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5831039?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p=2

2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5887326?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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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우라라는 컨디션 저조라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부했다.

당황한 트레이너는 이것저것 스케줄 관리 및 관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러 다니기 바빴으니 하루우라라에게 신경쓸 틈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 항상 밝고 건강했던 하루우라라이기에 나중에 대화하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루우라라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도 한명의 여자인건 분명한 사실인데.

그녀의 전속 트레이너는 자신이면서, 제일 잘 알아야 하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면서

어째서 이 상황을 손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트레이너를 보며 킹 헤일로는 속으로 분노를 삭힐 뿐이었다.


당일밤. 하루우라라는 숙소의 문을 힘차게 열어제끼며 평소대로의 목소리로 킹 헤일로에게 인사를 건냈다.


" 킹쨩!! 그거 알아?! 우라라는 오늘 URA파이널즈를 우승하고 왔단 말씀! 엣헴! "


" 엣? 아...그, 그렇지요 저, 저도 보고 있었습니다 "


커피를 마시며 하루우라라를 기다리던 킹 헤일로는 당황하며, 한편으로는 안심하며 하루우라라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텐션에 조금 놀랬지만

그래도 트레이너와 얘기가 잘 된 모양이구나. 라며 보이지 않게 속을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킹 헤일로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와 정말? 어라? 그런데 우라라는 오늘 킹쨩을 만났던 기억이 없는데...? "


" 아, 그건... "


굳이 그 상황을 보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는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는 하루우라라를 마주보며 킹 헤일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 뭐, 뭐어...트레이너님과 같이 있는데 제가 가는건 방해일지도 모르니까요 "


" 같이 와서 축하했으면 재밌었을텐데 말이야~ "


" 다음 경기때엔 그러도록 하죠 "


킹 헤일로는 태연하게 대답한듯 했지만, 일순 하루우라라의 그 순백했던 웃음에서

트레이너의 얘기가 나오자 쓸쓸해보이는 표정을 짓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아무래도...아닌것 같아 보이는군요 '


킹 헤일로는 그날 하루우라라와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었지만

하루우라라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떨칠수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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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어두컴컴해진 하늘. 그 사이에 작은 별빛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하루 종일 전화 받느라 바빴던 트레이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안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 꼬르륵 '


배꼽시계가 밥시간이 지났음을 알렸다.

그렇지만 배는 고파도 식욕이 따라주지 않는 기분이었다.

URA파이널의 우승을 당당하게 따냈는데도 축하하지 못했다니...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무언가에 쫓기듯 복도를 달려나가는 하루우라라의 뒷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가는 것이 없었다.

묘하게 잘 흘러간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첫 파트너 하루우라라

도대체 어디에서 부터 잘못맞춰진 톱니바퀴인걸까

트레이너는 매일매일 쓰고있던 하루우라라의 트레이닝 일기장을 꺼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에 대한 걱정, 하루우라라에 대한 믿음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이 기대였는데 말이야...

쥐고있던 샤프로 톡 톡 톡. 일기장을 서너번 치더니 이내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일기를 쓸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 후우... "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냈다.

하루종일 정신없이 전화만 하다보니 휴대폰을 만지지를 못했구나.

의미도 없이 SNS를 켰다가 스크롤을 내렸다가 다시 닫기를 반복했다.

뭘 해도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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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우라라 URA파이널 우승 직후]



마음을 진정시킨 하루우라라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분명 트레이너가 걱정하고 있을테니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긴 이상.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이상한 감정을 상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살며시 대기실 문 앞으로 다가가자 트레이너의 전화소리가 나즈막히 들려왔다.


" 네...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타즈나씨...예 "


혹시나 자신을 찾으려고 타즈나씨에게 전화를 건걸까 싶어 당황한 하루우라라는 문을 벌컥 열어제꼈다.

전화를 받아 뒤를 돌아본 트레이너는 다급하게 전화를 고쳐들었다.


" 앗! 타즈나씨 안찾아주셔도 됩니다. 지금 막 돌아왔어요!...네...네,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는 트레이너. 안심의 한숨인걸까

자세히 보니 트레이너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을 찾느라 뛰어다닌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가슴을 조여들었다.

하루우라라는 고개를 숙여 트레이너에게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


" 하아...됐어 하루우라라, 걱정했던 것 뿐이야. 무사해서 다행이네 "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만 생각해주는 트레이너가 조금 기뻤다.

자신도 모르게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 오늘은 하루 쉬어. 인터뷰나 스케쥴같은건 다 취소 해뒀으니까. "


" 에? 그럴필요 없어 트레이너! "


자신때문에 모든 일정을 취소해버리다니 그럴순 없었다.

여태까지 트레이너에게 민폐를 끼쳤는데 이런 곳에서 까지 더 민폐를 끼쳐버리면...

하루우라라는 마치 자신이 나쁜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 괜찮아 우라라. 여태까지 힘내서 뛰어온 보상이라고 생각하자. "


" 그렇지만...다른 사람들도 모두 기다리고 있을... "


하루우라라의 말은 트레이너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끊겼다.

아아. 이런 미소를 지으면서 쓰다듬으면 하루우라라가 더이상 할말이 없잖아...

하루우라라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트레이너에게 이미 자신의 머리를 맡기고 있었다.

조용해진 하루우라라를 보곤 트레이너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 그래서 하루우라라...갑자기 달려나간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


" 아, 그건 말이지... "


순간 하루우라라의 말문이 턱 막혔다.

전신이 확 달아오르고 갑작스레 심장고동소리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의 눈을 쳐다볼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감정을 밝힌다는게 갑자기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루우라라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된걸까. 분명 자신은 그 감정을 트레이너에게 물어보려 여기까지 온 것이었을텐데


' 아~정말 왜이러는거야 하루우라라...!! '


" ...하루우라라? "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지금 분명히 엄청나게 빨개져 있음이 틀림없었다. 애초에 얼굴에 열이 올라와서 마치 감기라도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저 하루우라라는. 밑입술을 지그시 깨물다가 결국...


" 으응...아무것도 아니야! "


대답을 회피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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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날 밤. 트레이너의 집]



식사시간은 한참 지났지만 식욕이 없었다.

그저 커피 한잔을 타놓고 향기를 맡으며 그 기억을 다시 회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턱을 괴고는 입술 위에서 샤프를 이리저리 굴리며 하루우라라를 생각했지만 도저히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트레이너는 책상에 엎드리며 한숨을 푹 쉬는 것이었다.


" 하아~...대답 안해줄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서운하네~ "


우마무스메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건 트레이너로써도 감점요소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잘 따라주었던 하루우라라가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의 감정을 얘기해주지 않았던 것은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트레이너 입장에서도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는 것이었다.

반항기라도 오는 걸까...

결국 그날 트레이너의 일기장은 아무런 글자도 적히지 못하고

그저 그날의 날짜와, 온갖 낙서뿐만이 그려진채 하루를 마무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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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둔 소재가 딱 2편까지었고...또 현실에 치이느라 다음편을 계속 못썼네용

아마 다음편쯤엔 끝나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