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산 모음집】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842418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비도 많이 오고, 중마장 트레이닝에 지칠 때쯤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여친 생겼어."



"하?"



내 목소리가 뱃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져 방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그랬으면 좋겠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게 담당인 나한테 할 말이야...?




당신은 내가 최고라고 했잖아...?



아니, 아마 선수라든가, 담당 우마무스메로서라든가 그런 거겠지만, 그럼 왜 이 시기에 그런 일을...?



애초에 사랑이 뭐라고 거기에 정신이 팔린 거야...?



그렇게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나온 말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부메랑이었다.



"흐, 흐응~"



"..."



TV에서 뿅뿅 소리가 난다. 오늘은 다리에 이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트레이너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나는 별로? 게임 같은 거 관심 없지만, 트레이너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마음으로 같이 하고 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걸까. 내 안의 오니의 뿔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걸 알아차리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게임 내용이 대전 격투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경험 많은 트레이너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에도 화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






"..."



"..."



"...야."



"..."



"...야, 야!"



"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아보자마자 오래 알고 지낸 보드카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너였어...?"



"뭐야, 라니! 같이 밥 먹자고 부른 건데..."



"아, 미안."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보드카 님이 들어줄까?"



"됐어, 제대로 된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으니까."



"뭐라고!?"



"..."



그야, 너는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햄스터처럼 굳어버리니까.



눈앞의 친구는 이것이 나의 매너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지만. 둔탱이.



"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럴 리가. 분명 비 때문일 거야."



"아니, 뭔가 계속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봐, 지금 안 좋아 보인다니까?"



"..."



보드카의 말을 듣고 스커트에서 꺼낸 손거울로 얼굴을 확인해보니, 거기에는 수척해진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웃기다. 이렇게까지 알기 쉬운 걸까. 헤이안 시대의 와카에 『사랑중』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것을 비웃을 수 없는 꼴이다. 이 정도라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는 거잖아.



"...비 때문이라니까. 저기압일 때마다 편두통 오거든."



"야야, 그거 괜찮은 거야?"



"보드카가 걱정할만 한 건 아니야."



"그게 뭐야!"



식판을 가져다 놓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망한 나머지 곧바로 보드카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보드카의 걱정이 담긴 시선은 보지 못했다.






=====






편두통이라는 건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저기압일 때 컨디션이 살짝 나빠진다. 생리 때처럼 멘탈이 조금 흔들린다.



아니, 생리 주기와 관련 있을 것이다. 호르몬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체내 리듬이 흐트러진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트레이너가 온 뒤로 트레이너실에서 지내다 보니 왠지 모르게 그게 완화됐다. 지금까지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그 시절이 부럽다.



모르겠다면 차라리 그대로인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거짓말인가.



거짓말이다. 틀림없이.



모르는 게 낫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애초에 몰랐다면 의미없이 고민만 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엉뚱한 소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래, 뭐, 좋은 일인 것 같다.



...역시, 안 좋아.



지금은 트레이너실에 가고 싶지 않다. 저렇게 섬세함이 없는 사람한테는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트레이닝 시간이 있으니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거기서 구역질이 난다고, 욕지기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빌어도 조금도 오지 않고, 오히려 트레이너실에서 지금까지 느꼈던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트레이너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그 방에서.



그게 참을 수 없이 답답하다. 뭐랄까, 진 것 같다.



...나는, 귀찮은 우마무스메다.



누군가 나를 보고 1착에 집착하는 병을 앓는 것 같다고 했었다.



무엇이든 1착이 아니면 안 된다. 뒤틀린 프라이드를 가진 우마무스메, 기성난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 최고가 되려는 게 그렇게 이상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자코 있으라고. 그런 향상심 없는 녀석들의 말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트레이너만 그런 목소리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 사람도 나처럼 1착 바보가 되어, 이런 귀찮은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방식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평범한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드는 만큼 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비단 달리기뿐만이 아니다. 사생활에서도 우등생을 연기하고, 공부에서도,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수에서도, 의지하는 방식도,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는지도 최고가 아니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1착병, 참 묘한 표현이다.



사람들은 나를 서툴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성격 때문에 팔방미인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하니 괜찮지만, 팔방미인처럼 행동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트레이닝 시간을 자주 줄인다.



그것이 트레이너와의 사이에서 문제가 되어 트레이닝 시간에 관련될 때에는 트레이너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그게 한심하고 나의 기성에 맞춰주고 있다는 죄책감이 마음속에서 거슬린다.


