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담당 루돌프는 커리어 내내 압도적인 실력과 그 실력에 걸맞는 실적에 트레센의 학생회장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위엄과 인품 덕에 어디를 가든 항상 주목을 받아왔고 


그녀의 마지막 은퇴 경기 마저 압도적인 성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아쉬움을 받으며 눈물 섞인 박수 갈채 아래 화려하게 마무리 되었다


루돌프의 졸업 까지 1~2년 정도 남았으나 트레센의 학생회장이라는 직함은 아직 유효 하기에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바쁜 모양이다




" 이제 때가 되었다...트레이너 군 나와 함께 해주지 않겠나? "




이 말을 들은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나같은 생 초짜 신입 따위가 수많은 엘리트 트레이너들을 제치고 루돌프의 담당이 되다니 "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트레이너가 우마무스메를 스카우트 하는게 기본이지만 난 그녀에게 역으로 선택 받았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는 엄청난 화젯거리 였다 왠 듣도보도 못한 초짜가 그 심볼리 가문의 그것도 그 루돌프의 담당이라니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었다 다행히 심볼리 가문의 보호 덕에 별 탈은 없었지만 그 뒤로 나는 루돌프의 은퇴 당일 까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올랐고 모든 메스컴과 기자들은 의심과 의혹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 보았다




" 저 사람이 그 심볼리 루돌프의 트레이너? "




" 흥, 운 하난 지지리 타고난 놈이네 "




" 솔직히 루돌프 정도의 우마무스메를 데리고 저 정도도 못하면 트레이너 때려쳐야지 "




"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해도 우승 시키겠다 "




이런 견제들 역시 그녀의 은퇴 당일까지 계속 되었다, 물론 그럴때마다 난 별 대응 하지 않았긴 했지만 루돌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 번은 이러한 무례한 발언에 욱한 루돌프가 나 대신 화를 내기도 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의견들 역시 마냥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런 말 하나하나에 상처 받고 의미 부여 하면 루돌프의 트레이닝과 스케줄 관리에 피해가 생기기에 최대한 의식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행히 그 노력들이 헛되진 않았는지 적어도 트레센 내에서는 그러한 말을 듣는 일들은 없었다 오히려 꽤 취급이 좋은 편이었다




" 그리고 뭐 그렇게 욕 먹는게 처음도 아니고 "




트레센 내에 있는 지금은 쓰지 않는 작은 건물, 이사장님과 타즈나씨의 배려로 이곳을 숙소 삼고 지내며 출퇴근 한지도 3년이 지났다


막상 생각해 보면 여기보다 트레이너 실에서 지낸적이 더 많은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지냈다 


적어도 오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 이제 이 진통제랑 근육 이완제 연고랑 붕대 파스들도 안녕이구나 누가 보면 무슨 킬러 아지트인줄 알겠네 "




난 기술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초짜였기에 너무나 뛰어난 그녀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과 믿음에 어떻게든 부응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무식할 정도로 수 많은 훈련 자료들을 외웠고 무식할 정도로 몸으로 때웠다 트레이닝 후 신체의 어느 부위가 자극이 가고 어느 쪽이 무리가 가는지 


레이스 직후에 어느 부위의 통증이 심한지 그 통증을 완화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 내 몸을 실험대 삼아 내가 할수 있는 최대의 무게로 최대한 우마무스메들이 하는 훈련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 노력 했다 


운 좋게도 그렇게 몸으로 때워서 얻어낸 데이터들이 헛되지 않았는지 루돌프는 그 격한 수많은 대회를 치루면서 단 한번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물론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아이가 내 트레이닝에 만족하고 땀을 닦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아픈것도 사라지고 피곤함도 없어졌다




" 진짜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까지 이제 몇 걸음 안 남았구나 루돌프 "




모든 우마무스메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다소 허황되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을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 냈다 


루돌프의 은퇴 경기는 지금까지의 다른 은퇴 경기들과는 비교도 안 될정도로 나올 정도로 화려했고 아름답게 마무리 됐으니


그녀의 앞길은 앞으로도 탄탄대로일 것이다 내가 해준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더 많은 지원을 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그녀는 계속해서 이상을 향해 나아갈것이다 


