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https://arca.live/b/vehicle/102293815


1947년


엔초 페라리는 마라넬로 공장의 문을 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번째 페라리 차량, 페라리 125S를 세상에 선보였다. V12를 탑재한 이 모델은 단지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의향서”와도 같았다. 페라리 125S는 1947년 5월 20일, 로마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단 두 번째 출전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그렇게 탄생한 페라리 125S는 피아첸자 서킷에서 첫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좋았어!!! 다 뒤졌다 새끼들아!!! 우승은 우리 차가 차지한ㄷ..."



-깨꼬닥-



"??? 잘 가다가 갑자기 왜 저럼???"



"펌프가 고장났습니다."



페라리의 상호명을 단 첫번째 차량이 첫번째 데뷔전에서 펌프 고장으로 끝내 레이스를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알파 로메오 산하 스쿠데리아 페라리 시절로 명성을 얻었고,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유력한 우승 주자로 거론되었던 차량이 첫번째 경주에서 고장이 났다는 것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그래도 굴하지 않겠다!! 내가 누구냐!!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엔초 페라리 아니더냐!!!"


그러나 엔초 페라리는 이를 절망의 순간이 아닌 “약속된 실패”로 여겼다. 차량의 성능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지속적인 진화를 이루려는 그의 열망에 있어서 이는 그저 배우는 과정에서의 통과의례일 뿐이었다.



최고의 페라리는 다음에 나올 모델이라는 말은 진짜였고, 수리된 125S는 로마 그랑프리에서 우승함으로써 이를 입증했다. 그 이후 페라리는 13차례 경주에 출전해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8년 125의 엔진을 계승한 166이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레이스 경기 대회였던 F1 그랑프리에서 당시 2연승을 하고있던 알파 로메오를 찍어 누르고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이 우승으로 인해 엔초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말을 남기게 되었는데...



"나는 기뻐서 울지만, 나의 눈물에는 슬픔이 담겨져 있다. 나의 어머니를 죽였기 때문이다..!"



"저..그런데 회장님 죄송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슬퍼하고 있는거 안보이냐!!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날 방해하는거지?!"



"자금이 또 부족합니다."



"뭐?? 벌써?? 2차대전때 돈 잔뜩 벌어 놨잖아?!"



"125S랑 166 만드느라 거의 다 썻습니다. 레이스카 만드는데 돈 꽤 많이드는거..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제길!! 하지만 틀린말은 아니군, 레이스카 만드는 비용은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비싸니..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가 파산해버리겠어. 아무래도 관련 투자자들을 찾아봐야 하나?"



"그런것 보다 이번에 우승한 166을 베이스로 양산차를 만들어 파는게 어떨까요?"



"갈!!!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166을 공도에서 품위없게 돌아다니게 하겠다고?! 너 해고!!!"



"레,레이스카를 기준으로 제작된 양산차는 비싸게 팔수 있습니다..!! 벤츠나 포르쉐도 그러잖아요!! 그리고 우리차가 얼마나 대단한지 일반 대중들도 체험 할수 있을겁니다..!!"



"(대충 딱히 틀린말도 아니라서 수긍해 버렸다 콘)"



이리하여 이것저것 따질순 없게 되었다는걸 깨달은 엔초는 이듬해 1948년 페라리 166을 베이스로 레이스를 위한 레이스카가 아닌 일반 고객들을 위한 양산차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다.



다른 자동차 회사의 경우 1편에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자기차를 한대라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홍보를 하기 위해 레이싱팀을 운영하지만, 반대로 페라리는 레이싱팀을 운영하기위해 차를 파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50년


1952년부터 1964년까지 다양한 배리에이션으로 제작된 250은 페라리 초기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데, '250'이라는 이름은 V12 엔진의 실린더 당 배기량(250cc)를 의미한다. 이들은 레이스카와 로드카를 불문하고 모두 3.0L V12 '콜롬보' 엔진을 탑재했다.




"그래서 그런데 이 250을 레이스에 보낼수 있을까?"



"네? 250을요?? 그거 양산차 아님?? 지금 양산차로 레이싱에 출전 하시겠다고요??"



"긍정 콘"



"우린 여태까지 레이스카를 베이스로 양산차를 만들어 팔았는데 이번엔 반대로 양산차를 베이스로 레이스카를 만들어 레이싱을 하자고요???"



"그렇다니까!!!"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드디어 정신줄을 놓으신것 같은..."



"이 병신들아!! 우리가 참가하려는 레이스가 FIA 그룹 3 GT카 레이스 라는건데 거긴 일반적인 레이스카가 아닌 양산차 기반 레이스라서 12개월간 100대이상 양산된 차량만 출전이 가능하다고!! 우리 차중에 250이 딱 이 조건을 만족하잖아!!!"



"아~ 그렇다면 야 뭐...진작에 그렇게 말씀 하시지~"



"에휴 빡대가리 새끼들"



아무튼 엔초는 이번에 그룹 3 레이싱에 참가하기 위해 250 GT SWB를 바탕으로 그룹 3 규정에 맞춘 양산차 겸 레이스카의 개발을 착수한다.