 

그래서 감사하고 있다. 이렇게 귀찮기 짝이 없고, 트레이닝 메뉴에도 입을 대겠다고 호언장담한 우마무스메를 상대로 『나도 너의 1착을 목표로 하겠어!』라고 결단을 내려준 트레이너를 나름대로 높이 평가하고 있고...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



누가 내 먹잇감을 가로챘다. 누가 내 최고를 가로챘다. 도망치는 중이었다. 트레이너를 들고 다른 여자의 손이 닿지 앉는 곳으로 들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빼앗겼다. 바깥에서 쫓아온 녀석이 있었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이...



"용서할 수 없어..."



나는 입의 지퍼를 잠그는 것을 잊고 있었다.






=====






나는 트레이너와 담당 우마무스메의 사랑에 대해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항간에는 그런 영화가 유행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보드카 제외)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연애에 대해 부정적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은 연애 영화 같은 것으로 인해 동경하고 있지만, 물론 자신들의 일이 되면 현실성이 없다고 한다.



그런 거다. 실례도 있기 때문에 부정할 수도 없는 게 난감한 부분이지만, 결국 교사와 학생의 연애이니 현실성이 없다.



세간에서는 흔히 그런 화제가 URA의 인기에 편승해 구매수를 늘리고 싶은 신문사들에 의해 많이 퍼져나가지만, 나는 단호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교사와 학생의 연애? 그런 식으로 보면 없지는 않아 보이겠지만, 역시 없다.



우리 우마무스메에게 트레이너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다리와, 인생을 맡기는 존재. 자신과 함께 이인삼각으로 나아가는 상대. 그런 상대가, 자신을 여자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혐오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하면 99퍼센트의 우마무스메들이 혐오한다는 항목에 체크할 것이다. 특히 우리 우마무스메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끝까지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는 사람은 끝까지 싫어한다. 후각과 청각이 인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생리적 호불호 역시 좀 과한 것이다.


 

그렇기에 픽션이 있다는 것을, 픽션이 망상이 아니라 초저 확률로 존재하기에 픽션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 여름, 나는 해변에서 다리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하다가 다리를 삐끗했다. 별거 아닌 단순한 부상이었다.



그냥 놔두면 다음 날이면 다 나을 텐데, 트레이너는 보건실도 없으니 쉬는 게 좋겠다며 안정을 취하라고 권유했다.



우리가 트레이닝을 하던 모래사장에서 합숙하는 숙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평소라면 별로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인간인 트레이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고, 사실 나도 삐끗한 다리로는 조금 귀찮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거부했지만, 여름 합숙 숙소와 해변이 미묘하게 멀어서 결국 업히고 말았다.



나는... 싫었다. 왜냐하면 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몸, 또래와 비교해도 발육이 왕성한 내가 업히면 어떻게 될지 예상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은 중학교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트레센 학원에서 지내다 보니 이성의 시선이 싫증날 일은 없지만, 여학원인 트레센 학원에서도 옷을 갈아입을 때는 시선을 느끼고, 일상 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느껴지고 있다.



오히려 남성 교사들이 안 볼 정도였다. 보지 않으려고 의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트레센 학원 남성 교사들과 트레이너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트레이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혐오일까, 설렘일까, 어느 쪽이든 싫었다.



우리는 옆에서 보면 그냥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주관적으로 봐도 결코 드문 관계가 아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굳이 따지자면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다.



하지만 그 일반적인 것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성질이 나쁜 나를 받아준 그, 그것도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비웃기는커녕 같이 끙끙 앓아주는 사람이 이 학원에 얼마나 있을까.



심지어 그 이유가 내 꿈이 곧 자신의 꿈이라고 한다.



바보. 바보 같아, 완전 바보야. 이런 나를 위해 광대 노릇을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걸 거면 더 많이 이기는 우마무스메에게 걸어야지. 나는 시대를 바꿀 우마무스메도 아니고, 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우마무스메도 아니고, 그저 우등생일 뿐이다.



그래서 그 바보 같은 면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그 트레이너와의 관계를 바보 같은 육욕으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 산들바람 같은 청량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앞에는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그의 등에 몸을 맡겼다.



