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 일본어

「(대사)」 : 한국어


 「...클린백 큰 거 1개, 중간 거 2개까지. 63450원 되겠습니다.」


 「여기 카드요.」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이제 한 달. 가제 돌아왔을 때에는 일본어로 문득 대답하게 되어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만, 이제 드디어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일본어로 대답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었다. 다만, 일본어를 말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오, 퍼피. 온 거냐?"


 "그래. 트렁크나 열어라."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바로 은퇴를 선언하고 짐 챙겨서 한국으로 따라 들어온 담당이 일본어만 할 줄 알지, 한국어는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트렁크에 짐을 넣고, 마트에서 집을 향해 액셀을 밟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은 말할 수 있겠냐?"


 "말은 모르겠고, 글은 한자 섞어서 쓸 수 있겠는데, 순 한국 글자로는 아직 무리."


 "저번에 보니까 몇몇 부분은 신자체로 적어놨더만. 한국 한자는 싹 다 구자체라니까."


 "한검 1급~준1급 정도 하는 한자들을 한국에선 일상생활에서 쓴다고? 대체 왜?"


 "아니, 그러니까 일상생활에선 한글만 쓴다고. 한자 혼용해서 넘길 생각 말고 한글이나 써."


 내 담당, 시리우스 심볼리는 오늘도 한국어 공부에 열중이다. 애초에 여기까지 따라온 이상, 나는 우마무스메의 독점력은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시리우스는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이상 여기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하단 것을 깨달았기에, 한국어가 능통해졌을 때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자 합의하여 어떻게든 통제하고 있다.


 "에휴, 넌 대체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한국에서 사냐."


 "네가 없었으면 한국도 안 왔지."


 "맞는 말이긴 하네. 근데 의외네."


 "? 어디가 의외란 거냐?"


 "너라면 내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쥐어 패서라도 묶어놓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각오까지 하고 말한 거였는데, 따라온다고 해서 허무해서."


 "퍼피 쨩이 그렇게까지 한국을 그리워하는 게 티나는데, 어떻게 말려. 대놓고 향수병이더만."


 "너한텐 티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나참, 그게 티를 낸 게 아니란 말보다, 황제 나으리 다쟈레가 재밌다는 말이 더 믿긴다."


 "엣?! 그 정도까지 났다고?!"


 뭔가 '루나아앙'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직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낫지 않은 후유증일 거다. 환청은 무시하고 시리우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항상 트레이너실로 배달 오는 음식들은 죄다 한식이지, 냉장고에 있던 건 김치 아니면 한식 레토르트, 참이슬. 거기에 택배들은 대부분이 한국 컵라면, 몇몇 개가 뭔 오또기? 브랜드 미트볼 내지 카레더만.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기 1달 전엔 2박 3일 연가 내고 한게 바로 한국 가서 정통 한식 먹고 온 거라고 소문이 다 났더만."


 맞는 말이긴 하다. 항상 입에 맞지 않는 낫또 같은 음식이 나올 땐 근처 한인타운에서 비빔밥을 시키는 등으로 대응했기에, 데이터가 많이 쌓였을 만하다. 특히 2박 3일 동안 한국에 가서 육회, 산채비빔밥 등 한국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한식들을 먹고 돌아왔기에, 그 부분을 눈치챘다면 알 수밖에 없다. 다만, 시리우스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을 뿐이다.


 "넌 모르고 있을 줄 알았지. 내가 숨기려고 했으니까 제대로 숨겼을 거라 생각했던 거도 있고. 지금은 은퇴 선언하고 한국 침략했다곤 하지만, 그 때까지 너는 현역이었잖아."


 "잠깐, '침략'이라고 하니까, 내가 분로쿠의 역(임진왜란.) 때 군인이라도 된 거 같잖아?"


 "침략 맞잖아. 우리 집 안방 침략. 너가 너무 갑자기 와서 우리 집 아직 침대도 못 샀다고."


 "나참, 퍼피가 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데 주인이 그걸 막겠냐고. 내 곁을 집으로 생각해주지 않았던 건 아쉽지만. 뭐, 퍼피가 슬퍼하는데 주인이 기뻐해줘야 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냥 버리고 다른 퍼피를 찾았어ㄷ"


 까지 말한 순간, 냉혹한 시선이 옆얼굴을 찌른다. 큰일났다. 신호는 지금 빨간 불. 자칫하면 내 목숨 등불이 위험한 상황. 빠르게 말을 덧붙인다.


 "...도 될 일은 아녔겠지."


 "위험했다, 퍼피 쨩. 마음엔 안 드는 말이었다만, 운전 중이니 넘어가지."


 일단 집에 갈 때까지는 목숨을 붙였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도록 하자.


 "여튼, 부모님도 오시자마자 바로 눈빛 돌아가셨다니깐. 아예 내 방 침대를 2인용으로 바꾸려고 하신다고."


 "당연하잖아. 한국어만 제대로 하면 바로 결혼할 사인데."


 "두 분 다 올해 안에 우리한테 집 주고 시골로 들어가실 준비 중이신데?"


 "그 건 좀 곤란한데."


 「뭐 상관없긴 한데...」


 "응? 뭐라고?"


 "아니, 아무 거도 아니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차를 몰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차를 대고, 시리우스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현관문을 연다.


 「다녀왔습니다.」


 「왔어?」


 「왔어.」


 「며느리는 왜 또 끌고 가, 한국어 가르치고 있었는데.」


 「얘도 바깥 구경은 해야지. 그리고 아직 며느리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부모님과의 대화하며, 짐들을 밖으로 꺼내고 있었을 때였다.


 「어? 이거 클린백이잖아.」


 「그게 왜?」


 「지퍼백 사오라니까 왜 또 클린백을 사와? 클린백 이미 집에 많잖아!」


 아 잘 못 사왔구나, 하고 다시 마트를 다녀와야 하냐 물어보려 했던 그 때였다.


 "아까 자기 없으면 나보고 어떻게 한국에서 사냐고 했으면서 본인부터 한국에서 제대로 못 살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


 뒤에서 시리우스가 비웃는 소리. 아까 했던 말까지 끌어와서 비꼬고 있다.


 "아니, 시리우스! 그냥 잘 못 사온...잠깐! 너 한국어 청해도 되는 거냐! 그러면 아까 한 말도 들은 거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젠장할, 이래서 늑대 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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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나는 대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