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경마가 주 주제인 말딸챈에 자꾸 승마에서 활약한 말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만..

그래서 우마무스메 3기는 나오는 거겠지?


아무튼











위 짤에 나오는 말딸들은 일본의 경마에서 한 족적을 그은 말들이 모티브다.

물론 이들은 완전무결하지 않다. 

성격이나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하지 못했거나 혹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말들도 있다.




하지만 (우붕이들이 동의는 안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완전무결 혹은 완벽이라는 것이 존재할진 모르되 그것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고,

누구도 엄두내지 못할 위업을 달성하나 극복하지 못한 결점으로 몰락하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신화와 전설속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일런트 스즈카랑 토카이 테이오의 삶을 생각한다면 좀 해피하게 끝나면 덧나나...)



그리고 이제 소개할 그라나트(Granat, 가넷, 석류석)또한 이러한 삶을 살았던 말이었다.





그라나트의 품종은 홀슈타인이다.

혹시라도 젖소 홀스타인이 떠오른 우붕이는 눈치가 좋은 것이니 기뻐해도 좋다.

이 홀슈타인 품종명의 유래는 그 젖소와 비슷하게 지역명에서 따온것으로 이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서 따온거다.




(그라나트의 할아버지, 코티지 선. 영국 승마계의 레전드다.)


아무튼 그라나트는 1965년 콘술과 살라미(..)사이에서 태어났다.

지금까지 소개한 말 중 그나마 혈통이 평범?한게 뵈어만인데, 얘도 좀 비범한 혈통을 지녔었다.

콘술의 부마 즉 그라나트의 할아버지가 코티지 선(Cottage Son)으로, 서러브레드였지만 흔히 말하는 고집스럽고 귀차니즘에 쩔어있던 말이었다.


그래선지 경마를 뛰는걸 드럽게 싫어했지만 어차피 경마가 목적이 아니어서 왕실소유의 홀슈타인, 트라케너들을 번식하는 삶을 살았다.

웃기게도 얘의 혈통에서 마장마술, 장애물비월을 풍미했던 서러브레드들이 나온 편이었다보니, 

기행의 나라 영국답게 얘를 이용해서 개량하자! 라는 취지였는데 정답이었다.


진짜 승마 특히 장애물비월에서 두각을 드러낸 애들을 배출했고, 마장마술에서도 나름 활약한 애들을 배출했다.

어떤 의미에선 훗날의 성과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받은 이름은 코냑이었다.

......거 이름좀 잘 짓지 이름을 대충 지은 댓가인지 술안주가 될뻔한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코냑은 처음엔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말이었다. 

코티지 선의 혈통이라 한들 그 아버지인 콘술은 그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해 이탈리아로 팔려왔고,

그 혈통의 특징인 성격과 무거운 체중, 특유의 못생긴 두상이 두드러져있던데다 감기까지 걸리는 약한 체질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피는 분명히 흐르고 있었고, 그 잠재된 재능을 알아본 스위스에서 온 두 사람이 있었다.

한명은 마장마술의 강사 게오르그 발(Georg Wahl) 또 한명은 그의 제자 크리스틴 스투클버거(Christine Stückelberger).




(크리스틴. 그녀는 모니카 테오도레스쿠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말의 혈통만으로 낼 수 없는 성과를 냈다.)

크리스틴은 코냑을 산 뒤 이름을 그라나트로 명명했다.


하지만 그라나트는 아직 이름에 걸맞는 보석이 아닌 원석이었고, 이를 깎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마구간에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애교쟁이였으나 연습과정에선 신경질적인 고집쟁이었다.

혈통에서 유래된 그 고집과 신경질은 남성기수도 지치게 만들었는데, 하물며 여자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오르그는 아직 그라나트가 어리기 때문이라며 크리스틴을 다독였고 직접 개입도 해봤지만, 그럼에도 그라나트의 신경질은 이상했다.






(마루젠스키의 다리처럼, 그라나트는 태어날때부터 결함을 품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부른 수의사는 그들의 불안. 즉 그라나트의 결함을 확신시켰다.

석류석이 그야말로 수류탄(폴란드어)이 된 순간이었다.


결함의 심각성은 전 마주가 받은 돈과 지금까지 들인 비용을 배상했음에도 그라나트를 크리스틴이 가져도 될 수준이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실망한채로 그라나트를 게오르그의 지인에게 팔았다.


하지만 게오르그는 스승의 신념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훌룡한 기수와 천재적인 말이 만나면 만들어낼 결과에 미련이 남아있었다.