내 허벅지가 그의 몸에 닿고 가슴의 형태가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에게 업혔을 때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 1착병을 앓고 있는 내가 바보가 아닐 리가 없지만, 누군가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화가 난다. 아니, 그때의 나는 정말로 무서웠다. 그 상냥한 트레이너가 나의 몸 때문에... 경험 부족이 드러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 픽선이 아니라 망상이었다.



트레이너는 태연했다.



나를 쓰다듬으며 부상 후 사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했다.



오히려 나보다 더 태연한 모습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의심음 품고 뒤에서 관찰했는데, 그의 얼굴에서 일체의 흥분이나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 없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마치 내가 애송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이너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풍만한 몸매에 트레이너가 욕정을 품고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등 자신의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것 같은 망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망상이다. 픽션이 아니라 망상이다. 확률이 낮고 존재조차 하지 않는 황당무계한 탁상공론, 내 욕망이 사실을 왜곡한 결과의 산물.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여자의 자존심을 걸고 그를 유혹해야 한다. 나는 내가 두려워했던 일을 이번에는 내가 일으켜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바보다. 바보일 뿐이다. 그래서 정말 트레이너가 바뀌어 버린다면 나는 분명 피해자인 것처럼 될 것이다. 오히려, 조금은 들뜨게 된다.



그 변심 자체가 내 머리가 완전히 핑크빛이라는 증거다.



트레이너가 진지하게 설명하는데도 나는 트레이너가 언제 변할까 하는 지극히 무례한 의심으로 그의 뒤에서 보이는 옆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내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나를 돌아보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뒤에 있는 날 돌아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는 그 모습에 『남자는 이런 상황이 되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슴을 밀어붙이지 않는 자세로 있다가 떨어질 뻔해서 주의를 받았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던 부양감이 뇌리에 박혀 트레이너의 등에 몸을 붙였지만 트레이너는 태연했다.



몸을 더 밀착시켜야 했기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지만, 트레이너가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흔들림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굴욕이다. 나는 합숙의 피로와 더위로 인해 정신이 나갔고, 업히기 직전에 머리를 굴리다가 이상한 기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감성도 이상해져 있었던 것 같다.



업힐 때 문득 트레이너의 등은 넓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방아쇠를 당긴 것 같았고, 한 번 발사된 총알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은 총알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결국 트레이너의 진의는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의식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화가 나지만), 반대로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후자라면 호감이 간다. 의식한 상태에서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노력해서 태연하게 행동해 주었으니 말이다.



사실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내 예상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어 내가 조숙하다는 논리가 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더 의식하고 있었다.



뒤에서 본 트레이너는 전혀 동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렇게나 성장한 우마무스메의 몸이 닿고 있는데 조금 정도는 의식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애매모호하다고 할까, 조금 전과는 모순되는 감정을 안고 있다가 문득 트레이너의 등이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성인 남성 특유의 것임을 깨닫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탓에 내 머릿속에 있는 소녀 스위치가 켜지고 말았다.



게다가 내 머릿속에서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는 숙녀 다이와 스칼렛은 어찌된 영문인지 트레이너를 향해 『좋아!』 라고 외쳤다. 내 마음의 통행증을 발급해버린 것이다.



이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일단 떨어져 있고 싶었다.



이제 혼자 걸을 수 있다고 호소해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그럴 만도 하다, 내가 다쳤기 때문에 업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그간의 일을 낱낱이 털어놓고, 그 위에 내 심리 변화를 세세하게 드러내고 이유를 설명해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내가 업혀 가는데 휴식이라는 것도 웃긴 이야기지만, 어쨌든 일단은 잠깐의 틈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았다. 그 자리에 쉴 수 있는 곳은 없었지만, 그냥 언덕길 아스팔트에 내려줘도 좋으니 트레이너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더 의식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두려워했던 일이 입장을 바꿔서 일어나고 만다.



아니, 내가 일으키는 쪽이 되어 버린다. 그것은 내가 상정하지 않았던 최악의 경우다.



그 내 예감은 적중했다.



트레이너는 방까지 업고 갔고, 나는 곧바로 방에 틀어박혔다.



그날은 여름 합숙 마지막 날로 다음 날부터 트레이닝이 없었던 것은 좋았지만, 마지막 날이라 저녁에 여름 축제가 있었다.



트레이너가 함께 돌아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지만 나는 방에 틀어박혔다.



