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마루젠스키

 

 “어라라....”

 

 여느 때처럼 몸을 정비하는 세련된 우마무스메. 마루젠스키. 그런 그녀에게 올 수 밖에 없는 시련이 다가왔다.

 

 한 움큼 빠져버린 머리카락. 그녀의 붉디 붉은 머리카락은 그 윤기와 찬란함으로 가득했지만, 손에 들린 그녀의 털뭉치는 단순히 스트레스 성 탈모 증상이 아닌, 마치 털갈이와 같은 수준으로 빠져 있었다.

 

 ‘털갈이’, 동물들에게나 쓰이는 단어지만, 오래 전, 우마무스메들에게 우마무스메권이 없었던 시절부터 사용해온 단어라 아직까지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뉴스나 매스컴에서는 ‘전환증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오래된 우마무스메 마루젠스키는 그것이 ‘털갈이’ 증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전환증상은 인간 여성과는 다른 우마무스메에게만 나타나는 고유의 증상이었다. 2차 성징이나 본격화 이후 급격하게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우마무스메가 인간사회에 어울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전환증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인간 여성에게 오는 갱년기, 그것과 비슷한 증상을 내는 전환증상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게 오는 신체의 변화다. 머리카락이 교체되고 발달한 근육과 피부 사이에 지방이 낀다. 그로 인체 자연스러운 체중 증가와 자손을 남기기 위한 조건으로 여성스러움이 더 강조된다던가, 그러한 변화가 찾아온다. 

 

 마루젠스키 역시 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드림트로피에서 이기지 못하고 후배들의 등을 쳐다본 것이 몇 번째. 마루젠스키의 공적을 기려 여전히 학원에 잔류할 수 있었지만, 교직원 중에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볼 때마다 마루젠스키의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전설적인 팀 리길의 트레이너. 토죠 하나 역시 진작에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치프 트레이너 자격으로 잠시 1선을 물러나있는 상황이었다. 교내 학생들 사이에서는 육아 휴직이나 출산 휴가를 냈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누구보다 리길 트레이너를 가깝게 바라본 마루젠스키는 그럴리 없다면서 쉬쉬하며 넘겼다.

 

 ...마루젠스키가 우마무스메 아기용 기원부적을 사서 하나의 집에 찾아간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때부터였다. 이제는 고집부리지 않고 적당히 은퇴를 해 후진 양성이나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야겠다고. 

 

 몸단장을 끝낸 마루젠스키는 쉽게 대문을 나서지 못했다. 살이 쪄 몸에 옷이 안 맞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 관리는 완벽했다. 멋깔나는 샴푸를 사용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고작 몇 가닥 빠졌다고 주눅들지 않았다. 발그레한 머리카락 뭉치는 화장실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면 그만이었다. 언제나 자신과 함께 해준, 그녀의 아버지가 트레센 학원 입학 선물로 제공해준 ‘타치’를 타고 직원용 주차장에 멋있게 주차하는 마루젠스키.

 

 “어라라?”

 

 그녀의 달리기만큼 완벽한 스포츠카였지만 늘 습관적으로 주차하는 형태와 다르게 각도가 살짝 틀려있었다. 

 

 “어라라.....”

 

 아직 따끈한 엔진을 느끼며 차체에서 손을 뗀 마루젠스키는 묵묵히 선 채로 자신의 동반자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예비종이 들리는 소리가 마루젠스키에게도 닿았지만, 마루젠스키의 발걸음은 전처럼 빨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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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꽉차있는 번뇌를 애써 무시하면서 그 날도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마루젠스키. 리길의 서브 트레이너는 여전히 한창인 그래스 원더나 엘 콘도르 파사같은 ‘파릇파릇’한 녀석들의 힘든 부분을 케어해주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트레이닝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는 마루젠스키. 

 

 (3년 전 윈터 트로피였던가....)

 

 그녀를 동경하는 후배들을 철저히 짓밟았던 잔혹한 경기. 동경의 대상들은 압도적인 실력차로 그녀, 마루젠스키에게 패배했었다. 매일 돼지같이 먹던 스페도 마루젠스키를 상대하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소화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후배 사쿠라 치요노 오 역시 드림트로피 출전을 위해서 한동안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았었다.

