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트레센의 트레이너들은 연봉 외에 부수입이 상당하다.


트레센 소속 대다수의 우마무스메들은 명문가 혈통에 집안도 굉장히 부유한 경우가 많고,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런 이유로 몇몇 트레이너들이 달달한 콩고물을 얻어먹는 경우가 많다.


오늘 이시간에는 트레센의 명문가들은 어떤식으로 트레이너들을 격려해주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트레센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은 누가 뭐라 해도 아일랜드 왕가인 파인모션의 집안일 것이다. 거기에 최근의 호성적 덕분에 파인모션의 트레이너는 왕실로 부터 아주 많은 격려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파인모션의 트레이너는 아일랜드 왕가로부터 문서 하나를 선물받았다.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작성되어 해석이 힘든 탓에, 트레이너는 문서를 가져가 파인모션에게 이를 해석해달라고 부탁했다.


"으..으흠..! 내 친히 그대에게 읽어줄 터이니 잘 듣도록 하거라!"


"파인? 갑자기 말투가 이상한데?"


"이런 문서는 원래 이렇게 읽어야 하는거야! 흠! 잘 듣거라! 그대가 왕실의 명예를 위해 헌신한 노력을 치하하는 바. 그대에게 명예 기사작위를 수여하고자 하니..."


"어...?"


"하하하! 사실 그렇게 대단한 내용은 아냐! 기사작위를 수여식에 참여하고 싶으니 아일랜드로 초대한다는 내용이야!"


"대단한 내용 맞잖아! 그리고 난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기억이 없는데?"


"어디보자... 다음달이니까 준비할 시간은 넉넉하고.. 꼭 참여해 줄거지? 부탁해~♪"


실제로 파인모션의 트레이너는 아일랜드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물론 외국인에게 주는 훈장이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굉장한 권위가 있는 상은 아니었지만... 이 덕에 트레이너는 한 동안 동료들에게 기사 나으리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럼에도 트레센 역사상 기사작위를 받은 트레이너는 없었기에, 놀림을 받음에도 나름 기분이 좋아지는 트레이너였다. 부상으로 받은 보석도 가치가 굉장히 높은 것이었고.



출판을 생업으로 삼고있는 집안 내력 탓인지, 아그네스 가문의 이름을 달고있는 학생들은 굉장히 독특한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정상적인 트레이너는 이들을 제대로 지도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그네스 가문은 한번 적당한 트레이너를 발견하면, 그 트레이너가 은퇴할 때 까지 붙잡아 두고 계속해서 집안 학생들을 교육해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성의표시는 확실하다.


"요즘 우리 디지털 성적이 너무 좋아요~! 원래 방에 틀어박혀서 만화만 보던 아이였는데... 덕분에 요즘 저희 집안 전체가 다들 행복한거 있죠?"


"지도가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내가 선물좀 준비했어요. 이건 제가 너~무 감명깊게 읽은 책인데, 이거 트레이너씨한테 선물하고 싶어서 일부로 찾아왔어요. 자. 받아요."


"...꽤나 값비싸보이는 책이네요. 제목이... 프랑켄슈타인?"


"그죠? 역시 안목이 좋으시네. 이게 1818년 초판본이에요."


"네?"


"이런 책은 취향이 아니신가? 그럼 이 책 사고싶다는 사람 소개시켜 줄게요. 7만달러에 산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서... 우리 딸이 좀 특이한 구석이 많아서 지도하기 힘드실텐데 고생하셨다는 의미로 준비한거에요."


"아니 이런걸 어디서..."


"아유~ 고생하셨는데 이 정도야 받으셔야죠. 대신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저희 친척중에 아그네스 타키온이라는 아이가 있거든요? 이 아이가 재능은 확실한데 이상한 연구만 하면서 방에 틀어 박혀가지고 레이스를 안뛰려고 하잖아요."


"디지털이랑 똑같네요."


"그래서 혹시 디지털을 맡으신 김에, 저희 집안 타키온도 맡아 주셨으면 어떨까 해서요."


"그게.. 지금 디지털이 홍콩 원정 준비중이라서 한번에 두명을 맡는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맞다. 이게 타키온이 좋아하는 과학책이거든요. 종의기원... 이것도 초판본이에요. 이건 수집상한테 가져가면 족히 5만달러는..."



