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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그래스 원더 오른쪽 어깨 근육통 발생


수의사가 「경기는 무리. 휴양 시켜야 합니다」라고 했지만


오가타 조교사는 이에 분노를 터뜨리며 사방으로 상담을 구하고 수영장에 넣어 근육을 푸는 등 오사카배에 맞추기 위해 진력을 다했고


어떻게든 오사카배에 출전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비극이 연이어 찾아왔다


오사카배를 앞둔 최종 훈련까지 끝내고 출마 준비가 완료된 목요일 오후


그래스 원더가 마구간 안에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다


왼쪽 눈 바로 아래가 찢어진 것이었다


「선생님, 큰일입니다. 마구간에 와보니 눈이 피투성이입니다!」


임금 교섭을 위해 도쿄에 와있던 오가타 조교사는 그 소식을 듣고서는 경천동지하며


쓰러질 것만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 곧장 수의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못 나갑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 뒤로 문제없이 눈을 치료받은 그래스 원더였지만


어째서 그래스 원더의 눈이 다친 것인지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


3월의 나카야마 가념에서 4월의 오사카배


계속해서 미루어진 그래스 원더의 복귀전은 결국 5월의 경왕배 스프링컵까지 미루어지게 된다


이전 경기인 아리마 기념보다 1100m나 더 짧아진데다 2살마 시절 이래로 처음 맞이하는 1400m의 경마장


거기에 계속된 부상까지


그래스 원더는 그런 불안 속에서도 1번 인기를 받으며 경왕배 스프링컵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수많은 부상을 겪었더라도 그래스 원더는 그래스 원더였다





결과는 3/4 마신 차이 우승


스퍼트 타임은 33초3이라는 경이적인 기록


마토바 기수가 선두 마군을 보고서도 「모두 멈춰서있군」 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그래스 원더는 다시금 완전 부활한 듯이 보였지만


그에게 내려진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레이스인 야스다 기념 직전


6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의 무더위가 맹습한다


눈덩이가 검게 변해가는 그래스 원더


작년에 그래스 원더가 더위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 오가타 조교사는 나쁜 예감이 들었고


그 불안은 적중했다





야스다 기념 당일


도쿄 경마장의 출장 마구간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래스 원더가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두눈 주위는 이미 거멓게 물들어 있었고


그 상태는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패독에 모습을 보였을때도 땀으로 축축히 젖어있던 그래스 원더는





아직 격이 떨어지는 말인데다 이미 지난 경왕배에서 승리 했었던 에어 지하드에게 코 하나 차이로 2착 패배


또다시 패배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는 만전의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출마하지 않겠다」


오가타 조교사는 분함에 이를 갈며 그런 말을 남겼다


마토바 기수는 「내 탓이다. 내 탓이다」라며 자책할 뿐이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더위가 한풀 꺾이자 그래스 원더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무렵, 그래스 원더의 눈가에 있던 검은기운도 점차 사라지고


타카라즈카 기념 2주 전


장고를 거듭하던 오가타 조교사는 드디어 OK 사인을 내렸다


그렇게 어렵사리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마하게 된 그래스 원더


그곳에서는 그를 기다리던 한 동기말이 있었다





스페셜위크


사츠키상과 킷카상에서는 아쉽게도 세이운 스카이에게 왕관을 내주었지만


일본 더비에서 우승하고 전년도 천황상 봄 우승마인 메지로 브라이트를 때려눕히며


올해의 천황상 봄을 제패한 더비마


이미 연내 은퇴를 발표한 뒤 개선문상에 도전할 것을 상정하고 기세를 올리기 위한 무대로 타카라즈카 기념을 선택


팬투표 1위에 선정되어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마하게 된 명마였다


「2강대결」 「GS 대결」이라 불리우며 맞붙게된 그래스 원더와 스페셜 위크


1번 인기는 중상 3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1.5배의 스페셜 위크





그래스 원더는 2.8배의 2번 인기로 나서게 된다


시작된 레이스


슬로우 페이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처음엔 나란히 달리던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였지만





스페셜 위크가 선행책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고


그래스 원더는 그런 스페셜 위크의 뒤를 바짝 따라가며 철저하게 마크를 한다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는 스페셜 위크의 타케 유타카 기수


그래스 원더는 스페셜 위크를 바라보며 그 뒤를 조용히 쫓을 뿐이다


진입하는 4코너


과거 라이스 샤워를 타고 미호노 부르봉과 메지로 맥퀸을 저격했던 「히트맨」 마토바 기수의 감각이 점점 예리해지기 시작한다





주변의 다른 말들에게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는다





표적은 단 한 두





동기인 더비마





스페셜 위크가 직선으로 빠져나온 그 순간





그래스 원더가 바깥에서 맹습을 가한다


뒤에서 가해진 갑작스러운 기습


순식간에 따라 잡힌 스페셜 위크





「두 말의 일기토인가, 그래스 원더 제쳤다, 제쳤다!!」


경합할 여지조차도 주지 않는다





「스페셜 위크 지는 것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스페셜 위크를 제친 그래스 원더는