 

 천성적인 재능과 압도적인 실력을 겸비한 마루젠스키는 그런 노력을 단숨에 짓밟아버렸다. 9마신 차로 쟁쟁한 라이벌들을 박살낸 마루젠스키는 여전히 건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벌써 몇 년째야.... 이대로라면 완전 마루젠스키 강점기잖아....]

 

 [루돌프도 물러났는데, 저런 틀닭장이 아직도 설치고 있네....]

 

 [마루젠스키! 사랑해요~ 알라븅~]

 

 승자를 향한 비난은 영광의 상처라고 했던가, 십 수년간 현역 생활을 이어간 마루젠스키는 이미 그런 것에는 익숙했는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팬들의 환호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런 마루젠스키의 마음을 후벼판 것은, 자신을 동경하는 후배의 눈빛이 바뀐 것을 늦게나마 알아차렸을 때였다.

 

 “어머... 조금 힘들었니 스페 짱?”

 

 라이브 뒤 옷을 갈아입는 중, 자신과 함께 달렸던 스페셜 위크가 침울해하는 분위기에 마루젠스키가 먼저 말을 걸었다.

 

 “꿈을 쫓아가는 건 여전히 힘드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나를 뛰어넘을 수 있지 않겠니?”

 

 다독여주는 마루젠스키와는 반대로,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전한 스페셜 위크는 여전히 어깨가 축 쳐저있었다. 귀여운 후배가 슬퍼하는 모습을 자주 본 적 있는 마루젠스키는 능숙하게 상황을 대처했지만, 치요노 오를 비롯한 다른 우마무스메들의 침울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더는 스페셜 위크를 붙잡지 못했다.

 

 동경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마루젠스키. 그녀는 달리기가 사랑스러웠고, 자신의 능력이 다하는 한 레이스를 뛸 것이라고 맹세했지만, 자신은 라모누나 루돌프처럼 의지할 만한 숙명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아서, 사랑하는 후배들이 자신을 따라잡길 언젠가 기대하면서 현역 생활에 몸을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 마루젠스키의 달리기는 점차 변화했다. 속도는 느려졌고, 홍염기어는 엔진에 문제가 생겼는지, 연기가 풀풀 풍겨왔다. 따라잡히는 경우도 생기고, 심지어 골드 쉽처럼 늦은 출발을 한 적이 있었다.

 

 “저기... 트레이너 쨩....”

 

 “아! 무슨 일인가요 마루젠 씨!”

 

 자기보다 어린 트레이너가 마루젠스키를 올려다 본다. 하나를 처음 봤을 때의 눈빛. 희망에 가득찬 표정은 마루젠스키의 마음을 풀어주기 충분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일방적인 통보. 그런 마루젠스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후배 우마무스메들. 그녀들의 눈빛은 더 이상 동경의 눈빛이 아닌, 그저 걸림돌을 바라보는 방해꾼의 시선이었다.

 

 동경조차 사라진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리길은 마루젠스키가 한창일 때의 멤버들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은퇴를 상정한 상태였다. 마루젠스키는 엘이나 그래스같은 아이들은 여전히 파릇파릇한 현역으로 보였지만, 그녀들 역시 드림트로피에 진출한 지 햇수로 4년 차가 되어가는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팀의 리더로 활동하는 엘과 그래스는 자신들도 몸이 느려진 것을 깨닫고는 일찌 감치 다음 레이스를 마지막으로 최종 승부를 펼치고 은퇴할 예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입부한 리길의 멤버들은 미래가 창창한 아이들이라서 더 이상 자신들의 조언은 필요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스는 나중에 뭘 할건가 YO?”

 

 “음.... 공부를 조금 더 해볼까 싶어요.”

 

 두 후배 우마무스메가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끝으로 마루젠스키는 차키를 빙글빙글 돌리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어라라....”

 

 

 푸시시시시

 

 “병원 다녀온지 얼마 됐다고 또 이러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 타치를 몇 번 탕탕 두드리더니 계기판마저 꺼져버리자 한숨을 푹 쉬는 마루젠스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마저 집에 두고 왔기 때문에 정비소에 연락할 수단도 없었다.

 

 “어? 우연이군 마루젠스키.”

 

 “안냥하세야!”

 

 “어라? 너는...”