너무나도 잘 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 ...그 시리우스도 그 날 만큼은 순수하게 루돌프를 축하해 줬는데 난 왜 "




심볼리 루돌프를 만난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이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나 같은거에겐 분명 과분할만한 행운이고


최고의 행복일텐데 낮설지 않은 이상한 기분이다 






=======






" 좋아...일단 오전 서류 작업은 끝! "



" 수고하셨습니다 회장 "



" 고마워 그루브 네 덕분에 점심시간 전에 끝냈어 "



" 브라이언이 있었으면 더 빨리 끝났겠죠 이럴때만 되면 귀신 같이 사라진단 말이죠 "



" 너무 그러지 마, 어찌됐든 둘이서 마무리 지었지 않나 "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심볼리 루돌프와 에어 그루브




" 자 그럼 오랜만에 씩씩 하게 식사 하러 가보자고! "



"....아, 그...그럽시다 오랜만에 회장이랑 같이 점심 먹겠네요 "



" 그러게 은퇴 하고 나니까 이렇게 작업 이후에도 친구들과 점심 먹을 여유도 생기고 이럴줄 알았으면 더 빨리 은퇴 할걸 그랬어 "



"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성적도 항상 상위권 유지에 풀 트레이닝과 트레센 내 주요 서류 작업들에 레이스 준비까지,진짜 과로사 안 한게 대단합니다 "



" 후후후 그건 모두 우리 트레이너 군 덕분이지 언제나 그 순간에 나한테 가장 필요한 일들을 골라서 해줬거든 "



' 하여튼 트레이너 얘기만 나오면 금방 표정 풀어지신다니까...'




잠시 후 카페테리아에 도착한 루돌프와 에어그루브




" 회...회장님이다! "



" 에어그루브 선배까지? "



트레센의 학생 회장이자 황제 루돌프의 갑작스러운 등장 이후 순식간에 루돌프와 에어그루브의 미팅처럼 되버린 카페테리아



" 하아...이거 곤란하네 "



" 자자 여긴 모두가 이용하는 카페테리아이지 않나?, 다들 조금은 진정해 주고 즐거운 점심 시간을 만끽해 보자고 "




루돌프의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다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 그 많은 인원이 한 번에...새삼스럽긴 합니다만 진짜 대단합니다 "



" 내가 뭐 했다고 그러나 우리 학생들이 착한거지 뭐, 그나저나 오늘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은거 같군, 음식이 별로인가? 그럴리가 없는데 "



" 아마 곧 팬 감사제라 그런거 아닐까요? 각자 본인들이 생각해둔 부스나 이벤트들 준비하느라 그런것 같네요 "



" 팬 감사제라...,항상 학생들이나 트레이너들의 부스 신청을 검토하거나 허가 신청만 해줬을뿐 정작 그 

감사제를 제대로 즐겨본적 없는데 아마 이번이 처음이 되겠군 "



" 작년엔 에이신 플래시와 그녀의 트레이너가 만든 제빵 부스가 가장 인기 많았었죠 이제 은퇴도 하셨으니 이 참에 트레이너 분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구경 해보는건 어떠한지? "



" 후후후 그건...상상만 해도 즐겁네, 그런데 트레이너 군도 즐거워 할까?, 내가 부르면 오기야 오겠지만 억지로 나한테 맞춰주는건 나도 불편하거든 "



" 하긴 회장의 트레이너 분은 뭐랄까...조금 유별나긴 하죠 분명 되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 이란건 알겠는데 조금 미스테리한 느낌? 지나가면서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니까요 "



"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아직도 트레이너 군에 대해 모르는게 많아, 나의 이상을 함께 지지 해주고 나와 같은 길을 걸어주며 이 자리까지 날 이끌어준 트레이너 군인데 그런 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니..."



