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를 담당하여 성장시키는 입장으로서, 트레이너들에게도 준수한 체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최근 우마무스메들의 행동에 잠시도 대응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트레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트레이너 시험의 체력시험을 만들고 현재 트레이너들의 체력 상승 또한 꾀해야 했다.


"그래서... 이런 계획을 내신 거라고요?"


"참고로 현재 사무직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들 중에서도 몇 명 참가시킬 예정이라네."


이름하야 토레나 스테이크스!


트레이너들이 우마무스메들처럼 달려보고, 스스로 성장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었다!


"...어린 우마무스메들의 성격, 아시죠?"


"현재의 트레이너들까지는 어차피, 운명이지."


"하아..."


__________


[토레나 스테이크스!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하..."


한숨을 내쉬는 반응이 절반 이상.


"타키온! 나한테 뭘 먹인 거냐아아아악!"


도핑 테스트 양성이 나와 끌려가는 타키온T.


가지각색의 이유로 자신감을 표하는 트레이너들도 있었다.


"우라라랑 놀아주다 보니까, 어째 체력이 붙었어..."


"여,여제의 지팡이는 체력에서도 밀려선 안 된다... 라는데. 뭐, 어쩌겠어."


[그럼, 준비...]


삐익-


[지금, 각 선수들이 출발합니다!]


나름 운동계에서 일하다 보니, 초반에는 여성 트레이너들을 제외하면 크게 뒤처지는 트레이너는 적었다.


거리는 인간 기준으로 중거리인 800m.


16명의 트레이너가 앞으로 달려나가며, 각자의 담당을 생각하게 된다.


[스즈카T, 도주에 실패하고 뒤로 밀려납니다.]


"미안해 스즈카... 네가 보는 경치를 이해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스즈카T는 천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최대 출력, 개씹에바..."


부르봉 T는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중간을 유지.


어느덧 8명이 절반인 400m 지점을 통과했다.


"...저거 괜찮은 건가?"


[스칼렛T, 1착을 외치는 담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나요...!]


1등으로 달려가던 스칼렛T의 자세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어느새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간다.


"트레이너!!! 힘내!!!"


그 순간 스칼렛의 힘찬 응원이 그의 귀에 닿았다.


그리고, 그의 이성은 완전히 끊어졌다.


"으아아아아아!!"


[스칼렛T, 담당의 응원을 받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중간 위치의 트레이너들은 자신의 위치 유지가 유일한 목표였다.


그러나, 그들의 뒤에서 위협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에이."


"뭐야, 저거."


맨 뒤에서 여유롭게 달려나가던 골드 쉽T.


그의 다리가 스프링이 되기라도 한 듯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에이."


누군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사를 읊는가 싶더니.


"오오오오!!!!"


전장에 나서는 기세로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나간다.


"우와악!"


3위로 앞서나가던 테이오 T는 달려오는 골드 쉽T가 어느새 가까이 지나감에 놀라 발이 미끄러졌고.


[3위로 달려나가던 테이오 트레이너! 갑자기 넘어집니다!]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꼴찌가 확정났다.


"아파라... 다리 부러지는 줄 알았네."


더는 달릴 수 없게 된 테이오T는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타키온T가 회수했다.


꼴찌가 될 것을 걱정하던 사무직(담당 육성을 잠시 쉬는) 트레이너들은 더욱 힘차게 달려나갔다.


"지같은 전술을 쓰고 앉았어...!"


현 2위 스칼렛T.

현 1위 골드쉽T.


그렇다면, 100m을 남긴 지금.


마지막에 1위가 될 사람은 누구인가?


[앗, 앞서나가던 두 트레이너! 급격히 속도가 떨어집니다!]


흥분상태를 이길 만큼의 무리가 찾아온 것이다.


"아니 씹 하필 지금...!"


"흐으으으..."


점점 뒷 주자들과 가까워지는 두 트레이너의 사이로.


흐트러지지 않은 숨소리를 내며 한 트레이너가 달려나왔다.


달릴 때 마저, 아니 달릴 때이기에.


담당의 선물을 옷 곳곳에 달고, 작은 덩치로 달려나오는 1착의 트레이너.


그는, 하루 우라라의 트레이너였다.


[1착은 의외의 하루 우라라T! 그가 1착을 따냈습니다!!!]


우마무스메라면 모를까.


압도적인 기량 차이까지는 나지 않는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제일 강한 것은 그 의지였다.


우라라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겠다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강했기에.


우라라T는 우승자가 되었다.


__________


"트레이너군~ 이것 좀 풀어주게나~"


"안돼."


타키온의 실험실.


타키온은 타즈나에게 제압당해 진행중이던 실험을 제외한 실험을 3일간 금지당했다.


"네가 멋대로 나한테 약을 먹여서 그렇잖아."


"그, 그렇긴 하네만..."


트레이너는 몰랐다.


타키온이 트레이너에게 먹인 것은, 음흉한 동기로 개발된 약물이며.


그것을 눈치챈 타즈나와의 협상을 통해 이 장도로 마무리되었을 뿐임을.


'아깝게 되었지만, 기회야 많지.'