여름 축제라니, 열기에 휩싸인 채로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태풍을 주거지에 던져 넣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거절하고, 잠시 후에는 이를 악물었다. 멀리서 여름 축제의 소음이 들려오고, 그것이 매년 이 지역에 오는 우마무스메들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열어주는 축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를 악물었다.



왜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여름 축제를 돌아다니지 않은 걸까. 삐끗하지만 않았다면 분명 여름 축제를 돌고 있었을 텐데.



그래, 트레이너는 내가 삐끗했다는 사실을 잊고 여름 축제에 같이 가자고 권유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는 서로 그 사실을 몰랐지만, 나중에 무리한 권유를 한 트레이너에게 원한을 보냈다.



가겠다고 해도 소용없는데 괜한 것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함께 있지 못해서 화가 난 것 같다.



여름 합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어 가을을 대비한 트레이닝이 재개되자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트레이너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내 아에서 타오른 열은 서서히 불길을 일으키고 결국 큰불이 되고 말았다.






=====






그래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알고 있다. 어쩌면 여친 행세일지도 모른다. 나는 트레이너의 여친도 아닌데 여친 행세를 하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 귀찮다. 



그래, 나는 언제나 귀찮은 녀석이다.



왜냐면, 그런 귀찮은 우마무스메를 받아준 건 그 사람이니까, 지금부터 하는 행동도 그의 책임이다. 내 잘못은 없다.



나는 트레이너실 문을 열었다.



"누구야!"



"우왓!"



"누구냐고! 그 여자!"



"뭐 ,뭐가."



나는 문을 힘차게 열고 바로 눈에 들어온 트레이너에게 달려들었다.



트레이너를 벽까지 몰아붙였다. 얼굴에 초조함은 없지만, 예상 외의 사태였던 모양이다.



나는 말을 쌓듯이 되물었다.



"여친 생겼다며, 소개시켜 줘!"



"어... 왜?"



"...나는 담당 우마무스메니까!"



"그, 렇긴 하지..."



"내 트레이너가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 같은 여자에게 한눈을 팔고 있다니, 솔직히 기분 나빠! 말해, 소개해! 내가, 내 트레이너에게 어울리는 여자인지 확인해줄게!"



"잠깐만!"



트레이너의 설득이 시작되었다. 거의 듣지 못했지만, 상식적으로 그렇다거나, 보통은 그런 거 안 한다든가 하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건 상관없어!"



"상관없다니..."



"이건 보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야! 함부로 남의 이야기로 바꾸지 마!"



"..."


  "자, 얼른 보여줘! 스마트폰에 사진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아니면 전화 걸어!"



"자자잠깐, 민폐라고!"



"내 알 바 아니야! 나는 달리기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당신 때문에 식욕도 떨어지고 있다고!"



"어...."



스스로도 대단한 말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편두통으로 머리가 아프고, 컨디션도 안 좋아서 짜증이 났고, 그런 상황에서 트레이너가 여전히 그 여자를 감싸고 있으니,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자, 빨리 연락해! 아니면 어떤 여자인지 보여주지 않겠다는 거야!?"



"..."



"이름은?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잖아!"



"...없어."



"...하?"



"없다고."






 "...하아아아아아아!?" 






내 목소리, 분명 온 트레센에 울려 퍼졌겠지.



"없다니, 거짓말이었어!?"



"응..."



"그 거짓말 때문에, 난 엉망이었는데!"



"미안..."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가 겪은 고충과 피로와 스트레스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거짓말로 인해 내 컨디션 리듬이 깨졌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고, 불완전 연소 같은 불쾌감을 동반한 허탈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불쾌감으로 그 감정을 덮고 있을 뿐, 온몸에 치밀어 오르는 것은 안도감과 고양감이었다.



"그럼 뭐야? 여친도 없는데, 여친 생겼다고 한 거야?"



"...맞아."



"뭐야, 뭐가 맞아, 킥킥! 이야!? 바보야!?"



"킥킥, 은 안했는데..."



"했거든!?"



"안 했다니까..."



"하고 있었어!"



왜냐면, 당신의 그 질렸다는 얼굴도 순간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틀림없이 머릿속이 핑크빛인 우마무스메일 것이다.



"어, 그럼 뭐야? 지금까지의 내 마음고생은 뭐야?"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는 트레이너의 목을 조르고 앞뒤로 흔들었다.