「그래스 원더 선두, 멀어진다, 멀어진다!!」


그대로 질주





「마토바, 마토바, 마토바다! 역시 마토바는 무서웠다!!」


1착 승리


「이긴건 그래스 원더!!!」





스페셜 위크와의 차이 3마신


3착 스테이 골드와는 7마신의 차이


그래스 원더는 더비에 나갈 수 없는 말이었지만


더비마에게는 이길 수 있는 말이었고


표적을 정한 「히트맨」은 한번 정한 먹이감은 놓치지 않는 기수였다


사츠키상, 킷카상 우승마 세이운 스카이 아리마 기념에서 격파


일본 더비 우승마 스페셜 위크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격파


3관 격파를 해낸 그래스 원더에게 이제 적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를 향한 시련의 손은


추격을 멈추지 않고 또다시 그래스 원더에게 찾아왔다





여름동안 휴양을 마치고 가을의 초전으로 작년 5착 패배라는 악몽을 선사한 마이니치 왕관에 복귀한 그래스 원더


메이쇼 오도에게 기습을 당한 그래스 원더는 기나긴 사진 판정 끝에 코 하나 차이로 간신히 승리


좌코너에 약점을 보이기 시작한 그래스 원더


그렇게 힘겹게 복귀전을 끝마친 그래스 원더는 또다시 재난을 겪게 된다


마이니치 왕관 이후, 어느날 아침


마구간에서 나온 그래스 원더가 이상을 표한다


「명백하게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이번엔 어디지? 라는 느낌이었고 가을 시즌은 절망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곧 은퇴하게 될 오오니시 마부는 이대로 애마와의 결별을 각오했을 정도였다


원인은 왼쪽 겨드랑이 근육의 근육통


결국 이 부상을 원인으로 그래스 원더는 재팬컵을 회피하게 된다





이제 남은 목표는 아리마 기념


그렇게 시작된 딜레마와의 싸움


아리마 기념까지 남은 시간은 2달여간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다


강한 훈련을 하면 부상 재발의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훈련의 강도를 낮춘다면 체중관리에 실패한다


하지만 식욕왕성한 그래스 원더의 먹이를 제한할 수도 없다


레이스까지 남은 시간을 역산해 보면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나날의 연속


마토바 기수가 「다른 말을 타고 있는 것 같았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안 좋은 상태에서


제시간에 맞출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금 더 체중을 줄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미 떠나가고 있던 그랑프리호에 그래스 원더는 간신히 끄트머리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만신창이의 그래스 원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천황상, 재팬컵을 연승하고 타카라즈카 기념 때보다 몇단계는 더 파워업 된 스페셜 위크


기세도 오르고 순조롭게 이겨나가던 스페셜 위크와 비교하자면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난 그래스 원더에게 유리한 점은 무엇 하나 없어 보였다





거기에 패독에 오른 마토바 기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준비 운동으로 천천히 걷던 그래스 원더가 눈에 띄게 아파하던 것이다


여느때보다 훨씬 더 주의 깊게 걷게 하자 어떻게든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은 사라졌지만


타케 기수가 자신을 내려다 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셜 위크는 뒤에서 올 것이다」


타케 유타카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미로, 만약 다른 말들에게 지더라도 그래스 원더에게 만큼은 선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예측은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타케 유타카는 그런 전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남자였다


이제 그래스 원더에게 도망갈 길은 없었다


모든 말들이 게이트로 들어가고,


장송곡은 천천한 템포로 시작됐다


슬로우 페이스인데도 글래스 원더는 뒤에서 세번째


스페셜 위크는 최후미라는 이 위치가


장내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1코너를 지나고 나서는 더더욱 페이스 다운


숨이 막힐 듯이 무거운 진행


그렇지만 두 말은 그곳이 지정석인 것 마냥 벗어나질 않는다


3코너를 지나자 스페셜 위크가 오는 것을 한계까지 기다리던 그래스 원더가 먼저 앞으로 움직였다


순간 집중력을 극한까지 벼리고 있던 타케 기수가 스페셜 위크를 바깥쪽으로 꺼내 추격태세를 갖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타카라즈카 기념과는 역전된 입장에서 달리는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


하지만 일대일 싸움이라면 쫓는 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당연한 상식


마지막 직선


한발 먼저 츠루마루 츠요시가 빠져나오고


테이엠 오페라오가 제친다


그래스 원더는 앞서가는 두 마리를 따라잡는데 고전하고


타케 기수가 이 틈을 놓칠 리 없다





스페셜 위크가 순식간에 쫓아 나란히 달린다


마지막 직선 중반까지 앞서 달리던 두 마리를 그래스 원더가 제치고


스페셜 위크가 그런 그래스 원더를 제치면서 동시에 골


그래스 원더와 스페셜 위크 두 말이 동시에 결승 테이프를 끊게 되었다





들어가는 사진판정


3착으로 들어온 훗날의 「세기말 패자」 테이엠 오페라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승리를 확신한 타케 기수는 이미 관객석 앞으로 가 주먹을 치켜세우고 있었고