게오르그는 그라나트를 자신의 마구간에서 머무르게 하면서 18개월간 훈련시킨 결과 오스트리아의 승마대회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게 만든 뒤,

그 성과로 크리스틴을 설득해서 그라나트를 다시 사오도록 만들었다.


그라나트의 결함을 고친건 아니었다 보니 성과와 별개로 크리스틴은 지쳐갔고, 게오르그에게 대들었다.

이런 결함있는 말에 더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더 이상 쏟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게오르그는 자신이 존경해온 스승이 입에 달고살던, 

그리고 자신의 신념이라 할 수 있는 몇마디의 말로 크리스틴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마장마술을 위한 말은 없다. 말을 위한 마장마술만이 있을 뿐이다."

"사나운 말은 사납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처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게오르그는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스페인 승마학교의 수석기수였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스페인 승마학교의 강사이자 마장마술의 대가, 그리고 네로의 기수로서 기적을 실현시킨 알로이스였다.

운명의 장난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라나트의 부계혈통은 네로의 부마 즉 즉 독일경마의 한 시대를 풍미한 다크 로널드의 후손이었다.



게오르그는 아무리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말이라도 기수와의 교감과 노력으로 바뀌고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스승인 게오르그와 네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


크리스틴은 스승의 스승이 그러했듯이 인내심과 믿음 그리고 신뢰로서 그라나트를 대하기 시작했고,

그라나트 역시 네로와 마찬가지로 점차 크리스틴을 따르고 점차 재능을 개화하기 시작했다.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그라나트와 크리스틴 듀오의 첫 승마 그랑프리 데뷔이자, 그 드물다는 7세 데뷔였다.


기존의 6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위스의 선수들과 말들은 은퇴하고 루키들이 대표였던 상황이었다.


크리스틴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라나트의 결함도 걱정되었지만 15가지의 걸음변환을 마스터하지 못한 상황임을 밝혔으나,

감독 그리고 동료기수들은 그럼에도 크리스틴이 그라나트와 나가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그들의 눈은 정확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마장마술 개인 15위, 단체 7위라는 성적은 루키들에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히 심사위원과 관중들에게 그라나트를 각인 시키는 것 역시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그라나트가 결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첫 데뷔가 이 정도면 오히려 호재였다.

올림픽 이후의 승마대회부터 그라나트와 크리스틴은 한 시대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유럽 각국의 승마대회에서 동메달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며,

74년 세계 마장마술 대회 단체 동메달과 75년 유럽선수권 대회 개인 금메달과 단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73년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으나 그라나트가 결함으로 인해 치료받느라 다른말로 수상)


관중들이 마차나 끌것같은 덩치라고 했던 그라나트와 그 기수 크리스틴이 보여준 클래식 마장마술은 그들을 아닥시키고

75년엔 독일 관중들이 대놓고 샴페인 한박스를 그라나트의 우승에 배팅할 정도였으며,

심사위원들은 그라나트와 크리스틴을 네로와 알로이스의 재림 혹은 그라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록 수상식때 상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행동은 여러모로 거만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크리스틴은 그라나트를 애칭인 그라니라고 불렀는데, 독일기수와 관계자들은 그 전설속의 영웅 시구르드가 타던 그 말로 알아들었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모두가 그라나트와 크리스틴의 독주를 예상했다.


하지만 크리스틴과 게오르그 만큼은 이를 모험으로 여겼다.

이전 도쿄와 멕시코시티 올림픽으로 비행기라는 이동 수단은 말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특히 크리스틴과 게오르그만이 아는 결함 생각하면 그라나트에게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였다.


이미 75년에도 비행기의 소음과 덜컹거림은 가넷을 광포하게 만들었던 만큼,

크리스틴과 게오르그는 말과 같은 칸에 타서 그라나트를 안심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도착한 몬트리올에서 그라나트가 너무나 많이 흥분해있던 만큼 연습대신 진정시키기를 택했으나

시차적응 및 환경적응을 위한 선수들의 모의경기에서도 그라나트는 두 다리로 서곤했다.

근데 이러고도 3위해서 독일 선수들은 '졸렬한 스위스 놈들 또 전략숨긴다' 이랬다.


이는 반은 맞는 판단이었다.

크리스틴은 그라나트를 신뢰했고, 그라나트가 진정만 한다면 연습따위 안해도 메달은 딴다는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저 해리 볼트는 64년 도쿄올림픽때 그 또라이 뵈어만덕에 은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도...)

그리고 그라나트는 크리스틴의 예상대로 독일인들의 꿈과 희망을 깡그리 부수고, 





마장마술 개인 금메달, 단체 은메달을 수상했다.

