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예전 사용기에서도 썼지만 PSVR2를 받자마자 화질에 크게 실망했었음.

(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PSVR2사용기. - 가상현실 채널 (arca.live) )


그리고 며칠 차분히 사용해보고 화질에 대해서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됐음.


과거에 나는 리버브의 화질뽕에 취해서 인덱스도 던져버렸었음.

인덱스의 짜증나는 갓레이와 그저그런 해상도 때문이었음.


요즘 내가 무언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자신의 존재를 까먹게 만드는 물건"임.

이건 화질에서도 해당됨.


OLED와 LCD의 큰 차이는 동일해상도에서 LCD쪽이 더 선명하다는 것임.

스스로 빛을 내는 플라즈마나 OLED는 태생적으로 선명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음.


하지만 화질이란 것을 선명도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임.

마치 과거의 내가 리버브가 인덱스보다 좋다고 생각한 것과 비슷함.

(물론 심레이싱이나 앉아서 즐기는 것은 여전히 리버브가 좋다고 생각함)


사용기에서 난 '절대로' 8KX를 놔두고 이걸로 유튭을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역시 '절대로'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해선 안됨.

화질이란건 수많은 요소들이 합쳐진 요소라서 어떤 한가지 요소로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임.


일단 시네마모드로 체인쏘맨과 오스만제국 시즌2를 감상했음.

화질을 평가할 때 꼭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동시에 시청함. 

LCD는 애니메이션에 유리함. 선예도/선명도 때문임. 하지만 실사로 넘어가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짐.


PSVR2로 오스만제국을 감상했을 때 90점이라면 퀘2로 감상했을 때는 30점임.

역시 동일하게 체인소맨은 PSVR2는 80점. 퀘2는 50점임.


PSVR2의 화질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함.

퀘2로 영상을 감상하면 오스만제국의 장면 중 절반이상은 자신을 드러냄.

약간이라도 어두운 장면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임. "나야나 LCD!"

(이건 당연히 게임에도 해당됨)


PSVR2는 체인소맨과 오스만제국을 보면서 자신을 드러내기는 커녕 HDR이라는 것은 TV보다 

HMD기기를 위해서 탄생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단점은 4K가 아니라는 것 뿐. 영상을 감상하는 감동은 그냥 비교 자체가 민망함.


난 극장에 가면 화질을 유심히 보는데 '개쩔게 선명'하지 않음.

단지 수억을 호가하는 영사기들은 암부의 표현과 자연스러운 화질에 자신의 존재를 망각시키고 오롯이 감동만 선사함.


난 아직 8KX와 PSVR2중 어떤걸로 영상을 감상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지만 

확실한건 처음에 실망했던 PSVR2의 화질 포텐셜은 현존하는 어떤 기기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분명함.

오스만제국에서 어두컴컴한 궁전의 불빛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만 들고 있음.


해상도는 자동차로 따지면 주행성능 같은거임. 자동차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수많은 기준 중 하나일 뿐

어떤 특정한 성능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 못함.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인덱스를 던져버리고 리버브를 취했던 어리석었던 과거의 나에게 하는 이야기임.




PS 문득 내가 요즘 생각하는 기준이란게 프레임으로 따지면 최저프레임같음. 최고프레임 높을 필요 없으니 최저프레임 보장해줘. 이런 느낌?

PS2 PSVR2의 오스만제국 90점에서 10점 깎아먹은건 일부장면에서 드러내는 갓레이 때문임. 단지 빈도수는 높지 않음.