 자그맣고 새하얀 손가락이 트레이너의 셔츠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힘에 몸이 멈춘 트레이너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가지, 가지마.. 오라버니, 라이스 곁에 있어줘."


거의 처음이었다. 라이스 샤워가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입으로 말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게.. 난 너무 싫어, 달리지 못하는 것 보다..."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와 함께 라이스 샤워는 자신의 여린 몸을 이끌어 트레이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창백한 피부와는 다르게 그녀의 가녀린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이 과연 소중한것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애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트레이너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라이스의 이런 가녀린 몸짓은 단순한 외로움에서만 나온게 아니라는 것 쯤은 눈치껏 알 수 있었다.


"오라버니랑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는게.. 그게 너무 무서워.. 라이스의 곁은 떠나지 말아줘.. 응?"


그녀는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졸업하면 내가 트레이너를 그만 두는 것.. 알고 있었구나."


트레이너의 등에 얼굴을 묻으며 목이 떨릴정도로 오열하기 시작한 라이스 샤워, 그녀에게 있어서 트레이너의 존재는, 자신의 목적, 목표, 꿈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었다.


"후.. 그래, 라이스 샤워.. 미안하다, 하지만 이건 네 탓이 아니야."


순간 트레이너는 좋은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렇다면, 선물을 줄게.. 마지막으로 네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가고 싶거나 보고 싶던것, 어떤 거든 말해봐."


트레이너의 옆구리를 강하게 끌어안는 압력이 느껴졌다.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트레이너를 향해 내심 간절한 원망이 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솔직한 몸짓에 트레이너는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어둠에 잠식되지 않고 마음이 풀렸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오늘 밤에.. 말할게."


"그래."


트레이너는 팔을 뒤로 돌려 라이스 샤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그녀의 격양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숙소에 도착하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이스 샤워는 무언가 몰입된 표정을 지으며 총총걸음으로 숙소안에 들어갔다.


밝아 보이는 이면, 겉 모습, 그 모든것과 별개로 그녀의 안에 내재된 강렬한 투쟁심, 공격성은 트레이너를 향한 사랑과 묶여 연약하지만 왜곡된 집착을 부여했다.


타즈나와 함께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게 죄여오며 욱씬거린다.


다른 트레이너의 우마무스메와 교류를 하면 머리에서 열이 올라왔다.


미호노 부르봉 또한 처음 만난 순간부터 패배하기를 몇 차례, 그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지만 부르봉이라는 소녀와 대화하는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라이스 샤워의 정신은 단 하나의 주적을 두고, 온몸의 섬세한 근육이 공격성을 연결하여 기어코 승리를 거머쥔, 그닥 건전하지 않은 승부욕이었다.


어둡고 아늑한 공간에서 작은 인형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라이스는 못난 아이야.. 오라버니는 그런 라이스를 혼내주고 가르쳐줬어..."


감사, 기쁨, 열정, 그리고 왜곡된 사랑.


자그마한 몸체에 가득차 흘러넘칠 듯한 마음이 그녀의 안에서 뜨겁게 달궈져 벅차올랐다.


손짓은 연약해보였지만 그녀의 사랑을 향한 의지는 그 무엇보다 거대했다.


"라이스는 못나지 않게 됐지만.. 이제 곧 오라버니는 라이스를 떠날거야."


라이스는 인형이 꾸겨지도록 꾸욱 껴안았다.


"그렇다면.. 라이스는 오라버니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라이스는, 나는 오라버니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까.. 모르겠어, 나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 떨리는 가슴을,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녀의 욕심,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을 마음에 묻으며 라이스 샤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스가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거야.'


서서히 시간이 지나갔고, 라이스 샤워는 저녁조차 먹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그동안 해왔던 것 처럼 하나의 목표를 두고, 몸과 정신을 깎는 훈련을 해왔던 것처럼 그저 트레이너가 선물해준, 자신을 똑 닮은 인형을 끌어안은체.







...

..

.






밤이 깊었다.


여기저기에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났고, 고요하고 청명한 달이 비추는 밤이었다.


그리고 저벅저벅, 조용하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여린 발이 망설이지 않고 도착한 곳은 트레이너의 방, 이 숙소에서 가장 초라하고 좁은 방.


넓고 편안한 방을 주면서 까지 라이스 샤워를 배려했던 생각을 하며 라이스 샤워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아무리 큰 방이라도..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저 쓸쓸함이 늘어날 뿐이에요."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손을 뻗었다.