늘 이런식이다. 특이한 집안 내력 탓에, 이런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걸 아그네스 가문은 잘 알고 있다. 




하루우라라는 사실 평범한 집안 출신이지만, 그녀의 트레이너는 그 누구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첫번째로, 우라라의 트레이너를 스카웃하려는 집안이 굉장히 많다. 데뷔전도 겨우 통과한 우라라가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은 이후 수 많은 중상을 우승하기 시작하고, G1도 우승하더니, 급기야 아리마 기념 1착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자 트레센의 거의 모든 집안이 트레이너에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일면도 없는 학부모가 택시비로 쓰라며 10만엔을 그냥 준다거나, 식사 잘 챙겨 드시라고 값비싼 호텔 바우처를 선물로 준다거나... 현재 트레센에서 우라라의 트레이너보다 높은 몸값을 가진 트레이너는 없다.


두번째로, 우라라의 응원회는 다른 말딸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라, 우라라의 트레이너는 이들로부터 매달 엄청난 선물을 받고는 한다. 거기에 다른 집안들이 우라라의 트레이너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이후 이런 조공의 규모는 전에 비해 굉장히 커졌다. 우라라의 트레이너실에는 지금도 팬들이 보내주는 선물 덕에 포장도 안뜯은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열등생 우라라를 최고의 말로 만든 스토리가 전 일본에 알려지면서, 우라라의 트레이너는 그 자체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광고를 찍으며 거의 연예인에 가까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게 지금의 우라라 트레이너이다. 덕분에 트레이너는 돈 몇푼에 담당을 바꾸려는 생각은 진작에 접은지 오래이다. 우라라와 그녀의 팬클럽에게는 다행인 소식.




사실 이런 지원들의 원조는 역시 메지로 가문이다. '가문의 우수한 영애들은 그에 걸맞는 우수한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라는 신념 아래 우수한 트레이너들과만 계약을 맺으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트레이너들에게 각종 자기개발비를 지원하였다. 


이렇게 트레이너들을 구워 삶았던 것이 지금의 이런 트레이너 지원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거기에 '메지로 가문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메지로의 방식대로 살아봐야 한다.' 라는 당주의 의견 때문이지, 메지로 가문은 트레이너들에게 호화스러운 사택, 법인차량 및 운전기사은 물론 개인 셰프까지 제공해주었다.


이런 과거 덕에 한때 메지로 가문의 법인차량은 성공한 트레이너의 상징이었다.



이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던 것이 심볼리 가문. 메지로보다 유서 깊은 집안이기에 약간은 더 고지식한 면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가문의 최고 아웃풋 심볼리 루돌프가 트레센 학생회장인지라 학교 규정을 어기는 것이 조금 꺼림칙했을 것이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에게 따로 금일봉 정도는 챙겨줘도 메지로 같은 파격 대우는 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인지 심볼리가의 트레이너들의 수준은 많이 내려간게 현실이다.


아무래도 수입은 적은데 심볼리의 이름값이 주는 부담감은 크니, 왠만한 트레이너들은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S급 트레이너들은 메지로 가문으로 스카웃 된 것이 패착이었다.


결국 심볼리 크리스에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전 까지, 심볼리 가문은 긴 침체기를 겪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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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시간에서 트레이너들이 받는 뽀찌들을 알아봤다.


다만 모든 트레이너들이 엄청난 부수입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예외는 반드시 있는법이다.



우선 메이쇼 도토의 집안. 이 쪽은 집안이 워낙 바르게 살아온 탓에 트레이너에게 뇌물을 준다거나 하는 일에는 영 서툴다. 그래서 베테랑 트레이너들을 스카웃 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메이쇼 가문은 베테랑 트레이너들에게 실력 좋고 유망한 트레이너들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수 많은 베테랑 트레이너들이 신참 시절 메이쇼 가문의 배려 덕에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메이쇼 가문의 영애들은 모두 순하고 트레이너를 잘 따르는 천성이 있어 지도하기도 쉽고, 재능도 넘치는 이들이 많다. 적당히 훈련 프로그램만 짤 줄 알아도 좋은 성적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메이쇼 가문의 영애를 지도하는 일은 신참 트레이너 사이에서 일류 트레이너로 가는 첫 걸음으로 인식되어, 열정 넘치고 실력 좋은 신참 트레이너들은 대다수가 메이쇼 가문 소속이다.




