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센 학원을 떠나서 잠적생활하는게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난다

슬슬 잠적하며 생활하는 것도 힘들어져가는데, 이젠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느냐면, 그건 아직 트레센을 떠나기 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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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자네에게 새로운 우마무스메의 계약을 맡기고자 하네!"


"네? 새로운 우마무스메와 계약... 이요?"


갑자기 이사장실로 불려간 그 날, 이사장과 타즈나 씨가 새로운 아이를 영입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것이다.


"트레이너 님께서 젠틸돈나 씨와 계약을 맺으신 이후 보여주신 활약은 수많은 분들의 귀감이 되고 계셔요. 그래서 그 경험을 살리셔서 다른 아이도 맡아주시면 어떨까 해서 말씀드리는 거랍니다."


"아..."


하긴, 젠틸돈나의 활약은 트리플 티아라 노선을 택한 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트리플 티아라 축하 인터뷰 자리에서 대뜸 재팬컵 출주를 선언하질 않나,

그걸 또 우승하는 것도 모자라 재팬컵 2연승을 달성하고,

3연승을 못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며 난생 처음 뛰어본 아리마 기념을 화끈하게 우승...


이 정도면 주목받는 게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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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실을 나선 이후, 트레이너실에 돌아오니 이미 젠틸돈나가 한손으로 무거운 쇠공을 마치 고무공 다루듯이 툭툭 던지고 있었다.


"어머, 오셨나요? 트레이너실에 계시지 않길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하하, 미안미안."


"그래서, 어디 갔다 오셨나요?"


"이사장실. 이사장님하고 타즈나 씨께서 우마무스메 추가 영입을 제안ㅎ..."


콰직-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젠틸돈나가 갖고 있던 쇠공은 그녀의 움켜쥐기 한 방에 고운 쇳가루가 되어 트레이너실 바닥으로 바스스 떨어졌다.


"흐응~ 감히 추가 영입을 하시겠다고요?"


"아아아니아니 잠깐만잠깐만잠깐만! 당장 OK한 것도 아니고 고려는 해보겠다 하고서..."


"...그러니까, 거절은 하지 않으셨다, 이거군요."


"그, 그야 확 잘라 거절하진 않았지. 너랑 이야기 좀 하고서 결정하ㄹ..."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받아들이면 되겠죠?"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젠틸돈나가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녀의 눈에선 엄청난 독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그녀에게 잡히면 죽는다, 그것만은 본능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 그럼 천천히 생각해봐! 나, 난 급하게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


하고서 그 날로 후다닥 휴가를 왕창 써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휴가를 거의 쓰지 않고 미루고 미뤄둔 탓에 휴가 정돈 손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젠틸돈나는 자신의 트레이너를 쫓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웃을 뿐이었다.


"이참에 똑똑히 알려드릴 필요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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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며칠째 그녀를 피하는 도피생활이 시작됐다.


그런데 어떻게 여태까지 잡히지 않았냐 하면, 예전에 알고 지내던 괴짜 선배에게 도움을 좀 받았다.

그 선배가 좀 심하게 괴짜 끼가 있어서, 일본 내에서라면 누가 어디에 있는지 주문만 하면 가능하다 한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크게 한 턱 쏠테니 젠틸돈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도움을 받으면서 도망치길 반복했으나... 솔직히 이젠 지쳤다.

그녀는 제대로 쉴 틈도 주지 않고서 집요하게 조여오고 있었고, 점점 도망칠 곳도 없어져가고 있다.


그 때 선배에게 또다시 연락이 왔다.


"야야야 바로 근처까지 왔다. 당장 튀어."


"어우씨... 선배, 도망칠 곳 더 없어요?"


"지금 거리에선 어디로 튀어봐야... 야 잠깐, 너 10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 당장 잡아서 탈 수 있냐?"


"죽어라 뛰면... 될 것 같아요."


"오케이, 그럼 바로 뛰어. 젠틸돈나는 내가 잘 교란할테니까, 넌 잠깐 고향이라도 가서 잠깐 숨 좀 돌려라."


"아니ㅆ 이런 시국에 무슨 고향이에요!"