_____


테이오T는 현재 주치의를 마주하고 있었다.


"왜 여기 계세요?"


"주치의입니다."


"맥퀸은 여기 없는데요."


"...주치의입니다."


"의미를 모르겠네."


"참고로 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게 본론 아닌가요."


"그럼 이만."


한 편의 만담극이 끝나고, 테이오가 트레이너실에 들어왔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테이오가, 트레이너를 묘한 시선으로 노려봤다.


경멸인지 뭔지는 몰라도, 명확하게 어두운 감정을 담은 시선.


"왜 그래, 테이오?"


"토레나... 졌구나."


"미안... 아니, 그거 잘못한 거야?"


자리에서 일어난 테이오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 잘했어."


"그럼 왜..."


"패배자 트레이너 옆에는, 무패의 전설을 쌓아올린 이 테이오 님이 있어야겠지. 영원히."


그제서야 트레이너는 눈치챘다.


어두운 감정이 담긴 시선의 정체는 그 무엇도 아닌, 독점력 발동의 트리거라는 것을.


__________


"트레이너~ 멋졌어!"


"고마워."


트레이너는 하루 우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사안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모두 진심이었지만, 보통 담당 앞에서 어느 정도 잘 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뾰이의 대상이 되기 쉽다.


담당이 하루 우라라인 자신을 제외하고서는.


그렇기에 모두가 적당히 자신에게 1착을 넘길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우라라,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응, 그렇네."


"우라라?"


그러나 트레이너가 간과한 게 있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함께, 우라라는 급성장을 이루는 중이었다는 것을.


"같이, 놀자...?"


"어, 응... 뭐 하고 놀 건데?"


"글쎄에, 왠지 덥긴 하지만 이 시간에 수영을 할 수는 없으니까... 조금 벗고 생각할래."


"안돼!"


"으응..."


고개를 저은 우라라는 트레이너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옷을-


"우라라, 여기 있어?"


벗기 전에, 적절하게 문을 두드린 것은 킹 헤일로.


"우라라, 이만 갈 시간이야."


'살았다.'


바람이 찬 시기.


안 그래도 우라라는 땀을 흘린 참이었기에, 트레이너는 겉옷을 둘러주며 우라라를 돌려보냈다.


자신의 냄새가 강하게 배인 그 옷이, 6년이 지나서야 4살짜리 딸의 손을 통해 돌아올 것을 알지 못하고.


__________


스칼렛T는 현재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3등.


2등도 아니고, 3등.


"할 말은?"


"없어."


"흐응-"


스칼렛은 그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흠칫-


트레이너는 몸을 떨었다.


콩!


"흥."


"아프잖아..."


스칼렛은 굉장히 상냥하게, 트레이너가 자신에게 하듯이 쓰다듬어줄 심산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손을 뻗자 움찔하며 놀라는 저 행동.


그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레이스에서도 그렇지만, 언제나 너의 1착이야."


"미안, 습관이라."


어디서 맞고 다닌 적도 없는데, 이상하지?


라며 웃어넘기려는 트레이너의 목에, 스칼렛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트레이너는 그녀의 손이 목에 닿는 것을 기다렸다.


쿡.


"히히."


"우와악..."


쿨럭, 쿨럭.


몇 번이고 기침을 하고 나서야 트레이너는 스칼렛을 똑바로 쳐다봤다.


"또 나한테 그런 반응을 하면, 이렇게 해줄테니까."


__________


"자, 와라 트레이너!"


"뭐가?"


"고루시짱 필살 드롭킥, 내 트레이너인 네가 할 수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


"으윽...."


너무 무리한 탓에, 다리가 아파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 참이었다.


그렇지만, 고루시T는 그저 따랐다.


재미있으니까.


그것이 골드 쉽이 원하는 것이기까지 하다면, 한 몸을 불사를 각오는 충분했다.


"흐읍..."


탁, 탁, 탁.


도약 지점까지 네 걸음이 남았을 때.


"어어?"


골드 쉽이 신형이 사라졌다.


"으랴앗!"


"커헉..."


단번에 트레이너를 제압한 골드 쉽은 그를 캐리어에 넣었다.


"아아, 고루시의 필살기도, 고루시 워프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 단련시켜주지."


어설프게 달리는 남자는, '아직' 자격 미달이니까.


"쇼커의 신체개조부터 시작해볼까?"


쿵, 쿵, 쿵.


캐리어 안에서 목소리가 새어나왔으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어도, 타즈나가 이상을 눈치채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__________


며칠이 지나고, 1차 토레나 스테이크스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2차는 신체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는 경력자, 또는 일명 쇼타 트레이너라 불리는 몇 사람 정도가 참여한다.


당연하게도, 그때를 노리는 우마무스메는 적지 않았다.


"아이고, 이런 아저씨를 뛰게 한다니. 제정신이냐."


"괜찮아요, 충분히 멋있을 거에요."


"탑 로드, 너는... 됐다."


"히히..."


나리타 탑 로드는 웃고 있다.


베테랑인 탑 로드T의 왼손 약지에서, 짝을 잃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결혼반지가 서글프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