패배를 각오한 마토바 기수는 얼굴을 굳히며 결과를 기다린다


울려퍼지는 유타카 콜


그리고 기나긴 사진판정의 결과가 나왔다





전광 게시판에 가장 위에 올라온 숫자는 7


그래스 원더의 승리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한 타케 기수는 치켜세우던 손을 내리고


포기하고 있던 마토바 기수의 얼굴이 밝아진다


천국과 지옥의 대역전


경마 역사에도 길이 남을 이 명승부는 4cm… 코 하나 차이로 결착나게 되었다


「완전히 제쳐졌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작년의 아리마 기념보다도 더 안 좋은 상태로 잘 버텨주었다. 이걸로 그랑프리 3연패. 정말로 대단한 말이다」


감격에 겨운 마토바 기수가 그래스 원더를 세워주었다


결승선에서의 연속 사진을 프린트하던 카메라맨이 감탄을 토한다


「이것 좀 봐봐. 이 많은 사진 중 그래스 원더가 스페셜 위크보다 앞서 있던 건 정확히 결승선을 통과한 한 장 뿐이야. 믿어지지 않는군」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승리였다


스피드 심볼리, 심볼리 루돌프를 이어 사상 3번째 아리마 기념 연패를 달성


스피드 심볼리 이래 사상 2번째 그랑프리 3연패를 달성


비록 연도대표마와 최우수 4살 이상 수말의 영예는 개선문상의 엘콘도르파사에게 빼앗겼지만


그래스 원더는 스페셜 위크와 함께


오구리 캡, 토카이 테이오, 라이스 샤워, 사일런스 스즈카의 뒤를 이어


사상 5번째 특별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값진 승리의 달콤한 맛에 취한 것도 잠시


짧은 시간동안 급하게 밸런스를 맞추며 아리마 기념을 출마한 반동은 예상보다도 훨씬 컸었다


그래스 원더의 몸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아리마 기념 이후 3주동안은 제대로 훈련도 못 받을 정도였고


2월 중순까지도 상태는 호전되지 못했다


아리마 기념에서 몸도 정신도 모두 하얗게 불태운 그래스 원더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던 것일까


2000년


올해부터 외국산 말에게도 문호가 열린 천황상 제패와 가을의 개선문상 제패를 목표로 삼았던 그래스 원더였지만





닛케이상, 경왕배SC에서 그래스 원더는 각각 6착, 9착으로 대패


타카라즈카 기념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그래스 원더의 체중은 닛케이상 당시 530kg까지 불어 있었다


작년 마이니치 왕관과 비교하면 무려 30kg가 찐 상태였던 것이다


당연 천황상 제패와 개선문상 도전의 이야기는 물 건너 가버리고


그래스 원더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많은 팬들은 그래스 원더를 믿고 있었다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부상과 좌절속에서 다시 날아오른 그래스 원더라면


이번에도 부활해 줄지도 모른다


어느새 그래스 원더는 사람들에게 그런 믿음을 심어줄 정도의 말이 되어있던 것이다


어떻게든 506kg까지 감량한 그래스 원더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음 레이스로 향했다


그렇게 맞이한 타카라즈카 기념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온 파트너인 마토바 기수를 교체시킬 정도의 강행책을 사용한 그래스 원더 진영


그러나 그래스 원더는 이미 한계였다


더 이상의 부활은 그에게 용서되지 않았다





중간까지는 테이엠 오페라오와 경합을 벌이던 그래스 원더였지만


마지막 직선에서는 나아가질 못하고 6착의 패배


거기에 그래스 원더의 이상을 감지한 에비나 기수가 경주후 하마를 한다


왼쪽 제3 중수골 골절


수많은 부상을 이겨낸 그래스 원더에게 가해진 마지막 일격


그렇게 그래스 원더는 3년간의 경주마 생활


아니, 3년간의 투병생활을 끝마치고


잔디밭에서 내려오게 된다






마토바 기수가 어째서 엘콘도르파사 대신 그래스 원더를 선택한 것인가


그에 대한 진실은 수수께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았지만


훗날 오가타 조교사는 이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삶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이 그래스 원더가 현역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노력할 마음이 생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제나 가슴을 졸이면서 임팩트가 큰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그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으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스 원더를 대신해 격려의 말이 담긴 색지를 보내드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부상을 겪고도


밑바닥으로 쳐박히고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몇번이고 부활해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해주었던 그래스 원더


그 모습은 마치 「불사조」와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몇번이고 다시 부활할 것이다





- 그래스 원더 : 15전 9승, 끊이지 않는 부상 속에서 아사히배, 타카라즈카 기념, 아리마 기념 2연패 등 G1 4번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