차량의 개발은 페라리 책임 엔지니어였던 지오토 비짜리니(Giotto Bizzarrini)가 맡았다. 우선 고쳐야 할 건 디자인이었는데, 250 GT는 이미 잘 달리는 스포츠카였지만, 갓 출시된 재규어의 신차(이자 그룹 3 라이벌), E-타입과 비교하면 공기역학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공기역학 전문가였던 비짜리니는 250 GT에도 비슷한 유선형 바디를 얹기로 한다.



"(에휴 시발 공기 역학 같은건 엔진을 만들줄 모르는 것들이나 하는데..)"



"에보시오 엔초 양반, 내가 직접 피사 대학교의 시설을 빌려서 통풍 테스트도 해봤고.. 아예 저번에 내가 산 250 GT를 유선형으로 개조해 봤소이다."



"그래서 나온게 이 모델이올시다. 250과 비슷한 엔진과 차체 사양이 적용 되었는데, 이 테스트카를 1961년 르망 24에서 내구 레이스 까지 출전시키 부족한 점을 면밀히 다듬었고... 특히 고속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드라이버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서 앞부분을 더 날렵하게 다듬고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했소이다. 어떻소?"



"흐에에에?! 저딴 미운 오리 새끼가 우리 페라리라고?? 아니 레이스카를 만들랬더니 저딴 못생긴 오리 새끼들 만들면 어쩌라는 거임??"



"??? 염병 시발 그룹 3 레이싱에 출전하고 싶대서 그만큼 공기 역학적으로 디자인 한거 뿐인데 뭐가 못생긴 오리라는 거요??



"공기역학 좋아하네. 그 딴건 엔진을 만들줄 모르는 등신들이나 하는거지. 아무튼 저딴 못생긴 오리 새끼는 페라리로 인정할수 없으니까 다시 만들던가 아니면 폐기해!!"



'

"와 선 넘네?? 레이싱 출전 하고 싶대서 레이스카 만들어 줬더니 지 마음에 안든다고 폐기??? 이 인간아 자동차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공기역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요??"



"맞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거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 했는지나 아세요?? 수고했다고 할지는 못할망정 폐기 하라니!! 우리의 정성과 수고를 뭘로 보는 건가요!!"




"알빠누? 아무튼 차 폐기하던지 꼬우면 처 나가라."



"ㅇㅇ 나도 니 같은 개꼰대 새끼랑은 도저히 일 못하겠소이다. 생각해보면 공기역학도 할줄 모르는것들이 어떻게 우승을 할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네. 어디 한번 혼자서 잘해보쇼."



하지만 완성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비짜리니를 비롯한 페라리 고위 임원들과 엔지니어들이 엔초 페라리와의 갈등으로 집단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250은 영영 레이싱을 하지 못하게 되고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지만...



"어..저기 엔초씨 그대로 250 레이싱 프로젝트를 폐기할 생각이오?



"그럴지도. 레이싱카를 만들랬더니 왠 못생긴 오리 새끼를 만든건지 원..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혹시 250의 디자인을 수정하면 다시 레이스에 출전시킬 생각이오?"



"뭐...여태 투자한 시간과 돈도 아깝기도 하고...저 못생긴 디자인만 누가 어떻게 해주면 가능할지도."



"혹시..내가 250의 디자인을 좀 수정을 해봤는데 한번 보시겠소?"



"수정을 했다고?? 제발 이번엔 좀 이쁘게 나와 주길.."



"걱정 ㄴㄴ 이번엔 꽤 괜찮게 나옴요."



"어떻소? 뭔가 좀 멍청해 보이던 앞모습을 좀 더듬었고, 확실히 이전에 비해 좀 봐줄만 하지 않소?"



"(어 시발? 뭔가 좀 그럴듯 하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차에는 250 GTO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GTO는 '그란 투리스모 오몰로가토(Gran Turismo Omologato)', 즉 호몰로게이션 그랜드 투어러라는 뜻인데, 일반도로용 GT카이자 동시에 당장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레이스카라는 의미를 담았다.



경량화된 튜뷸러 프레임 구조에 아름다운 유선형 알루미늄 바디가 얹혔고, 앞서 비짜리니가 테스트했던 드라이섬프 방식의 티포 168/62 3.0L V12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 즉 리터 당 10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냈다. 여기에 새로 개발된 5속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당대 최강의 페라리 로드카 겸 레이스카로 완성됐다.



아무튼 그렇게 탄생한 250 gto는 이후 3년 간 전 세계 그룹 3 레이스를 휩쓸고 다닌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재규어나 애스턴마틴, 쉘비 코브라 등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고, 250 GTO들끼리 포디움 쟁탈전을 벌이는 게 일상이었다. 1967년 모든 차량이 그룹 3 레이스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250 GTO가 거머쥔 우승 트로피는 셀 수 없을 정도.


"페라리를 이길 차는 페라리 뿐이다."

라는 말은 아마 이때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편...




"저 회장님. 아까부터 본사 로비에 누군가 회장님을 꼭 만나봐야겠다는 사람이 기다리고 계십니다만.."



"또 뭐야?? 나 바쁘니까 나중에 상대 한다고 그래!!"



"나다 이 씹새야.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렇게 사람을 몇 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냐."



"댁은 또 누구길래 이렇게 발작해서 공중제비 3바퀴를 도는 거임??"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다 씹새야."




https://arca.live/b/vehicle/102405657



ㅇ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