 

 유모차를 끌고 나타난 그녀. 미스터 CB는 귀여운 우마무스메 아기를 안은 채 마루젠스키 앞에 나타났다. 차례 차례 등장한 우마무스메들 역시 마루젠스키의 같은 반이었던 동료 우마무스메들. 몇몇은 CB처럼 아이를 안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어라라! 귀엽다~ 볼 만져봐도 돼?”

 

 살짝 몸을 움츠리는 CB의 딸. 

 

 “저기. 마루젠스키. 뛰는거 안힘들어?”

 

 한 우마무스메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우마무스메들도 동조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나이에 쟤들처럼 뛰는 건 힘들거 같아...”

 

 “그런 게 마루젠스키의 매력 아니겠어?”

 

 “그러게~”

 

 “너무 그러지마. 마루젠스키도 다 생각이 있을거야”

 

 CB가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나무랐다. 그녀의 아이는 마루젠스키에게서 풍겨오는 살육의 냄새가 무서웠는지 어머니의 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이에게 더 접근하지 못하는 마루젠스키.

 

 “마루젠스키.”

 

 나지막하게 자신을 부르는 CB.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이를 옆 우마무스메에게 잠시 맡아두고 마루젠스키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하는 미스터 CB.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그녀들이 현역 시절 자주 모여서 몰래 간식을 까먹던 교사 뒤편이었다.

 

 “내가 전에 말했던건 생각해봤어?”

 

 “어.... 그.... 타이키가 있다는 그거?”

 

 “너도 우마무스메라면 알 것 아니냐. 레이스는 끝나도 우리의 가치는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아. 그런데.....”

 

 “뛰지 못해도 우린 얼마든지 싸울 수 있잖아?”

 

 “...”

 

 “잘 생각해. 마루젠스키. 너같은 승부욕 강한 녀석은 거기서 쌍수들고 환영할 테니까.”

 

 다시 우마무스메 무리들로 가버린 미스터 CB. 마루젠스키는 엉덩이를 벽돌 벽에 붙인 채 한 손을 뒤로 짊어지고는 타이키가 줬던 명함을 지갑에서 살짝 빼낸다.

 

 『우마무스메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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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키! 오랜만이야!”

 

 “WOW. 천하의 마루젠 씨가 전화를 다하고 YO. 기분이 SO HAPPY 합니다~!”

 

 “후훗. 나도 쌩유배리감사지!”

 

 “그 썰렁한 말투는 여전하군YO!”

 

 “....타이키..”

 

 “What?”

 

 “내일 거기 찾아가도 될까?”

 

 “WHAT???!! 마루젠 씨!?? 결심 한건가YO?”

 

 “응..... 일단 견학차 방문해볼까 해.”

 

 “OH! 새로운 CHALLENGER는 언제나 환영입니DA!”

 

 타이키는 마루젠스키에게 파이트 클럽 주소를 보내주었다. 지금 당장 휴대전화가 없었던 마루젠스키는 공중전화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다음 날 방문하기로 생각했다. 

 

 트레센 학원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 딱 마침 타치를 정비해주는 고급 정비소와 멀지 않았기 때문에 타치의 수리를 맡길 겸해서 파이트 클럽에 방문해보기로 결심한 마루젠스키였다.

 

 “타치. 언니. 갔다올게. 너도 아프지마....”

 

 다음날. 트레센 학원 주차장에서 장기 주차권을 결제하고 나온 마루젠스키의 허리에는 차량용 크레인이 매어져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파워 훈련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루젠스키는 진심이었다. 타치를 허리에 묶고 기어를 중립으로 맞춘 마루젠스키는 그대로 정비소를 향해 달려갔다.

 

 “잘 부탁할게~”

 

 땀을 뻘뻘 흘리는 마루젠스키가 정비소 직원에게 손을 흔든다. 그 직원조차 마루젠스키보다 어려보일 정도였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거친 숨을 고른 마루젠스키는 타이키가 알려준 주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여긴가...?”

 

 생각보다 멀쩡한 체육관 건물. 그 모습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수영장과 같은 형태였다. 조용히 문을 여는 마루젠스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마무스메들.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닫힌 입구 사이에서 번쩍이는 불빛은, 아직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화려하게 밝힐 정도로 밝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저기...”

 

 마루젠스키는 체격이 건장한 우마무스메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타이키 셔틀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아? 전화해보면 되잖아?”

 

 퉁명스러운 말을 건넨 우마무스메의 체육복 상반신의 명찰에는 <비코 페가수스> 라고 적혀있었다.