"야, 나 못 믿냐? 이 선배님 덕분에 지금까지 젠틸돈나한테 안 잡히고 잘 튈 수 있었잖아! 함 믿어봐라!"


"어우... 알겠어요. 그럼 발 좀 잘 잡아주세요."


"오케이-"


핸드폰을 끊고 죽어라 뛰었다.

제아무리 우마무스메라 해도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면 한동안은 젠틸돈나에게서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죽어라 뛰어서 기차에 몸을 실었고,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채 의자에 기대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젠틸돈나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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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왔어."


똑똑똑 노크하며 현관문을 두드린다.

갑작스러운 나의 방문에 엄마는 놀란 기색을 보인다.


"어머, 아들 왔니? 어쩐 일이니?"


"며칠 휴가 내고 내려온거야. 나 며칠만 쉬었다 갈게."


"어~ 참, 네 방에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 한 분 와 있던데 네 손님이니?"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그럴리없어 그럴리없어...


끼이익-


"어머, 꽤나 늦게 오셨군요."


"말끼야아아아아악!!!!!!!!!!!!!"


분명히 선배의 말대로면 저 멀리서 헤매고 있을 젠틸돈나가 방에서 튀어나왔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가에는 💢💢이 가득했다.


젠틸돈나는 놀라서 주저앉은 자신의 트레이너를 향해 일어서서 다가갔다.


"굉장히 묻고 싶으신 게 많은 표정이시군요. 어디서부터 말씀드릴까요?

어느 순간부터 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던 것? 아니면 이상할 정도로 제게서 도망치는 게 쉬웠던 것?"


그런 트레이너가 덜덜덜 떨기만 하며 움직이지 못할 때, 젠틸돈나는 조용히 방문을 닫으며 자세한 정황을 들려줬다.


처음 며칠은 진짜로 추격했던 게 맞았다.

하지만 추격전을 벌일 때마다 자신들의 존재가 계속 세상에 작게나마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고,

현재의 자세한 정황이 밝혀진다면 안그래도 오르페브르나 골드 쉽 같은 일부 우마무스메의 팬덤들 때문에 곤혹을 겪었던 자신들에게 옳다구나 하고 프락치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래서 젠틸돈나가 선택한 방안은 하나.


쾅-


"히, 히이이이이이익!!"


"당신이었군요. 그이의 도주를 돕고 있던 사람이."


"사, 사사사사사사사 살려줘. 난 그놈이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알아요. 그러니, 거래를 하나 제안하려고 해요."


"...네?"


그 거래인즉슨, 앞으로 며칠에 걸치면서 자신이 집요하게 쫓고 있다고 거짓 연락을 하면서 서서히 트레이너를 트레이너 자신의 본가 쪽으로 몰아넣으라는 것.


"거절한다면... 알죠?"


젠틸돈나의 손에는 선배 트레이너의 현관문 문고리가 잡혀 있었다.

힘을 좀 준다면 저 문고리조차 하나의 깡통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겠지.


"...그렇게 된 거랍니다♪"


애초부터 호랑이의 아가리 속으로 다이빙할 뿐이었던 도주극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이제 와서 도망치는 건 틀렸다.


"아들~ 엄마는 잠깐 장 좀 보고 올게~ 장 보고 오는데 시간 좀 오래 걸릴거야~"


"아니야 엄마 나가지마 혼자두지마 나좀 살려ㅈ으읍읍!"


"쉿- 누가 들으면 잡아먹으려 드는 줄 알겠어요."


"읍읍으브ㅂ븝 읍읍!!!"


"그럼, 트레이너의 어머님께도 허락은 받아뒀고...

저희 좀 길~게 ████ 좀 나누실까요?"


"으으으으으으으으으읍!!!!!"


그 이후 엄청 길고 긴 ████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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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

젠틸돈나와 길고 긴 ████를 나눈 결과, 결국 젠틸돈나의 뜻대로 하는 걸로 기울게 되었다.


이후 몇 달 뒤 갑작스러운 젠틸돈나의 은퇴 선언 후 그녀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종적을 감추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몰래 글 하나 쓰고 ㅇ


<이미 ████ 당한 트레이너입니다>






시발 내가 무슨 병신같은 글을 싸제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