트레이너는 그대로 으겍- 하는 개구리 같은 소리를 내서 나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여기서 웃으면 안 된다. 위엄이 사라져 버린다. 그건 곤란하다. 왜냐하면 나는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꺼이 웃을 수 없다.



사실은 트레이너에게 여친이 없었다는 사실에, 아직 내 것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뻐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신 때문에 내 달리기에 지장이 생겼으니까 책임져!"



"정말 미안..."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미안해, 그냥 여친이 갖고 싶었거든."



"...그런 거짓말을 한다고 생길 리가 없잖아!"



"네..."



기뻐하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여친이 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하지 않고, 어떻게 끝낼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도주 우마무스메다, 추입과 선입은 서툴다.



하지만 보드카의 술수는 이미 몇 번이나 봤고, 애초에 그 애는 연애에 너무 서툴러서 아마 평생 그것을 연애에 쓸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나는 연애를 할 때 선입이 되면 된다. 보드카가 도주를 하게 하면 된다. 어차피 그 녀석은 바짝 다가가면 멋대로 도망칠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나쁘지 않다. 뭐가 어떻게 나쁘지 않은지 전혀 모르겠고, 생각할 생각도 없으니 누군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상한 텐션으로 트레이너의 등을 두드리며 결국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을 트레이너에게 일부러 보여주면서 억지로 다음 주 일요일에 사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내 쇼핑을 도와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미 데이트 플랜은 짜 놓았으니 완전한 데이트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트레이너와 담당 우마무스메의 사랑 따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노골적으로 어택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



터다지기도 앞장서기도 실패했지만, 이미 돌격 체제는 발동했으니 놓칠 생각은 없다.



무엇을 졸업 후에 고백하자는 미적지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레이스에서 골 직전의 스퍼트는 무의미하다.



내 스퍼트는 1펄롱 전부터, 가장 먼저 스퍼트를 내서 가장 먼저 골 테이프를 끊는 것이다.



잊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1착이어야만 하는 병에 걸렸다. 트레이너의 최고가 아니라 트레이너와 인연을 맺은 우마무스메들 중에서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



보드카가 왠지 그런 느낌이고, 그 녀석도 대항마가 되겠지만, 그런 애한테 질 생각은 없다.



그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10마신 차는커녕 대차로 골인할 것이다.



우선은 트레이너에게 언질을 받아 바깥 해자를 메우고 왕림 아내가 된 다음, 설의 혼잡함을 틈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반지를 달라고 압력을 넣자.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 나는 원래부터 욕심이 많아. 레이스에서도, 학원 생활에서도, 연애에서도 최고가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 전에, 내일은 속옷을 사러 가자. 슬슬 꽉 조인다.






=====






~ 오마케 ~



"..."



"..."



"...바보야?"



나는 지금 트레이너에게 설교를 하고 있다.



사과 데이트에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들떠서 『하지만 담당 트레이너와의 관계니까』 라는 말을 떼어내고, 지금은 비밀리에 사귀고 있다.



눈앞에 있는 비밀 남친은 잔소리를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죄책감과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나는 봐주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봐주고 싶지만, 그것은 트레이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파워 밸런스가 트레이너에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내가 고삐를 잡고 당겨야만 한다.



바보라는 말도 몇 번이나 했을까? 나는 나를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나보다 바보인 사람이 있을 줄이야. 아니, 나는 그렇게까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눈앞의 바보는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여름 합숙 때부터 나를 의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부상까지 입었는데도 여름 축제에 같이 가지고 해서 트레이너답게 행동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내 관심을 끌기 위해 여친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했으니까.



물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좋아하게 된 타이밍이 같다니, 우리는 상사상애였어... 같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내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은 『...소학생이야?』였다.



"...왜 화났는지 알지?"



"...네."



"나, 동그란 고리가 갖고 싶다고 했지?"



"...네."



"이미 부모님과의 인사도 거의 끝났어. 그 분들도 알고 계시겠지?"



"...네."



"무슨 말인지 알지?"



"..."



나는 눈앞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왜 도넛이야?"



"..."



"...나, 지금 당신에게 살의가 솟구치고 있어."



그런 말을 하자, 트레이너는 인간에 의해 집을 파괴당한 비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 모성을 자극하니까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용서할 것 같으니까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마치 엄마에게 버림밭은 아이 같은 그 표정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하아. 나 이런 남자랑 결혼해도 되는 걸까?"



"미, 미안..."



"..."



