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에 어울리는 브금 아무거나 깔고 보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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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




레이스에서 승리한 타이키 셔틀이 담당 트레이너를 향해 달려든다. 이미 몇 번이고 경험한 트레이너는 무리 없이 타이키를 받아냈다.


뒷편에서 동료 트레이너의 레이스를 함께 지켜보던 세이운T와 도베르T는 짐짓 부럽다는듯 둘의 포옹을 지켜보고 있다.




"정말 굉장한 유대감이네요."


"그러게요. 저희 담당들도 타이키의 반절만 닮았으면 좋을텐데..."


"그러고보니 둘은 일전에 알면식이 있던 사이였다죠?"




멈칫-




"...우리도 처음부터 이렇게 사이가 좋진 않았소.


음. 간만에 입이 근질근질한데, 이야기 해도 괜찮을까."




"Yes! 바베큐 파티라도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 해보자구요!"




둘은 마침 잘됐다는듯 함께 동거하는 집으로 세이운T와 도베르T를 초대했다.


비싸보이는 와인 코르크를 따내며, 타이키 셔틀은 멀지 않은 과거를 회상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나름의 문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공기 중에 진동하는 화약 냄새와, 사방에서 울리는 총소리. 


그리고, 그런 허공을 꿰뚫는 탄환의 사이사이로 몸을 날리며 총을 쏘아대는 총잡이들.


미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그리고 남부의 어느 외진 마을. 


그레이 타운에서는 목숨을 건 전투가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 망할 년은 대체 어디있나! 젠장할, 빨리 찾아!"




요즘 남부 지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와일드 번치 갱단의 두목, 아디 디코이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낮임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단원들이 총알 사이로 몸을 던지며 각을 좁혀간다.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다!


자신이 이끄는 갱단의 머릿수만 백 명이 넘는다. 


게다가 전원이 군에서 암거래로 구입한 개틀링과 폭탄으로 중무장하고 있음에도, 단 한 명에게 유린당하고 있다니?




"두목! 씨발 저 좆같은 짐승년, 너무 빨라서...투헉-!"




털썩 ㅡ




디코이에게 보고차 달려온 무법자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어디선가 총알이 그 목에 바람구멍을 낸다. 어둑한 빗줄기 속에서 또 한 명의 핏줄기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맥없이 쓰러지는 단원을 보며 디코이 역시 이빨을 짓이기곤 서둘러 근처 벽으로 몸을 던졌다.


그렇다. 지금 개틀링과 류탄의 포화 속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파죽지세로 와일드 번치 갱단을 쏴죽이고 있는 것은, 단 한 명의 우마무스메였다.




총알을 퍼부어도 인간을 뛰어넘는 각력을 이용해 종이 한 장 차이로 모조리 피해버린다.


포위망을 짜서 접근해도 압도적인 격투술로 조롱하듯 뚫어버린다.


총을 쏘았다하면 들리는 것은 단원들의 단말마.


발을 들었다 하면 수 명의 장정들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정말로 저게, 큰소리만 들려도 꼬랑지를 내려버리는 우마무스메란 말인가?




디코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동부에서 살인죄로 쫒겨나 남부의 끄트머리로 도망쳐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저런 실력의 우마무스메는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디코이 역시 갱단의 보스 노릇으로 잔뼈가 굵은 인간.


벽 뒤에서  숨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승리를 모색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오직 하나. 아직도 숫적 우위는 이쪽이 앞선다.


그렇다면.




"...포위해! 포위해버려엇-! 조금만 더 가면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는 골목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탄환을 다 써버려서라도 죽여버린다!"




그 말대로였다. 


상대는 갱단을 상대로 단 한 발의 총알도 맞지 않고 유유자적 적의 머릿수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포위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무리였고-


 디코이가 말한대로, 결국 쓰레기들이 널린 골목길의 끝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다.


저 놀라운 실력의 우마무스메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치 챘는지, 눈 앞에 횡대로 진을 짜 개틀링을 조준하고 있는 번치 갱단을 보고는 난처한듯 어깨를 으쓱였다.




"크크큭... 지금까지 잘해왔다만 애송아. 감히 우리 갱단에게 혼자 시비를 걸고 살아남을거라고 생각했던 거냐? 콧대가 높아도 정도가 있지. 하하핫!!"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손을 들기 시작하는 디코이. 


삶을 포기한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총잡이를 보며 비열한 웃음을 짓곤, 손을 번쩍 뻗으며 외친다.




