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내가 VR기기에 원하는걸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거였음.

"비싸도 좋으니까 나한테 개쩌는걸 보여줘"


몇년동안 다양한 VR기기를 사용해보고 바뀐 현재의 정의는 이거임.

"개쩌는거 됐고 날 짜증나게만 하지마"


나는 몇달전에 크게 현타가 왔었음. VR기기들의 발열과 무게, 짜증나는 착용감등등에 참다참다 폭발한거였음.

사실 지금도 화가 다 풀리지 않았고 진짜 마지막으로 PSVR2에게 기회를 주고있는 상태임.


써본기기 몇가지만 말해주면

8KX - 드럽게 무겁고 발열도 쩐다.

프로2 - 갓레이 쩔고 발열도 쩐다.

퀘2/퀘프로 - 고사양 PCVR 즐기기에 부적격.

리버브 - 컨트롤러 트래킹 좃망

PSVR1 - 모기장 작열에 만든 놈이 써본건지 의심되는 컨트롤러 트래킹 좃망 


등등 팔이 있으면 다리 한짝이 없고 눈깔이 있으면 언챙이임.

한마디로 병신만 있고 사지 멀쩡한 놈이 하나도 없었음.


이게 어떤 의미냐면 우리가 그냥 PS5로 갓오브워를 한다치자.

그러면 그냥 게임즐기고 끝이지. 신경쓸게 하나도 없음. 

PC게임분야는 좃망하고 콘솔은 없어서 못파는건 저 이유임. 신경쓸게 없다는거.

언제까지 내 그래픽카드의 자원을 최대한 쓰겠다고 시간 허비할텐가?

VR도 위에서 이야기한 여러 단점들 때문에 시간 다 보냄. 즐기는데 전혀 집중할수가 없음. 


그냥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개쩌는 갓레이가 내 눈을 찌름. 

가상세계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집중이 확 깨짐. 

신나게 게임하고 있는데 30분쯤 되니까 너무 무거워서 땀을 흘리기 시작함.

역시 제대로 즐길수가 없음.


이 모든 경험들의 결론은 "드러웠고 다신 보지말자"였음.


PSVR2는 절대로 개쩌는 기기가 아님. 

나오기 전부터 퀘2와 해상도 비슷하다는건 알고 있었고 괜찮을꺼라 생각했음.

근대 인간은 단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그냥 괜찮아지지 않음.


이걸 써보기 전에 순진하게 OLED니까 이제 8KX로 유튭보던거 PSVR2로 봐야지. 라고 생각한 어제의 나에게 죽빵을 날리고 싶음.

난 절대로 이런 해상도로 유튭4K영상을 보지 않을꺼임. 8KX의 단안 4K해상도에 익숙해졌는데 PSVR2의 해상도가 '개쩔'리 없음.

시네마모드고 지랄이고 그냥 즐기던거 TV나 모니터로 보길바람.


몇년의 기다림이 실망으로 휩쌓인채 빌리지를 켰음.

....

...
.

그리고 한시간쯤 지나서 폭풍같이 찾아온 반전.


소니야. 너네 해냈구나.


한시간 넘게 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빌리지를 즐기고 있었음.

처음 실망했던 낮은 해상도는 개쩌는 그래픽의 집안에서 모든걸 잊게했고, 침입자들이 쏘는 헤드라이트는 흡사 현실을 보는 듯 했음.

침입자들이 갑자기 집안의 불을 껏을 때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실내의 느낌은 그 어떤 헤드셋도 흉내낼 수 없는 감동이었음.

갓레이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개쩌는 넓은 시야각에 화사한 색감은 덤.

 

처음 헤드셋을 쓰면서 꿈찔거리며 스윗스팟을 찾을때 "씨바 프레넬"이라고 중얼거렸음.

하지만 한번 고정된 헤드셋에 손대는 일이 없었고 가벼운 무게는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하게 만들었음.

안경이 살짝 누르는 느낌이 거북했지만 이건 안경가이드 맞추면 해결될 일이라 문제가 되지않음.


그리고 대망의 크라이막스.


발매직전 일본의 체험회에서 누군가 말했던 프레임.

PSVR2의 해상도가 왜 그따구였는지에 대한 답.

해상도를 내주고 프레임을 반갈죽 낸 PSVR2의 최종무기. 전혀 끊김없는 완벽한 프레임.


사실 기존 VR들의 문제는 위에서 말한 하드웨어만의 문제는 아님.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중에 가장 하이엔드 사양을 갖추고 있지만 절대로 PSVR2의 프레임을 흉내낼 수 없음.

해상도를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 오늘 느낀건데 PCVR은 그냥 원래 병신이었음. 

프레임을 절대로 보증해주지 않음. 배경이 로딩되거나 복잡한 오브젝트가 나올때 무조건 프레임 드랍되고 집중이 깨짐.

 

그란투리스모에서 츠쿠바를 달리면서 옛날에 한밤중 오락실에서 데이토나USA를 하던 생각이 났음.

그 당시 세가의 오락실의 게임이란건 무조건 프레임을 고정시킴. 조금의 양보도 없음. 

그래픽을 낮추던 비싼 기판을 사용하던 무조건 보증되는 60프레임.

이제 난 절대로 아세토 컴페를 키지 않을꺼임. 모션시뮬레이터 안쓰면 그만임. C발아. 


단점도 있음. 빌리지에서 손을 움직여보면 알겠지만 잔상이 느껴짐.

리프로젝션 때문임. 근대 난 오늘 처음 깨달았는데 프레임 드랍이 전혀없이 완벽하게 보증해주면

리프로젝션도 별로 상관이 없다는걸 깨달았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좃도 상관없는 수준이었음.


하드웨어 설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게있음.

바로 IPD를 조절하는 휠이 정확하게 본체를 잡는 위치에 있어서 무의식중에 계속 저 휠을 건드림.

저걸 추가버튼을 쓰던 뭘쓰던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작업을 했어야 함.

병신들 왠일로 한껀했다 싶었다. 이딴 실수를 하냐.


그동안 패스스루를 지원하는 많은 기기들이 있었지만 난 무조건 헤드셋을 벗었음.

본능적으로 그 저해상도와 '개존나'어색한 감각이 싫어서였음.

퀘2는 한술 더 떠서 옆부분을 땅땅 손가락으로 두드려도 드럽게 전환이 안됨.

나만 그런게 아니고 남들도 그러더군. 패스스루도 여태까지 전부 병신들이었음.


어제 MRTV가 최고의 패스스루라고 했었는데 내가 "씨바 필요도 없는데 니가 왜 좋냐?'라고 했던 말 취소임.

레이싱 게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은근 외부 환경에서 확인할게 많음.

나 오늘 그란 한시간 넘게 하면서 패스스루만 쓰고 헤드셋 한번도 안벗었음. 그렇게까지 고해상도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그 병신같은 패스스루들과는 차원이 다름.


그 밖에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음.

나중에 더 느낀게 있으면 따로 올리면 될 듯.

그래서 사도되냐고 물어본다면 내일 스오플 결과보고 생각하라고 이야기해 주겠음.

만약 내일 결과가 좋다면 PSVR2란 기계는 '개쩔진 않아도' 그 게임들을 즐겁게 즐기기에 충분한 기계라는 것만 말해주고싶음.


끝으로 소니가 PSVR2를 설계할 때 어쩌면 내가 바랬던 "짜증나게만 하지마"와 유사한 방향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음.

화려하진 않아도 마치 헤어드라이어처럼 아무 생각없이 쓸 수 있는 최초의 VR기기.

소니야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