 

 “어? 비코 쨩? 비코 쨩이니?”

 

 “뭐야. 마루젠 선배잖아?”

 

 마루젠스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세월은 마루젠스키가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지나간 것이었다. 마루젠스키임을 알아본 비코 페가수스는 말투를 고쳐잡고 한 쪽 문을 가리켰다.

 

 “저기야. 타이키가 있는 대기실.”

 

 “고마워. 비코 쨩. 근데 조금 많이 컸네?”

 

 “흥. 나중에 이 ‘저스티스 비코’님의 실력이나 구경하라구.”

 

 목소리는 낮았고 마치 장군과 같은 느낌을 내는 비코였지만, 앳된 얼굴과 정의감에 불타는 분위기는 트레센 학원에서 보았던 비코와 다르지 않았다.

 

 철문을 열어 젖힌 마루젠스키는 길다란 복도가 펼쳐진 것을 확인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마루젠스키는 ‘타이키 셔틀’이라는 문패가 붙은 문의 입구를 두드렸다.

 

 “들어오세YO!”

 

 거기에는 승부복차림의 타이키 셔틀이 총을 정비하고 있었다. 마루젠스키도 학원에 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타이키 셔틀의 고유기. 고유기를 위한 장비는 국가에서 허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우마무스메 본인과 담당 트레이너의 권한이었다.

 

 대부분 살상력을 지닌 승부복 장비는 은퇴 후 반납이 원칙이지만, 타이키와 같이 URA의 공로를 인정받은 우마무스메는 사적으로 소유할 권리를 인정받는다. 타이키는 잘 손질된 리볼버를 이리 저리 돌려보고는 한 발 한 발 약실을 장전한다. 

 

 마루젠스키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중앙에 위치한 소파에 앉았다. 옅은 화약냄새가 풍겨왔다.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니 마치 서부극을 연상케하는 도구들이 즐비한 것을 발견했다.

 

 인공적인 회전초. 두 자루의 장총. 올가미 몇 개와 처형 도구가 눈에 띄었다.

 

 “설마 저걸 다 쓰는거야 타이키?”

 

 “물론입니DA!”

 

 두 자루의 리볼버를 멋진 솜씨로 돌리고는 이중 권총집에 착! 하고 넣는 타이키 셔틀. 목에는 밀짚모자가 걸쳐있었고, 오랜 기간 입었던 낡은 승부복과는 반대로 활기에 가득찬 타이키의 표정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저... 나는 이런거 잘 모르는데.... 여긴 진짜 ‘파이트 클럽’ 맞지?”

 

 “맞아 YO. 근데.... 조금 다를거에YO. 마루젠이 생각한 거랑은.”

 

 비장한 각오로 선수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타이키 셔틀. 그런 타이키를 좇아 따라 나간 마루젠스키는 타이키가 건네준 좌석표를 받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우마무스메들, 성인 남성들, 정장입은 사람들, 딱봐도 돈이 많아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거... 불법은 아니겠지...?)

 

 [곧 선수가 입장합니다.]

 

 안내 보이스가 들려왔다. 마루젠스키는 미처 대진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승부하는 우마무스메가 누군지 몰랐다. 마루젠스키가 바라보는 링에 올라선 우마무스메는...

 

 [타이키 셔틀, 비코 페가수스 입장.]

 

 마치 사츠키, 일본 더비, 국화상을 나갔을 정도의 환호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벌떡 일어난 옆자리 사람 때문에 덩달아 마루젠스키도 놀라서 일어나버렸다.

 

 (관객으로 참여하는 건 오랜만인거 같네....)

 

 타이키 셔틀이 홍코너에서 올라왔다. 반대편에는 비코 페가수스가 올라왔다. 경기장은 거대한 강화유리벽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실내에서는 관객석이 보이지 않게, 관객석에서는 경기 현장이 보이게, 그러나 경기의 함성은 모두에게 들리게 설계되어 있었다.

 

 경기장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인간들의 권투 경기장보다는 조금 큰 크기. 그리고 가운데 공간이 살짝 열리더니 마이크가 한 개 나왔다.

 

 [이전 시즌 승자인 비코 페가수스. 선제 발언권 가져가십시오.]