세공이 완성된 석류석이자 영웅이 타던 명마의 재림이었다.


이 이후 유명세를 탄 크리스틴과 그라나트는 여러모로 바빠졌다.

정확힌 그라나트가 휴식을 즐기게 하기 위해 크리스틴은 온갖 인터뷰나 행사, 회의 등등에 나가야 했다.

(크리스틴이 참석하는 조건은 그라나트를 대중앞에 내세워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 조건이었다.)





올림픽 이후에도 각국의 그랑프리에서 그라나트와 크리스틴이 출전하면 앵간한 기수와 말들은 스스로 사퇴했고,

유럽 선수권 대회에선 77년 마장마술 개인 금메달, 단체 은메달. 79~81년 은메달과 단체 동메달(79), 은메달(81)

세계 마장마술 대회에선 78년 개인 금메달, 단체 은메달. 82년 개인, 단체 은메달을 수상했다.


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은 이례적인 올림픽이었는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하고자 왠만한 스포츠 선수들은 보이콧을 선언한 올림픽이었다.

그 덕에 모스크바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올림픽을 대신하는 올림픽 페스티벌들이 열렸다.

(그 덕에 저 당시에 참가한 수상자들은 그냥 실력없는 선수들 취급받았고, 실제로도 빈집털이 맞았다...)


물론 승마도 예외는 아니었고 크리스틴 역시 모스크바를 보이콧하고 대신 영국의 굿우드에서 수상했다.

크리스틴 개인의 신념도 있었지만 나이가 참에 따라 결함이 점차 그라나트를 목조여오고 있었던 만큼 다시 비행기를 다시 타는것은 그라나트의 건강에 도박이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82년 세계 마장마술 대회를 끝으로 그라나트 혹은 그라니는 승마를 은퇴했다.

원래는 80년을 끝으로 은퇴시키려 했지만, 그라나트의 빈자리를 채울 말이 나타날때까지만 은퇴를 미뤄달라는 부탁으로 미뤄오고 있던 순간이었다.

물론 이때도 당연히 반대는 있었다. 비록 17세의 말이었으나 그 실력은 의심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크리스틴과 게오르그는 다른 승마기수들과 관계자들에게 그라나트의 결함을 밝혔다.















그라나트는 태어난 순간부터 오른쪽 눈이 실명된 상태였다.






사람과 달리 말의 눈은 한쪽이 멀면 그 방향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의외로 겁이 많은 말에게 있어 이는 치명적이었고, 마장마술에 한해선 더욱 치명적인 문제였다.



특히 시야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익숙치 않은 혹은 처음보는 관중들의 환호나 박수는 그라나트를 공포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수상식때 그라나트의 이상행동 역시 이 이유였다.


석류석의 흠집, 영웅의 약점이었다.


크리스틴은 이러한 그라나트의 결함, 아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시합이 시작하기 전 매일 아침 일찍 경기장을 돌고 구석 구석을 보여줬다.

말에서 내려 걸을때는 크리스틴은 그라나트의 오른편에 서서 오른쪽 눈을 대신하였고, 메달이나 무언가를 보여줄땐 언제나 왼쪽 눈에 보여줘야 했다.


73년의 불참 역시 왼쪽 눈을 다쳐서 치료를 해야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던 와중 79년엔 그라나트의 오른쪽 귀 역시 점차 멀어가기 시작했다. 더이상 은퇴를 미룰수가 없게 된것이다.






1982년부터 그라나트는 크리스틴과 게오르그를 도와 후배 기수와 말들에게 마장마술 강사로서 활동했다.

(단 크리스틴의 선수경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 대회에 몇번 더 나간다.)



그리고 1989년 그라나트는 24세의 나이로 자신의 믿음직했던 파트너인 크리스틴의 곁에서 뇌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름다운 보석의 끝이자, 영웅다운 삶의 끝이었다.







ps1.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안타까운 일화로 좀 많이 감상적으로 썻다. 얘랑 마루젠스키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면 그건 사탄같은 존재일거 같다.


ps2. 게오르그는 예전에 모니카 테오도레스쿠의 아버지이자 독일의 마장마술 마스터인 조지 테오도레스쿠에게 그라나트는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조지는 장애가 있는 말에 대한 독일 승마의 노하우를 제공하긴 했는데.......

정작 도와주면서도 '저 스위스놈들 저번 도쿄올림픽도 그렇고 또 구라치네. 그렇게 명분없이 고개숙이기가 어렵냐?'이러고 넘겼고, 

모니카역시 아빠한테 듣고 스위스 놈들이 하는 구라라고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