똑똑


"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트레이너는 잠을 청하지 않고 있었다.


끼이익


오래된 경첩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트레이너의 방에 들어와 처음으로 눈에 보인것은 과거 자신의 사진.


그 동안 트레이너와 동고동락하며 부대꼈던 사진들이 가득한 사진첩이었다.


"오.. 오라버니?"


트레이너는 퀭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좀 슬프네, 트레이너를 그만 두는 것 보다 더, 너와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게."


라이스 샤워의 가녀린 가슴에 찡한 통증이 스쳐지나갔다.


과연 그의 말은 애정일까, 그동안 함께 뛰었던 우정일까, 라이스 샤워의 마음은 아이네스 후진의 전력질주보다도 크게 흔들리며 요동쳤다.


"오.. 오라버니, 나.. 소원 말할게."


"뭔데?"


그리고 마른 침을 삼키며 각오를 다진 라이스 샤워는 천천히 잠옷을 벗어내렸다.


라이스 샤워는 성에 밝지 않았지만, 애욕과 본능이 그녀로 하여금 그를 유혹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었다.


검고 반투명한 레이스가 내려오는 원피스 란제리를 들어내며 달밤에 비춰진 라이스 샤워의 피부는 광택이 나듯 반짝이고 있었다.


은은하게 생기가 도는 연분홍색 입술을 움직이며 라이스 샤워는 한 걸음씩 트레이너에게 다가왔다.


"오라버니.. 트레이너와 가족을 만들고 싶어."


"라, 라이스 샤워?"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할거라, 못할 것이라 놀렸던 경기를 이겨낸 것 처럼, 주위의 시선과 편견과는 이미 동떨어졌던 결과를 낸 순간과 같은 정도로 라이스 샤워는 진심이었다.


"라이스의, 나의 마지막 소원이야.. 트레이너 선생님..."


천천히 다가와 이번에는 앞에서 트레이너를 끌어안았다.


"나.. 오라버니와.. 함께하고 싶어, 내 안의 슬픔은.. 경기 따위가 아니라, 오라버니와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거야."


얇은 레이스 천 너머로 느껴지는 라이스 샤워의 맨살, 함께 한 시간동안 맞닿아 본적 없던 살갗의 보드라움과 따스함이 트레이너의 잠재된 욕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스 샤워는 이렇게 말했다.


'오라버니의 아기를 가지고 싶어.'


순간 시간이 정지된것만 같았다.


자신이 무언가 잘 못들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라이스 샤워는 마치 소악마와도 같은 매혹을 지니고 있었다.


그동안 본적 없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진심.. 3년에 걸친 대 장정이 끝날때까지 절대 말하지 않았던 라이스 샤워의 진심어린 속마음이었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트레이너는 이게 조작되거나 무언가의 학습을 통해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있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러움에 경악을 금치못했을뿐.


"라이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야.. 책임으...."


라이스 샤워는 이내 자신의 힘으로 트레이너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린뒤, 까치발을 들며 살며시 입을 맞췄다.


은은한 장미향기와 부드러운 감촉, 뜨거운 숨과 라이스 샤워의 진심이 느껴졌다.


트레이너는 놀라 눈을 떴지만 라이스 샤워는 눈을 질끈 감고 시간이 흐르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한듯 경직되어있었다.


어리숙함, 풋풋함이 묻어나오는 가녀린 소녀의 고백에 트레이너의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절제할 수 없는 욕정과 함께 그녀의 마음에 대한 대답을 할 의무가 생겨버린 것이다.


"후.. 오라버니.. 라이스는 바보가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갖는 것 만큼 행복한 소원은 없을테니까..."


"정말 그거면 되는거야?"


라이스 샤워는 한 걸음 물러나며 뒷짐을 지고 미소지었다.


"응, 라이스는.. 그저 오라버니의 곁에만 있으면... 그걸로 좋아."


"가족은 라이스도 가지고 있잖아..."


라이스 샤워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라이스가 원하는건.. 진짜 가족이야."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와 트레이너의 왼손에 손깍지를 끼며 엄지손가락을 어루만졌다.


"라이스는.. 진짜를 원해."


그녀는 트레이너가 말한 가족과 자신이 말하는 가족이 다른 것을 의미한 다는 걸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더이상 트레이너는 멈출 명분이 없었다.