 

 마이크를 잡은 비코 페가수스. 제법 큰 덩치는 무릎을 굽히고 일어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툭툭 

 

 “아. 아. 밖에 모두 들려?”

 

 오오오오!!!!

 

 “음 잘들리는거 같네.”

 

 “잘들어 모두!”

 

 “세상은 악으로 가득차 있어!”

 

 “내가 현역 시절 응원해줬던거 다 기억하고 있어.”

 

 목소리가 살짝 낮아진 비코 페가수스.

 

 “난 제대로 된 트레이너를 배속받지도 못했어. 레이스도 계속 지고 있었어.”

 

 “그런 중에 알게 된거야. 이 세상은 악과 정의의 싸움이란 걸!”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사람들은 URA에만 있는게 아니란 것을!”

 

 저 멀리 URA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정장입은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비코는 보이지 않는 유리창 너머 정확하게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난 확실히 약했어! 내 친구들은 나보다 강했고! 항상 몇 번이나 좌절하곤 했어!”

 

 장내의 소란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치만 말이야.... 난 확실하게 알았어! 정의를 위해 싸우는 방법은 굳이 달릴 필요가 없었다는 걸!”

 

 쉬이이익

 

 경기장 내부에 드라이아이스로 추정되는 연기가 풍겨왔다. 그리고 어디서 등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코 페가수스가 예전에 입던 승부복(개량)이 파츠 형태로 날아와 비코 페가수스의 몸에 날아와 붙었다.

 

 착착착

 

 “여기! 히어로! 등장!”

 

 멋진 포즈를 잡은 비코 페가수스의 모습이 장내에 등장하자 다시 한 번 장내를 떠날 듯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공개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소리는 레이스의 것과는 달랐지만, 묘한 분위기가 마루젠스키를 계속해서 고조해나가고 있었다.

 

 “작년에 나는 그걸 알았어! 그리고 히어로는 장렬하게 승리했지!”

 

 “대마왕 아그네스 타키온! 악의 마녀 시킹 더 펄! 거인 괴수 히시 아케보노!”

 

 “다 지금 내 신발 아래에서 속삭이고 있지!”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조금 들려 왔다. 아마 작년 비코 페가수스에게 패배한 우마무스메들이겠지. 라고 생각한 마루젠스키.

 

 “이번에 새로운 악당이 또 등장했어.”

 

 마이크로 타이키 셔틀을 가리키는 비코 페가수스. 그러나 타이키 셔틀은 팔짱을 낀 채로 밀짚모자를 눌러 쓴 채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마이크를 넘기는 비코 페가수스. 한동안 팔짱을 풀지 않던 타이키가 조심스레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툭툭.

 

 “후.”

 

 “모두. 잘 들려Yo?”

 

 “내 앞에 있는 비코 페가수스. 나도 잘 알아YO.”

 

 몇 번 실제 현역 시절에 붙어 장렬히 승리를 거둔 타이키 셔틀. 비코 페가수스는 살짝 이를 깨물었다.

 

 “달리기도. 싸움도. 나한테 이길 수 있을까YO?”

 

 타이키는 조용히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을 보이지 않는 유리창 건너를 향해 가리켰다. 장내의 사람들은 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루젠스키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당일 승부 배당금이 걸린 전광판이 있었다. 거기에는 전년도 승자였던 비코 페가수스에 꿇리지 않는 배당을 받은 타이키의 것이 보였다.

 

 “레이스에서는 누구나 도전자가 될 수 있지YO.”

 

 “그러나 여긴 다릅니DA.”

 

 “승부 한 판에 죽을 수도 있지YO”

 

 조심스레 등에 맨 장총을 향해 손을 뻗는 타이키 셔틀. 그 움직임을 포착한 비코 페가수스 역시 몸을 살짝 숙였다.

 

 [땡!]

 

 승부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자 타이키는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등에 맨 장총을 뽑아 비코를 조준했다.

 

 탕탕탕

 

 세 발의 탄환이 레버액션 라이플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날아가는 마이크가 떨어지기 전에 몸을 재빨리 몸으로 날린 비코는 가까스로 탄환을 피했다.

 

 “칫!”

 

 “페가수스 킥!”

 

 “Yo!”

 

 엄청난 속도로 강하 킥을 날리는 비코 페가수스. 타이키는 현역 못지 않은 몸 놀림으로 덤블링해 비코의 공격을 피했다. 