거짓말이다. 솔직히 반지도 됐고, 우선 혼인신고서에 사인이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그래줬으면 한다.



물론 반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져왔다.



이야기가 빠른 거 아니냐고? 성급한 거 아니냐고? 시끄러워, 나는 1착이야. 요즘 보드카가 엄청난 기세로 달리고 있어서 초조하단 말이야.



그나저나 내 남친 글러먹은 모습 너무 귀여워. 아아, 안고 싶어. 이제 됐지? 골인해도 되지?



"미안,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말을 재촉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트레이너는 말을 안 하려고 하거든.



"...돈이 부족해서."



"..."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 편자라든가, 그 외 쇼핑에 어울리다 보니 돈을 많이 쓴 것 같다. 저축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혼식 같은 걸 생각하면 무턱대고 쓸 수도 없고 애초에 그렇게 많이 모은 것 같지도 않다.



트레센 트레이너는 박봉이라더니... 정말이지, 이 사람은 날 만나서 다행이다.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라는 직업은 같은 우마무스메가 아니라면 이해해 주지 않는다. 로리콘 같은 말도 듣고.



"...하아, 그런 거라면 빨리 말해."



"어..."



"얼마 필요한데?"



"아니, 잠깐만. 어디서 그런 돈을...?"



"하? 내 월급 명세서... 아니, 내 레이스 상금 관리하는 건 당신이잖아. 내가 얼마 벌었는지 잊었어?"



"아..."



내가 최종적으로 벌어들인 것은 레이스 상금 7억 엔에 아이돌 일로 레코드한 곡 수입이 얼마였더라... 아마 10억 엔 정도는 될 것이다.



매년 천만 엔을 써도 다 못 쓰고, 아마 아이도 11명 정도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남친은 그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건 네가 번 돈이잖아..."



"당신이 번 거나 마찬가지야. 나를 1착으로 만든 게 누구인데?"



"...나."



"만약 내가 스스로 1착이 되었다고 우겼다면, 멱살 잡을 뻔했어."



"미안..."



"사과하지 마."



트레이너의 턱을 잡고 나를 바라보게 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 그 시절의 당신은 어디로 간 거야?"



"하지만, 나, 꽤 글러먹었고..."



"...그건 그래."



창밖을 올려다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그날도 이런 비 오는 날이었던가.



"시무룩한 척하면서, 사실 내 허벅지를 보고 있었다든가."



"윽..."



"묘하게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허벅지 같은 건 모르겠어. 트레이너들은 다 그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하면 안 되지..."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이없음을 느꼈다.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그를 위해...



"오구오구."



"..."



그래서 이렇게 그에게 응석을 부리게 하는 건 나의 나쁜 버릇이다. 그가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가만히 놔두면 계속 일을 하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하고, 그러면서 모성애가 발동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마무스메로서도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바이 원정이 캔슬되었을 때도 웃으며 용서해줬다. 내 다리는 이미 한계였던 것이다. 



5년, 5년을 달렸다.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트레이너 덕분이다. 이런 귀찮은 우마무스메와 함께 해주고, 바보 같은 꿈을 꾸게 해 주고, 이런 귀찮은 여자를 주워줬다.



터무니없이 자란 가슴보다 허벅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화가 나지만, 결국 가슴에 얼굴을 파묻게 하고 오구오구하면 얌전해지기 때문에 남자는 본능을 거스리르지 못하는 것 같기도.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가.



"이제 서른 살이잖아. 좀 더 힘내."



"그래, 나는 열 살 어린 아이한테 손을 댔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책임감 있게, 내 계좌에 있는 돈 써도 되니까 사 와. 아니면 이번 일요일에 같이 사러 갈 거야."



"으으... 미안."



"정말이지."



분명, 남자로서 책임을 지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 당장은 살 수 없어서 도넛으로 넘기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도넛은 모르겠다. 내가 납득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백 번을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귀찮아서 덮쳐서 기정사실을 만들어 버릴까 생각한다. 아이가 생기면 결혼할 수밖에 없으니까! 반지도 필요 없겠네!



서로, 정말 귀찮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고 생각해.



밖을 보니, 비는 이미 그치고 맑았다.









= 끗 =


괴문서를 핫산하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속도가 안 붙는 괴문서들이 있음.


속도 붙으면 10분에 1,000자 정도 처리되는데, 이 작가 괴문서는 아무리 속도가 붙어도 다른 괴문서의 3배 정도 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