천천히 성숙해져가는 라이스 샤워에게 호감이 있던것 또한 사실이기에, 트레이너는 천천히 오른손을 올려 라이스 샤워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게 라이스의 소원이라면, 내가 라이스만의 가족이 되어줄게."


그리고 트레이너는 라이스 샤워에게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응..."


허리를 구부려 천천히 입을 맞추고 라이스 샤워의 팔목을 붙잡아 벽에 몰아붙혔다. 등이 부딪히며 살짝 놀랐지만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았는지 라이스 샤워의 몸이 달궈지기 시작했다.


"으응.. 하아.. 하... 오라버니, 라이스.. 몸이 뜨거워."


트레이너는 천천히 라이스 샤워를 들어 천천히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우마무스메임을 감안해도 터무니없이 가벼운, 살짝 야위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녀린 라이스 샤워를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트레이너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새빨개져 홍당무가 된 뺨과 살짝 눈물이 고여 맑게 반짝이는 자색의 눈동자, 길게 흐트러져 장미꽃의 향기를 풍겨오는 갈색의 머리칼.


모든 게 달밤에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내뿜던 라이스 샤워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트레이너는 서서히 손을 아래로 향했다.


"네가 그렇게 진심으로 온다면, 나도 진심으로 응해줄게."


"자.. 잠깐.. 으응..."


라이스 샤워의 옅은 신음소리에 트레이너는 라이스 샤워의 가녀린 허벅다리를 어루만지며 끊임 없이 라이스의 생기를 띈 입술에 입을 맞췄다.


"츄.. 츕, 응.. 오라버니, 기분이 이상해져..."


자신도 모르게 달콤하게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트레이너를 서서히 유혹하게 되었다는 것도 모른체, 라이스 샤워는 천천히 자신의 아랫쪽에서 느껴져 오는 지끈거림이 허리를 타고 쾌감으로 올라오는 기이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을 한것과는 다르게 트레이너는 이것으로 그녀와 사재지간, 동료라는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마지막 이성으로 그녀의 비부에 차마 손을 얹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허리를 찌르는 쾌감의 리듬이 끊긴 것같아진 라이스 샤워는 조금 뾰루퉁한 얼굴로 트레이너를 올려보았다.


"오라버니, 멈추지 말아줘.. 라이스를 사랑해줘..."


얇고 가녀린 두 팔을 뻗으며 라이스 샤워는 트레이너의 목을 감싸 끌어안았다. 쿵쿵, 터질듯이 움직이는 우마무스매의 큰 심장박동이 트레이너의 뇌리에 울리기 시작했다.


타액이 늘어지며 젖은 입술, 아름답게 반짝이는 긴 속눈썹, 암사슴과도 같은 자세로 요염한 자태를 뿜어내는 라이스 샤워에게 트레이너는 홀려버렸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트레이너는 레이스 안으로 손을 넣어 조금 빈약하지만 볼륨감이 있는 라이스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뽀얗고 새하얀 가슴이 트레이너의 거친 손길에 만져지는 것에 허리를 들썩이며 라이스 샤워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져갔다.


"아.. 아아, 오라버니 만지는 방식이 야해..."


"칭찬 고마워."


두 사람은 지긋이 눈을 응시하며 멋쩍은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트레이너는 천천히 인자봉을 움직였다.


"오라버니.. 그 라, 라이스 처음인데, 그.. 그러니까..."


"응.. 라이스, 힘들면 말해."


"응..."


'이제.. 트레이너와 진짜로 하나가 되는 거구나...'


마른 침을 삼키며 라이스 샤워는 고대하던 순간이 목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천천히, 다른 의미로 자신의 안에 들어오려하는 트레이너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가슴이 즈큥도큥 거리기 시작한 라이스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들이 맺혀있었다.


분홍빛의 비부에서 맑은 액이 흘러내려오는 라이스의 매끈한 비부를 손가락으로 살짝 넓히자 아담한 엉덩이가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천천히 트레이너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좁디좁은 입구를 강제로 넓히며 들어오는 트레이너의 인자봉에 음핵이 자극당하여 라이스 샤워의 허리가 들썩였다.


"헉.. 흐윽..!"