 

 마루젠스키는 놀랐다. 항상 트레센 학원에서 주의받았던 ‘능력의 제한’, 그러나 이 곳에서는 모든 우마무스메가 리미트가 풀려 있었다. 백발백중의 사격실력을 가진 타이키 셔틀은 고유기 연출로만 자신의 사격 실력을 뽐낼 수 밖에 없었다. 비코 역시 괴인과 싸우기 위한 격투기 무술을 연마했지만, 그것을 실전에서 쓸 일은 0에 수렴했다.

 

 그러나 마루젠스키의 눈에 비친 두 우마무스메의 격렬한 전투는 누구보다도 더 ‘우마무스메’ 답다고 생각했다. 걱정의 눈빛은 긴장으로, 긴장은 곧 동경으로 바뀌었다.

 

 (이런 느낌이었던가...?!)

 

 자신을 동경하는 후배들이 바라보는 경치는 어떤 것일까 내심 항상 고심하던 마루젠스키였지만, 그것을 알 길은 URA나 트레센 학원에서 알 수 없었다.

 

 타이키의 장총은 어느새 방향이 바뀌어 마치 방망이를 휘두르는 형태가 되었다. 총신을 쥔 타이키는 멋진 움직임으로 비코를 가격했다. 

 

 “커헉!”

 

 비코가 개머리판에 정확하게 복부를 맞았다. 그러자 장내에는 다시 격렬한 함성이 진동했다. 

 

 “아직이에YO!”

 

 나무로 된 개머리판은 그대로 위로 솟구쳐져 비코의 턱을 가격했다.

 

 “크악!”

 

 비코가 멀리 날아갔다. 우마무스메의 힘으로 맞은 비코가 장 내의 경계선까지 날아갔다.

 

 “크으... 타이키 선배... 역시 강해!”

 

 “하지만!”

 

 비코 페가수스가 다시 몸을 날렸다.

 

 “WHAT!”

 

 장총에 탄환을 장전하던 타이키가 놀라서 위를 쳐다보았다.

 

 “어딜 보는거야!”

 

 그러나 타이키가 올려다본 상공에는 비코가 없었다. 비코는 어느새 날아간 만큼 가까워져 타이키의 아래까지 도달해 있었다.

 

 “여기서는! 잔재주 안통한다고!”

 

 “NO!”

 

 무심코 들고 있는 장총으로 비코의 펀치를 막는 타이키 셔틀.

 

 타이키의 장총 한 자루는 비코의 펀치에 정통했고, 그대로 부품 수준으로 분해되어 버렸다.

 

 “우와! 총이....!!”

 

 “타이키! 지지마!”

 

 “비코! 한 방 더먹여!”

 

 장내가 술렁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루젠스키 역시 숨을 죽이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아직이야!”

 

 비코가 몸을 돌려 발차기를 가했다.

 

 “No! 이건! 태권도!”

 

 강렬한 내리차기. 타이키는 가까스로 그것을 피했지만, 그 공격력은 경기장 바닥을 파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저걸 맞으면 타이키 쨩이라도 힘들거야....)

 

 비코는 몇 번 날카로운 발차기를 하더니 대뜸 한 발자국 떨어졌다.

 

 “기회는 놓치지 않아!”

 

 “그건 나도에Yo!”

 

 재빨리 허리 춤에서 리볼버를 꺼내는 타이키. 노련한 레인저의 눈빛의 타이키가 고유기를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탕 탕 타다다당

 

 여섯 발의 총알이 눈 깜짝할 새 비코를 향해 쏟아졌다. 비코는 그 중 한 발에 피격했는 지 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으으....!”

 

 유효타 한 방 제대로 먹이지 못한 채 일격을 허락한 비코. 

 

 “아직이야!”

 

 “흥!”

 

 타이키는 다른 권총을 뽑아 재빨리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코가 한 발 빨랐다. 비코의 날렵한 태클이 권총이 겨냥하기 전에 먼저 타이키의 하체를 공략했고, 태클에 맞은 타이키는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굽혀져 중심을 잃었다.

 

 “지금이다!”

 

 놀라운 돌려차기를 선보인 비코는 그대로 타이키의 상체를 걷어찼다. 타이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미처 가드하지 못한 타이키의 입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아다다다다다! 히어로~~~~!”

