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5831039?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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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하루우라라가 URA파이널 결승에 나섰을 때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재치고 수많은 우승을 따낸 뒤, URA파이널 에서 뛸수 있게 된 자신

스스로도 매우 발전했다고 자신감을 갖게 되기도 했지만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우라라는 아무일 없다는듯 언제나처럼 트레이너에게 주먹을 쥐어보이며


" 트레이너! 오늘도 평소처럼 이기고 올게! "


라며 포부를 밀어붙였다.

트레이너는 아무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지만 트레이너의 시선은 하루우라라의 떨리는 주먹에 향해있었다.


" 평소처럼만 하면 돼 우라라 "


" 응! "


모두에게 힘을 주는 듯한 밝은 웃음을 보이고 돌아나서 힘차게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하루우라라.

1등을 하고싶다는 그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원래 성취감이란 한번 달성하고 나면 그 뒤로는 무뎌지는 법.

하지만 하루우라라에겐 1등을 해야하는 또다른 이유가 요즘들어 생기기 시작했다.


' 오늘도 열심히 달려서 우승하면 트레이너에게 쓰다듬어 달라고 해야지~! '


하루우라라가 아무리 체력이 좋다 하더라도 레이스를 마치고 나면 지치는건 당연할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보상은 아무래도 트레이너에게 잔뜩 어리광 부리는 쪽으로 향하고 있는 듯 하다.


URA파이널 결승. 여태까지 상대해 왔던 우마무스메들과는 격이 한층 다를 것이다.

그리고 또한, 하루우라라 자신이 그 격에 들어설수 있다는 그 증명을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것이다.

하루우라라는, 트레이너는. 서로 그 격양된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 것이다.

그래, 트레이너도 지금 굉장히 떨리겠지. 나랑 같은 마음이겠지

라고 생각하니 한층 긴장이 풀리는 하루우라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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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거리 200미터! 하루우라라 사이를 파고들어옵니다. 선두와 점점 좁혀지는 거리! 어느새 옆에 나란히 섭니다. 이대로 선두를 내어줄 것인가...!! "


" 둘이 나란히 통과합니다!! 과연 비디오 판독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요...!! "


승부복이 땀에 젖었다. 달아오른 몸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식는다.

천천히 뛰면서 하루우라라는 스피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1등은...하루우라라! 더이상 예전의 그 하루우라라가 아닙니다! 아주 훌륭한 경주를 보여줬습니다!! "


하루우라라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기쁜 마음에 펄쩍펄쩍 뛰며 경마장을 나섰다.

가장 먼저 만나고싶은 사람은 당연히 트레이너였다.

승리의 기쁨을 누구보다도 먼저 같이 나누고 만끽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녀는 레이스때 뛰었던 속도 못지 않게 대기실로 뛰어갔다.

가쁜 숨을 내쉬며 문을 열고...어라? 문이 열려있다. 칠칠치 못하긴, 바로 그에게 뛰어들어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기실에 바로 다이빙하려는 순간. 하루우라라는 얼어붙고 말았다.


" 트레이너쨩! 오늘 마야의 경기인거 알고 보러온거야? "


" 하하 그래그래, 오늘도 마야노는 기운차네 "


트레이너에게 안겨서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는 마야노 탑건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자기 트레이너가 따로 있는 주제에, 왜 우리 트레이너랑...


물론, 트레이너가 있다고 해서 다른 트레이너와 친하게 지내면 안되는 이유같은건 없다.

트레이너들끼리 친하게 지낼때가 많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우마무스메와도 친해지기도 한다.

하루우라라의 트레이너처럼 발이 넓거나 잘 받아주는 경우에는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따라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하루우라라의 시간이어야 하잖아

트레이너를 위해서 힘썼는데. 트레이너와 함께 우승한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누려고 팬들의 환호성까지 무시하면서 왔는데.

무언가 심장을 옥죄어오는 듯 했다. 슬픔은 아닌것 같다. 그러면 분노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질투...? 하지만...어째서?

하루우라라는 그자리에서 얼어 붙은채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응? 아! 우라라쨩 안녕! 방금 레이스 끝났나보네! "


" 아, 으, 으응... "


마야노에게 악감정은 없을 것이다.

그건 하루우라라도 알고있다. 마야노에겐 잘못은 없다.

그저 마야노는 어리광을 잘 받아주는 트레이너에게 어리광을 부린 것 뿐이었다. 평소처럼.

평소처럼...