숨이 빠져나가듯 거칠게 호흡하기 시작하는 라이스 샤워, 처음으로 뱃속이 넓혀져 가는 통증과 미끈거리는 점액의 열기, 그리고 트레이너와 하나가 되었다는 쾌락에 허리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게 된 라이스 샤워는 그 누구도, 트레이너도 본적이 없던 사랑에 빠져버린, 음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하.. 드, 드디어 오라버니랑.. 이어졌네?"


아랫배가 뜨겁게 달궈지며 머릿속이 사랑에 절여졌다. 끓어오르는 애욕과 함께 라이스 샤워의 본능이 트레이너의 씨앗을 원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아.. 아아, 으흑, 흑..! 오라버니..!"


말을 흐리며 라이스 샤워는 자궁의 욱씬거림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좁디 좁은 자신의 안을 넓혀들어가며 아기방을 두드리는 트레이너의 움직임에 둘곳이 없던 손을 뻗어 손깍지를 끼며 자신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트레이너의 움직임에 의한 반동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앗, 응흣..! 흣! 오라버니, 오라버니..!"


쾌감에 대한 경험이 없던 라이스는 서서히 척추를 타고 들어오는 짜릿한 떨림에 트레이너를 연신 부르며 날숨을 내쉬었다.


트레이너의 허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방안에 울리기 시작한 음란한 마찰음과 함께 라이스 샤워의 숨소리가 거칠어져갔다.


뜨겁고 미끄러운 라이스의 안에서 이제껏 느껴본적 없는 쾌감을 경험한 트레이너의 움직임이 이윽고 절정에 달하기 시작했다.


라이스 샤워는 본능적으로 이 사람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안에 꽉 물려오는 것처럼 가득찬 자신의 안에 트레이너의 씨앗을 남김없이 받아내기 위해 라이스 샤워는 손깍지를 풀며 트레이너의 뺨을 당겨 입을 맞췄다.


"츕.. 츄.. 앙, 아.. 아아♥ 오라버니, 라이스의 안에.. 라이스를 사랑하는 증거를 라이스의 뱃속에 남겨줘엇..♥"


"라이스..!"


트레이너의 움직임이 절정에 달하자 그에 맞추듯 라이스 샤워의 미끈거리전 질내점막이 강하게 수축하며 인자봉을 쥐어짜듯 죄여왔다.


우마무스매의 압도적인 신체능력에서 나오는 질압에 트레이너는 라이스 샤워의 뱃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김없이 토해냈다.


"으흣..! 흑..! 오라버니..!!"


허리가 붕뜨며 라이스 샤워의 발끝이 요란하게 떨렸다. 뱃속을 긁듯이 지나가는 트레이너의 인자봉의 굵기에 이미 정신을 잃은듯, 새빨개진 얼굴로 난생 처음 겪은 쾌감의 끝에 라이스 샤워는 행복에 젖은 달콤한 목소리로 옅은 신음을 뱉을 뿐이었다.


"하아.. 하.. 오, 오라버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자신이 원하고 있던 것을 충족한 라이스의 미소에는 만족감이 느껴졌다.


사락, 갈색의 머리를 슬쩍 쓸어넘기며 라이스 샤워의 이마에 입을 맞춘뒤, 트레이너는 입을 열었다.


"졸업하면, 나랑 같이 떠나자 라이스."


"응..!"


두 사람은 서로를 타오르는 시선으로 응시하며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라이스 샤워는 이내 손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트레이너의 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엄마가 될 수 있는 걸까, 가족이 생기는 걸까, 순수한 소녀가 할법한 생각을 하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꼬르륵


그리고 라이스는 배가고팠다.


"오라버니."


"응?"


삐질거리며 뺨을 긁는 라이스 샤워, 그녀는 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부끄러웠지만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우, 우리 아기가 배고프다는데.. 라이스, 야식으로 라면이 먹고싶어."


뻔뻔하게 말하는 라이스 샤워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듯 트레이너는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런 농담도 할 수 있으면서."


트레이너는 조심스레 라이스 샤워를 일으켜 세우며 잠옷을 다시 입혔다.


예전의 라이스 샤워는 자신을 칭찬해주고, 혼내주고, 이끌어주는 트레이너와 함께 하던 시간이 영원히 멈추길 바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것 보다 계속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나아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비로소 3년에 걸친 연심이 그에게 닿고야 말았다.


"오라버니... 사랑해요."


"나도."


두 사람은 이내 손을 마주잡으며 방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