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줘."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회색빛 우마무스메가 내게 던진 첫 마디.


멍하니 서있던 오구리 캡이 내 앞에 바짝 다가왔다.


내가 집을 잘못 들어왔나?


시선을 돌려 주변을 보자 익숙한 가구들이 보인다.


이상하다. 분명 내 집 맞는데.


다시금 눈 앞의 오구리를 바라본다.


전혀 타협하지 않겠다는듯한 푸른빛 눈동자가 보인다.




"...오구리, 누차 말하지만 트레이너는 밥 해주는 사람이ㅡ"




콰아아앙ㅡ!!!




주먹질과 동시에 내 뒷편의 문이 박살났다. 오른쪽을 보자 오구리 캡의 팔뚝이 보인다.


염병. 또 박살났네.




"밥 줘."




대체 어떤 미친년이 트레이너 집까지 쳐들어와서 밥해달라고 협박하냐?


애초에 밥 해주는 트레이너가 좋으면 스페셜위크 트레이너한테 가던가. 내가 할 줄 아는건 김치찌개 밖에 없단 말이다.




쨍그랑-!




"아... 오구리 선배. 트레이너 님을 죽일 생각인가요? 저, 너무 기뻐요. 드디어 트레이너 님도 귀신이 되는 거에요...!"




창문을 깨며 맨하탄 카페가 튀어나왔다.


묵빛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와있고, 앞머리는 한쪽 눈을 가리고 있어 더욱 음침해보인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직시하고 있다.


그보다 여기 10층인데. 어떻게 창문으로 온거야?




"카페, 전에도 말했지만 애꿏은 창문 부수지 말고 문으로......"


"밥 줘."




말 좀 하자 시발년아.




"걱정 말아요 트레이너 님. 창문 값은 드릴게요. 저는 돈이 많으니까요..."




맨하탄 카페가 파이팅 포즈처럼 양손을 주먹으로 만들며 말했다.


그녀의 뒤로 개박살 난 창문이 보인다.


마침 내 뒤에 문도 박살나있는데 그냥 문 쪽에서 걸어오면 되는거 아니냐?


이 년이고 저 년이고 생각이라는 게 없다.




"그것보다 오구리 선배, 언제 죽일 건가요? 죽인다면 얼굴은 때리지 마세요. 잘생겼잖아요..."


"닥쳐, 귀신성애자년아."




무뚝뚝한 오구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살기가 꾹꾹 눌러담긴 그 음성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 안 죽일 건가요."




그러나 정작 오구리와 시선을 마주하는 카페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오히려 나를 왜 안죽이냐며 시무룩해한다.




"미친년. 나는 트레이너를 죽이지 않아. 트레이너는 영원히 내 곁에서 밥을 해줘야 해."




정말 좆같은 이유인 걸, 오구리.




"오구리 선배가 트레이너 님을 어떻게하시든 상관없지만, 얼굴에 상처라도 입히면... 오구리 선배라도 죽여버릴거에요."


"야이 미친년들아!!!"




콰아아아앙!!!!!




당찬 여성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눈 앞의 벽이 박살났다.


발차기 한 번으로 벽을 박살낸 괴력의 우마무스메가 스티븐 제라드같은 표정으로 집 안에 들어왔다.




"둘 다 내 남편한테 개지랄 떨지말고 꺼져!"




시리우스 심볼리.


당당한 행동거지와 잘빠진 몸매, 취향의 얼굴.


그나마 셋 중 가장 나은 편이긴 한데, 얘는 자꾸 나랑 뾰이 하려고 해서 문제다.


근데 여기 10층이라니까? 넌 어디서 튀어 나오는건데.




"'내 남편'이라뇨?... 시리우스 선배, 트레이너 님은 저희 담당이세요. 가장 늦게 합류한 부외자는 빠져주세요."


"밥 줘."


"트레이너를 밥 해주는 요리사로 보는 년이나 죽여서 귀신으로 만들려는 년이 담당은 무슨 담당?"




시리우스의 말에 카페가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죽으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잖아요..."


"미친년."


"밥 줘."


"그러는 시리우스 선배도 트레이너 따먹으려는 미친년이잖아요."




그러자 시리우스가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좋아해서 책임지고 데려가겠다는데, 니네가 무슨 상관이냐?"




그 말에 오구리가 시선을 돌려 그녀들을 노려본다.




"난 적어도 트레이너를 따먹으려는 강간마도 아니고, 트레이너를 죽이려는 살인마도 아니야. 그냥 밥만 많이 먹을 뿐이지."


"저는 적어도 오구리 선배처럼 식비로 트레이너 님 통장을 탕진하진 않는데요..."


"트레센에서 트레이너 따먹으려는게 뭐 어때서?"




서로 눈을 마주치던 세 명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미친년......"""




























"밥 줘."


"씨발."




셋 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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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라드같은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