평소에도 이랬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을 옥죄는 무언가가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트레이너쨩! 다음에 또봐~ "


" 오오, 그래 레이스 응원할게 "


" 헤헤 당연히 1등하고 올거니까 기대하라구~ "


사근사근하게 웃으며 마야노 탑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트레이너

마야노는 마치 기운을 충전받았다는듯 힘차게 경기장을 향해 달려나갔다.

하루우라라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니 트레이너가 먼저 하루우라라를 들어올려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 하루우라라~!! 아주 대단해 오늘 경기 엄청 멋있었어!! "


그래도 경기만큼은 제대로 봐주었구나

칭찬해주면 기쁘고 쓰다듬어주면 행복하다.

그렇지만 이 손은, 이 품은, 이 눈빛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걸 깨달아버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로써 명목을 다 하고 있는 것 뿐이었을까.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하루우라라 뿐이었던걸까.

그렇게 생각이 드니 갑자기 엄청 외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쓰다듬어지고 있는데 행복하지 못하다. 오히려 울것 같았다.

경주에서 우승하면 엄청 기쁠거라 생각했는데.

트레이너와 같이 웃으면서 승리를 축하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려고 했는데. 감정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무언가 복받쳐 올라오려고 했다. 하루우라라는 급하게 트레이너의 품에서 뛰어내려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 엇, 하루우라라! "


트레이너의 당황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고 하루우라라는 똑똑히 들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코가 시큰거리고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옷소매로 닦았지만 자꾸자꾸 흘러나오는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고개를 푹 숙였다. 나오던 눈물은 어느정도 진정 된것 같았다.

그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하루우라라가 감정을 주체하고 있지 못할 뿐이었다.


' 나는 또 트레이너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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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 '


킹 헤일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비라고 하기엔 빗줄기가 굵었다. 좀처럼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문득, 하루우라라의 URA파이널 우승날이 떠올랐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저 비가 오니 칙칙한 기억이 다시 떠오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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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헤일로의 성적은 최근들어 매우 좋았다. 트레이너의 지도가 좋았던 것도 있었겠지만

룸메이트인 하루우라라가 URA파이널에 나갈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는 것 만으로도 킹 헤일로에겐 큰 동기부여 였을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 말, 그렇지만 성적은 항상 저조.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당당하게 URA파이널 결승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현실은 킹 헤일로에게 불을 지피기엔 충분했다.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킹 헤일로였지만 어쩐지 모를 라이벌이 생긴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 이 킹 헤일로가 남의 뒤를 쫓는다니, 있을수 없어요 '


그렇지만 오늘은 하루우라라의 URA파이널 결승일. 룸메이트로써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봐줘야할 의무가 있다.

라이벌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킹 헤일로의 실력이 크게 오른것에는 하루우라라의 지분도 어느정도 있으니까


'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면 용서하지 않을거니까요 '


킹 헤일로도 목표로 하던 자리였다.

URA파이널. 사실 목표로 하지 않는 우마무스메가 어디에 있으랴

하지만 킹 헤일로는 URA의 문턱을 넘지 못한채. 아쉽게도 참가하지 못하고 말았다.

사실 하루우라라에게 동질감을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던 킹 헤일로에게

URA본선 진출이라는 것 만으로도 그녀를 응원해주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킹 헤일로는 주먹을 꽉 쥔채,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경기는 완벽했다.

뛰쳐나가는 타이밍이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당당하게 URA의 금트로피를 당당하게 손에 거머쥐었다.

관객석의 환호성이 굉장하다. 그녀의 경기를 보다보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역시 하루우라라는 대단했다. 하지만 조금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루우라라를 갑자기 그렇게 바꿀수 있었던건 무엇이었을까?

1등을 향한 욕망? 아니면 자신을 비꼬았던 자들을 향한 복수심?

킹 헤일로는 몇가지의 의문을 뒤로 한채 하루우라라의 트레이너가 있는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그녀라면 그곳에 있을테니까...


라며 대기실앞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벙쪄 한곳을 바라보는 하루우라라의 트레이너의 모습과

저 멀리 달려나가는 하루우라라의 모습이 번갈아 눈에 들어왔다.

일순간 당황했지만 킹 헤일로는 어쩐지 하루우라라가 변한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은 직감이 들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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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냥 2편 나눠서 할라 그랬는데 쓰다보니 커져버렸습니다. 감당 안돼버렷...

몇편으로 나뉠지도 모르겠네요 하루에 하나씩 올리려니 분량도 짧은거같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