" 조금 의외네요 회장과 트레이너는 메지로 가문의 일심동체를 넘어선 그 무언가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



" 에이 아무리 그래도 너만 할까? 휴일마다 트레이너 집에 가서 청소 해주고 온다며? "



" 그..그건 그 얼간이 녀석이 생활 패턴이 너무 엉망이라서! "



" 아하하하하!!, 너무 부끄러워 하지 마 "




서로의 트레이너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잠시 산책을 하는 두 사람,




" 상당히 많은 자재들이 들락날락 하는걸 보니 진짜 곧 감사제 라는게 실감이 나는군 "



" 어? 회장 저기 저 분 혹시? "



축제 준비를 위해 꽤나 분주한 라이브 공연 연습장, 트레이닝이나 루돌프와의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루돌프의 트레이너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갈 바라보고 있다



" 트레이너 군? "



" 점심 시간에 회장의 트레이너를 목격 하다니 진짜 귀한 일이네요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건가 "



때마침 라이브 공연 연습장에 피아노 한대가 설치 된 후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직원들에게 다가가 뭔갈 얘기 하더니 잠시후 슬쩍 피아노 앞에 앉는 루돌프의 트레이너



" 우리가 있는걸 모르나 보네 트레이너군 "



루돌프가 의문을 품는 사이 천천히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는 트레이너, 잔잔하면서도 은은히 라이브 공연장을 채우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눈을 지긋이 감고 계속해서 연주를 이어가는 트레이너

  





=======






" 휴...아 죄송합니다 살짝만 쳐본다는게 저도 모르게 그만..."



" 아휴 뭘 사과를 해 덕분에 귀 호강 했는데 뭐 "



" 이야~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니 다시 봤어~ 그 몇 년간 어떻게 참고 산거야? "



" 저도 놀랐네요 설마 아직도 기억 하고 있을줄은 몰랐거든요 "



" 회장 트레이너씨 장난 아니네? 이런거 전혀 모르는 내가 들어도 장난 아닌게 느껴졌어 혹시 예전에 피아노 전공 했던거야? "



" 그냥 심심풀이로 몇 번 쳤던거 뿐인데요 뭐 "



" 그보다 처음 들어보는 건데 어떤 곡이야? 클래식은 아닌거 같은데 "



" 그닥 안 유명한 곡이라 다들 모르실 거에요 애초에 그냥 심심풀이로 가끔 쳐본거라 퀄리티는 보장 못 합니다 "



" 심심풀이 수준이 아니구만 뭘 우리 학생들의 그 파이팅 넘치는 라이브도 좋지만 이렇게 차분하고 잔잔한 라이브도 괜찮네 "



" 어쩄든 피아노 상태는 괜찮네요 다만 여기 건반이랑 페달 쪽이 살짝 나사가 헐거워 진거 같으니까 옮기실떄 조심 하세요 그럼 "




계속되는 직원들의 칭찬에 부끄러운지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트레이너, 루돌프와 에어그루브가 자신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는건 

전혀 알지 못한채 반대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 크흠...너무 넋 놓고 듣고 있었네요, 저기 회장?, 여보세요~ "



" 아...미안해 방금 뭐라고 했나? "



" 아뇨 그냥 너무 넋 놓고 계시길래요 "



" 그럴만한 퀄리티 였으니 말이야 나도 조금 어릴때 가족들 따라 이런 연주회에 종종 갔던 기억이 났는데 내가 좀 편파적 인걸수도 있으나 내 귀엔 그 어떤 연주들 보다도 아름다웠어 "



" 이렇게 잘 치는데 왜 그리 숨겼던 걸까요, 그런데 뭔가 낮익은 곡인데..."



" 후...뭐랄까 난 정말 트레이너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게 새삼 느껴지는군 "



" 이제라도 알아가면 되죠 일단 오늘 하나는 알아냈잖아요? "



" 그래 그 말이 맞아,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알아봐야겠어 "



때마침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리고 일단 남은 서류 작업들을 위해 다시 학생회실로 돌아가기로 하는 두 사람



' 3년 동안 정말 많이 트레이너 군과 시간을 보냈는데 난 트레이너 군의 취미도 취향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 무엇 하나 알려고 하지 않았어 지난 시간 동안 언제나 날 위해서 살아온 트레이너 군의 그 노력과 희생들을 나도 모르게 너무 당연히 여긴건가 반성 해야겠어 '



' 그나저나 당연히 둘은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이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부분은 꽤 느리네 '




각자 생각에 잠긴채 천천히 학생회실로 발을 옮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