일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여기서 킹 헤일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사실 여러 집안들이 좋은 트레이너에게 이 정도로 집착하는것이 이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트레이너는 다 거기서 거기고, 중요한건 자녀들의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때 트레센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견이 지배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돈으로 트레이너를 길러내던 메지로 가문이 슬럼프에 빠지자, 결국 트레이너에 집착하는 것이 전부 쓸데없는 일이지 않았냐며 조롱하던 사람도 많았다.


이런 기류를 완전히 뒤집어버린게 킹 헤일로. 좋은 혈통의 우마무스메였지만, 집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인지라 집으로부터의 지원을 일절 받지 못했다.


재능 자체는 당대 트레센 동기 중 최고로 인정받아 황금세대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킹 헤일로이지만,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지 못해 성적은 좋지 못했다.


특히 더비에서 도주를 지시했던 트레이너 탓에 14착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직후, 킹 헤일로가 긴 슬럼프를 겪었던건 유명한 일화다.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은 또 벌어졌다. 보다 못한 부모가 직접 나서 트레이너를 갈아치운 이후, 트레이너는 킹이 단거리 적성임을 딱 알아채더니, 이후 바로 G1을 우승시켜버린것이 아닌가?


이 사건 이후 트레이너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은 트레이너를 빼내오려는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애초에 집안에서 뭘 해주기 힘든 집안들이 몇 있다. 


나이스 나이처같이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우마무스메들이 보통 그렇다.


그럼에도 '저 우마무스메의 재능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이런 목표 하나만 트레이너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경우 담당 학생도 이런 현실을 잘 알아서, 다른 학생들보다 트레이너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아끼는 면이 강하다.



"트레이너 쌤! 식사 하셨어요? 짠~! 배고픈 트레이너를 위한 네이처 특제 도시락!"


"역시 네이처 도시락은 맛있네~ 근데 매번 이렇게 싸오는게 힘들지 않아?"


"제꺼 만드는 김에 하나 더 만드는 건데요 뭐~"


"그래도 매번 점심 도시락 챙겨주고... 고마워 네이처."


"에헤헤... 쌤! 이런말 들으면 좀 부끄러운데요? 저도 늘 고마워요~!"


이렇게 서로의 유대감이 깊어지다가 그 감정이 단순한 사제지간을 넘어서고, 어느 순간 신문 1면이 이런 기사가 뜨는거다.


'(단독) 나이스 네이처, 트레이너와 단둘이 온천여행... 단순한 휴식인가?'


...가끔 이런 사고도 터지는것도, 명문가에서 검증된 트레이너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실 가문이 좋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 대단한 메지로 가문조차 가문의 기대주에게 지원을 몰아주는 성향이 강하고, 평범한 학생에게는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메지로 파머. 그래도 인복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저기... 트레이너? 정말 나여도 괜찮아? 나 메지로이긴 하지만.. 지원은 없어. 지금이라도 계약 해지하는게 너한테 나을거야..."


"괜찮아. 나는 너면 충분해."


"나는 너한테 해줄수 있는게 없어..."


"왜 없다고 생각해? 네 재능을 보여줘. 그거면 돼. 


"...아니. 못믿겠어. 난 장애물 경주까지 밀려났던 우마무스메고, 집안에서도 전혀 믿어주지 않고, 이미 재능은 없다고 진작에..."

 

"파머. 나는 돈 보고 너를 지도하는게 아니야. 너한테는 분명히 충분한 재능이 있어. 난 그걸 깨워주고 싶어서 네 트레이너를 맡은거야. 그러니까... 이제 다음부터 절대로 그런 말 하지마. 계약 해지는 절대로 없어."


"...고마워, 트레이너. 정말, 정말로 고마워. 나 열심히 할게."


이후에 파머는 그랑프리 우마무스메가 되었다. 


행복한 이야기.








https://arca.live/b/umamusume/97543782 <- 전편인데 안읽어도 상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