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님, 방금 통화... 아... 아뇨 일부러 엿들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큰일이다..

방금 뾰이팡에서 사기당해 구매한 '하나도 안 뽀송한 푹신쿠션'을 환불 받으려고 고객센터 직원이랑 싸우면서 "씨발아!" 라고 소리 지르고 있던걸

아무래도 니시노 플라워가 들은 것 같다


건전한 배움과 성장의 요람인 중앙 트레센에서 트레이너가 쌍욕하는 추태를 보이는 것도 트레이너의 위신이 뚝뚝 떨어지는 행위..

심지어 플라워같이 어리고 순수한 애 앞에서 그런 실수를 범하다니

담당 계약 철회를 넘어서 학부모회의... 아니 이사장님까지 동반한 징계위원회에까지 회부되어 최악의 경우 자격정지에 해고까지...

아직 트레이너 양성학원 학자금 대출도 못갚았는데 이렇게 내 인생이 실수 한 번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걸까?


"방금 엄청 큰 소리로 '씨발아!' 라고 외치셔서... 씨발아라는게 무슨 뜻인지 저 궁금해요!"


휴우우우우우우우.... 씨...발 다행이다 ㅠㅠㅠㅠ 

아무래도 니시노 플라워는 너무 착하고 퓨어퓨어한 아이였던 나머지 살면서 욕 같은거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게 틀림없다... 플라워짱 완전 천사 ㅠㅠ


"아, 아아! 그... 씨... 발아 말이지? 그거 마법의 주문 같은거야! 아하하하..."


"와아..! 마법의 주문이요?"


순진무구한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건 양심에 찔리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플라워의 순수함을 지킨다는 숭고한 소명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어른들이 사용하는 스킬을 활용해보기로 한다.



"응응! 플라워는 꽃 가꾸는걸 좋아했었지? 꽃이 자라려면 씨앗에서 싹이 발아해야 하잖아. 그런데 알다시피 사람이 잘못 키우거나 씨앗에 원래 힘이 없으면 싹을 트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씨앗들도 있지"


"히잉... 맞아요.. 저도 화단에 씨앗을 심는데 씨앗들이 많이 자라지 못하면 슬퍼요"


"응응.. 그래서 씨앗들이 무사히 발아해서 싹이 쑥쑥 자랄 수 있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씨발아!" 라고 외치는 거란다"


"와아아! 트레이너님이 저랑 같이 훈련할 때 저에게 항상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것처럼요?"


"응응! 바로 그거야! 역시 플라워는 똑똑한 아이라서 그런지 이해가 빠르구나!"


"에헤헤.. 또 칭찬받았어요 감사합니다"


후우...후우.... 다행이다 이걸로 니시노 플라워의 순수함은 지켜진 거겠지? 

절대로 직장에서 짤리지 않으려고 임기응변으로 지어낸 이야기 따위가 아니라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다한 것이다...




'띵동댕동~♬ 딩동땡동~♪'


"앗, 벌써 수업종이 울렸네요. 트레이너님이랑 이야기하는게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헤헤"


"고맙구나. 플라워, 나도 즐거웠단다~"


"다음에도 꽃에 관한 이야기 많이 해요, 트레이너님!"


"그래~ 공부 열심히 하고 이따보자~"


니시노 플라워는 밝은 표정으로 꾸벅 인사하고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돌아갔다


휴... 진짜 십년감수했네 앰뒤진 뾰이팡 새끼들 때문에 학교도 짤릴뻔하고 진짜 푹신쿠션 환불 안해주면 본사 쳐들어간다 개같은것들


라면서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도 트레이너실로 돌아갔다










- 그 날 저녁, 기숙사 건물 뒤편 -




"씨...발아~! 씨~~~발아!! 발아! 발아! 씨 발아~♪"


"이런 늦은 시간에 큰 소리로 상스러운 말을 외치는 타와케는 대체 누구냐?"

청량하고 앳된 목소리로 욕을 해대는 소리가 기숙사에 울려퍼졌고 그것은 곧 에어 그루브의 귀에까지 닿았다.

범인을 찾아 소리가 들려오는 화단 쪽에 달려간 그녀가 본 것은

양 손을 하늘을 향해 무언가 떠받치듯 들고 열심히 마법의 주문(?)을 외치는 니시노 플라워의 모습이었다.






그 날 이후 트레센에서 트레이너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