 

 곧장 점프한 비코는 타이키의 복부를 연속 펀치로 가격했다.

 

 “이제! 끝이야!”

 

 비코의 손에 광휘가 깃들었다. 저것이 마지막인가? 라는 생각에 침을 삼키며 전투를 바라보는 마루젠스키.

 

 펀치는 그대로 타이키의 복부를 꿰뚫었다. 새하얀 침은 어느새 붉은 피로 바뀌어 있었고, 복부에는 강렬한 상처가 격투장 조명에 빛나고 있었다.

 

 타이키가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아직 의식은 있는지 꿈틀대면서 무릎을 꿇은채 기침하는 타이키.

 

 “커헉!”

 

 “역시 비코 페가수스다! 잘난 놈들을 밟아줘!”

 

 “넌 똥말딸이 아니야! 비코!”

 

 “헤헹~”

 

 다친 팔을 애써 무시하고 장내에 함성을 유도하는 비코. 반면 타이키의 용태는 많이 심각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미트 풀린 우마무스메의 직접적인 육탄전을 몸으로 버티는 것은 제 아무리 튼튼한 우마무스메라 할 지라도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아직.... Sleep 할 때는 아니에YO!”

 

 타이키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치 서부 영화의 결투와 같은 장면. 격투장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옅은 황색의 안개를 흘려보낸다. 조명도 약한 노란 색으로 빛났다.

 

 “아니! 아직도 쓰러지지 않은 건가! 악당!”

 

 태세를 고쳐 잡은 비코는 이번엔 공수도의 자세를 취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어Yo!”

 

 그러고는 두 자루의 리볼버를 공중에 힘껏 던져버리고는, 등에 매져 있던 다른 장총, 펌프 액션 샷건을 꺼내 들었다.

 

 “눈 속임 따위!”

 

 “안통한다고 했지!”

 

 비코는 다시 제자리에서 점프해 강화 유리벽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 강렬한 기세는 우마무스메들로서 달리기로는 겪을 수 없는 마치 최속의 속도였다.

 

 (이것이 비코의 필살!)

 

 마루젠스키. 그녀의 가슴은 어느새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있었다. 단순한 폭력적인 싸움이 아닌,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은 두 스포츠 선수의 대결. 그것은 또다른 도전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끝이다!”

 

 비코가 양 손에 히어로 파워를 모은 채 양 손에서 빔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타이키에게 달려들었다.

 

 “총은.”

 

 “이렇게도 쓰죠.”

 

 “헉!”

 

 급습하는 불안감. 비코의 등에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잡지 않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리볼버는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불을 뿜었다.

 

 탕탕탕

 

 열 두발의 탄환은 강화유리를 튕겨내며 차례 차례 비코를 관통했다. 비코는 가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탄환에 이리저리 유린당했다. 그리고.

 

 “비장의 수는 이렇게 쓰는 겁니DA.”

 

 목소리를 내리깐 타이키가 한 손으로 샷건을 들고 탄환에 얻어터지고 있는 비코를 향해 뻗었다.

 

 샷건이 불을 뿜었다. 16게이지 탄환이 공중에 떠있는 비코의 몸에 박혔다. 제 아무리 우마무스메라 한들, 총알의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털썩.

 

 1. 2. 3.

 

 카운트를 세는 중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비코는 일어서지 못했다. 부들대는 타이키는 샷건을 장전해 탄피를 빼내 손가락으로 잡아채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승리를 관객들에게 보였다.

 

 그리고 쓰러진 비코를 향해 걸어갔다.

 

 “역시... 타이키 선배야.... 어딜 가나 강하잖아?”

 

 “비코도.... 아니... 제가 잘못 Think 한 것 같습니DA.”

 

 “에?”

 

 비코의 손을 잡고 일으켜 비코를 부축하는 타이키. 그리고 비코의 총을 맞지 않은 팔을 들어 올렸다.

 

 오오오!!!!!!

 

 장내가 다시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움직일 수 있나Yo?”

 

 “헤헤.... 이번엔 양보하지만, 다음에는 꼭 이길거라구!”

 

 어느새 레이스에서 싸우던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마루젠스키의 눈에도 동경의 경치로 들어왔다.

 

 “타이키! 비코! 둘다 쵸베리굿 따봉 일발만빵!”

 

 “아하하...”