"Fire!"




그와 동시에 전방으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개틀링 포화. 


수백발의 탄환이 오직 한 명만을 향해 쇄도한다. 


그러나 탄환이 닿기도 전에, 무법자는 근처에 있던 쓰레기들 사이로 몸을 던져 탄환의 포화를 벗어났다.




"멍청한 년! 이 근처의 쓰레기들이라고 해야. 총알에 개박살나는 물건 밖에 없다! 개틀링으로 부수는건 시간문제야!"




디코이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개틀링의 탄환이 골목길의 쓰레기들을 향해 부딪치자 사방으로 깃털과 모래들이 휘날리며 부셔져갔다.


모든 쓰레기들이 박살나고, 버려진 가구들이 터져나가 포화를 받은 무법자가 고깃덩이보다도 못한 넝마가 되어버렸을 쯔음에야 디코이가 외쳤다.




"그만!"




일순간 멈춘 총알 세례.


추적추적, 조용한 빗소리만이 골목길을 가득 채운다.




"이쯤 되면 녀석도 다진 미트볼이 되어버렸겠지! 멍청한 짐승년같으니...크크큭!"




그러자 부하들도 보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천박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들에게 대항했던 어리석은 우마무스메를 과장되게 조롱한다.




"그 망할 년, 우마무스메치고 실력은 꽤 했지만 대들 상대를 잘못 고른거죠!"


"우리에게 대항한 녀석들이 어떻게 되는지 시체라도 벗겨내서 저잣거리에 걸어 놓을까요? 아차! 그럴 시체가 남아있으려나!?"


"맞는 말이다! 크크큭. 오늘은 기분도 좋은데, 뭔가 작살낼 동네라도 한번 찾아보자고!"




한껏 기분이 고양되어 웃어대는 디코이.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박살난 가구 속에서, 탄환이 날아와 자신의 귓바퀴 중간을 꿰뚫어버렸음을, 뒤늦게 찾아온 고통이 알려주기 전까지 말이다.




"으... 아아아아아! 아악! 내...내 귀가! 내 귀, 귀...!"


"히토미미들은 Ear를 맞출 때 가장 Funny합니다!"




날아가버린 귀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져 경악에 찬 눈으로 골목길 너머를 바라보는 디코이.


형편없는 일어와 영어를 섞어 말하는 금발의 우마무스메가 골목길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리고 뭔가 놀만한 Place를 하나 찾고 있나 본데요. 제가 Recommend 해드리죠!


Hell. This place는 너희같은 3류 Trash들을 환영해주는 몇 안되는 Place랍니다!"




건장한 몸매. 뒤로 묶은 금발의 포니테일. 어둠 속에서 마치 포식동물처럼 빛을 내는 청안.


그리고 사냥감들을 향해 드러내는 야성적인 미소까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총을 뽑아낸다. 


눈치챈 단원들이 뒤늦게 개틀링을 뽑았지만 그들의 목숨은 이미 결정된지 오래.




사방팔방.


두 팔을 춤추듯이 위 아래 360도 전방으로 쏘아보내는 리볼버 탄환의 화망.


데스페라도들의 상징인 무차별 사격이 빗줄기 속에서 번지며


방아쇠가 당겨질 때마다 적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침내 총소리가 그쳤을 때, 서 있는 것은 매캐한 연기 속의 우마무스메 뿐이었다.




자신 앞에 벌어진 눈 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다물지 못하는 디코이에게 금발의 무법자가 천천히 걸어온다.




"그 형편없는 일본어! 망할, 이제야 네년의 정체를 알겠군!


[타이키 셔틀]!!! 폭우 속의 무적! 서부의 괴물, 갖은 갱단을 청소하는 현상금 사냥꾼...! 대체 이 남부까지 와서 뭘 하려는거냐!"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강함 앞에, 디코이는 어린아이처럼 소리지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Oh, my purpose 말입니까? Got it! Hell에 가게 된다면 Friends에게 꼭 말해주세요!"




리볼버를 디코이의 정수리에 겨눈 타이키 셔틀이 작별인사를 건네듯 말한다.




"트레센 Academy! Trash들을 없애고 Money를 모은 후 Japan Academy에 갈 생각 입니다!"




타앙-! 




총성이 울려퍼진 후,


그레이 타운의 골목길에는 타이키의 흥겨운 휘파람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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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국은 총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