 

 그렇게 누구보다 신나 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는 마루젠스키의 모습을 끝으로 그 날 있었던 유일한 매치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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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헤. 어땠어? 내 발차기 봤지? 한국에서 온 친구가 가르쳐 준거라구!”

 

 “멋졌어! 비코 쨩도 그런 기술을 썼구나?”

 

 “SUGOI 한 움직임이었습니DA!”

 

 붕대를 감고 있는 타이키와 연고를 바르고 있는 비코. 그런 둘을 자원해서 도와주고 있는 마루젠스키가 대기실에서 후일담을 나누고 있었다.

 

 “타이키 선배도 멋진 총술이었어! 그거 어떻게 한거야? 공중에서 총 쏜거?”

 

 “UMAPOWER 입니DA!”

 

 “그래!”

 

 (음.... 잘 모르겠지만 타이키의 능력이란 거지?)

 

 마루젠스키도 머리를 긁적이며 치료를 마저 이어갔다. 우마무스메들의 회복력은 빠른 것이어서 이정도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 것.

 

 “언제쯤 트레이닝 다시 할 수 있으려나~?”

 

 “트레이닝?!”

 

 마루젠스키가 붕대를 묶어주던 중 ‘트레이닝’이란 말에 흠칫 놀라 붕대를 너무 세게 묶어버렸다.

 

 “아야야야. 마루젠 선배. 아파~”

 

 어느새 옛날 목소리로 돌아온 비코. 덩치나 힘은 마루젠보다 강해졌을지는 몰라도, 그녀들의 경기를 본 마루젠은 더 이상 귀여운 후배가 아닌, 자랑스러운 스포츠맨으로 보였다.

 

 비코는 파이트 클럽에 출주한 우마무스메들 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트레이닝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대부분 레이스에서 은퇴하고도 여전히 승부욕을 불태우는 우마무스메를 위한 근력 트레이닝과 신체 강화 트레이닝이 중심이었다.

 

 “SO. 마루젠스키는 우리 경기보고 어떤 느낌 들었어YO?”

 

 타이키가 총신을 정리하면서 마루젠스키에게 말을 건냈다.

 

 “응.... 나 말이지....”

 

 “나도 이제 은퇴할까 싶어....!”

 

 “그럼. 이제 트레센 학원을 떠나는 거야?”

 

 “응. 그래야겠지. 아무래도 난 늙은 거같아.”

 

 “그리고 이젠 주제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

 

 “이제 레이스는 귀여운 후배들한테 물려 줄거야.”

 

 “그리고....”

 

 “나도 어른의 싸움을 하고 싶어졌어!”

 

 기쁨의 표정으로 방방뛰는 마루젠스키. 그런 그녀를 보고 살며시 미소짓는 비코와 타이키.

 

 “헤에~ Race는 최고일지는 몰라도 Fight에서는 모르는 일이랍니DA?”

 

 “마루젠 선배도 언제 한 번 싸워보자구!”

 

 “오! 그러면 이제 내가 너네를 선배라고 불러야하나?”

 

 “하하하! 그게 뭐야!”

 

 “Me 보다 늙은 주제에 나잇값좀 하세Yo~”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데?”

 

 “이거 불법아냐?”

 

 “음.... 원래는 불법이었는데, 몇 년전부터 시범 사업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어YO.”

 

 “어?”

 

 “그런데 현역 선수들에게 HARM이 된다는 이유로 URA에서 계속 방해가 왔어YO.”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늘어났어.”

 

 “덕분에 이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YO.”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는 우마무스메 파이트. 실총과 도검, 실전무술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지만, 그건 격투나 사격, 인간들의 스포츠 역시 비슷했기 때문에, 심볼리 루돌프를 중심으로 은퇴 우마무스메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적인 트레센 학원의 관계자와 URA 관계자들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쉽게 채택을 꺼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승부복’과 우마무스메의 ‘개성’을 살린 또 하나의 스포츠. 서로의 고유기를 연마하고, 실전 기술을 익혀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경기. 새로운 우마무스메 파이트가 열린 것이었다.

 

 마루젠스키는 라이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살짝 주눅들었지만, 팬들을 향한 마음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전해줄 수 있다는 비코의 말에 용기를 얻고 그 길로 선수 등록을 하러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날 저녁, 완전히 정비된 타치의 엔진은 어느 때보다도 주인을 싣고 빠르게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